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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되는 시간 : 천막촌의 목소리로 쓴 오십 편의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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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윤여일
  • 출판사 : 포도밭
  • 발행 : 2019년 07월 19일
  • 쪽수 : 26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50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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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운동의 현장이 사고의 광장으로

    ‘도청앞 천막촌’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고자 제주도청 맞은편 길가에 천막을 치고 모여든 사람들의 마을이다. 사회학자이자 동아시아사상사 연구자인 저자 윤여일은 ‘연구자 공방’ 천막을 세우며 ‘천막촌 사람들’이 되었다. 이 책은 천막촌 살이의 기록이자 천막촌 운동의 고민, 난관, 모색, 성장에 관한 에세이다. 그로써 독자와 함께 천막촌을 정신적으로 체험하고자 한다.
    이 책의 부제는 ‘천막촌의 목소리로 쓴 오십 편의 단장’이다. 각 단장은 저자가 천막촌에서 접한 누군가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저자는 천막촌에서 다가온 목소리들로 독자가 들어올 사고의 광장을 마련한다. 천막촌이라는 제주의 운동 현장에서 한국의 사회현실을 바라보는 일종의 좌표를 만들어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제주가 지금 모습이길 바라는 당신이 알아야 할 이야기

    제주가 앓고 있다. 화산활동이 만든 오름과 신비로운 동굴, 수백 년 우거진 숲, 푸르른 바다 그리고 소중한 생명들이 앓고 있다. 지난 십 년 간 제주의 자연생태는 난개발과 과잉관광으로 도처에서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이런 제주에 국토부는 훨씬 많은 관광객을 받기 위해 두 번째 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민주적인 의사수렴, 최소한의 알 권리도 무시되었다. 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은 자신의 집과 고향이 사라지고 그 위로 활주로가 깔린다는 통고를 언론보도로 들었다. 더구나 강정에 만들어진 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은 공군기지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제주는 섬이다. 섬의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환경수용력이 관건이다. 현재 제주는 하수처리능력이 포화상태로 일부 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쓰레기처리능력도 한계에 달해 압축 쓰레기를 몰래 필리핀으로 보냈다가 반입을 금지당했다.
    공항이 하나 더 생겨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면 어찌될 것인가. 얼마나 많은 난개발이 이어질 것인가. 섬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시설 하나를 짓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공항은 개발들의 첨병이다.
    현재 제주의 도민들 사이에서는 국토부의 제2공항 건설사업에 절차적 하자가 크다, 제2공항 건설 이전에 현공항의 활용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도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다. 하지만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일단 시작된 국책사업은 자기정당화의 논리로 무장한 채 자기관성에 따라 진행 중이다.
    개발과 갈등의 섬. 이것이 제주의 현주소다. 제주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운동의 운동

    그래서 제2공항 사업을 막기 위해 예정부지의 주민만이 아닌 여러 시민이 모여들어 천막촌이 형성되었고 모인 이들은 천막촌 사람들이 되었다.
    천막촌은 예정부지 주민의 단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를 지키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또한 다른 단식자가 생겨났다. 천막촌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다. 단식자가 쓰러지기 전에 단식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했다. 또한 운동을 긴 호흡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너무 큰 희생을 짊어지지 않고, 더 희생되지 않고, 힘을 내는 사람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했다. 운동을 운동시켜야 했다. 운동의 실험이 일어났다.
    천막촌 사람들은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요식적 행정절차로 진행하는 설명회나 보고회에 난입하고 이를 저지했을 뿐 아니라 ‘공항 말고 장터’, ‘공항 말고 백배’, ‘공항 말고 합창’, ‘공항 말고 광장’, ‘공항 말고 바당’을 마련해 시민 참여의 장을 만들었다. 촛불 집회 때도 사람들이 모일 곳 없던 제주에서 천막촌은 정치의 광장으로 진화했다.

