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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 듀나 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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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듀나
  • 출판사 : 현대문학
  • 발행 : 2020년 05월 25일
  • 쪽수 : 203
  • ISBN : 978897275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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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여섯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여섯 번째 소설선, 듀나의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1992년부터 영화 평론과 대중문화 비평, 특히 SF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낯선 미래에서의 놀라운 사고 실험과 치밀한 전개로 ‘듀나 월드’라는 독창적 스타일을 탄생시켰다고 평가받는 듀나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8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태양계 소행성대, 그중에서도 이천의 가상 도시 아르카디아를 배경으로 한, 창작 외계인들의 역사와 진화 과정, 존재 증명을 위한 몸부림, 그리고 그들의 전쟁에 휘말린 나와 동료들의 아르카디아 탈출기를 그린 소설이다.

출판사 서평

탁월한 이야기꾼의 또 한 편의 SF
“창작 외계인이 자신의 존재 증명에 나섰다, 우리는 허구의 존재가 아니야!”

듀나는 최근,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에 관한 책을 내는가 하면(『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SFㆍ호러ㆍ추리ㆍ미스터리 등 장르 세계에 대한 탐사를 지속하기도 하고(『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영화 관련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대중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가장 빛나는 영역은 역시 소설, 특히나 SF다.
듀나의 SF는, 논리는 견고하고 사고는 과학적이지만 기이한 상상력과 기괴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평가받는데 이러한 특장점이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 상상력의 폭과 깊이는 한결 넓어지고 깊어진 이번 작품에는 인간과 AI가 어울려 살아가는 태양계 소행성대에 어느 날 느닷없이 창작 외계인은 말 그대로 ‘창작’된 ‘그 무엇’이 등장한다. 흡사 책 속에, 게임 속에, 혹은 시뮬레이션 속에만 존재할 듯한 캐릭터들은 ‘듀나 월드’의 견고한 논리 속에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거의 평생을 소행성대에서 살아온 나, 배승예는 다른 소행성에서의 맡은 일을 끝내고 화성으로 가기 위해 우주선을 탔다가 몸의 4분의 3이 날아가는 사고를 당한다. 뇌와 척추 일부만 간신히 남은, 사고 우주선의 유일한 생존자인 나를 연방우주군은 아르카디아로 데려와 재생 치료를 시작한다. 세종연합 소행성 중 하나인 이천의 가상 도시이자 양로원이며 어릴 적 내가 잠시 살았던 곳이기도 한 아르카디아의 대부분은 AI들로 채워져 있고, 나는 연방우주군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불타는 우주선에서 나를 구한 이유가 내가 ‘아직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나에게는 나만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모른 채 아르카디아에서 탈출하기를 반복 시도한다.

아르카디아는 전쟁터였다. 문명 시뮬레이션 「아야와나 연대기」에 나오는 주인공 종족 멜뤼진 중 일부는 자신들이 허구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단 하나의 진실’ 제국을 건설하고자 그림자 군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복사, 개조, 변형되는 동안 그들 중 일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화했고, 결국 ‘단 하나의 진실’ 무리가 통제에 실패하면서 둘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아르카디아를 만들고 지배하는 거대 지성인 마더는 아르카디아를 그들의 전쟁터로 기꺼이 내준다.

‘……마더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없습니다. 인간, 멜뤼진, 다른 창작 외계인 모두가 평등해요. 그렇다면 그림자들도 마찬가지지요. 그림자들도 마더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와 공존하며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 권리가 있습니다.’
(……)
‘마더에게 중요한 건 보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진화하는 과정 자체일지도 몰라요. 생물학적, 또는 가상 생물학적 존재로서 멜뤼진은 이미 완성된 존재입니다. 마더는 이미 멜뤼진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림자들은 다를 수도 있어요. 이미 수많은 가상 지적 존재들이 진화 게임을 거쳤지만, 그림자들은 다른 길을 가고 있는지도요.’
(145쪽)

육체 없이 뇌만 남아 있다면 살아 있는 존재일까? 인간에게 정신은 무엇일까?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모호한 곳.
아르카디아에서 나의 존재를 증명하라!

