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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스의 무명의 수도사가 체험한 예수기도

이 책은 그리스 정교회의 성산(聖山) 아토스에서 은둔 수도생활을 하면서 쉬지 않고 예수기도를 바치는 동안 성령의 역사로 인해 신비체험을 1851년에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교만에 빠질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여겨진다.
철저한 정교회의 전통과 신념을 가진 저자는 정교회의 영적 지도서 『필로칼리아』와 영적 스승들의 저서에서 나타난 개념적인 것을 실제로 체험했다는 것이 18세기의 무명의 청년이 『순례자의 길』과 비견되는 점이다. 구태여 이 두 저서 간의 차이를 구분하자면, 이 책은 『필로칼리아』 저변에 깔린 신학적인 사고를 실천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개요 및 주해”를 달았다.

예수 기도는 “깨끗한 마음”(마 5:8)의 장애, 즉 사악한 생각인 정념을 제거하기 위하여 “능력의 예수 이름”으로 쉬지 않고 바치는 기도이다.
정념, 깨끗한 마음의 장애는 인간 영혼의 눈병이며, 온갖 세상의 매혹적인 것으로 영적 시선을 다른 데로 유인하는 시험이다. 이 장애가 제거될 때, 우리의 눈병이 낫고 시력이 회복되어, 성하고 깨끗한 마음의 눈으로 하나님을 뵐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요지이다.
저자는 깨끗하고 순전한 마음을 지성이라고 부르며, 그러한 눈을 얻기 위한 기도를 지성의 기도(noetic prayer)라고 했다. 저자는 이렇게 순전한 마음 즉, 지성의 눈을 지키기(watchfulness) 위해 쉬지 않고 예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리는 동안 하나님의 은총으로 얻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체험한 글을 이 책에 기록했다.
저자가 전하고 싶은 "지성의 기도"는 『필로칼리아』 전반에 나타나 있는 주요한 주제이다. 정교회 전통에서는 지성(intellect, nous)과 이성(reason, dianoia)을 엄격히 구분한다. 지성은 인간이 하나님을 아는 고등 기능이며, 태초에 인간의 코에 불어넣어졌던 하나님의 입김이다. 이 입김이 성령이다.
반면에 이성은 인간 뇌의 기능으로서 생각하고, 느끼고, 탐구하는 기능을 말하는데, 이는 제한된 인간의 기능을 토대로 사욕편정하기 쉽고, 치우치기 쉬워서 그로 인해 사악한 선입견을 형성한 채 분별하므로, 하나님을 아는데 부족할 뿐 아니라,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사악하게 형성된 신앙관에서 돌이켜서 순전한 지성을 통해 하나님을 친견하는 기도, 예수기도를 성산 아토스에서 체험한 기록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은성출판사의 『필로칼리아』와 『예수기도』, 그리고 무명의 저자의 『순례자의 길』을 읽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서문 / 7
개요 / 9

담론 1: 지성으로 바치는 기도에 관하여 / 45
담론 2: 지성의 기도 열매 / 69
담론 3: 완전한 지성의 기도를 얻는 방법/ 85
담론 4: 지성으로 바치는 기도의 은사를 얻기 위하여 / 97
담론 5: 지성의 기도 능력에 관하여 / 105
담론 6: 지성의 기도와 가책에 관하여 / 133
담론 7: 지성의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 / 141
담론 8: 지성의 기도와 하나님의 말씀이 달콤해짐에 관하여 / 145
담론 9: 지성의 기도와 금식으로 인한 영육의 탈진에 관하여 / 155
담론 10: 지성의 기도, 마음의 기도, 깨어서 바치는 기도의 실천 방법 / 163
담론 11: 지성의 기도로 정념과 정념의 소굴이 변화함에 관하여 / 167
담론 12: 지성의 기도와 사랑에 관하여 / 175
담론 13: 지성의 기도와 하나님의 위로 / 179
담론 14: 지성의 기도와 영적 분별에 관하여 / 191
담론 15: 지성의 기도와 가책에 관하여 / 201
담론 16: 지성의 기도가 마귀의 교활한 계략을 소멸하는 것에 관하여 / 213
담론 17: 지성의 기도가 영혼의 선덕을 하늘나라에 쌓고 보존함에 관하여 / 225
담론 18: 지성의 기도로 천상의 희락을 얻었다는 영적 표식에 관하여 / 239
담론 19: 마음 깊은 곳이 아플 때까지 쉬지 않고 그리스도께 바치는 지성의 기도 / 251

“만일 당신이 하나님께 알려지기를 원한다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 머물기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오.”
이 책의 저자는 위의 금언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던 듯하다. 지금까지 저자가 의도했던 대로 하나님께만 알려져 있고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본문 내용으로 보아 9세기 초-중반에 아토스 성산(Agio Oros)에서 독수도 생활했던 사제수도사(hieromonk)로 짐작된다. 오늘날 아토스 성산의 지도에 표기된 세 종류의 수도원이 있다: 한 울타리 안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공주수도원(monastery, ); 라브라(lavra) 형태의 반(半)-독거 스케테(skete, ); 독거처로 셀(cell, ), 또는 동굴(cave, ). 이 책의 저자는 세 번째 형태의 생활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책은 저자의 서문, 담론, 비전으로 구성된다. 이 책 전체에 흐르는 주제는 “마음의 기도”)이다. 저자는 이 기도의 명칭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주로 “지성의 기도”(noetic prayer)라고 했다. 여기서 지성(noetic)이란 “순수한 정신”, “정념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무정념 상태의 정신”, “깨끗한 마음”(마 5:8), “순전한 지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로 한글 역본의 제목을 『예수 이름으로 바치는 기도』라고 정했다. 우선 마음, 또는 지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는 독자에게 낯설게 여겨질 것을 염려하였고, 그래서 몇 달 동안 고민해서 내린 제목이다.

