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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 자본이 만든 메트로폴리스 1830 - 1871[양장]

원제 : Paris, Capital of Moder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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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근대 자본주의의 최전선 파리를 해부
    데이비드 하비의 역사지리학 최고의 역작
    7월 혁명부터 파리 코뮌까지, 발자크와 보들레르의 도시를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모더니티의 신화에 대한 고발


    “파리의 역사적 변형과정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되는 하비의 모더니티는 베버적인 의미의 철창(iron cage)이 아니고, 하버마스가 말하는 미완성된 계몽의 기획도 아니며, 또한 푸코가 제안한 에토스로서의 모더니티와도 그다지 닮지 않았다. 하비는 한층 냉정한 시선으로 모더니티가 추진했던 새로움과 혁신, 과거와의 단절을 하나의 신화로서 고발한다. 이는 기왕의 질서에 대한 창조적 파괴 작업임에 틀림없는 모더니티의 역사적 실재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더니티의 내부에 새 것과 낡은 것, 전통과 아방가르드, 혁신과 회귀의 변증법이 내적 동력으로 이미 장착되어 있었음을 밝히는 좀더 섬세한 발상법이다. 발자크, 보들레르, 플로베르, 마르크스, 생시몽 등의 사유에 기대어 하비는 단절된 새로움 속에서 신세기를 창출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극복대상인 전통과 옛것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회해야만 했던 모더니티의 모순된 운동을 지적하는 것이다. 벤야민의 영향임이 명백한 이러한 입론이 구체적 공간의 역사와 만났다는 점에서 하비의 작업은 20세기 후반 역사인식의 중요한 흐름인 시대간의 단절론과, 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포스트담론들을 다시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시작한 최근 서구학계의 지적 조류와도 은근하게 조응하고 있다.”
    - 김홍중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창작과비평』 33-2호, 2005

    출판사 서평

    데이비드 하비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Paris, Capital of Modernity』가 글항아리의 ‘현대의 고전’ 시리즈 제13권으로 복간되었다. 이 책은 2005년 2월에 생각의나무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소개했으니 초판 출간 기점으로 보면 15년만에, 절판 이후 8년 만에 다시 나온 셈이다. 19세기 후반 파리라는 도시의 변화를 지리학자의 눈으로 관찰해 모더니티 성립의 정치경제학적 과정을 드러낸 이 책은 건축, 도시학, 지리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학 방면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아 왔다.
    1935년에 태어난 하비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지리학을 공부하고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지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여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역사지리학 분야의 개척자라 할 수 있을 하비는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파고든다. 그중에서도 그가 특히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자본주의와 도시의 관계다. 즉 자본주의가 갖는 모순이 역사지리적 전환을 겪으면서 어떻게 재편되는가 하는 문제를 추적하는 것이 그의 주과제다. 따라서 근대성, 근대화, 도시화의 문제는 언제나 그에게 최대의 흥밋거리였다. 이 책은 바로 그 문제를 파리라는 도시의 변형과정을 통해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적 도시화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19세기에 이루어진 파리의 개조 작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저작으로는 1973년의 『사회 정의와 도시Social Justice and the City』, 1982년의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한울, 1995)가 있고, 1985년에는 『자본의 도시화The Urbanizarion of Capital』와 『의식과 도시 경험Consciousness and the Urban Experience』 두 권이 출간되었다. 이 두 권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도시 발전사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자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맥락에서 도시화가 어떻게 전개되며, 도시화의 결과가 자본주의 관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파악하는 것인 반면, 후자는 개인들이 도시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만들어나가는 경험 및 의식의 의미와 그 뿌리에 있는 사회적 총체성을 분석한다. 1989년에는 위 두 권의 주요 내용을 취합하여 『도시 경험The Urban Experience』(『도시의 정치경제학』, 한울, 1996)으로 펴내기도 했으며, 같은 해에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한울, 1994)을 냈다. 또 2000년에는 『희망의 공간Spaces of Hope』(한울, 2001), 그리고 2003년에는 이 책,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Paris, Capital of Modernity』가 출간되었다.

