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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의 시집을 살펴보면 시인이 본 대상과 시를 대하는 인식은 폭넓게 포진되어 있다. 소외계층의 울분과 비애를 형상화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응시하는 시선을 보면 외향화보다 내면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가깝게 접하는 사물에 대한 성찰과 자연, 주변인의 삶에 대한 인식, 시인의 삶에 응전하는 방법 등이 전체적으로 시인의 시 의식에 깔려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자기 극복, 인간 회복의 꿈을 노래하고 있다.

첫 시집을 낸다는 것은 첫사랑만큼이나 설레지만, 한편으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처럼 떨리기도 합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나를 발가벗겨 벌거숭이로 만들지만, 때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절대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빚을 졌지만, 시집을 내는 순간 또 다른 빚을 지는 일이기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시를 쓰면서 얕은 지식에 자신을 꾸짖기도 하고 깨달음이 부족하여 늘 자책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억지로 하는 격이라 공연히 미안하고 죄스럽기만 합니다.
시라는 것이 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찾아내고 존재하지 않는 그 무언가에 생명을 불어넣듯 어둠의 틀에 갇힌 나를 깨어나게 하여 새로운 나를 찾아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때론 구질구질한 넋두리가 난무하여 한심스럽고 쓸데없는 푸념만 하다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살아본 사람들이 흔히들 험난한 세상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 아니던가요.
알 수 없고 정답 없는 인생길,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라고 치부하기엔 무책임한 자신이 미워질 것 같고 몰라서 걸어온 길이라고 자위하면서 혼자 걸어가기엔 무미건조한 삶이 아쉬울 것 같아 여러분들과 함께 뭔가를 알아보고 느껴보면서 천천히 그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의 아픔과 병들어 가는 세상을 치유하지는 못하겠지만 소탈한 삶을 우려낸 안주에 시 한 잔 어떨까요?

2021년 한여름에 여천如泉 박성훈

배소희(시인)
박성훈 시인은 시의 다양성과 다면성을 지니면서 시인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는 소외된 사물이나 삶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여 현대인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실존적인 존재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시인의 인생관은 더불어 사는 대상들을 통찰하면서 삶에 가치를 두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사물에 대한 인식 태도뿐 아니라 자연 친화력, 가족과 우정 등의 삶의 모습도 표출해낸다. 인식의 끝은 항상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울한 시대를 살면서 자신을 바로 세워나가려는 시인의 모습이 곳곳에서 다양하게 보인다. 일상의 체험 속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 대상을 관찰하며 그들의 말을 따라서 가보고 사유하는 시인의 모습은 진지하다.

시인의 말

1부_아버지가 보내 준 우주여행
저문 가슴
음지에 핀 양지꽃
이 한 몸 불살라
시절이 하수상쩍다
석양, 그 너머에는
멈추고 싶은 시간
엄마의 바다
이기대에서
집 잃은 철새
봄 마중
정취암, 그곳은
안부
아버지가 보내 준 우주여행
정답 없는 인생길

2부_새가 되고픈 새
다랭이 마을에서
새가 되고픈 새
법정 풍경 하나
개구리가 되돌린 시간
쓰레기의 눌변
풍장風葬
풍장風葬·2
몰랐던 것들
강가를 거닐며
불종거리에 봄을 그리며
인연의 굴레
아빠는 슈퍼맨
여름날에 그린 고향의 기억들
어둠의 자식

3부_얼룩말은 왜 얼룩졌을까
연화도 수국 앞에서
회색 도시
몽돌의 노래
얼룩말은 왜 얼룩졌을까
술에 누명 씌우기
삶의 전장터에서
강에게
시시詩詩한 얘깃거리
어느 노인의 하루
근본을 찾아가는 길
시월 어느 날에
홍시
구린내 나는 은행 털기

4부_어떤 나무의꿈
천제단에서
어느 산골 노인 이야기
거미집에 걸린 기억
돈 돈豚 돈
어떤 나무의 꿈
동짓날을 보내며
늦가을의 상념
독도의 눈물
폭포수의 투신
봄이 오는 풍경
뚱딴지같은 생각을 하다가
겨우살이
낙화유수
못, 그 잘못된 만남
능소화 연정
■ 해설
미적 체험을 통한 존재성의 본성 탐구
/ 배소희 시인

