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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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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금정연
  • 출판사 : 시간의흐름
  • 발행 : 2020년 04월 06일
  • 쪽수 : 15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651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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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담배와 영화』, 작가 금정연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은 서평가이자 작가인 금정연의 『담배와 영화』다. 음, 하지만 『담배와 영화』를 이 정도로 소개하는 것은 아무래도 심심하다. 다시 소개하겠다. 『담배와 영화』는 서평을 쓰지 않는 서평가, 실잘알(실패를 잘 아는 사람), 택시를 타지 않는 『아무튼, 택시』의 저자, 그리고 문학에 기쁨을 느끼지도 않는 『문학의 기쁨』의 공저자이자,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영화도 보지 않는 『담배와 영화』의 저자가 되고 싶었던 서평가이자 작가인 금정연의 책이다. 또한, 이 책은 129개의 꽁초 혹은 129개의 필름 클립들로 이루어진, 담배와 영화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한 흡연인이자 (前)영화인의 애처로운 잡문집이며, 실은 무엇보다, 2018년 4월 담배를 (잠시) 끊고 2019년 7월 영화를 (거의) 끊은 작가 금정연의 웃픈 실패담을 담은 실패의 연대기이다.

실패를 잘 아는 멋진 문장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을 썼던 일이 무색할 정도로 저자는 『담배와 영화』에서 숱한 실패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책을 간절히 끝내고 싶은 동시에 이 책을 쓰는 데 끝내 실패하고픈 충동을 느”낀다고 고백하며, “실패는 이 책의 유일한 주제”라고 말한다. 저자가 인용하는 소설이나 영화의 조각들도 대부분 실패의 조각보를 만들기 위한 조각들에 불과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탈로 스베보의 소설 『제노의 의식』은 평생 두 가지 일만 하면서 인생을 보낸 사람의 이야기인데, 그 두 가지라는 게 ‘금연’과 ‘흡연’이다. 주인공 제노는 금연을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서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실패한 사람으로 나온다. 오욕과 타락, 실패의 역사를 말하는 고다르의 영화 〈영화의 역사(들)〉을 말하는 와중에도, 실은 〈영화의 역사(들)〉을 보는 것에 매번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영화에서 기억하는 건 시가를 피우는 고다르뿐이다. 홍상수의 〈극장전〉, 데이브 하키의 ‘에어 기타’, 영화 〈꾸러기 발명왕〉, 왕가위의 영화들, 부산 금정구에서의 (마약범 잡는) 의경 생활, 정지돈 작가와의 전화 통화 에피소드를 지나, 저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고, 상영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으며, 송강호와 박해일이 출연했음에도 관객이 100만도 들지 않았던 영화 〈나랏말싸미〉 이야기에 가게 되면 “이 책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책이 되어버렸다”는 저자의 고백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만다. 『담배와 영화』는 담배와 영화를 빙자한 ‘실패의 책’이 맞는다고.

세 번 빠르게, 취소취소취소

담배를 끊는 데 실패했고, 영화를 증오하는 데 실패했으며, 브루스 윌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도 실패한 저자의 ‘실패를 잘 아는 멋진 문장들’을 읽고 있다 보면, 누구나 문득 어떤 완전히 새로운 실패들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렇다, 바로 우리가 지나온 실패들의 세계다.
그 실패들 속에 앉아 있으면 에어 기타를 치며 등장한 저자가 이렇게 말한다. 그 모든 게 정말 실패라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며 난들 알겠냐, 라고. 인생은 계속되는 동안 계속되는데, 라고. 책 한 권을 만드는 것 또는 만들지 못하는 것, 실패하는 것 또는 성공하는 것, 그것은 하나의 ‘실적’이 아니라 그냥 ‘길’, 이라고.
담배를 끊으려는 노력이 그렇고, 영화를 완성하려는 노력이 그렇듯이, 우리의 모든 노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건 정말 실패일까? 인생은 계속되는 동안 계속되는데, 그건 정말 실패인가?
그렇고 그런 고민이 들 땐 아무 고민 말고 저자가 소개해준 박솔뫼 소설가의 말을 흉내 내면 된다. 바로 이렇게.
취소, 취소, 취소.
아니, 아니, 세 번 빠르게.
취소취소취소.
하지만, 결국 이 책을 쓰는 데 실패하는 데 실패했으니 저자는 또다시 실패한 셈인가? 어쨌거나 그의 실패는 언제나 우리를 (좋아서) 미치게 만든다.

