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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최초로 간행된 마리아에 관한 전기
신학적·문학적 견지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

□ 『성모행실(聖母行實)』은 예수회 선교사 바뇨니(A. Vagnoni)가 쓴 한문 서학서 가운데 하나로, 1631년에 초판이 간행됐으며 성모의 생애를 먼저 서술한 뒤 성모와 관련된 여러 가지 덕행과 기적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 1798년 구베아(A. Gouvea) 주교에 의해 중간된 일본 와세다대학교 소장본을 대본으로 초역했고, 한문 서학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문으로 윤문했다.
□ 우리들이 성모님을 공경해야 하는 이유를 서술하고 있는 『성모행실』은, 제1부에서는 성모님의 생애를, 제2부에서는 성모님의 찬미 받을 공덕을, 제3부에서는 성모님의 신비한 자취를 다루고 있다.
□ 각 장마다 성모님의 일생을 담은 성화(聖?)를 함께 편집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으로 형상화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로토, 렘브란트, 무리요, 베로네세, 벨라스케스 등이 그린 성화와 함께 묵상하는 ‘성모 칠고’와 ‘성모 칠락’을 부록으로 실었다.
□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는 “『성모행실』은 중국에서 최초로 간행된 마리아에 관한 전기”라며, “신학적 그리고 문학적 견지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성모행실』에 관한 연구가 아직 국내에서는 전무한 상황이므로 이번에 간행된 ‘보급판’과 곧 간행될 ‘연구 자료집’을 통해 더 많은 관심과 연구 성과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모님은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참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로 강생하셨을 때,
그분을 잉태하신 어머니다.
그러므로 성모님의 행실에 대해서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이 책은 제1부에서 성모님의 생애를 다루고,
제2부에서 성모님의 찬미 받을 공덕에 대해 다루며,
제3부에서는 성모님의 신비한 자취를 다루어
왜 성모님을 공경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쉽게 알려준다.

간행사 … 4
해 제 … 8

제1부 성모님의 생애
성모님의 생애 … 14

제2부 성모님의 찬미 받을 공덕
01. 성모님은 태초부터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택되셨다 … 50
02. 성모께서 받으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은 예증되었다 … 52
03. 성모님은 하느님의 특은으로 잉태되셨다 … 55
04. 성모님의 탄생은 온 세상의 기쁨이다 … 60
05. 성모님은 평생 동정이시다 … 64
06. 성모님은 모든 덕행의 모범이시다 … 68
07. 성모님의 공로는 지극히 거룩하며 온전하시다 … 78
08. 성모님은 주님의 영광을 받으시며 승천하셨다 … 81
09. 성모님은 승천하시어 천상의 복을 받으셨다 … 87
10. 성모님은 승천하시어 천상 모후의 관을 쓰셨다 … 91
11. 성모님을 공경하는 것이 왜 옳은가 … 96
12. 성모님은 당신을 공경하는 이들에게 보상하신다 … 103

제3부 성모님의 신비한 자취
01. 성모님은 기도를 하는 이들을 도우신다 … 108
02. 성모님은 재(齋)를 지키는 사람을 도우신다 … 113
03. 성모님은 온전히 봉헌된 삶을 사는 이들을 감싸 주신다 … 117
04. 성모님은 당신을 공경하는 국가를 보호해 주신다 … 123
05. 성모님은 사리(事理)에 어두운 이를 밝게 이끌어 주신다 … 127
06. 성모님은 임종의 고난에서 도와주신다 … 131
07. 성모님은 정결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 135
08. 성모님은 어려움에 처한 이를 구해 주신다 … 139
09. 성모님을 모독한 자는 주님께서 벌하신다 … 142

