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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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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도스토옙스키의 기이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시와 소설-
거장의 솜씨로 회복하는 웃음과 풍자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작품집으로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의 단편집[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Ф. М. Достоевский: Великий сатирик и юморист в его знаменитых рассказах)이 발간됐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시대를 넘어 인간을 가장 깊이 있게 이해하고 치열하게 그려낸 작가이다. 이 책은 웃음과 풍자를 중심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여섯 편의 단편과 시들을 새로운 번역으로 엮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장편들은 문학사뿐 아니라 사회와 종교, 사상과 전 세계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심오하고 철학적인 작품으로 평가되지만 그만큼 접근이 쉽지 않다.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은 작가의 장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역동적인 거장의 필력으로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만 좀 더 즐겁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으며, 도스토옙스키의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감각과 재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혼돈과 변화를 겪던 19세기 러시아 사회뿐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넘어 인간이 가진 욕망과 심리, 허위와 위선을 신랄하게 파헤쳐 보여 준다. 또한 날카롭고 통쾌한 단편들에 이어 원문과 함께 수록된 열일곱 편의 시들에서는 작가의 고단한 일상과 가난, 가족과 생계 문제 등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있으며, 사형 선고와 유배지 생활 후에 러시아 황실에 바치는 세 편의 헌정시가 수록되어 있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도스토옙스키가 처했던 고난을 엿볼 수 있다.

모순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에서는 질투에 사로잡혀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남의 집 침대 밑에 쪼그려 숨었으면서도 고상하고 교양 있는 척하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두 번째 단편인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에서는 두 남자가 정중한 편지의 형식을 통해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미완성으로 남은 「악어」는 악어 배 속에 있으면서도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남자와 남자가 악어에게 먹힌 사건으로 드러나는 그의 주변 인물들의 속물적 모습들, 자본의 속성과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악어」와 마찬가지로 「끔찍한 일화」에는 아상(我相)에 갇혀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부하 직원의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드는 관료의 허위에 찬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이와 달리 「우스운 인간의 꿈」은 자살을 결심한 어느 남자가 애처로운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고 구원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펼친다. 또한 「100세 노파」는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어느 노파의 죽음에 대해 쓴 단편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러시아 관료들이나 점잖은 신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모순적인 인간의 문제들을 풍자적 시각으로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와 달리 열일곱 편 중 많은 시들은 아내와 자식, 생활을 소재로 하여 작가의 생활감과 고단함을 들여다볼 수 있다. 부탁한 물건을 잊어버리고 사 오지 않는 아내에 대한 투정, 자식을 키우는 데 돈이 참 많이 들어간다는 한탄, 도박으로 돈을 날려 버린 자책감,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자신보다 아픈 누이를 생각하는 아이에 대한 따스한 시 등이 인간적이고 소탈하며 유머러스한 거장의 일면을 전해 준다. 그러나 「1854년 유럽의 사태에 대하여」, 「1855년 7월 1일을 기념하여」, 「대관식과 평화조약 체결을 기념하여」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정치적으로 러시아의 황실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사면을 위해 쓴 작품들로 작가 생전에 출판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몹시 부끄러워하는 시들이었다. 이 시들을 통해 당시 러시아의 시대적 상황뿐 아니라 도스토옙스키가 겪어야 했던 정치적, 문학적 고통과 갈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러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란
* 2020년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문학번역원과 러시아문학번역원이 협업하여 한국 및 러시아문학 시리즈 공동출간(총 10권)을 지원, 양국 간의 외교-문화적 협력 관계 공고화를 도모하는 프로젝트이다.
* 양국 문학작품 공동출간기념회 및 문학 행사를 개최하여 상호 문화 이해를 증진하고 양국의 독자층에 한국문학 및 러시아문학의 홍보 효과를 증대하고자 한다.
* 한국에서는 빅토르 올레고비치 펠레빈의 장편소설 [아이퍽10]을 시작으로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의 소설집([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의 장편소설([줄레이하 눈을 뜨다])에 이어 솔제니친의 평론집([세기말의 러시아 문제])이 발간되었고, 마지막으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이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아울러 러시아에서는 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를 비롯해 이문열 단편선, 20세기 한국 시선(한용운,윤동주,박경리,김남조), 김영하 장편소설([빛의 제국]), 방현석 소설집([내일을 여는 집])이 발간되어 러시아 독자들을 만난다.

