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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을 떠나온 이민 1세대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를 딛고 살아오고 있을까. 그 수를 굳이 따져볼 일은 아니지만, 이 점에 있어서 이혜규 시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가 한국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밟은 RN/미국 공증간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저 거쳐 지나올 수 있는 일반적인 삶의 흐름으로 치부될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그는 그 험난한 산맥을 넘고 은퇴하기까지 수십 년을 달려온 마당에서 묵혀 두었던 꿈을 유턴/U-turn 시키며 결국 노년에 문학의 세계로 자신을 돌려놓는다.

남들보다
시대의 불운을 타고
초등학교 일학년 때 일본 글로
중학교 일학년 때 6·25 사변에
책과 학교를 팽개치고
표류하던 유년 시절
주섬주섬 모아 간호사라는 팻말
하나 달고
태평양을 건너와
언어의 장벽을 헤엄치며
삶의 뿌리를 내린 이국땅
은퇴하여 소화되지 않은 무엇이
속에 꿈틀거려
시와 사람들 문우 사이에
배움이란 용기 들고 두드려 본 것이
시집이란 큰 선물을 받게 된 것입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된다는
김동길 선생님의 말씀과 같이
속에 뭉쳐있던 아픔 헤쳐 보니
삶은 아픔만이 아닌
곱이곱이 감칠맛 숨어있는
꽃향기
수반 위에 곱게 꽂아 보고픈
마음의 그림입니다

2022년 8월 어느 날 혜규 드림.

문인귀(시인)
고국을 떠나온 이민 1세대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를 딛고 살아오고 있을까. 그 수를 굳이 따져볼 일은 아니지만, 이 점에 있어서 이혜규 시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가 한국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밟은 RN/미국 공증간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저 거쳐 지나올 수 있는 일반적인 삶의 흐름으로 치부될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그는 그 험난한 산맥을 넘고 은퇴하기까지 수십 년을 달려온 마당에서 묵혀 두었던 꿈을 유턴/U-turn 시키며 결국 노년에 문학의 세계로 자신을 돌려놓는다.

문학은 누구에게나 관대하다. 문학 하는 일에는 남녀노소를 따지는 일이 없고 때와 곳을 요건으로 내거는 제한적 요소가 있을 수 없으며 문학은 문학 하는 사람이 처한 어떠한 환경여건에 좌우되어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특히 시에 있어서 그 격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정서와 사고의 신격神格에 이른다는 가치관을 대언하는(제2의 창작) 일임에 자신의 언어와 감각으로 불태워지는 것으로 보다 낯선 신선함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1부

일출 19
가로등 없는 골목길에서 20
붙박이 의자와 잣대 22
두 발로 걷는 Two Job 24
바퀴는 쉬지 않고 구른다 26
팜추리의 초심 28
안개 속의 내 발자국 30
수반에 비치는 오늘 31
같이 뒹굴고 싶다 32
조각도彫刻刀 33
달무리 34
수평선 너머 35
멈추어 선 시계추 36
난을 찍으며 38
오늘 같이만 39

2부

모닝커피 45
새벽길에 서다 46
산책길에서 47
산행길 48
가을 열매 50
밤에도 우는 매미 52
시간의 계산대 54
시대의 폐기물 56
청소하는 날 58
선인장의 눈물 59
나무 이발사 60
석류의 모정 62
먼저 챙기는 안경 63
발자국 없이 가는 길 64
어디로 가는가 66
바람 소리 68
꽃신과 새 차 69

3부

바다는 73
인연 74
물수제비 치지 마세요 76
비가 실어 온 봄바람 78
세대의 봇물 79
꿈을 날린다(Eagle Glen Golf Club) 80
마음을 날리는 골프 82
19번째 홀 84
허상虛像의 친구 86
흥부의 톱질 88
가을이 되면 89
상하의 도시에 마운틴 볼디가 있다 90
하루를 잘라먹은 가을 여인들 91
갓김치 배달부 92
우리 집 대추나무 94
12월을 넘기며 95

4부

버팀목 도마 99
화롯가에 핀 설매화 100
젖떼기 101
들국화 뿌리 102
초승달 104
엄마의 유품 106
우리 집 행운목 108
행운목의 축복 110
동지 죽 잔치 112
기대 그리고 감사 114
우리의 자화상 115
사랑의 화석 116
한가위 달맞이 117
늘 걷는 그 길에서 118
무등산 호랑이 팔순이 되다 120




5부

멀리뛰기 125
사진 수첩 126
은하수에 잠드는 파피꽃 128
빅토리아 폭포여 129
Key West 130
크로아티아의 무지개다리 132
코파카바나 일출 134
이구아수폭포의 물세례 135
이구아수 악마의 목구멍에서 136
펭귄 서식지를 찾아서 138
그 자리 찾아 140
창문에 걸친 테이블 마운틴 142
갑사 가는 길 143
여행이란 144

■ 해설｜문인귀(시인)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