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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연사 주지로 불심을 가꾸어 오던 ‘명호 스님’이 첫 시집 『징소리』를 오늘의문학사에서 [오늘의문학 시인선 444번]으로 발간하였습니다.

명호 스님은 1991년에 발간된 무크지 ㆍ물밑에서 어둠인 채로ㆍ(오늘의문학 24)에 작품 「도심에서」 「푸른 영혼들이여」 「연가」 「안경 쓴 천사」 「노을 앞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등장한 분입니다. 당시에는 본명 ‘오세천’이었고, 필명 ‘오세일’로 활동하였습니다. 이어 무크지 『오늘의문학』 25호에 「꿈꾸는 아내」 「새벽」 「만추」 「겨울바람」 「자성(自省)」 등을 발표하여 주목받는 시인으로 거듭난 분입니다.

이후 불연(佛緣)에 의해 불가에 귀의하게 되었고,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만행(萬行)에 나섭니다. 이때부터 창작한 작품으로 1시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시집을 발간하면서, 그 이전에 발표하였던 작품들은 일체 수록하지 않은 것을 보면, 불자(佛子)로서의 지향과 정서를 작품에 담아내려고 한 것 같습니다.

<‘징소리’를 통하여 깨달은 경지를 형상화한 것이며, ‘해탈’의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그의 지향이 분명해졌을 터이매, 이는 명호 스님이 본격적으로 불도(佛道)에 정진하리라 유추하게 합니다. 그의 1시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이 이와 같은 내면의 반향이며, 양상은 다르지만 깨달음에 다가서려는 자세로 일관(一貫)합니다.>

<명호 스님은 ‘불교 수행자들이 겪는 온갖 행동’으로 일컬어지는 만행(萬行)을 통하여 신앙세계를 구체화합니다. 그가 불교에 귀의한 근원 역시 놀라운 ‘인연’의 선상에 있습니다.>

<그는 이승의 인연과 업장을 끊어야 하는 승려(僧侶) 신분이면서도 속세의 인연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늙은 엄마와/ 엄마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먹는다./ 엄마 뱃속에 세 들어 살던/ 열 달치 방세와/ 아들이라며 땡 잡았다고 먹인/ 여덟 섬 너 말의 젖과/ 조건 없이 베푸신 사랑>에 보답하는데 소홀하지 않습니다. <세월은 버선발로 앞서가는데/ 어머니 자장면 많이 드세요./ 저승에는 자장면 없을지도 몰라요.> 돌아가신 뒤에 제상(祭床)에 사과 한 개, 배 한 개 올릴지라도 나무라지 말라며, <지금 푸른 이 세상>에서 자장면을 많이 사드리겠다고 울먹입니다.>

<그는ㆍ차를 마시며ㆍ에서 일상의 작은 티끌도 씻어내고자 하는 염결(廉潔)한 감동을 생성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때 묻은 시간/ 잠시 뉘어놓고/ 한 소절/ 바다의 교향곡> 풀어 놓습니다. 그러면 <찻잔은 금세/ 은빛 물결로 출렁>이는 직관의 바다에 이릅니다. 그러자 찻잔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갈매기 울음>이 풋풋하게 묻어나오는 ‘그리움’을 생성합니다. 이는 또한 <고깃배가 건져 올린/ 등 푸른 음표>로 전이되고, 그 음표에 <말갛게 씻기운/ 내>가 달려서 감동적인 노래로 거듭납니다. 이런 시적 표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탈에 이르려는 선지식(善知識)으로서의 경지일 터입니다.>

<명호 스님은 해탈의 경지를 지향하는 불교 승려(僧侶)이면서도, 산천과 명승지를 주유하는 만행에서 깨달은 바가 있어, 유불선(儒佛仙)을 포괄하는 시심으로 작품을 빚습니다. 한국 민속 악기의 하나인 ‘징’의 울림에 매료됩니다. 그리하여, 징소리로 만물을 깨우치는 무교에까지 만행의 범주를 넓힙니다. 그렇지만 정서의 중심에는 불교적 깨달음이 가부좌하고 있으며, 그 언저리에 토속 신앙이 자리함을 알 수 있습니다.>

ㆍ머리말 4

1부 이름도 없이 사라지기엔
가을 사랑 13
겨울바람 14
경인년을 보내며 15
귀로 16
다시 시작하며 17
독감 18
동면(冬眠) 19
모정 1 20
모정 2 23
모정 3 25
마늘 26
벌초 27
영정 앞에서 28
욕쟁이 할머니 29
인절미를 먹으며 30
차를 마시며 31
탑 정 호에서 32
폭우 33

2부 한 줌 생애이거늘
공원에서 37
깨닫기 38
동지(冬至) 39
꼬끼오 40
말씀 1 41
말씀 2 42
병신년을 보내며 43
봄 비 4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5
엄마 가지 마 46
자장면 먹으며 47
청룡사에서 1 48
청룡사에서 2 49
청룡사에서(공양주 보살) 50
청룡사에서(염불소리) 51
청룡사에서(군볼 때기) 52
태아령 53
합장(合掌) 54

3부 여기가 도솔천이네
고치령 산령각 57
꼴두바위 58
공갈못에서 60
망경사에서 61
박달재 성황당 62
봉정함에서 63
뽕 할머니 64
소등섬 전설 65
식장산 7층 석탑 66
약사암에서 67
오룡묘 68
왕비 사당 69
임씨 할머니 당 70
죽령 산신당 71

4부 해탈의 소리
징소리 1 75
징소리 2 76
징소리 3 77
징소리 4 78
징소리 5 79
징소리 6 80
징소리 7 81
징소리 8 82
징소리 9 83
징소리 10 84
징소리11(도량에서) 85
징소리12(문무왕릉에서 1) 86
징소리13(문무왕릉에서 2) 87
징소리14(삼불봉에서) 88
징소리15(서해 바다에서) 89
징소리16(월출산에서) 90
징소리17(입춘맞이) 91
징소리18(지노귀 굿) 92

5부 여인의 손 끝에 떠오른 달
계룡산에서 95
내림 굿 96
더퍼리 서낭당에서 98
만월사 에서 99
무녀(巫女) 1 100
무녀(巫女) 2 101
무녀(巫女) 3 102
백일기도 103
백마강에서 1 104
백마강에서 2 105
성 불 사에서 106
신 내림 107
태백산 문수봉에서 108
그 날을 위해 109
노하우 있잖소(영전을 축하드리며) 110
동방의 북소리 111
망주봉 풍경횟집 112
종이꽃 장미 113
치과에서 114
팔도 유람기 115

◇ 해설 - 리헌석
점오점수(漸悟漸修)의 미학적 변용 116

서문
글 잘 쓰는 재주도 없고, 정성까지도 부족하다 보니 늦은 나이에 첫 시집을 냅니다.

승려가 웬 징소리냐고ㆍ 저는 승려이기 전에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가슴 뜨거운 한국인입니다.

예부터 전해 내려온 무교(巫敎)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급속도로 발달한 현대문명에 밀려, 언젠가는 잊혀질 수도 있는, 그러므로 누군가는 꼭 남겨 놓아야 될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무교와 인연이 있어, 징소리를 울려 보았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기해년 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