    운동들의 운동, 운동들을 위한 운동

    천막촌은 제주에서 전례 없던 것이나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외롭지 않다.
    천막촌은 국책사업 반대운동이자 점거운동이자 지킴이운동이다. 대추리, 새만금, 용산, 두물머리, 강정, 밀양. 천막촌은 지난 많은 운동을 앞에 두고 있으며, 그것들을 참고하고 계승한다. 과거의 운동은 천막촌에게 침전된 가능성이고 실천의 참조점이고 못 이룬 약속이다. 천막촌은 그 과거들을 여기저기서 불러들이며 새로운 미래를 산출하고자 한다.
    그로써 과거 운동은 현재 운동 속에서 되살아난다. 서사로서 방법으로서 감정으로서 물음으로서. 현재 운동은 과거 운동들을 구제하는 속성을 지닌다. 이것은 시대순으로 기록되는 운동사와는 다른, 운동의 역사.
    이처럼 여러 운동을 계승하고 그 운동들을 다시금 운동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천막촌은 운동들의 운동이며, 천막촌 역시 미래에 도래할 여러 운동에게 그렇게 쓰이고자 하기에 운동들을 위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마을, 다른 생활

    그리고 천막촌은 마을이다. 볼록 솟은 천막은 그릇이 뒤집어진 형상이다. 사람들이 사연과 의지,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과 기술을 가지고 흘러들어와 이 안에서 함께 차오르고 있다.
    이곳을 천막촌, 즉 천막들의 마을로 부르는 것은 단지 천막이 여러 개여서가 아니라 집이 아닌 천막에서 지내며 전에 없던 마을을 살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천막촌은 자격과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자들이 자유를 살며 집단의 삶을 가꾸는 실험적 마을이다. 자격과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자들이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합의과정에서 배제된 자들이 새로운 공공영역을 만들어내고자 하고 있다.
    여기, 새로운 마을과 다른 생활이 있다. 생성되는 관계가 있다. 의지가 있다. 긴 약속과 결심이 있다. 분노가 있다. 분노는 절규로 고립되지 않고 공분으로 승한다. 놀람이 있다.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서 새로운 발견이 일어난다. 성장이 있다. 사고와 행동과 언어가 자라난다. 상상력이 있다. 상상력이 향하는 미래가 있다. 시도가 있다. 시도가 수놓는 역사가 있다. 이러한 ‘있음’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산다’는 흔들리며 많은 동사를 짊어진다.
    이 마을은 삶의 새로운 실존 형식을 실험 중이다.

    천막촌에서 만난 목소리들

    이 마을에 이런 목소리들이 있다.

    “결국 그 밤 천막을 다시 세웠고 천막이 늘어났습니다. 천막촌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껏 참아온 분노가 축적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만나기 위해 서 있었다. 왜 이러고 있느냐고 당신들이 한 번이라도 물었다면. 우리는 질문 받기 위해 굶었고 마주치기 위해 서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의 규정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으로 싸웁니다. 우리는 아직 없는 이름들입니다. 한 번도 호명된 적 없는 주체들입니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앞에 분노한 얼굴들입니다. 폭력에 저항하는 인간입니다. 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살의 당사자입니다.”

    “당신은 누구냐고 묻길래, 우리는 겁쟁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참혹한 미래를 만날 자신이 없어 지금 여기서 싸운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은 싸우는 모습을 가시화하지 않으면 운동의 성과를 잃곤 한다.”

    “경찰 정보과가 협상하겠다고 왔다. 대표 보고 나오라고 했지만 나갈 대표가 없었다.”

    “현재는 과거에서 오는 어떤 결과라기보다 미래 때문에 일어나는 시도인지 모른다.”

    “기만에 속아온 세월들, 이제는 우리가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

    “나도 모르게 나를 가두는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저 계단에서 제주의 새로운 정치 언어가 나올 것이다.”

    “나무는 나예요. 나는 나무처럼 싸울 거예요.”

    “천막촌에 오면 할 일, 자기 위치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설거지를 하겠다.”

    “이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민으로서 지내는 것이다.”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겠다.”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가보고 싶다. 운동이 이렇게 궁금하고 흥미로운 적이 없다. 여기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같이 있어 더 먼 곳을 보고 먼 곳까지 가려는 시간을 겪어왔다.”

    “내가 세상을 못 바꾸더라도 이렇게 부딪치면 세상은 나를 바꾸지 못하겠구나.”

    “질 때 지더라도 잘 지고 싶다.”

    운동의 천막을 펼쳐 사고의 광장으로

    함께 살아가기가 아닌 홀로 살아남기를 요구받는 사회, 존재가 거처와 관계를 잃고 홀로 배회하는 시대에서 천막촌의 생활은 사건적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운동을 일으키고 일상을 가꾸는 집단의 실험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천막촌 같은 운동의 현장은 정치적 광장이 되고자 하나 현실적 제약에 가로막히고 성과보다 한계가 드러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제약과 한계야말로 사고가 깊어지고 행동의 모험이 요구되는 계기다. 그 제약은 사고가 얽혀들 자리이며, 그 한계는 여기까지 행동했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 천막촌 사람들은 제약과 한계들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려 부단히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다. 천막촌은 세상이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불안해하는 사람들, 지금을 어떻게든 바꿔내야 한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의 예시이며 원형이다.
    따라서 저자는 천막촌 안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닌 바깥의 누군가를 위해서도 천막촌을 기록하고 천막촌의 사고를 가다듬고자 했다. 천막촌에서 찾아온 목소리를 단장으로 키워내 타인에게, 미래에 건네고자 했다.

