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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로 가는 길』은 생활 속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며 꾸준히 시를 쓰고 있는 하영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빛을 따라 가면 희망이 보이나요? 해 뜬 쪽으로 걸어가면 낙원인가요? 알 수 없는 어둠에서 헤매다 엠마오로 가면 주님을 뵙나요? 건성 교회를 다니니까 아직인가요?
도마처럼 주님 상처 만지고 느껴서 죄를 인정하며 깨닫는 사람이고 싶어요. 죄 없이 돌아가신 예수님 때문에 잘 난 척 책을 내기가 주저됩니다. 자책하고 반성하며 위로받고 싶어요. 2020년 코로나 혼란은 속수무책(束手無策)인데…….
모른 척하는 허약한 믿음에 새 시집을 내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지는 진심 용서하시고역행하는 욕심 이해해주셔요. 평화와 자유의 함성이 기쁘면서 우려돼요. 주님과 동행하기로 이 책을 바칩니다.

김용하(시)
자신의 나이가 산수봉을 수월히 넘어간다는 구절처럼 만만치 않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소녀감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고 시절 운동장 끝 잔디밭에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았던 가슴 뛰던 과정은 있었으리라. 진술은 해명이요 작품의 주축이다. 해명이 독백의 형태를 하고 있거나, 권유의 형태나 해석의 형태를 하고 있거나 간에 욕심이 눈을 가리면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는 아포리즘은 곰삭은 年輪이 아니면 불가능했음을 시인 스스로 진술하고 있다.

1부
가로등 011
꽃들 012
가을비 013
가을 산 014
가을 숲 015
가을의 별난 손님 016
낙엽이네 018
가을을 위하여 019
과천 예찬 020
고층 아파트 022
과천현대미술관 023
꽃길에서 024
꽃들의 축제 025
나는 행복하다 026
나목裸木 027
나에게 쓰는 가을 편지 028
나무 그림자 030
나의 꿈 어디로 031
나의 삶 032

2부
내 마음 033
네잎클로버 036
내 사랑 구피 037
다이너마이트 인생 038
눈꽃 피었다 040
당신은 아직도 041
매미들의 합창 042
먹고 싶다 043
먹구름에 가려진 4월의 봄 044
연꽃 피는 세미원 045
벼랑 끝 노인들 046
봄 047
실천 048
다시 봄 049
봄이 오면 050
빈집 한 채 051
사는 얘기 052
사랑스런 손자들 054
천왕봉에서 056
관악산을 바라보며 057
빗물 058

3부
상사화 061
새가 되어 062
세월은 간다 063
흔적 064
숲길 065
손자는 해결사 066
예마당 067
아침 산책 068
아버지의 쌀 069
야생화 단지 070
약봉지 072
양귀비 꽃 073
여주의 하늘 074
복수초 076
오늘 077
또 가고 있다 078
오월이 오면 079
오이도에서 080
오형제 수난 081
외설악 예찬 082
코로나19 084
지구를 살려야 우리가 산다 086

4부
유월은 왔는데 089
은수저 090
이곳은 행복 091
장갑 한 짝 092
장미원에서 093
조국을 위하여 094
좋은 세상 095
친정 엄마 096
카카오톡 여행 098
천상에서 099
하루 바보 100
한티 순교지 102
형제란 좋은 것 104
하늘나라로 106
풀꽃 107
한여름 108
홍시를 먹으며 109
화창한 봄날 110
화요일은 행복한 날 111

해설
詩를 찾아 혼자 간다_김용하 112

창밖 벚나무 젖가슴
봉긋하게 부풀었네

아 예쁘다
정말 봄이 왔네

봄바람 살랑 불 때
좋은 아침! 벚나무 손 흔들어
고마워 봄 아가씨! 답해주었지

- 「봄」 전문


청계산 숲길 나무는 나를 가르치는 스승
한여름 햇빛을 향해 가지와 잎을 뻗어
얻어낸 영양 골고루 나눈다

열매를 아낌없이 내어 나누어 먹으라고
살 에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산다고
조용히 다독인다

봄이 오면
가지를 뚫고 피어난 새싹들 안고 사는 법을
나무뿌리와 새 잎에게 알려준다

계절을 맞아 제몫 다 하며
물을 트고 바람막이 되어주며 키우는 일
꽃피고 열매되는 자리까지 가르쳐준다

새들의 집도 눈감아주고 보듬는다
옆에서 넌지시 바라보는 나에게
삶의 지혜를 속속들이 안겨준다

- 「숲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