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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 모라

원제 : CARI M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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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의 최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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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한스 피터를 불러주세요, 바로 이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러면 모든 골칫거리는 배수구로 흘러가버린답니다. 한스-피터!”


    마이애미 해변의 한적한 비스케인 만에, 어느 대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소유로 알려진 이 저택 어딘가에 어마어마한 금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파블로는 단 한 번도 살았던 적 없는 이 저택에 침입해 엄청난 재산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비스케인 만을 주시하곤 했는데, 이들 중에도 한스 피터 슈나이더는 눈에 띄는 인물이다.

    한스 피터 슈나이더(이하 한스 피터)는 전 세계의 거물급 권력자와 부자들에게 장기를 밀매하거나 여자를 공급하며 살아간다. 그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장기나 성(性)을 사는 게 아니라, 부자들의 광기 서린 환상을 충족시켜주며 자신의 변태적인 욕망도 채우곤 했다. 한스 피터는 비스케인 만 근처에 창고 하나를 지었는데, 그 창고는 너무나 평범하고 특징이 없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이었다. 한스 피터는 이곳에 시신을 완벽하게 녹이는 기계를 설치해두고, 쓸모가 없어진 여자들을 집어넣어 그들의 몸이 녹아 사라지는 걸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한편, 비밀스러운 대저택을 관리하는 이는 스물다섯의 가녀린 여성 카리 모라(이하 카리)이다. 콜롬비아 출신인 그녀는 열한 살 때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에게 납치되어 소년병이 되었다가, 마이애미로 건너온 이민자이다. 미국이민세관집행국의 규정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카리는 지금 임시 보호 상태로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다. 언제 고향으로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항상 시달리는 그녀는 마이애미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직장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관리하는 저택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저택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고 이 저택에 뭔가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보트에서 망원경으로 저택을 살피던 한스 피터는 마침 발코니에 나와 새에게 모이를 주는 카리 모라를 발견하고 눈을 떼지 못한다. 구릿빛 피부와 탐스러운 머리카락, 깊고 검은 눈동자를 가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카리를 어떻게 작업해서 부자들에게 비싸게 팔지, 한스 피터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데…….

    출판사 서평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엄청난 상상력의 소유자
    토머스 해리스의 귀환


    한때는 마니아들만 읽는 분야로 여겨졌던 장르 문학이 해를 거듭할수록 독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8월 6일 한 인터넷 서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1월부터 7월 사이 장르 소설 판매량 분석 결과, 올해 판매량이 약 25만 7,000권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개인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장르 소설에서 그 기회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점점 높아지는 독자들의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르 소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스릴러의 거장 토머스 해리스가 13년 만에 출간한 신작에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토머스 해리스의 어떤 점이 이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는 ‘엄청난 상상력을 통한 독자적인 캐릭터 구축’이다.《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를 통해 세상에 절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대악을 창조한 토머스 해리스가, 이번에는 엽기적 살인마이자 장기 밀매업자인 한스 피터를 통해 지구 어딘가에 왠지 실존할 것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니발 렉터와 닮은 듯 다른 한스 피터의 탄생은, 작가의 13년 공백을 무색하게 할 뿐 아니라 그가 인간의 악한 본성을 얼마나 탁월하게 분석하는 작가인지 실감케 한다.

    토머스 해리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게 하고 결코 외면하지 못하게 한다. 인간의 깊은 어둠을 해리스만큼 철저하게 조명하는 작가는 없다.
    - "워싱턴 포스트"