미적 체험을 통한 존재성의 본성 탐구

배소희 시인

하이데거는 사물과 사물의 존재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 박성훈은 자신이 바라보는 사물을 통하여 삶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사물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현실의 세계에서 볼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삶의 흔적을 시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시의 다양성과 다면성을 지니면서 시인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는 소외된 사물이나 삶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여 현대인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실존적인 존재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시인의 인생관은 더불어 사는 대상들을 통찰하면서 삶에 가치를 두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사물에 대한 인식 태도뿐 아니라 자연 친화력, 가족과 우정 등의 삶의 모습도 표출해낸다. 인식의 끝은 항상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울한 시대를 살면서 자신을 바로 세워나가려는 시인의 모습이 곳곳에서 다양하게 보인다. 일상의 체험 속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 대상을 관찰하며 그들의 말을 따라서 가보고 사유하는 시인의 모습은 진지하다. 누구나 겪는 경험일지라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자기만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 경험의 가치는 달라진다. 문학은 인간 정신이 가장 예리하게 표현되는 예술의 한 분야이며,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것을 진실로 말할 수 있도록 언어를 제공한다.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듯 시도 바라보는 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체험의 단순한 열거나 기록이 아닌 작가의 감성과 사물의 내면에 잠재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작가의 체험을 표현하는 미적 장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그의 시집을 살펴보면 시인이 본 대상과 시를 대하는 인식은 폭넓게 포진되어 있다. 소외계층의 울분과 비애를 형상화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응시하는 시선을 보면 외향화보다 내면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가깝게 접하는 사물에 대한 성찰과 자연, 주변인의 삶에 대한 인식, 시인의 삶에 응전하는 방법 등이 전체적으로 시인의 시 의식에 깔려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자기 극복, 인간 회복의 꿈을 노래하고 있다.
숨겨진 존재의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예리한 직관력으로 보고 들리지 않는 사물의 미세한 소리를 들으며 은폐된 사물의 존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대상마다 사물이 아닌 사물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하이데거를 생각하며 그의 시를 살펴보기로 한다.

빈집 천장 틈새 스러진 달빛 스미면
가난에 뚫린 지붕 얼기설기 엮인 채
흔들린 욕망은 서까래에 묶여버리고
찬바람 실핏줄 터진 눈만 빼꼼히
허기진 구석을 샅샅이 핥고 있었다

햇살이 닿지 않는 후미진 등짝마다
구겨진 삶의 흔적들만 고스란히 남아
뭉개진 생을 아스라이 지워버리면
아침 이슬처럼 녹아든 아픈 시간만이
끊어내지 못한 먹이사슬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삶의 무게에 늘어진 집채만 한 사연과
대답도 눈물도 상주도 없는 통곡만이
나른해진 하루가 땅속에 묻힐 뿐
저녁이 되면 사라질 검은 그림자 하나
아무도 찾지 않는 폐가에 버려져 있었다

외줄 타듯 아슬아슬한 세상살이
목구멍에 거미줄 칠까 두려운 목숨도
번지 없는 거미집에 파문이 일면
아린 기억 줄줄이 허공에 매달린 채
아직 채우지 못한 삶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 「거미집에 걸린 기억」 전문

시인은 폐가에서 대상에 대한 심미적 관조를 하고 있다. 관찰한 사물의 고유한 즉물성을 드러내며 사물의 속성을 표현해내는 상상력으로 시인의 내면적 속성도 개입하고 있다. 또한 인용한 시구에는 비관적 현실인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난에 뚫린 지붕 얼기설기 엮인 채”, “구겨진 삶의 흔적들”, “뭉개진 생을 아스라이 지워버리면”, “대답도 눈물도 상주도 없는 통곡”과 같은 관용어 속에 삶에 대한 절망과 한스러운 고통인 비관적인 현실인식이 관류하고 있다. 특히 “찬바람 실핏줄 터진 눈만 빼꼼히/ 허기진 구석을 샅샅이 핥고 있었다”라는 표현에서 시인은 사물을 통해 얼마나 처절하게 소외와 결핍의 양식으로 바라본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삶이란 큰 주제를 아무도 찾지 않는 폐가에서 본 풍경을 보고 평이한 비유로 노래함으로써 감동과 위안을 준다.
외줄 타는 듯한 세상살이에서 거미줄이 삶을 흔들어대는 것을 시인은 본 것이다. 폐가는 시의 중요한 배경이자 변두리 의식이며 소외 의식이자 외로움의 표상이다. 폐가에서 거미줄을 보며 아슬한 세상살이와 흔들리는 삶의 본성까지 깨닫게 되는 것에 이 시의 참뜻이 느껴진다.
시인이 겪는 현실세계에서 자신만의 상상과 유추를 거치면서 사물과 대화하는 시인의 인식 태도와 삶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으며, 소소한 사물들의 움직임조차 감지하는 시인의 진정성 있는 사유가 돋보인다. 폐가의 고요함 속에 사물들의 소리를 듣는 시인의 적요까지 엿보인다. 다음 시편을 읽어보도록 한다.