부 록 성모의 집과 칠고 칠락(七苦七樂)
성모의 집 … 148
성모 칠고(聖母七苦) … 154
성모 칠락(聖母七樂) … 157

간행사

성경이 전 세계에서 꾸준한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라고 한다면, 한국 교회에서는 성경과 함께 성모 마리아에 관한 책이 많은 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본 연구소에서 간행한 『성모성월』은 수십 년 동안 꾸준하게 독자들에게 애독되었고, 성모 신심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급판으로 간행하게 되는 『성모행실』은 예수회 선교사 바뇨니가 한문으로 쓴 한문 서학서 가운데 하나입니다. 1631년에 초판이 간행되었는데, 성모의 생애를 가장 앞에 두고, 성모와 관련된 여러 가지 덕행과 기적 이야기를 선별해 놓은 것입니다.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문 번역을 윤문하면서 편집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박해 시기의 선배 신앙인들이 가장 많이 바친 기도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많은 순교자들이 “예수, 마리아” 하고 부르짖었습니다. 바로 이 외침은 예수님의 기도인 ‘주님의 기도’와 마리아께 중재를 청하는 ‘성모송’을 가리킵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선교하던 바뇨니 신부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예화를 통해서 마리아의 중재적 구원의 역할을 잘 알리고 싶었던 듯합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학술적인 목적이 아니라 예화와 기적을 통해서 성모의 신앙과 덕행과 중재적 능력을 알리고자 했던 의도가 있습니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면서 참 신앙인이었던 성모님의 행실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의 기록 가운데도 신비롭고 재미있는 일화가 많이 있습니다. 다블뤼 주교가 남긴 주문모 신부와 관련된 기록에는 주 신부의 꿈 해몽 이야기가 나옵니다. 복사 중 한 사람이 꿈에서 피바다를 보고, 폭풍 속에서 흰옷을 입은 한 귀부인이 자신을 구해 준 이야기를 전합니다. 주문모 신부의 해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머지않아 큰 박해가 이 나라 안에 일어날 터이지만 그 박해로 천주교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성모님이 붙들고 있는 이상 천주교는 완전히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이 말대로 복사는 박해를 피하라는 주문모 신부의 말을 듣고 화를 당하지 않고, 4~5년 후에 평화롭게 죽었다는 기록이 『조선 순교자 역사 비망기』에 나옵니다. 정말 한국 교회는 성모님의 붙들어주심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에 『성모행실』이 나오기까지 초벌 번역을 해주신 신로사 선생님과 보급판으로 간행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다듬어주신 박지연 자매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이 잘 읽힐 수 있도록 성화를 선정하고 편집해 주신 미디어콘텐츠사업부와 책이 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옛 신자들의 성모 신심을 헤아려보고 우리 자신의 신심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22년 4월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해제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성모 마리아는 가톨릭교회의 구원 역사 안에서 특별하고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그것은 마리아가 단순히 예수님을 낳으신 어머니라는 사실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파스카 사건까지 일생을 함께하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중재자 역할을 하시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한국 천주교회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앵베르(L. Imbert, 范世亨) 주교의 청원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가 조선 대목구의 주보(主保)가 되었고, 베르뇌(S. Berneux, 張敬一) 주교 시대에 조선 대목구의 선교 관할 구역을 성모님의 주요 축일로 명명하기도 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성경과 성전을 근거로 하여 구원사 안에서의 마리아의 중재적 협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성모행실』은 중국 남부 지방에서 활동하던 예수회 선교사 바뇨니(A. Vagnoni, 高一志, 1566~1640)가 한문으로 저술한 성모 마리아의 전기이다. 저술 시기는 바뇨니 신부가 남경박해로 마카오로 추방된 1616년에서 산서 지방으로 재진출한 1624년 사이로 추정된다.
1631년 중국 광주에서 3권 초판이 간행된 이래 여러 차례 중간(重刊)되었으며, 1893년에 홍콩의 나자렛 인쇄소에서 활판본으로 간행된 바 있다. 간행 직후 이 책은 중국의 남부 지방 신자들에게 널리 읽히면서 중간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나라에도 19세기 말에 간행된 중간본이 전해져 한글로 번역되었고, 신자들의 성모 신심서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보급판 『성모행실』은 1798년 구베아(A. Gouvea, 湯士選) 주교에 의해 중간(일본 와세다대학교 소장본)된 것을 대본으로 초역하고, 읽기 쉽게 윤문하고 편집하였다. 따라서 본래의 한문본과는 체제와 분량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난다. 향후 전체 번역본을 연구 자료집으로 간행할 예정이다.
한문본을 기준으로 하여 책의 구성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권 ‘총술’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탄생에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의 생애와 그 생전에 일어났던 기적에 관해 서술하고 있으며, 제2권 ‘은덕’에는 마리아의 덕행과 마리아에 대한 공경의 예가 12단으로 나누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3권 ‘성적’에서는 마리아의 기적 가운데 특히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모행실』에 대한 최근의 연구를 보면, 중국어로 저술된 이 최초의 성모 전기는 중세 유럽에서 유행하던 마리아 관련 기적 모음집을 참조하여 역술(譯述)된 것이다. 바뇨니는 예수의 어머니로서의 마리아 외에도 세 가지 측면에서 성모를 바라보았다.
첫째, 마리아는 예수 곧 하느님과 사람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지니고 있었다. 둘째, 성모는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면에서 다른 어느 여성과도 비교될 수 없는 ‘질투하는 신부(新婦)’로서 묘사되고 있다. 셋째, 마리아는 종종 유럽의 마리아 기적 전통에서는 간과되었던 역할, 즉 아들을 낳아주는 여인, “유럽의 ‘송자관음(送子觀音)’”에 비견되었다. ‘송자관음’이란 성모자상에 비유되는 불교의 관음상을 가리킨다.