    한니발 렉터 vs 한스 피터
    인간은 어디까지,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장르 소설’ 하면 사람들은 ‘끔찍한 살인사건’과 ‘범인 추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독자들은 현실에선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퍼즐을 맞추듯 범인을 추적하며 긴박감과 재미를 느끼는데, 이 과정에서 일상의 고민이나 잡다한 생각을 잊어버리게 된다. 장르 소설이 다른 분야보다 ‘페이지 터닝’을 중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해리스는 신작《카리 모라》에서 현실과 작품 속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작가는 오늘날 여러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범죄’를 소재로, 독자들이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악의 본성과 인간의 위대함을 생각하도록 만든다.《카리 모라》는 어떤 동기나 이유도 없이 평생 악행을 저지르는 절대적 악인 한스 피터와, 전쟁과 이민, 빈곤 등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카리 모라를 대비시킨다. 독자들은 어떤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카리 모라를 응원하는 가운데, 살면서 진정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강도, 강간, 살인, 장기 밀매가 본업인 한스 피터는, 어린 시절 부모를 냉동고에 가둬 얼려죽이고 그 신을 도끼로 깨뜨린 전력이 있다. 그는 전 세계의 거물급 인사들에게 여성을 공급하는 일도 하는데, 단순히 납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맛에 맞게 여성의 신체를 훼손해서 고객들의 변태적 취향을 충족시키는 일도 도맡고 있다. 팔다리를 절단하거나 온몸에 문신을 새기거나, 장기를 적출해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하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작품 속 범죄 행위만큼이나 잔혹한 사건들이 실제로 해외 토픽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명 ‘고유정 사건’이나 ‘한강 몸통 시신 발견’ 같은 강력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머스 해리스의 상상력이 단순히 황당무계한 발상이 아닌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리얼리티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스 피터는 이 액화 화장 기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환경보호론자들 사이에서 액화 화장이 인기를 끌면서, 그는 웃돈을 주고 기계를 장만했다. 액화 화장 기계는 탄소발자국은 물론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여자를 팔아먹을 수 없게 되면 이 기계에 넣어 녹여버리고, 기계에서 나온 액체는 변기에 버리면 되었다. 지하수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그는 작업을 할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한스 피터를 불러주세요, 바로 이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러면 모든 골칫거리는 배수구로 흘러가버린답니다. 한스 피터!”
    (/ 본문 중에서)

    일방적 희생자로서의 여성 캐릭터를 넘어서는
    진취적, 도전적인 여성 주인공의 탄생


    한스 피터에 맞서 자기 자신과 저택에 숨겨진 금을 지키는 카리 모라는, 어린 나이에 내전을 겪고 미국으로 이주한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고향인 콜롬비아를 떠났지만 언제 미국 정부로부터 추방당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와중에도, 연로한 이모를 부양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야생 동물을 돌보며 봉사활동을 이어간다.

    카리는 유색인, 젊은 여성, 저학력자, 이민자라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카리는 본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편한 길을 찾을 수도 있지만 누구의 도움도 불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기를 택한다. 카리는 여러 야생동물 중에서도 특히 새에게 애정을 쏟는다. 강아지, 고양이처럼 반려동물로 인기 있는 종이 아닌 해오라기, 수리부엉이 같은 야생 조류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향한 카리의 갈망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카리는 묶여 있는 새에게 마음이 사로잡혔다. 묶여 있다. 물속의 그 아이들도 묶여 있었다. 그들은 두 팔을 등 뒤로 묶인 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총의 안전장치들이 풀리고, 일제히 사격이 시작됐을 때도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총에 맞아 피를 숄처럼 두른 채 물 위를 둥둥 떠내려갔다.

    “내가 데려올게요. 여기서 배를 멈출 수 있으면, 내가 새를 데려오겠어요.”
    “우리 불꽃놀이 보러 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소형 보트를 타고 구하러 가도 되지 않을까.”
    “스테이션에는 지금 아무도 없어요. 내일이나 돼야 사람들이 와요.” 카리가 말했다. 가끔 자원봉사자들이 섬에서 줄이나 쓰레기에 걸린 새를 구했지만, 정기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었다. 사나운 새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 여기 내려두고 가셨다가 오는 길에 데리러 오시면 돼요. 제발요, 선장님. 음식은 줄리에타 혼자서도 서빙할 수 있어요.”

    선장은 카리의 얼굴을 보고 그녀가 어떻게든 할 거라는 걸 알았다.
    (/ 본문 중에서)

    한편,《카리 모라》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특징으로 대단히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꼽을 수 있다. 작가의 대표작인《양들의 침묵》에서, 여주인공 클라리스 스탈링이 탁월한 FBI 연수생임에도 살인마 버팔로 빌을 사살하기까지 한니발 렉터가 마치 스승과 같은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한스 피터를 처단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카리 모라에게서는 기존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젊은 여성 캐릭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많은 장르물에서 여성 캐릭터가 범죄의 희생양 내지는 남성 주인공의 영웅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리 모라야말로 21세기에 걸맞은 여성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토머스 해리스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모두 갖춘 절대악 캐릭터와, 인간미와 온정과 삶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세상을 살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카리 모라》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자, 살아가는 동안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토머스 해리스, 그 자체다.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를, 우아하게 뒤틀린 작가 특유의 필력으로 완성했다. 상쾌하고, 즐겁고, 오싹하다!
    - "커커스 리뷰"