목차

도스토옙스키 단편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
악어
끔찍한 일화
우스운 인간의 꿈
100세 노파

도스토옙스키 시(詩)
신의 선물
아이들은 돈이 많이 든다…
바바리아 연대장에 대한 에피그램
허구한 날 성직자들 이야기만 쓰는구나…
바이마코프 은행 파산
연기와 흙덩이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말을 탄 별이 날아다닌다…
불타오르는 사랑의 폭탄…
완벽한 여인, 투쉬나 양에게
훌륭한 사람
세상에 바퀴벌레가 살았다…
말썽부리지 말아라, 페둘…
“말해라, 어째서 네가 그토록 망가졌는지…”
1854년 유럽의 사태에 대하여
1855년 7월 1일을 기념하여
대관식과 평화조약 체결을 기념하여

역자의 말

본문중에서

그런데 왜 그는 그 편지가 다른 층이 아닌 하필 자기가 앉은 바로 위 이층에서, 그것도 바로 그 박스석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귀부인들이 있는 오층에서도 떨어질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애정이란 일반적인 잣대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감정이며, 그중에도 질투는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애정이다.
(/ pp.44~45)

친애하는 벗, 표트르 이바니치, 설마 내가 이 모든 것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자네는 다양한 인사들을 소개하는 등 수고한 대가를 나에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도리어 교묘하게 상황을 만들어 상당한 금액의 돈을 차용증도 없이 빌려 갔지. 바로 지난주에 말야. 그러고는 돈을 가지고 행방을 감추어 버렸지. 게다가 예브게니 니콜라이치를 소개해 주면서 내가 자네에게 들인 수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자네는 내가 곧 심비르스크로 떠날 테니 문제를 처리할 시간이 없을 거라 계산하고 있는 듯한데, 내 자네에게 한 가지 엄중히 경고하고, 나아가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네. 만약 자네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는 앞으로 꼬박 두 달을 더 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각오가 되어 있으며, 자네를 반드시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목적을 달성하고야 말겠다고 말일세.
(/ pp.98~99)

지금 우리는 한발 앞서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네. 그런데 한번 판단해 보게. 악어를 소유한 한 외국인으로부터 유치한 자본이 이반 마트베이치를 통해 두 배로 뛰었네. 그런데 우리가 그 외국인 악어 주인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주요 자본이라 할 수 있는 악어의 배를 가르려 한다면, 과연 그게 적절한 행동이겠는가? 내 생각에 이반마트베이치는 조국의 진정한 아들로서 자기로 인해 외국에서 들어온 악어의 가치가 두 배, 아니 세 배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할 걸세.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그래야 하니까.
(/ pp.140~141)

하지만 나는 딱 술 한잔만 마시고 축하해 주고, 저녁 식사는 거절할 거야. 일이 있다고 말하는 거지. 일이 있다, 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완전히 정중해지겠지.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미묘하게 상기시킬 거야.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는 것을. 내가 굳이 대놓고 나의 지위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필요하긴 하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덕적으로 당연히 필요하니까. 그러면 나는 일단 미소를 짓고, 심지어 호탕하게 웃어 줄 거야. 그래야 다들 긴장을 풀 수 있을 테니까. 그러고는 다시 한번 새 신부에게 슬쩍 농담을 건네고, 흠… 심지어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구 개월 후에 대부의 자격으로 다시 오겠노라 넌즈시 암시하는 거지, 헤-헤!
(/ p.208)

잡지사 직원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리쳤다.
“네, 당신은 그 휴머니즘을 자랑하려고 온 겁니다! 당신은 모든 사람들의 즐거움을 방해했습니다. 당신은 샴페인을 마시면서도, 그게 십 루블짜리 월급쟁이 관료에게 너무나 비싼 술이라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자신의 부하 직원의 어린 부인까지 탐내는 그런 상관들 중 한 명이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독점을 지지한다고 확신합니다…. 예, 예, 그래요!”
(/ p.257)

나는 우스운 인간이다. 사람들은 이젠 나를 미친놈이라 부른다. 혹시나 지금 내가 예전만큼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는다면 직급이 높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이젠 전혀 화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모두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심지어 그들이 나를 비웃을 때조차 왠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이토록 슬프지만 않다면, 자신을 비웃는 게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슬프구나. 나는 진리를 아는데 그들은 진리를 모르니 참 슬픈 일이다. 아아, 혼자만 진리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해 못하지, 못하고말고.
(/ p.285)

아이들은 놀란 얼굴로 저만치 구석에 숨어 돌아가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미샤는 자기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돌아가신 할머니를 평생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미샤가 죽을 때면 언젠가 그에게 이런 할머니가 있었고, 백사 년을 살다가 떠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살다가 떠났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뭣 하러 기억하겠는가, 어차피 상관없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떠난다. 아무도 모르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가는 것이다. 다만 백 살이 넘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죽는 그 순간에 뭔가 감동적이고 평온하고, 심지어 숙연하고 평화로운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p.333)

저자소개

도스토예프스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219권

1821년 11월 11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16세 때 페테르부르크 공병 사관 학교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에는 공병국에서 약 1년간 근무한다. 1846년, 첫 작품인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하고, 뒤이어 「백야」(1848), 『네토치카 네즈바노바』(1849) 등의 작품을 발표한다.
페트라ㅤㅅㅖㅂ스키 사건에 연루된 그는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사형 집행 바로 전에 황제의 특사를 받아 사형을 면하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난다. 1854년에 형기를 마친 뒤 5년간 강제 징집이 되어 러시아 세미팔라틴스크 주에서 사병으로 근무한다. 1857년에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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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상명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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