    발터 벤야민의 영향과 데이비드 하비

    이 책은 완전히 새로 쓴 책은 아니다. 1985년에 나온 『의식과 도시 경험』에 실린 주요 논문을 개정·증보하고, 풍부한 시각 자료를 보충했으며, 서문을 새로 썼다. 특히 당대의 정치적·사회적 격변을 현장에서 보도하는 듯한 도미에의 삽화는 일반 대중의 복잡 미묘한 심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약 2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는 두 권의 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차이가 단지 사진과 삽화의 유무는 아니다. 정통적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방법론으로 도시문제를 분석하던 1985년의 책에 비해 2003년의 책에는 발터 벤야민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드러나 있다. 1830년대 파리의 도시 구조에 관한 벤야민의 미완성 연구 기획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관심사와 스타일, 그리고 보들레르에게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 유형인 만보객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근대성의 논의가 이 책에 새로운 색채를 부여하고 있다.

    ‘오스만화’로 대표되는 창조적 파괴 행위 묘사

    전체 구성은 새로 쓰인 서문과 발자크에 관한 장, “정치체를 꿈꾸다”라는 제목을 가진 새 장, 그리고 『의식과 도시 경험』에 실렸던 중심 부분을 손질하여 재수록한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새로 집필된 서문의 중요 논점은 근대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하나의 신화에 지나지 않음을 폭로하는 것이다. 하비는 근대라는 것이 그 이전과 근본적으로 단절된 시대라고 보는 것은 근대성이라는 허구적 신화에 지나지 않으며, 그런 신화를 조장한 것이 1848년 혁명과 오스만화Haussemannisation로 대표되는 창조적 파괴의 행위라고 본다. 1848년 혁명이 파리의 정치경제, 일상생활, 문화의 제반 영역에서 크나큰 단절을 초래했고, 오스만의 작업은 그 뒤에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비는 이렇게 질문한다. 1848년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러한가? 그 사건은 당대인들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시가전이 벌어졌고, 혁명이 일어났고, 의회가 소집되었으며, 거기서 루이 나폴레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그러다가 쿠데타가 일어나서 제정으로 바뀌었고, 박력 있는 보르도 지사이던 오스만이 파리 지사가 되었다. 하비는 오스만이 파리의 개조 계획을 추진하는 책임자가 된 전후 사정을 조사하여, 그 계획이 오스만의 지사 임명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오스만화라는 것으로 대표되는 변화, 근대성의 신화가 주장하는 것 같은 과거와의 철저한 단절이라는 것이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낸다. 그러한 사실이 어찌하여 묻혀버렸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지 않다. 오스만화라는 신화는 오스만의 『회고록』에서 시작되는데, 그 점에 관한 한 그 책은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시치미 떼기의 탁월한 모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왜 시치미를 뗐는지 묻는다면 파리 개조 계획에서 오스만이 맡았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하비는 오스만을 중심으로 전개된 단절에 관한 논의를 권력 장악을 위한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즉 오스만은 자기 계획에 권위를 더하기 위해 자기가 오기 전에 계획된 것들의 부적합성을 입증해야 했으며, 자기 계획의 창의성과 새로움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을 신화의 수준으로 밀어올림으로써 제2제정의 권위도 함께 더해주었다는 것이다. 그의 계획은 제국의 권력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었고, 제국은 그것을 사회통제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2제정 및 오스만의 기획은 파리의 근대화와 복잡 미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은 결코 시민 자치라든가 사회주의 사상의 발전과 공존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구시대적인 봉건적 이권이나 지주계급의 이익과 공존하지도 못한다. 재정 조달을 위해 전제 왕권과 화폐 민주주의 사이에서 위태로운 곡예를 벌이던 오스만은 결국은 양자 간 갈등의 희생물이 되어 몰락한다.
    하비는 오스만이 파리의 도시계획에 기여한 정도를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스만이 확대한 규모, 혁신적인 사고방식,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린 사고, 새로운 조직 형태의 적용 방식에 찬사를 보냈다. 개조 계획 자체를 오스만이 시작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계획이 실행되고 추진된 방식은 확실히 오스만 스타일이며, 그런 특징이 신화화된 근대성의 이미지를 만들기에 적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낭만적 파리가 거쳐온 누추하고도 뒤틀린 현실의 구조