    한니발 렉터를 다시 만난다!
    30주년 기념 특별 에디션《양들의 침묵》3부작 출간


    한편, 나무의철학은《카리 모라》의 한국어판 출간과 더불어 전 세계적 기념비작으로 손꼽히는 토머스 해리스의 기출간작 3종도 새롭게 선보인다. 스릴러의 교과서라 불리는《양들의 침묵》《한니발》《한니발 라이징》이 그 주인공. 특히 한니발 렉터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탄생시킨《양들의 침묵》은 출간 30년 만에 새로운 번역을 통해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독자들을 찾아오게 되었다. 전 세계 스릴러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 세계에, 이제 새로운 독자들이 매료될 차례다.

    출간 의의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작가,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구속과 해방, 욕망과 도덕, 광기와 이상 심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본성을 가장 탁월하게 그려내는 작가, 스릴러의 교과서라 불리는《양들의 침묵》을 통해 미국 출판 사상 ‘초판 최고 판매부수’, ‘최고 계약금’, ‘최대 판권료’라는 3대 기록을 갱신하며 스릴러 문학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작가, 코난 도일에 이어 이번 세기 서스펜스 문학을 지배한다는 극찬을 받는 작가, 토머스 해리스.

    2019년 봄, 작가가 13년의 칩거와 공백을 깨고 발표한 신간《카리 모라CARI MORA》가 다시 한번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킨 데 이어 올 가을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무려 1,000만 달러가 넘는 선인세를 기록해 출간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카리 모라》가 이번에는 어떤 주제와 캐릭터로 한국 독자를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천사

    해리스의 작품을 읽으면 차가운 비단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것 같다. 대중소설과 문학의 경계를 용감하고 교묘하게 허무는 소설이 얼마나 귀한지 그를 통해 배운다. _
    - 스티븐 킹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리하고 강인한 카리 모라는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카리에게 새겨진 모든 요소는 수많은 괴물 사이에서 그녀를 더욱 돋보이고 가치 있게 만든다.
    - "뉴욕타임스"

    토머스 해리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게 하고, 결코 외면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깊은 어둠을 해리스만큼 철저하게 조명하는 작가는 없다.
    - "워싱턴 포스트"

    19세기의 지난 20년 동안, 대중 소설은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가 지배했다. 이번 세기에 서스펜스 문학은 토머스 해리스가 지배했다.
    - "가디언"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진짜 스릴러의 귀환!
    - "월 스트리트 저널"

    이 책은 한마디로 토머스 해리스, 그 자체다.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우아하게 뒤틀린 작가 특유의 필력으로 완성했다. 상쾌하고 즐겁고 오싹하다!
    - "커커스 리뷰"

    《양들의 침묵》에서 클라리스 스탈링을 탄생시킨 토머스 해리스가 또 하나의 인상적인 스릴러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이보다 더 넷플릭스 드라마 같을 순 없는 강렬한 캐릭터. 빠르고 시원하다!
    - 이다혜 / 〈씨네21〉기자, 《아무튼 스릴러》작가

    본문중에서

    “저 아가씨가 바로 관리인이에요. 저 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자잘한 고장은 수리도 할 수 있습니다. 저 아가씨에게서 집에 대한 정보를 빼낸 후에, 봐선 안 될 걸 보기 전에 얼른 잘라버리겠습니다. 저 아가씨 덕분에 시간이 좀 절약될 겁니다.”
    (/ pp.10~11)

    한스 피터는 렌즈로 카리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봤다. 그녀는 이제 까치발로 서서 새 모이통에 모이를 채우고 있었다. 여자의 시체를 그냥 버리는 건 낭비다. 몸에 흥미로운 흉터들도 있으니 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는데. 아마 누악쇼트에 있는 아크로토 그로토 그룹에 팔면 미화 10만 달러, 모리타니의 화폐 단위로는 35,433,184우기야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신이 없는 팔다리를 다 합친 가격이 그 정도다. 한가할 때 고객 입맛에 맞게 작업을 좀 더 해서 팔면 최고가를 받을지도 모르지. 한 15만 달러 정도. 그래봐야 푼돈이지만. 저 집에는 2,5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정도가 있으니까.
    (/ p.12)

