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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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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하현
  • 출판사 : 세미콜론
  • 발행 : 2022년 07월 28일
  • 쪽수 : 180
  • ISBN : 9791192107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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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달의 조각』 이후 따스하고도 섬세한 글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온 하현 작가의 신작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가 출간되었다. 늘 세상에 대한 다정한 관심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섬세하게 관찰하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작가. 에세이 작가로서의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그의 이번 화두는 띵 시리즈의 스무 번째 주제 ‘아이스크림’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입에 물고만 싶은, 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사실 따지고 보면 여름에만 찾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인의 사계절 디저트이자 만인에게 사랑받는 간식이기도 한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 누구나 익숙하고 간편하게, 원할 땐 언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 형태나 종류도 다양하고, 세상의 모든 맛이 그 재료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이나 다채로운 이야기 가득한 이 책은, 그야말로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출판사 서평

슬픈 일도 화나는 일도 남김없이 녹고 나면,
깨끗한 마음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좋아, 다시 시작하는 거야.”

살다보면 우리는 자주 뜨거워진다. 뜨겁게 일하고, 뜨겁게 화내고, 뜨겁게 아프고, 또 뜨겁게 즐겁다. 그러다 도무지 견딜 수 없어지는 순간도 많이 찾아오기 마련. 하현 작가는 그런 삶의 장면을 포착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막무가내로 욕을 하는 손님을 만났을 때, 우울한 밤 펼친 마트 전단지에서 특가 상품을 만났을 때, 그리고 1인 노래방에서 밤을 새워 노래를 부르던 날에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거나 사랑하는 소설을 읽을 때에도, 항상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뜨겁게 끓어오르다가 다시 차갑게 식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우리의 인생에는 굴곡이 생기고, 우리의 심신은 단련되어왔을 것이다. 그런 부침(浮沈)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앞으로 다가올 뜨거운 일에도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는 이유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까짓것.” 하며 또 덤벼볼 수 있다.
아빠 손을 잡고 동네 마트에 가던 어린이 시절을 지나, 운동회에서 선보일 율동 연습을 해야 했던 초등학생을 지나, 친구와 함께 학원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을 지나, 황금 같은 방학을 반납하고 아르바이트에 매진하던 대학생을 지나, 약속 시간에 일찍 도착해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어른이 되어서도, 역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러는 사이 강산은 두 번도 더 변했지만 아이스크림은 거의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든든하다. 그렇게 더 나이가 들어 ‘팔다리가 튼튼하고 췌장이 건강한 할머니’가 되어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12층 계단을 오르고 있을 노년의 하현 작가를 상상하면, 그 모습 역시 여전하다. 계속해서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세 개씩 먹으며,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바밤바, 메로나, 더위사냥, 수박바, 빠삐코, 모두 대한민국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골목 슈퍼마다 냉동실을 지키고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아이스크림들이다. 어디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간식이지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장면장면 깃들어 있다. 그 밖에도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어린이 주인공 무니,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 아저씨 등 극 중에서 등장인물에게 아이스크림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신을 소개하며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다.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가는 화면 속에서 아이스크림은 역시나 작은 쉼표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다 못해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 빙과업계의 크고 작은 소식을 모두 수집하고 있다는 것. 하현 작가가 알고 있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TMI’도 대방출된다. “올 때 메로나!” 같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부터 일본에서 출시된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항상 냉동 상태로 유통되는 아이스크림에는 표기된 유통기한이 없다는 것, 다만 제조사들은 너무 오래된 아이스크림은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니 제조일로부터 1년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 또 특정 아이스크림의 출시 년도와 그 후속 제품들의 종류,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아 판매 종료된 아이스크림의 목록들도 꿰뚫고 있다. 하현 작가의 일상 사이사이, 대한민국에서 세대를 거쳐 사랑받아온 아이스크림의 짧은 역사를 슬쩍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

뜨겁게 일하고, 뜨겁게 화내고, 뜨겁게 아프고, 뜨겁게 즐겁다가
도무지 견딜 수 없을 때 한입 베어 물던
아이스크림이 건네는 ‘차가운 위로’

평소 달리기를 마치고 소위 ‘하드’라 부르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는 인증샷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는, 뮤지션이자 작가 요조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사를 썼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신요조_오늘의하드 를 통해 그간 그가 먹어온 다양한 아이스크림과 그날의 달리기 기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아름다운 인생’이라 표현하며, 한입 베어 물었던 ‘시원하고 달콤하고 감사한’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꼬박꼬박 하드를 챙겨 먹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그 사소한 진가’에 대해서, 하현 작가가 펼친 아이스크림 예찬론에 격한 공감을 보낸다.
아마 이 책의 저자 하현도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열심히 달리고 비슷한 기분으로 아이스크림을 찾지 않았을까. 그리고 비슷한 미소가 입가에 번지지 않았을까. 두 사람에게 ‘차가운 위로’가 되었을 아이스크림 라이프를 교차해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추천사

요조(뮤지션, 작가)
아이스크림이 쿨하고 하찮다니? 아니잖아, 하나도 하찮지 않잖아. 그냥 하드 먹으며 살아온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라고 하기엔 당신의 인생이 이렇게 아름답잖아, 마구 반론을 펼치고 싶었다. 그러다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내 인생이. 달리기를 마치고 문득 ‘하드 하나 먹으면서 갈까?’ 하는 생각을 처음 했던 어느 여름날이. 그렇게 하드를 한입 베어 물곤 그 시원함과 달콤함과 감사함에 깜짝 놀라 제자리에 우뚝 서버리고 말았던 순간이.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를 달리고 나면 꼬박꼬박 하드를 챙겨 먹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그 사소한 진가가.