… 정신, 영, 그리고 마음
저자는 인간의 세 가지 요소로 몸, 혼, 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몸은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으며. 살아 있는 혼(soul)이 부여되어 있다. 혼 안에 영(spirit), 즉 하나님의 영이 불어넣어 졌다. 그것은 하나님을 알고 공경하기 위해서, 하나님을 맛보고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오직 하나님 안에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이다”(은둔자 테오판).
혼은 육신이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혼은 본성적인 차원에서 존재하게 하는 한편, 영은 인간이 하나님의 영과 교제하는 통로로서 하나님의 영, 성령과 우리 인간의 영의 통로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인간의 가장 고등한 기능이다.
타락 이전의 인간 영은 태초에 인간에게 불어넣어 주셨던 “생기”로서 순수한 지성(intellect, )이다. 이 지성이 하나님의 영과 통교하는 통로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 2:7).

…정념
앞에서 말한 첫 번째 몸으로 바치는 기도의 단계에서 정신의 기도로 나아갈 때, 정념과 상상이라는 두 가지 장애를 만난다.
“기도자가 해야 할 수덕적인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정념에서 멀리하는 것, 그리고 정신을 정념적인 생각들에서 멀리하는 것이다”(테오판).
앞에서 언급한바, 지성에 “정화”, 또는 “순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말은 정화되지 못한 지성, 또는 순수하지 못한 지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면 지성이 순수하지 못한 상태란 무엇인가? 그러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 수도사라면 이러한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성 앞에 붙은 수식어들을 “정념”이라고 부른다. 이 정념은 지성을 순수하지 못하게 하는 영적 불순물이다. 영의 눈인 지성을 덮는 것으로서 이때 하나님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 결과 인간의 본디 목적을 망각하고, 삿된 길로 인도하여 목적을 잃는다. 이것이 정념의 역할이다.
초대 사막의 수도사들은 인간의 본디 목적, 신앙고백의 궁극 목적(the End)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 사람들이다. 그 목적을 망각하지 않기 위한 당면한 목표(immediate purpose)를 세우고 실천했다. 이들은 순수한 지성, 맑고 투명하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고 하얀 지성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막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이들을 두고 하얀 순교자(white martyrs)라고 부른다.
이것이 그들이 세운 신앙의 “궁극 목적”은 “하나님 나라의 구현”이며, 당면한 목표는 “깨끗한 마음”(마 5:8)이었다.

[담론 1 중에서]
담론 1: 지성으로 바치는 예수기도에 관하여
복음서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나를 믿는 자는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 7:38)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영원히 흐르는 샘에서 물이 솟아나듯이 마음에서 성령의 생수가 솟아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마 15:22; 막 1:47; 요 18:38)라는 지성적인 마음의 기도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기도를 호흡에 맞추어서 해야 합니다. 이 기도가 영구히 마음에 자리 잡기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그다음에 그것을 실천하는 방식을 경청해야 합니다.
지극히 깨끗하신 하늘의 왕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경솔하고 준비되지 않고 더러운 마음에 들어오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경솔한 마음에 들어오시지 않습니다. 혹 들어오신다고 해도 곧 떠나가십니다.” 하나님은 준비된 신중하고 깨끗한 마음에 들어오십니다. 이렇게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다윗은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시 57:7)라고 말합니다. 그는 먼저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라고 말한 후에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려면 먼저 마음을 준비하고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엡 5:19)라는 말처럼 마음에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후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마음으로 쉬지 않고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마음 준비는 꾸준한 금식, 많은 몸의 고통, 지극한 겸손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꾸준한 금식은 몸에서 악한 욕망의 실체와 그 작용을 제거해 줍니다. 한편 육체적인 많은 고통은 육에서 제어할 수 없이 솟아오르는 것을 억제하고 죽입니다. 지극한 겸손은 기도를 가져다 주며, 기도하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선언입니다. 샛별이 뜨면 곧 해가 떠올라 세상을 밝게 비출 것을 알려주고 선포하듯이, 지극한 겸손은 복음의 메시지를 준비한 사람에게 기도가 그의 마음에 들어올 것을 선포하고 알려줍니다. 마음에 들어온 이 기도는 영혼과 마음과 지성에 예수의 이름에서 발현되는 밝은 빛을 비추어줍니다.
지성이 조명될 때 영혼에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등불이 캄캄한 밤중에 걷는 사람의 앞을 비추어서 길을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게 하듯이, 지성이 영적인 빛이신 그리스도의 조명을 받는 사람을 구원하여 그리스도에게 인도해주는 참되고 확실한 길과 영원한 멸망과 마귀에게 인도하는 거짓된 길을 분별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미리 준비하거나 더 엄격하게 훈련함으로써 더욱 완전하게 준비하거나 수덕생활을 통해서 정념을 죽인 후 지성을 물질과 분심거리로부터 불러들여야 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잠을 자지 않고 지키는 노련한 파수꾼처럼 가슴의 중심을 응시하며, 입을 움직이지 말고 말없이 통회하고 수고하여 기도를 시작하십시오.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시 130:1-2)라는 말씀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할 때 호흡을 약간 억제해야 합니다.
그동안 지성은 기도하는 곳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기도하는 곳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힘을 얻고 더 얻어 나아가”(시 84:7)라는 말씀처럼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반복하면 기도하는 곳, 즉 가슴 안쪽이 아프기 시작할 것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도가 끓어오르기 시작할 것이며, 마치 영원히 흐르는 샘에서처럼 “신적이고 영적 개념의 이미지”(divine and spiritual conceptual image)가 솟아오르기 시작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