담배와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죽음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

■ ‘말들의 흐름’
열 권의 책으로 하는 끝말잇기 놀이입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다음 사람은 앞사람의 두번째 낱말을 이어받은 뒤, 또 다른 낱말을 새로 제시합니다. 하나의 낱말을 두 작가가 공유할 때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요. 그것은 쓰여지지 않은 문학으로서 책과 책 사이에 존재하며, 오직 이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재합니다.1. 커피와 담배 / 정은2. 담배와 영화 / 금정연3. 영화와 시 / 정지돈4. 시와 산책 / 한정원5. 산책과 연애 / 유진목6. 연애와 술 / 김괜저7. 술과 농담 / 이장욱, 이주란, 김나영, 조해진, 한유주8. 농담과 그림자 / 김민영9. 그림자와 새벽 / 윤경희10. 새벽과 음악 / 이제니

목차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언어와의 작별(Adieu au Langage)

본문중에서

만약 전문가가 없다면 위조자가 있을까요? _76
(/ p.83)

한번은 피카소의 친구가 피카소 그림을 피카소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그린 게 아니야. 피카소가 말했고 그건 위작이 되었다. 같은 친구가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피카소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그림을 가져왔다. 피카소는 자신이 그린 게 아니라고 말했다. 친구는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그림을 가져왔는데 피카소의 대답은 이번에도 같았다. 하지만 파블로. 친구가 말했다. 자네가 이걸 그리는 걸 내 두 눈으로 봤다고. 그러자 피카소가 말했다. 나도 가짜 피카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다른 사람들처럼. _77
(/ p.83)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냥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던 그의 말을 생각한다. 굳이 꿈이라고 한다면 겸손한 아빠, 겸손한 남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던. 오십대의 한국 남성이 그런 말을 하는 자신에게 도취되지 않고 내뱉는 모습을 나는 처음 보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쓴 책을 보고 싶었다. 대체 어떤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을까? _82
(/ pp.89~90)

하나의 문장은 언제나 다음 문장을 부른다. 담배 역시 언제나 다음 담배를 부른다. 로만 야콥슨의 분류에 따르면, 그때 담배는 은유가 아닌 환유가 된다. _106
(/ p.125)

반면 환유는 하나의 단어가 자연스럽게 다른 단어를 연상시키는 것, 즉 하나의 단어가 인접한 다른 단어를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포크는 나이프를 부르고 나이프는 다시 돈가스를 부른다. 담배는 불을 부르고 불은 다시 책을 부른다. 그건 나의 사고 속에서 책과 불이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책을 태워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_108
(/ p.127)

사실과 허구가 뿌연 담배 연기 속에 뒤섞이고 실존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들이 나란히 담배를 피우며 그 아래를 걸어가는 것. 그건 언제나 나를 미치게 만든다. _115
(/ p.136)

왜 그들은 폭탄과 지구 멸망에 집착하는가? 간단하다. 제노와 웰즈와 큐브릭이 모두 흡연자라서다. 그들은 스스로의 목숨을 조금씩 깎아먹는 행위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할 수만 있다면 최후의 날까지 담배를 마음껏 피운 다음 모두 함께 멸망하기를 택할 사람들이다. 어차피 모든 인간의 인생은 담배 연기와 같이 하루하루 사라지는 것이다(적어도 흡연자들의 인생은 그렇다). _119
(/ p.142)

오히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아는 것이 흡연 습관을 들이고 지속시키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되는 것 같다. 만약에 예를 들어-이것이 가능하다고 전제를 해놓고 말하자면-담배가 건강에 정말로 좋다고 한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담배가 건강에 유익하다면 담배는 더 이상 숭고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_119
(/ p.143)

소설 한 편을 만드는 것 또는 만들지 못하는 것, 실패하는 것 또는 성공하는 것, 그것은 하나의 ‘실적’이 아니라 ‘길’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 그것은 체면을 잃는 것과 그것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잃을 체면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길, 도정이지, 그 끝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닙니다. 환상에 대해 탐사하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이야기입니다.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다.” _124
(/ p.147)

이 책을 쓰는 동안 내 딸은 걷기 시작했고, 가끔은 뒷짐을 지고 걷거나 손뼉을 치며 걷기도 한다. 엄마, 아빠, 맘마, 까까, 지지, 멈무 같은 단어만 말하던 딸은 이제 손으로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한다. 나윤아. 자기가 바로 여기 있다는 듯이. 그래, 나윤아. _125
(/ p.148)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인문 분야 MD로 일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글자들의 뒤를 쫓으며 현재 여러 매체에 책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http://blog.aladin.co.kr/poptr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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