목차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009
작품해설 190
작가의 말 201

본문중에서

옷장을 열고 여분의 옷과 신발을 생성한 나는 욕실로 들어가 구식 샤워기를 틀었다. 청결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가상현실 안이건, 물리 공간 안이건, 몸을 깨끗하게 하고 싶다면 더 손쉬운 방법이 얼마든 있다. 난 그저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뜨거운 물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 호텔에 있는 고풍스러운 기기들은 대부분 이런 쾌락을 위해 존재했다.
-21쪽

처리반의 작업은 아르카디아나 엘리시움과 같은 양로원 도시에 모이는 한가한 관광객들이 쫓아다니는 구경거리 중 하나이다. 도시 여기저기에 유령들이 출몰하고 제복 입은 공무원들이 그 난처한 상황을 수습하려고 따라다닌다. 처리반 직원들은 모두 평균 키보다 작고 (소행성대 기준으로 보면 더 작다)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에 실수투성이이고 수다스러운데, 모두 의도적이다. 도시는 처리반의 작업이 무성영화 시대 코미디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심지어 그들의 말과 행동은 보통 사람들보다 10분의 1 정도 가속되어 있다. 보글보글 와글와글 우당탕탕.
-36쪽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내게 동료들을 희생해가며 구출할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럴 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재미있을 이유가 있다면 둘 중 하나다. 재미있는 무언가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붙었거나 내가 내가 아니거나.
잠시 후자가 당겼다. 이게 20세기 영화 속이라면 그게 답이었을 것이다. 연방 우주군이 나라고 들고 온 것은 몸이 다 타버린 머리뿐이었으니, 그 안에 든 무언가가 자신을 배승예라고 믿는다고 해서 사실이라는 법은 없다. 이 생각은 어느 정도 매력적이기도 했다. 내가 지난 몇십 년 동안 억지로 끌고 다녔던 배승예의 삶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54-55쪽

오딜리와 접촉한 ‘단 하나의 진실’ 무리 중 네 개가 1년 전 연합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배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그럴싸한 논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역시 매우 톨스토이적인 논리였지요. ‘단 하나의 진실’ 제국 말입니다. 그들은 스물세 개의 역사에서 공통되는 것들을 뽑아 기둥을 만들고 여기저기에서 재료들을 가져와 스물네 번째 역사를 꾸며 이것이 스물세 개의 역사에 암호화되어 숨어 있던 ‘단 하나의 진실’이라고 선언했습니다.
-136-137쪽

‘아르카디아, 엔디미온, 엘리시움. 이들은 죽은 자들의 안식처와 거리가 멉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양로원의 마더들은 소멸하는 인간들의 정신이 남긴 데이터를 이용해 끊임없이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해왔습니다. 여기는 프랑켄슈타인의 연구실입니다. 번뜩이는 글리치 속에서 죽은 자들의 정신을 자르고 붙이며 무언가 다른 것을 만드는.
-161쪽

공간이 흔들리더니 상가 건물 하나가 일어났다. 이제 그것은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회색 거인이었다. 거인은 유리창이 손톱처럼 박힌 손을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왔다. 고도를 높이자 그것은 부풀어 올랐다. 거인의 발에 밟힌 건물들이 으스러지고 몸에 치인 아파트 건물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뒤를 돌아본 나는 유리창과 가구,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거인의 얼굴이 섬뜩할 정도로 어린 시절 내 얼굴과 닮은 걸 알아차리고 진저리를 쳤다.
-176쪽

피를 잔뜩 뒤집어쓴 라다가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 절반이 늑대에게 물어뜯겨 날아가버렸고 갈기갈기 찢겨 나간 군용 외투는 옷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오로지 애지중지하는 곰 인형만 멀쩡했다.
“이제 좀 씻지?”
내가 말했다.
“이런 모습을 너에게 보여줄 기회를 날리라고?”
“이제 봤으니 좀 씻어.”
“아브라카다브라.”
손가락을 튕긴 라다는 얼룩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상태로 돌아왔다.

-186-187쪽

이 소설의 독자는 모두 즐거운 음모론자가 될 수 있다

이 소설의 캐릭터들은 내용적으로는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지극히 진지하게,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하지만 서술적으로는 사고 절약의 원리를 극도로 비절약적으로, 달리 말해 장황하게 펼친다. 그리고 그 긴 대화와 추론, 액션과 모험이 결말에 이르러 SF적으로 가장 간단한 결론에 도달하기는 한다. 본문을 아직 다 읽지 않았거나, 읽었지만 작가를 의심하며 새로운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 멋진 독자들을 위해 그 내용은 말하지 않겠지만, 아, 듀나가 이 소설에서 면도날을 휘두르고 선택한 가설은 SF로서는 정말이지, 완벽하다. 무릎을 치며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정소연,「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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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얼굴 없는 사이버 SF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94년부터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잡지 [이매진]에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장르 개념이 모호한 단편을 연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PC통신 하이텔에서 "판타지 시리얼"의 간판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1997년~1998년에는 '씨네21'의 칼럼 '듀나의 채팅실'을 연재하였다. 저서로는 공동 단편집 '사이버펑크'(1995), 단편집 '나비전쟁'(1997), '면세구역'(2000) 등이 있다. 현재 듀나의 영화 낙서판(http://www.djuna.org/movie)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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