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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紅 이행숙 시인의 시집 [램브란트의 생애처럼]은 감성과 기술을 융합하여 시인과 독자가 소통하도록 제작된 디지로그포엠입니다. 큐알(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각각의 시낭송가의 낭송과 동영상,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램브란트의 생애처럼 ] 시집은 시와 디지털을 접목시킨 문화기술융합형의 소통시집이며 문학사에 또하나의 쾌거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위기의 시대, 그 상실과 번민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조화를 이루며 탐구해 가는 시정신의 발로야말로 이 시대의 모든 불합리성과 부도덕, 불신과 파괴 등으로 상처받은 인성을 회복하고 실종된 자아를 정립하여 부재의 상황을 탈출하려는 극복의지이며 시인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현시대와 부정확한 미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담겨 있으며 인간성 파괴에서 나타나는 ‘나’의 부재와 도시적 삶의 괴리를 질타하고 있으며 상실된 꿈과 오염되어버린 정신세계의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一紅 이행숙 시인의 시세계
벽 속에 갇힌 희망의 잠언화 - 객관적 언어를 매개로 한 주관적 심상의 전달
전형철 시인. 문학평론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매우 압축적이고 정제된 표현으로 서술하고 작가와 작품, 독자와의 관계, 문학에서의 공익성과 오락성 등은 단지 문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예술의 본질과 관련해서도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문학은 인간정신을 표현하는 한 형태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학의 기원(起源)을 따진다는 것은 인간이 어떻게 자기를 표현하기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을 따지는 것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어떠한 해석이나 주장이든 간에 작가, 작품, 독자를 떠나지 못하기에 문학 자체의 법칙은 모두 지켜 가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서로 허물없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음의 색채, 글자의 형태 따위와 관계없이 전달되어 오는 언어 그대로를 듣는 사람이 받아들인다. “푸르고 깊은 바다.”라고 표현 했을 때, 그저 푸르고 깊은 바다일 뿐이지 그 언어 형태에 대해서는 누구나 개의치 않는다.
문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상생활에서의 언어란 오로지 뜻을 전달하는 언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언어예술인만큼 일상생활언어 그대로가 아니고 언어구사시에 형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에서 얻은 소재를 그 물질 자체처럼 작용할 수 있게 꾸며 보여주는 것이 문학적 언어이며 그 언어가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창작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한 맥락을 이을 수 있을지 이행숙 시인의 서정 중심의 언어를 다룬 작품들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시와 시인의 삶은 병행한다. 시는 주관적 진실을 표현하는 문학이기에 감정의 과장이나 허구가 끼어들지 못하고 허공이 찬 기운에 얼어 떨어져 맺힌 오뉴월의 서리가 바로 시가 아닐까 한다. 시는 삶의 결정체며 각이 딱딱 서서 손에 닿으면 곧 베일 것 같은 서슬이다. 왜냐하면 시는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던 인생들이 쓰는 것이요 비바람의 참맛을 알몸으로 느낀 가난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가난한 척해봐야 억지로 자신이 처참하다고 생각해 봐야 진실을 먹고사는 시에게는 어림도 없으며 새벽의 찬 기운에 난도질당하여 얼어붙은 채 조각 나 떨어지는 허공처럼 시는 쓰려고 해서 써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씌여지는 것이며 밤새 울며 지나간 아픈 영혼의 흔적이다.
모든 문학이 언어 창조와 그 말살의 과정이듯 시도 역시 첫새벽의 서리와 같은 순결과 창조를 요구한다. 어제 내렸던 서리가 오늘의 서리가 아니듯, 천년 전의 인간이 느낀 감정이 그대로 이어져 오늘 내가 느낀다고 해도 그 서리는 항상 오늘 새벽에 내린 것이다. 따라서 시는 재탕이 없고 시어의 반복은 송장을 꺼내어 산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다. 시는 결핍에 시달리는 삶의 결정체며 항상 새벽의 첫 발자국과 같다는 창조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시인이라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행숙 시인의 첫 시집 『꽃받침 사랑』 (2015년 모던포엠)을 출간한 지 7년 만에 선보이는 제2시집 『램브란트의 생애처럼』의 원고를 받아 들고 시인의 시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이행숙 시인의 시에 장점은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들어간다는 주제와 밖에 있어야 할 것이 속으로 들어간다는 주제의 혼합에서 나오고 있다. 절망과 희망, 어둠과 빛, 죽음과 삶은 하나이지 둘이 아니다. 죽음은 삶의 형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기억은 자기 마음대로 말들을 뒤바꾸고 느낌의 자리를 뒤섞는다. 그의 시는 안과 밖이 다 투영되는 시가 아니라 그 안과 밖이 보이지 않는 그런 시이다. 내부인 동시에 바깥인 시인의 시는 불확실 선상에 놓인 아픔이자 동시에 희망이다.