    얼핏 보면 이 책은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흔히 듣고 싶어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들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면모를 더 많이 드러낸다. 낭만적 환상으로 에워싸인 파리의 치장을 벗겨내고, 그러한 낭만적 환상이 씌워지기까지 파리가 거쳐온 누추하고도 뒤틀린 현실의 구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의 코에는 파리의 역사가 내뿜는 피비린내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낭만적인 파리는 19세기에 이루어진 작업의 산물이지만 그전의 과거와 근본적으로 단절된 것은 아니다. 어떤 사회적 질서도 기존 여건 속에 잠복해 있지 않던 변화를 달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비의 목적은 파리가 역사의 온갖 쓰레기가 모인 무더기도, 어떤 한 개인의 편집광적인 기획을 실천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 자본주의적 근대화의 느린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주려는 데 있다. 근대화의 과정은 제2제정 이전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으며, 제2제정이 달성한(근본적이지는 않더라도) 대폭적인 변화를 이어받아 혼란 속에서 태어나는 제2공화정에서도 프랑스 사회의 변형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발자크라는 매우 특별한 렌즈

    이 책에서 오스만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발자크다. 하비는 발자크와 보들레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파리라는 도시와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이 무렵 진행되고 있던 자본주의가 빚어내는 인간형과 그들을 지배하는 파리라는 도시의 위력을 분석한다. 하비가 보는 발자크는 도시주의자urbanist라 할 수 있다. 발자크의 『인간 희극』에 포함된 모든 작품에는 자본주의가 정신없이 진행되는 파리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도시를 장악하면서 도시의 거주민은 상품 물신주의의 노예가 되고 파리가 비대해짐에 따라 시골은 갈수록 수탈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다. 발자크는 파리 안팎에서 형성된 이러한 대립 구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하나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다루면서 감정과 인격을 가진 부분들로 변모시킨다. 거리와 건물과 실내장식은 저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 운명과 필연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
    도시는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힘의 화신이다. 시민들은 자본주의가 도시공간을 착복하는 해악에 대해 수없이 비난하면서도, 비인간화하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전원에 대한 강한 향수만 품고 살아간다. 반면 플로베르는 정반대로 그것을 하나의 무대장치에 불과한 것으로 축소한다. 발자크에게서 유기체와 같던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는 필연적 관계의 부재를 표현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부르주아 미학은 낙오자의 미학이 되어버리고 도시는 죽은 사물이 된다. 물론 이러한 발자크와 보들레르의 세대 차이가 칼로 자른 듯이 명료하지는 않으며, 그 차이를 너무 강조한다면 근본적인 단절이라는 것을 허구로 치부하는 하비 본인으로서도 일관성을 잃게 될 수 있다. 어쨌든 발자크와 보들레르가 본 파리는 오스만이 개조하려고 했던 바로 그 파리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인간 유형은 그의 도시 개조 작업 속에서 전형적인 자본주의적 인격을 완성하고 성공과 몰락을 겪는다.

    정치체가 파리라는 도시에 미친 영향

    하비에게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으로 신체 및 정치체body politic가 있다. 2장은 프랑스의 정치 현실 및 파리라는 도시의 현상 및 재편 과정에서 정치체 개념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다루고 있다. 정치에서 신체라는 발상 자체는 연원이 오래된 것으로, “교회는 곧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기독교적 사고방식의 연장선 위에서 절대왕정기 “왕의 두 신체”, 즉 자연적 신체와 국가를 가리키는 정치적·사회적 신체라는 발상이 나왔고, 그것이 정치체 개념으로 이어진 것이다. 신체는 욕망의 주체이고 노동이 이루어지는 장이자 사회적 생성물이다. 또 신체 안팎에다 스스로 질서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이며, 활동적이고 변화 가능한 주체다. 그것은 정치의 주제다.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에서는 그것이 세계화와 대비되는 맥락에서 다루어지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맥락이 그다지 부각되지는 않는다. 정치체는 자연적 신체의 은유를 사용하며, 도시 개조 논리에 활용되는 유기체적 순환이라는 개념과도 관련된다. 신체가 조화를 이루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듯이 정치체란 구성원들의 행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집단적 기획을 통해 공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이상은 많은 사회사상가에게 영향을 주어 각자의 유토피아 사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특히 생시몽의 이상은 제2제정기의 많은 정치가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루이 나폴레옹도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 중 하나다.
    신체는 정치적 저항과 해방 정치가 이루어지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하다.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과정이다. 하비는 노동과정이 파리 개조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굴절되었는지 길게 분석한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상품과 주민과 자본의 순환이라는 문제, 노동과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한 탐구가 주관심사다. 도시 공간의 변형은 산업구조 및 노동 방식의 변화에 곧바로 영향을 주었고, 그것은 또 각 계급의 생활 형태와 의식에서 변화를 초래했다. 예를 들면 도심에서 공장을 몰아내려 했던 오스만의 도시계획으로 인해 파리의 근교화가 촉진되었고, 그에 따라 공장 지대와 노동자 거주 지역, 부유층 주거지가 격리되었으며, 그들 간의 의식적 단절은 극단적으로 심화되었다. 코뮌은 그 극단적인 단절이 낳은 불행한 결과물이다. 아직 사회보장에 관한 사고가 자리잡기 전인 이 시기에는 각 계급의 이해 조정을 통한 장기적 이익 달성이라는 발상을 실천할 주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거꾸로 말하자면 모든 가치가 상품 가치로 환원되는 자본주의 체제가 오스만의 도시 개조 과정을 통해 구태의연한 껍질을 던져버릴 기회를 좀더 빨리 포착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화된 계급 격리와 공간적 격리, 경제적 격리는 프랑스 사회와 고유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18세기 말에 시작된 프랑스혁명의 노선을 계속 이어나간다.