    운동, 일상, 현장, 정황, 승리, 패배, 성취, 시련, 성장, 개발, 자본, 국가, 식민, 주권, 주변, 광장, 약속, 체념, 무력, 미력, 행복, 기쁨, 예감, 예언, 절망, 희망, 심연, 도약, 개체, 집단, 연루, 공명, 감응, 마을, 이주, 돌봄, 지위, 경계, 자격, 권리, 통치, 정치, 난민, 인민, 호명, 배제, 평등, 대등, 위계, 다수, 합의, 결행, 곡절, 사연, 실험, 관계, 세계, 여성, 남성, 배움, 미래, 과거, 상황, 기록, 기억, 계승, 급진, 생태, 언어, 물음, 이름, 문체, 사상

    저자가 천막촌을 기술하기 위해 다시 음미해야 했던 단어들이다.
    이 책은 멀리 있는 타인, 훗날을 위한 기록이자 사색이다.
    당신과 미래는 우리의 지금과 닿아 있다고 믿기에.

    목차

    앞에 쓰다
    천막촌을 기술하기 위해 음미해야 했던 단어들
    천막촌의 역사
    천막촌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
    제2공항이 생기면 사라질 성산의 풍경

    1. 단장과 광장
    2. 현장과 광장
    3. 새로운 마을과 다른 생활
    4. 천막촌의 시작
    5. 어떤 운동을 앞에 두고 있는가
    6. 땅의 이름이 운동의 이름이 되는 곳들
    7. 점거하는 자들
    8. 특이한 지킴이
    9. 촛불 이후
    10. 긴급의 공간
    11. 감전과 충전
    12. 이 세계의 윤곽을 듣고 싶다
    13. 자신을 알다
    14. 타인을 알다
    15. 예견하는 겁쟁이
    16. 미력과 무력
    17. 고苦와 쾌快
    18. 내몰림과 자유
    19. 앎은 운동하는가
    20. 배움은 일어나는가
    21. 장이 안다
    22. 아하의 순간
    23. 다른 미래와 예감
    24. 과거와의 싸움
    25. 배제와 난입
    26. 통치와 정치
    27. 계단을 점거할 권리
    28. 실존형식으로서의 민주주의
    29. 이주한 사람들
    30. 경계의 존재
    31. 마을과 커먼즈
    32. 얽혀듦과 휘말림
    33. 문제를 일으키는 능력
    34. 합의와 입장
    35. 결행과 연루
    36.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역사
    37. 평등과 대등
    38. 권력화를 막아
    39. 연극정치와 민주주의
    40. 단식과 폭동
    41. 싸움의 기술들
    42. 비자림로 이야기
    43. 제주녹색당과 강정에서 온 사람들
    44. 빼앗긴 언어
    45. 운동하는 말
    46. 두 가지 동하다
    47. 세계상의 획득
    48. 운동의 성취는 직접적이다
    49. 승리의 시간대
    50. 운동들을 위한 운동

    뒤에 적다

    본문중에서

    이 책은 오십 편의 단장短章들로 짜인다.
    그리고 운동을 담으려면 문장 또한 운동해야 한다고 여겨
    분석적이기보다 함축적인 문체를 취한다.
    당신의 머리와 마음 속에서 운동하는 문장이기를 바란다.
    ('단장 1. 단장과 광장' 중에서)

    이 지점에서 천막촌이 촛불에 던지는 물음은
    우리가 선한 목자를 골랐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양떼인가이다.
    즉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단장 9. 촛불 이후' 중에서)

    천막들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끝 너머를 의식하고 사라짐 이후를 바라본다.
    언젠가 사라질 이곳에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된다.
    ('단장 10. 긴급의 공간' 중에서)

    겁쟁이들은 희망하기를 희망한다.
    희망希望. 희希는 바라다는 뜻과 함께 드물다는 뜻도 담고 있다.
    바랄 수 있는 게 끊긴 상태가 절망이라면 희망은 드물게나마 무언가가 있다는 것.
    절망은 희망의 반대말이 아니라 희망을 구해 나서야 할 토양.
    겁쟁이들은 희망해야 하기에 희망하기를 희망한다.
    ('단장 15. 예견하는 겁쟁이' 중에서)