    수의사들은 카리를 신뢰하게 됐다. 그녀는 손재주가 비상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새를 다루었으며, 오늘은 블랑코 박사가 지켜보는 동안 낚싯바늘에 걸려서 다친 흰색 펠리컨의 부리 밑에 있는 목 주머니를 꿰맸다. 이 일은 아주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으로, 새가 마취 가스를 맡고 마취돼 있는 동안 몇 겹의 살을 따로따로 꿰매야 한다.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조용히 빠져들게 되는, 아주 평화로운 작업이었다. 어렸을 때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상처를 서둘러 꿰매거나 지혈대를 대거나 피가 줄줄 흐르는 가슴의 상처를 판초로 누르거나 한 손으로 상처를 누르고 압박하면서 이빨로 압박붕대 포장지를 찢어 열던 경험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 pp.14~15)

    이 집 주인은 파블로 에스코바르였지만 여기서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가족이 쓰게 하려고 이 집을 샀다고 생각했다.
    에스코바르가 죽은 후 이 집은 여러 번 법적인 문제에 휘말렸다. 그동안 돈 많은 한량들, 바보들, 부동산 투기꾼들이 이 집을 소유했다. 무모한 투기꾼들은 경매에 나온 이 집을 사서 자신의 행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붙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집은 그들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짓들의 결과물로 가득 차 있었다. 영화 소품들, 금방이라도 달려들거나 움켜쥐려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괴물 마네킹들. 패션 마네킹들, 영화나 연극 포스터들, 주크박스들, 공포영화 소품들, 섹스용 가구들도 있었다. 거실에는 싱싱 교도소에서 초기에 쓰던 전기의자도 있었다. 그 의자에서 사형당한 죄수는 딱 세 명이었는데 그 의자의 전류 세기를 마지막으로 조정한 사람이 토머스 에디슨이었다.
    (/ pp.17~18)

    한스 피터는 자신의 액화 화장 기계를 아주 뿌듯하게 여기고 있었다. 요즘 일반 화장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싶어 안달인 생태학 마니아들 사이에서 액화 화장이 대단히 인기를 끌다 보니 웃돈을 얹어주고 이 기계를 장만했다. 이 액화 화장 기계는 탄소 발자국은 물론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장사하느라 데리고 있던 여자를 더 이상 팔아먹을 수 없게 되면 그녀를 이 기계에 넣어 녹여버리고 여기서 나온 액체는 화장실 변기에 쏟아버리면 된다. 지하수에는 어떤 해로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가 작업할 때 부르는 짧은 노래가 있었다. “한스 피터를 불러주세요, 바로 이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러면 모든 골칫거리는 배수구로 흘러가버린답니다-한스 피터!”
    (/ p.20)

    괴물들은 자신의 정체가 발각됐을 때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말이 많아 지겨운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한스 피터는 자신의 행동으로 정체가 노출될 때 사람들이 보이는 혐오감과 공포 반응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람들은 아주 고통스런 순간이 닥치면 어서 빨리 죽여달라고 애걸하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한편, 그의 정체를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들도 있다.
    카리는 말없이 한스 피터를 빤히 바라봤다.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서 영민함이 엿보였다. 한스 피터는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실망스럽게도 보이지 않았다. 아, 정말 끝내주는 미인이야! 게다가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 p.28)

    바닷물이 방파제 밑으로 들어와 콘크리트 테라스 밑에서 거의 집까지 연결돼 있는 동굴을 침식시켰다. 나무뿌리들이 마치 비뚤어진 샹들리에처럼 동굴 속에 축 늘어져 있었다. 따개비가 혹처럼 여기저기 달라붙은 말뚝들이 그 위에 있는 테라스를 받치고 있었다. 사진에 찍혔을 당시 조수의 수위 때문에 물과 천장 사이에는 약 4피트 정도 공간이 남아 있었다. 침식 작용 때문에 테라스 밑에 가라앉은 자갈을 실은 강철 바지선의 절반과, 매립 쓰레기 일부와 마이애미 해변을 지으면서 파낸 흙이 일부 드러나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의 희미한 불빛에 찍힌 검은 동굴 바닥은 해변 쪽으로 경사가 져 있었다. 거기에는 냉장고보다 크고 반짝거리는 정육면체가 하나 있었는데, 저택의 토대와 거의 맞닿아 있었다. 펠릭스는 아이패드에 대고 손가락을 좍 펴서 사진을 확대했다. 정육면체 옆 물가 가장자리에 인간의 해골 하나와 절반으로 토막난 개의 하체가 있었다.
    (/ p.52)