로(G. Rho, 羅雅谷) 신부는 바뇨니의 『성모행실』 서문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이 『성모행실』은 곧 나의 벗인 고 선생(즉 바뇨니)이 번역한 것으로, 책은 3권으로 나뉜다. 그 첫째 권은 성모의 출생에서 그 유년과 노년기까지 추적하여 정리한 것으로 마리아의 전기[行狀]이다. 첫째 권 말미에 성모의 집과 관련된 신령한 이적이 부록으로 실렸다. 둘째 권은 고금의 성인의 말을 빌려서 성모의 큰 덕을 12단에 걸쳐서 저술하였다. 천주께서 성모의 은덕을 주시고 만민의 가장 위에 있게 하심이 이와 같다. 셋째 권은 그 성적(聖蹟)을 서술하였는데, 10단으로 나뉜다. 곧 성모께서 사람에게 주는 은덕과 관련되니, (실제 성적에 비하면) 만분의 일에 불과하다.
독자는 1권에서 성모의 마음에 열정적인 사랑을 발하고, 2권에서 곧 성모를 진실로 신뢰하고 흠숭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발한다. 3권에서 곧 성모의 보호하심에 대한 소망을 발한다. 이는 믿음·소망·사랑의 삼덕(三德)으로, 곧 주를 섬기고 성모를 섬기는 근본 덕이니, 이 책을 읽는 자는 모두 이를 얻고, 얻으면 곧 이 책이 실로 우리가 하루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옛 성인은 성모 행실을 가리켜 신자들의 거울이라 하였다. 이 책을 보고서 그 잘못을 고치고 그 덕을 높일 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그렇게 생각을 못 하겠는가?
책이 완성되고 나서 나에게 서문에 성모를 찬미하는 뜻을 덧붙이도록 권하였는데, 나는 성인에게 나의 칭찬이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태양에 비유하자면 본체가 스스로 비추는데 사람의 말을 더하여 밝힐 수 없다. 또한 침묵으로 어둠을 더할 수 없다. 곧 그 큰 덕을 밝혀서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하나 곧 모든 성인은 이미 이를 말하고, 이 책은 이미 이를 서술하고 있다. 내가 어찌 감히 덧붙일 말이 있겠는가?”

위의 서문을 통해서 『성모행실』은 성모의 생애와 함께 성모와 관련된 여러 기적적인 예화들을 묶어 놓은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예화들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묵상할 것이 아니라 교훈적이고 우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성모행실』은 중국에서 최초로 간행된 마리아에 관한 전기이며, 신학적 그리고 문학적 견지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연구가 국내에서는 전무한 상황이므로, 이번 보급판과 향후 간행될 연구 자료집을 통해서 더 많은 관심과 연구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