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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원제 : The Long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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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묘한 우정에서 시작된 사건, 필립 말로의 기사도를 시험하다

고급 레스토랑 ‘더 댄서스’ 앞에서 우연히 만난 백발 남자 테리 레녹스, 인사불성이 된 사람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말로는 알 수 없는 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어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어딘지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 없었던 말로. 결국 그의 예감대로 레녹스는 사고를 친다. 어느 날 아침 완전 장전된 권총을 들고 찾아와 억만장자의 딸인 아내가 끔찍하게 살해당했으며 자신은 멕시코로 도주하려고 하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레녹스의 영혼까지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했던 말로는 레녹스의 말을 믿고 그의 도피를 돕는다. 그러나 경찰은 범죄 현장과 도피 과정에서 말로가 이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었음을 확인하고 그를 연행한다. 꼼짝없이 궁지에 몰린 말로는 모욕적인 취조를 받고 감옥에 처박히지만, 갑자기 사건은 종결되고 언론은 입을 다물어버린다. 테리 레녹스가 멕시코에서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 후 테리가 멕시코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하는데……

출판사 서평

북하우스 판 필립 말로 시리즈, 그 완간의 의미


2004년 1월 <빅 슬립>을 시작으로, 북하우스에서 펴내온 레이먼드 챈들러의 장편소설 ‘필립 말로 시리즈’가 여섯번째 권인 <기나긴 이별>로 드디어 완간되었다. 과거에는 단순히 흥미 위주의 통속문학으로만 취급되면서 졸속기획과 저질번역이 난무하던 한국 추리소설시장 풍토에서, 추리소설 마니아들이 기획하여 장르문학 번역 경험이 풍부한 학자가 번역을 맡고 전문가가 성의 있는 해설을 붙인 북하우스 판 ‘필립 말로 시리즈’는 실로 기념비적인 성과를 남긴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문화계가 엄청난 영향을 받아왔던 코드인 미국 영화, 특히 누아르 영화들의 모태는 바로 레이먼드 챈들러와 같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었으며, 그의 글쓰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포스트모던 작가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챈들러의 작품들은 흥밋거리로서의 추리소설을 넘어서 ‘미국을 보는 새로운 눈을 마련했다’고까지 평가를 받는 걸작들이니만큼, 그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한국에 소개한 의미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말에서 내려온 기사, 갑옷을 벗고 집으로


<기나긴 이별>은 1954년(영국은 1953년)에 발표된 챈들러의 마지막 장편으로, 지명도나 문학성 공히 필립 말로 시리즈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다. 히치콕 매거진 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추리소설에 꼽혔고, 1955년에는 추리문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영예인 미국추리작가협회 최우수작품상(에드거 상)을 수상했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대실 해미트의 <몰타의 매>, 로스 맥도널드의 <움직이는 표적>과 함께 하드보일드 3대 걸작으로 꼽히기도 하는, 그야말로 추리문학의 명품 중의 명품이다.

<빅 슬립>을 비롯한 초기 작품들이 유머감각 뛰어나고 두뇌 회전이 빠른 청년탐정 말로의 터프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재미가 있다면, <기나긴 이별>은 냉혹한 현실 인식과 염세주의적 미학이 완성되는 데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리틀 시스터>에서 이미 외로움에 못이겨하는 모습을 슬쩍슬쩍 비추던 중년 탐정 캐릭터 필립 말로는, 마침내 그 탈출구를 ‘우정’에서, 아니 정확히는 우정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변질되어버린 모호한 감정에서 찾아낸다.


또한 <기나긴 이별>에서 필립 말로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심하게 이탈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 마흔두 살이 된 말로는 자신의 기사도적 정체성보다는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을 심각하게 의식하며, 그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도 끊임없이 ‘변해버린 세상’을 이야기하고 ‘변질된 감정’을 연기한다. 그 때문에 이 작품에서 실존주의 철학의 여운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지금까지 싸워온 세상 속으로 동화되어가는 모습은 어쩌면 타락이라기보다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드보일드(hard-boiled,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는 뜻)의 정신을 구현했다 해도 좋을 것이다.

본문중에서

감옥에서는 인간의 개성이 없어진다. 인간은 처리해버려야 할 사소한 문제로 전락하여 보고서의 몇 가지 항목을 기입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했는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일생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상관 않는다. 말썽을 피우지 않는 한 아무도 그 사람의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 못살게 구는 사람도 없다. 그 사람에게 바라는 일이라고는 맞는 감방을 찾아 들어가 얌전히 있는 것뿐이다.
(/ 본문중에서)

그렇게 하여 사립탐정의 하루가 지나갔다. 정확히 전형적인 날은 아니었지만 아주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한 남자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다. 부자가 될 수도 없고, 대부분 재미도 별로 없다. 때로는 얻어터지거나 총을 맞거나 감옥에 던져지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죽을 수도 있다. 두 달마다 한 번씩, 이 일을 그만두고 아직 머리가 흔들리지 않고 걸어다닐 수 있을 때 번듯한 다른 직업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면 문에서 버저가 울리고 대기실로 향하는 안쪽 문을 열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여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슬픔, 약간의 돈을 안고 들어온다.
"들어오세요, 아무개 씨. 뭘 도와드릴까요?"
틀림없이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다.
(/ 본문중에서)

“전화 한 통이면 면허증을 뺏을 수도 있소, 말로. 내 앞에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마시지. 참지 않을 테니까."
“전화 두 통이면, 길바닥에 입을 맞춘 꼴로 깨어날 수도 있겠군요. 뒤통수는 날아간 채로 말입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진 않지. 당신 하는 일이 기묘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당신한테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것 같군. 집사를 불러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해주라고 하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여기 와서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와줘서 고맙소. 당신은 꽤나 정직한 사내인 것 같군. 영웅 행세는 하지 마시오, 젊은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니까.”
(/ 본문중에서)

저자소개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88~1959
출생지 미국 시카고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4,587권

대실 해밋, 로스 맥도널드와 더불어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미국 작가 레이먼드 손턴 챈들러. 그는 1932년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저가의 대중소설 잡지인 펄프 매거진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자신도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늘 가슴속에 품어 왔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펼쳐 단편 [협박자는 총을 쏘지 않는다]를 쓴다. 5개월에 걸쳐 18,000단어를 사용하여 쓴 이 글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산실이었던 [블랙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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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찰스 부코스키의 [우체국] [여자들] [호밀빵 햄 샌드위치], 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 [죽음본능],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경계에 선 아이들], 트루먼 커포티 선집(전 5권)과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전 6권)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집 [로맨스 약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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