    우리는 미력하다.
    하지만 함께하기에 무력하지 않다.
    미력은 힘의 시작이다.
    ('단장 16. 미력과 무력' 중에서)

    내몰린 그 자리가 자유가 시작되는 곳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예속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예속 속에서 활로를 개척하는 활동이다.
    자유롭게 산다기보다 자유를 사는 것이다.
    ('단장 18. 내몰림과 자유ㅍ

    떠밀림과 떠맡음.
    수동성과 능동성이 중첩되는 그 자리를 우리는 사고의 거처로 삼는다.
    현실의 제약은 그 현실을 뚫고 나아가려는 사고에게 가능성의 조건이기도 하다.
    사고는 이곳에서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
    ('단장 19. 앎은 운동하는가' 중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누구와 함께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누구와 함께일 때 알 수 있는가.
    ('단장 20. 배움은 일어나는가' 중에서)

    천막촌은 공간이자 시간이다.
    그 시간은 긴급함을 의미한다.
    그 긴급함이란 현재를 인식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급히 불러들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단장 22. 아하의 순간' 중에서)

    ‘이미-정함’이라는 예정豫定을
    ‘어쩌면’이라는 예감으로 바꾸려는 사람들.
    예감豫感. 미리 느낌.
    그로써 우리에게 현재는 다른 미래의 전조가 되며
    다른 미래는 현재에 이미 작용하게 된다.
    ('단장 23. 다른 미래와 예감' 중에서)

    미래를 짊어지려는 이들에게 과거와의 싸움은 미래를 향한 도전,
    딱 그만큼 무겁고 버겁다.
    ('단장 24. 과거와의 싸움' 중에서)

    추방되는 자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고자 할 때
    무얼하는가.
    점거한다.
    그렇다면 배제된 자들은 자기 자리를 찾고자 할 때
    무얼하는가.
    난입한다.
    ('단장 25. 배제와 난입' 중에서)

    우리에겐 보다 많은 권리의 형상,
    보다 잦은 권리의 사건화가 필요하다.
    그것들은 만인이 확보할 권리는 아니겠으나
    타인에게 번역될 권리다.
    ('단장 26. 통치와 정치' 중에서)

    제주도청은 무엇 하나 내줄 생각이 없었다.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우리를 내몰아냈다.
    하지만 우리도 아직 끝낼 생각이 없다.
    길 건너 도청을 보며 무슨 일을 벌일지 궁리 중이다.
    시력마저 금지할 수는 없다.
    상상은 이미 도청 내부로 난입하고 있다.
    ('단장 27. 계단을 점거할 권리' 중에서)

    평등과 대등.
    이곳에서 평등과는 다른 대등을 사고하게 된다.
    만약 평등이 자격이나 지위의 동등함이 전제된 관계의 수평성을 뜻한다면
    대등은 각각의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성취된다.
    같아서가 아니라 달라서 대등할 수 있다.
    ('단장 37. 평등과 대등ㅍ

    상대는 말을 함부로 부리지만
    말이 소중한 우리는 말에 매인다.
    상대가 남용해 그 말이 닳을수록
    우리의 말은 가난해진다.
    상대로 인해 말이 의미를 잃으면 우리가 지고,
    말이 부패하면 역시 우리가 지는 불공정한 싸움.
    ('단장 44. 빼앗긴 언어' 중에서)

    친구는 말한다. 볼 때마다 말한다.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 홀로 패배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내게 그러할 것이듯.
    그리고 우리는 패배를 패배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단장 49. 승리의 시간대' 중에서)

    이 책은 아직 운동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동요하며
    이곳의 살이와 활동의 시도들을 모아 미래로 전달하고자 한다.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수신자가 될까.
    과연 이 기록이 미래에 쓰임이 있을까.
    천막촌은 운동들을 위한 운동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답할 수 없다.
    이 물음에 입술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지금 당신이다.
    ('단장 50. 운동들을 위한 운동'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9~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9년생.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유너머의 일원이었다.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사상의 번역], [상황적 사고], [여행의 사고 하나], [여행의 사고 둘], [여행의 사고 셋]을 발표하고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 1-고뇌하는 일본],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 2-내재하는 아시아],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사상으로서의 3·11], [사회를 넘어선 사회학]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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