    그때 죽은 아이들의 손목이 얼마나 작아 보이던지. 그 작은 손목에서 삐져나온 하얀 플라스틱 끈은 또 얼마나 길어 보이던지.카리는 그때부터 “끔찍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 장면만 떠올랐다.
    그 플라스틱 끈은 사방에 있었다. 한동안 게릴라 군과 그들의 적인 준군사조직 양쪽 모두에 그걸 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들은 언제라도 포로를 잡으면 쉽게 묶을 수 있도록 벨트에 그 끈을 차고 다녔다. 그 끈은 썩지도 않았고 정글 바닥에 떨어지면 해골보다도 더 하얗게 반짝였다. 덤불 속에 있는 시체를 우연히 발
    견했을 때 카리의 속을 뒤집히게 만든 건 썩어가는 얼굴이나, 시체를 실컷 쪼아 먹고 배가 불러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독수리들이 아니라 시체의 손목을 묶은 그 하얀 플라스틱 끈이었다.
    (/ p.73)

    재스민 향기가 사라지면서 카리는 그녀의 약혼자가 신랑 들러리들과 함께 도로에서 죽어 있는 모습을 봤다. 그들은 모두 차 속에 있었고 그 차는 총을 든 남자들이 지른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웃 사람들이 그녀가 재스민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교회로 왔다. 그들이 그녀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그녀는 약혼자에게 달려갔다. 그 빨간 머리 소년은 하얀 레이스가 달린 구아이아베라 셔츠를 입고 핸들 뒤에 앉아 있었다. 그는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차 속에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창문들은 무수한 총알 때문에 벌집이 돼 있었다. 그녀는 길가에서 돌멩이 하나를 가져와 창문을 깨고 그를 끄집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깨진 창문 속으로 팔을 집어넣어 그를 껴안고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군중 사이에 있던 용감한 사람들이 그녀를 떼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그를 꽉 붙잡고 매달렸다. 그들이 그녀를 억지로 끌어당기는 와중에 그녀의 두 팔이 깨진 유리에 긁혔고 길게 골이 파였다. 그때 연료 탱크가 폭발하면서 그녀는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그녀가 입고 있던 웨딩드레스에 묻은 피는 갈색으로 말라붙었다.
    (/ p.99)

    “이 야영지도 마찬가지야, 카리. 이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계라고. 카리, 넌 머리가 좋고 독창적으로 사고하는아이지. 그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마라. 너의 인생에서 몇 분을 훔쳐내 누군가와 숲속에서 잠깐 같이 있는 게 전부인 식으로는 살지 마. 너 스스로를 위해 네 날개를 써야 하는 거야.”
    카리는 이 대화가 부대에서 가장 철저하게 금지하는 체제 전복적인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렸다. 원래 임무대로라면 사령관에게이 대화를 보고해야 했다. 그러면 상을 받을 것이다. 아마 남자들과 같이 목욕하는 대신 그녀가 생리를 시작하면 일찍 일어나 혼자서 목욕할 수 있게 허락할지도 모른다. 사령관의 여자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그녀는 상을 받을 것이다. 카리는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준 게릴라 그룹, 그들이 자신에게 보여준 애정과 동료애를 생각했다. 그녀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가족 같은 느낌. 그들은 그녀가 파티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허락해주는 가족이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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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토머스 해리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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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테네시 주에서 태어났으며, 베일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와코 뉴스 트리뷴」지의 경찰 출입기자로 일하면서 상세한 정보 수집으로 이름높았고, 1968년 AP통신사에 사회부 기자로 입사한 뒤에는 다년간 엽기적 사건을 주로 다루었다. 1975년 <블랙 선데이>로 데뷔한 이래 <레드 드래곤>(1981), <양들의 침묵>(1988), <한니발>(1999) 등 네 편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이 작품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양들의 침묵>은 1992년에 영화화되어 그해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거머쥐고, 1억 3천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렸다. 1999년 6월 8일 영어권 서점에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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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공부했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회화와 토익 강사를 거쳐 영상 번역가로 일하다가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가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의 번역 테스트에 통과하면서 출판 번역계에 입문했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생이었던 딸을 모델로 삼아 『깔깔마녀는 영어마법사』라는 책을 썼고, 기본 영단어 100개를 엄선하여 단어와 관련한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의 상식을 함께 살펴보는 영어 교양서 『단어의 배신』을 썼다. 최근에는 노승영 번역가와 함께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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