침묵이 앞장서고
잠시 후 붉은 눈시울이 뒤따른다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것일까
짓눌린 머리를 연신 조아리며
죽어야 나가는 이 엄숙한 분위기는
마치 장례식장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죽는시늉으로 살려달라 애원하며
버젓이 죽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증인도 자백도 자신도 그 누구도
신뢰의 씨앗을 틔우지 못한 채
공간을 지배하는 절대자의 고뇌는?
냉엄한 현실의 잣대를 들어 올리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믿을 수 없는 광경만 되풀이되고 있었다

공격과 방어가 모두 끝날 즈음
보잘것없던 신상이 다 털린 후?
허울 좋게 포장된 가면도 벗겨지면
두꺼운 가죽만 덕지덕지 붙은 수심獸心엔
이름값도 못 한 이름 세 글자 또렷이
검붉은 법대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반전을 꿈꾸다 다스리지 못한 마음들
삶의 중반전에 저지른 뼈아픈 실책들
종이마다 빼곡히 쌓인 엄청난 사연들
기록을 넘길 때마다 너덜너덜해진 양심들
허투루 넘기지 않는 방청객들의 눈초리
그들은 결코 어설픈 연극을 허용하지 않았다
- 「법정 풍경 하나」 전문

시 「법정 풍경 하나」에서 시인은 제목대로 법정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삶의 절망 속에서 부대끼는 법정 안의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흔하게 볼 수 없는 법정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리고 산 삶의 뒷모습 같은 풍경까지 바라보게 해준다. 시인의 시는 비판적 현실인식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외계층과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울분과 비애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소외계층의 불안한 삶, 뿌리 내리지 못한 삶을 부정적인 시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법정 풍경을 자주 접하는 법무사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에서는 시인의 자전적 체험과 연결되어 있어 보인다. 법정 안에서 시인은 “공간을 지배하는 절대자의 고뇌”를 보게 된다. “허울 좋게 포장된 가면도 벗겨지면/ 두꺼운 가죽만 덕지덕지 붙은 수심”이라는 구절에서 시인은 “어설픈 연극의 한 장면”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시인의 날카로운 심정을 표출한다. 결국 세상의 한 단면을 법정 풍경을 통해 말하고 있다. 비판적 현실인식을 기본 모티브로 하여 소외계층의 울분과 비애를 형상화한다. 이는 시인의 문학적 응전 양식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시절 철새 마냥 쫓겨다녔다

봄은 초롱이거나 여름은 파랑이거나 또는 하늘이거나 가을은 노랑이거나 혹은 빨강이거나 겨울은 하양이거나 계절은 그렇거나 말거나 초롱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거나 파랑은 신뢰를 바탕으로 더불어 나아가거나 하늘은 올바른 길로 걸어가거나 노랑은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거나 빨강은 자유롭고 풍족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하양은 깨끗하게 초심으로 돌아가거나 모두 다 그렇게 새긴 명함과는 애당초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게 미심쩍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새파랗게 질리거나 샛노랗게 거짓말하거나 새빨갛게 붉히거나 새하얗게 고백할 법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애걸복걸해도 타협도 소통도 대안도 없거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앞을 내다보지 못하거나 귀를 닫았거나 생각이 짧거나 그릇이 작거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백약이 소용없거나 아마 그런 것들이 태반일 것이다

시절이 수상한 틈을 타 초롱이 나불대거나 파랑이 득세하거나 하늘이 모른 척하거나 노랑이 설쳐대거나 빨강이 개판 치거나 하양이 떠들어대거나 말거나 청백리는 백리 밖으로 도망쳤거나 영웅들은 모조리 씨가 말랐거나 어느 누가 죽어나가거나 말거나 일말의 양심까지 버리고 관심조차 없거나 다시 되돌릴 방도가 없거나 회생절차도 모르거나 파선선고를 당하거나 탄핵되거나 최후의 발악을 하거나 허공에 버려진 굶주린 민초만이 사형선고를 기다릴 뿐이다
- 「시절이 하 수상쩍다」 전문

인용한 시에는 현실인식을 뛰어넘어 시대정신을 색깔로 표현하여 상징적으로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 “그때 그 시절 철새 마냥 쫓겨 다녔다” 던 시인은 애당초 미심쩍어하다가 결국 “시절이 수상한 틈을 타” 기존의 본질적인 색들이 배반하고 서로를 부정하는 생태를 보게 된다. 시인은 다양한 색상만큼 수상한 시절에 겪는 다양한 사람들이 꺾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인간은 개인적인 존재인 동시에 사회적 존재이며 역사적 존재성을 지닌다. 이 시에서는 색깔의 층위만큼 다양한 사회의 여러 층위를 비판하고 있다. 색의 배반과 모순은 시대정신의 날카로운 역사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허공에 버려진 굶주린 민초만이 사형선고를 기다릴 뿐이다”라며 현실세계에서 겪은 서민(민초)의 경험을 대변하며 혼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