    하비 공간이론의 보편적인 종합

    과거에 국내에서 나온 하비의 저서들은 주로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공간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따라서 이론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 책은 좀더 다양한 분야를 두루 아우르며 이 시기에 발달했던 문화를 수많은 각도에서 조망하고, 거기에서 얻은 관찰을 통해 보편적인 종합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에 비해 생생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훨씬 많이 담고 있다. 용어나 개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상을 평면적이지 않게 해설해나가는 탁월한 기술 방식이 더 인상적이다. 저자는 마치 파리가 인격을 지닌 자본주의적 주체인 것처럼, 그 속에서 황제와 오스만, 부르주아와 노동자 계급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근대화 과정 자체를 중심축으로 삼아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물론 저자의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구태여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가 동조하는 것이 누구의 입장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발자크와 보들레르의 묘사를 통해 파리는 하나의 생물체처럼, 말 그대로 정치하는 신체로 다루어지고 자세하고 생생하게 이해된다. 특히 3부 코다에서는 코뮌 이후 고통을 치유하려 노력하는 순례자의 도시라는 감성적인 이미지가 전면에 부각된다. 사크레쾨르 성당의 건설에 관한 이 부분의 서술은 코뮌에 대한 기술과 맞물려 순백색의 건물 표피 아래에 핏빛이 감돌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발자크와 보들레르, 도미에 및 다른 삽화가들, 당대의 사진작가인 마르빌 등의 눈을 통해 파리의 변형을 지켜보면서 정치경제학으로는 채 다룰 수 없었던 당대인의 의식 내면을 분석하는 부분은 그가 달성하려 했던 관찰과 탐문을 통한 다양한 부분들의 역동적인 종합이라는 목적이 과연 어떤 것인지 실감하게 해준다. 어쩌면 그의 목적은 역사를 다시 쓰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는 역사를 인식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수정을 가하고 싶은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묘사: 파리 1830~1848
    1장 근대성의 신화: 발자크의 파리
    2장 정치체를 꿈꾸다

    2부 형체를 갖다: 파리 1848~1870
    3장 프롤로그
    4장 공간관계의 조직
    5장 화폐, 신용, 금융
    6장 임대료와 부동산 이권
    7장 국가
    8장 추상적·구체적 노동
    9장 노동력의 판매와 구매
    10장 여성의 여건
    11장 노동력의 재생산
    12장 소비자중심주의, 스펙터클, 여가
    13장 공동체와 계급
    14장 자연과의 관계
    15장 과학과 감정, 근대성과 전통
    16장 수사법과 표현
    17장 도시 변형의 지정학

    3부 코다
    18장 사크레쾨르 바실리카의 건설

    주 599
    참고문헌 624
    그림 목록 642
    옮긴이의 말 647
    찾아보기 656

    저자소개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5~
    출생지 영국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35년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1962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적인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하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문학자 20인’에 뽑히기도 했다. 마르크스주의의 여러 분파 가운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로 평가받는 하비는 마르크스의 계급 개념을 재구성하는 한편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을 되살려 도시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 역학을 날카롭게 분석해냈다. 지리학 연구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학자에게 수여하는 세계적 권위의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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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고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꼭 읽고 싶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에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하여 나온 책이 [외로운 도시] [음식의 언어] [문구의 모험] [증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 [세기말 빈] [파리, 모더니티] [트리스탄 코드] [신화와 전설] [투게더] [무신예찬] 등 여러 권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번역자들과 함께 번역기획 모임 ‘사이에’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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