렘브란트 회화 위로
작은 놀라움의 정경이 펼쳐지고
내가 사는 오늘이 그의 생애처럼
빵과 물감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지나간다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아는 척하는 내가 있었는가 하면, 가을에나 있어야 할 축축이 젖은 낙엽이 녹음 짙은 성하의 늦여름에 페이브먼트 위를 나뒹군다는 것과 다 피고 지던 봄꽃이 홀씨로 날아 이끼 낀 담장 그늘 아래 제철 잊어버리고 홀로 피어 오지 않을 사람을 마냥 기다리고,

사람이 걷는 길
흙으로 된 땅이 있고
붉은 페인트칠을 덧입힌 보도블록이 있고
초록과 노랑으로 금 그어 놓은 경계가 있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 청소를 하다 아스팔트 위 돌멩이 들어 툭 던지고

세상은 모두 오는 곳이 있으면
가는 곳이 있는 윤회의 법칙처럼
던져진 돌멩이 발로 "툭" 차고 걷는 너와 내가 있는, 혹은
렘브란트의 생애처럼 오고 가고 지나는...

『렘브란트의 생애처럼』 전문

이행숙 시인의 제2시집 『렘브란트의 생애처럼』 서시다. 그의 시에 센티멘탈한 마음이 존재하는 이유는 예시에서 보여지듯 감각적 이미지의 특성을 적절하게 표현하며 그의 시가 추구하는 표현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아주 극대화되면서 감상적 정서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현실과 상상의 동일화, 주.객관 또는 이성과 감성의 구분조차 일어나지 않는 명징한 서정세계로의 상상적 동일화로 자아와 세계가 조화로운 일체감을 보여주는 세계관을 확립하고 있다.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아는 척하는 내가 있었는가 하면, 가을에나 있어야 할 축축이 젖은 낙엽이 녹음 짙은 성하의 늦여름에 페이브먼트 위를 나뒹군다는 것과 다 피고 지던 봄꽃이 홀씨로 날아 이끼 낀 담장 그늘 아래 제철 잊어버리고 홀로 피어 오지 않을 사람을 마냥 기다리고".

『렘브란트의 생애처럼』 2연

언어의 기교성과 풍요한 시적 사유와 구조를 만개(滿開)시키고 있다. 단순히 감각적 표현과 자연 동경적 심리 표현성으로 국한되지 않는 점이 그의 가치를 예측해준다. 이 시집에는 홀로 있는 자의 미학적 표현성과 미래 시의 감수성과 표현성을 나무에 새순 돋듯 마음껏 올려놓고 있다. 이러한 모든 시의식과 표현성을 상고해볼 때 그의 시집은 전체적으로 사실주의보다는 낭만주의에 더 근접하고 저항적 참여의식보다는 몽환적 딜레땅뜨(dilletente) 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는 입을 통한 언어 설득보다는 귀를 통해 듣는 감상을 전제한다. 혀가 아니라 눈으로, 시어의 화려한 얼굴이 아니라 수수한 마음으로 독자를 설복 감화시키는 접근을 알고 있다. 따라서 독자도 그의 혀와 마음을 눈으로 읽고 귀로 들어야 한다. 그의 탐미적 언어 구사력과 전복적 상상력은 눈감고 내음 맡으며 고요히 명상할 때, 산처럼 다가오는 문장과 수사력에 아름다운 감동을 느낄 것이다.
숱한 이들의 삶에서 희망은 단절의 벽에 갇혀 있으나 그 벽에 의해 희망이 살아난다. 시인은 벽 속에 갇힌 희망을 잠언화 한다. 그의 시세계는 대립만으로 이뤄져 있지는 않다. 그 대립은 그의 세계에 들어가는 하나의 입구이다.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다. 우리가 그의 시세계로 들어가듯, 그도 자기의 세계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간".다는 그의 시세계를 특징 지우는 중요한 동사이다. 그가 들어가는 세계는 희망과 어둠과 삶과 죽음의 세계이며 그 경계 속에서 그는 헤매기도 하고 다시 되돌아오기도 한다.
예시에서는 구체적 언어로 형상화되기 이전의 미완적 사념을 ’렘브란트의 생애’로 정의했으며 작품으로 구현되기 이전의 상념의 조각을 극도의 겸허에서 기인한 자괴적 심정에서 ‘렘브란트 회화 위로/작은 놀라움의 정경이 펼쳐지고/내가 사는 오늘이/그의 생애처럼/빵과 물감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지나간".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詩作 과정에서의 생산적 열정을 『렘브란트의 생애』로 설정하고 있는 그의 시를 조금 더 원거리에서 볼 필요가 있다. 도입 부분에서 1, 2연 까지만 본다면, 이 시는 그토록 秀作이라 볼 수 없다. 마치 20c 초 한국 시단에 만연했던 후기 낭만적 ‘데카당스’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어떠한 흔적도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자의 ‘시적 정체가 ‘보편적 가치를 상실한 상념에 불과하지 않은가?’라는 의문도 불러온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3연과 "세상은 모두 오는 곳이 있으면/가는 곳이 있는 윤회의 법칙처럼/던져진 돌멩이 발로 "툭" 차고 걷는 너와 내가 있는, 혹은/렘브란트의 생애처럼 오고 가고 지나는...." 라는 마지막 연에서 모든 의구심을 일소하기에 충분함으로 작가의 노련한 화제 전개와 극적 반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인의 말

제1부 램프란트의 생애처럼 (큐알코드 영상시)

제2부 노을꽃

제3부 시간 위를 걷다

제4부 통통통 자라나는 꿈(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