목차

프롤로그 한없이 쿨하고 하찮은 사랑

어쩌면 이건 어른의 맛
작은 쉼표를 찍어주고 싶다면
잠자는 난쟁이의 콧털을 건드린 날에는
언제나 우리 곁에
심심한 이야기의 쓸모
끝나고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나만 알고 싶었는데!
우울한 밤에는 마트 전단지를 펼치고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보이지 않는 반쪽
추억 필터 없이도 아름다운
만만한 행복의 나라
그럼에도 사치가 필요한 날에는
혹시, 설마, 어쩌면, 만약에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우리의 최선을 기억해
하늘색 슬픔을 가지고
팔다리가 굵고 췌장이 건강한 할머니

에필로그 넘어진 날에는 차가운 위로를

본문중에서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내 안의 난쟁이에게 읍소했다. 친애하는 난쟁이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찾으시는 초록색 메로나가 없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오늘만 다른 맛으로 드시면 안 될까요? 평소 같았으면 불호령이 떨어졌겠지만 웬일인지 생각보다 쉽게 협상에 성공했다. 감사의 표시로 메로나 아닌 메로나들을 맛별로 하나씩 바구니에 담았다. 피나콜라다맛은 또 언제 나온 거야…. 그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결국 며칠 뒤 다시 뛰쳐나가 오리지널 메로나를 사 먹었다. 난쟁이는 그제야 만족한 듯 배를 두드리며 잠들었다.
36-37쪽 〈잠자는 난쟁이의 콧털을 건드린 날에는〉 중에서

매력이 없는 게 매력. 깐도리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다 골랐는데 괜히 뭔가 아쉬울 때면 바구니에 깐도리를 몇 개 더 담는다.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 어디에든 잘 녹아들고 누구와도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처럼 깐도리는 어떤 아이스크림과도 찰떡같이 어울린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하나 더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절대강자 비비빅은 할 수 없는 일이다.
55-56쪽 〈심심한 이야기의 쓸모〉 중에서

우울한 밤에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하고 생산적인 활동은 마트 전단을 보는 것이다. 마트 전단은 지나간 날을 돌아보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다. 어제의 세일 정보가 궁금해서 전단지를 펼치는 사람은 없다. 커다란 종이 가득 빼곡하게 적혀 있는 할인 품목과 날짜별 특가 상품을 확인하는 동안 나는 오늘과 내일, 길어도 보름을 넘지 않는 가까운 미래에만 집중한다. 곧 내게 다가올 날들, 다가와 새로운 오늘이 될 날들.
78-79쪽 〈우울한 밤에는 마트 전단지를 펼치고〉 중에서

맥도날드 바 테이블 구석 자리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는 여기 앉아 한가롭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그저 녹아 흘러내리기 전에 재빨리 혓바닥을 가져다 대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그 순간 아이스크림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현실의 그 어떤 문제도 눈앞의 소프트콘보다 커지지 못한다. 세계는 온통 하얗고 보드랍다.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평화를 맛본다.
115-116쪽 〈만만한 행복의 나라〉 중에서

의심에는 끝이 없어서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다른 것들도 줄줄이 무너진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재빨리 손을 떼도 이미 늦었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봤다. 다 무너질 때까지. 더 좋은 방법도 있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빠삐코 딸기를 닮은 것들을.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재미있는 드라마, 타이틀곡보다 좋은 후속곡, 대표 메뉴보다 맛있는 신메뉴. 그런 것들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조금씩 회복하고 싶었다.
143-144쪽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중에서

옆집의 롤 모델을 만날 때마다 내 장래 희망은 조금씩 구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방 세 개짜리 아파트에 혼자 사는 할머니. 친구도 취미도 많아서 늘 바쁜 할머니. 평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텃밭에 가고, 주말에는 보리수 열매를 따러 다니는 할머니. 수박바가 녹기 전에 12층을 계단으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될 수 있다면 나이를 먹는 일이 두렵지도 슬프지도 않을 것 같다.
168쪽 〈팔다리가 굵고 췌장이 건강한 할머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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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하현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말을 아껴 그것을 기록하는 일을 좋아한다. 불완전해서 소중한것들을 위한 기록. <달의 조각>을 썼다. 느린 호흡을 가진글을쓰고 순간의 풍경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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