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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시 속에서 변화무쌍한 산골 이미지를 만나다

시인이 그린 산골풍경 그림이 시와 함께 실었다. 시인은 산골의 생명들과 더불어 생생한 소리를, 빛깔을, 눈물을, 추억을 맛보며 산골풍경을 음미한다. 산골풍경 연작시에는 시인이 음미한 맛들이 시 행간마다 스며들었다.

이명우 시인은 오늘도 ‘산골풍경’을 시로 그리고 있다. 이미 출간된 ‘산골풍경’ 시들보다 이번 열두 번째 시집 《산골풍경 11》은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간 듯하다. 4부로 나뉜 각 부의 시작(詩作) 메모를 보면, 소리를/ 먹어 본다/ 고소한/ 그 맛(1부), 빛깔을/ 먹어 본다/ 상큼한/ 그 맛(2부), 눈물을/ 먹어 본다/ 짭조름한/ 그 맛(3부), 추억을/ 먹어 본다/ 그리운/ 그 맛(4부) 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그가 음미하고자 하는 것은 혀끝으로 느껴지는 말초적인 맛은 아닐 게다. 산골이라는 원초적 생태를 ‘먹다’라는 생물학적 기본 욕구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경험하고자 시도한 것 같다. 어떤 잡스러운 이데아들을 걷어치우고 생명의 소리를 먹어 보니 ‘고소하다’했다. 맛을 느끼는 행복감이 시의 행간에서 전해진다. 태양 아래 드러나는 그 많은 빛깔과 삶의 감정이 흘리는 눈물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 가는 추억이 어우러진 산골의 맛을 함께 맛보자고 이명우 시인은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또 《산골풍경 11》은 시인이 그린 그림이 시들 사이에 어우러져 있다. 눈길이 가는 곳에 발길이 가고 손길이 가는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서 …5

제1부
시작(詩作) 메모 …11
산골풍경 761 …12
산골풍경 762 …13
산골풍경 763 …14
산골풍경 764 …15
산골풍경 765 …17
산골풍경 766 …18
산골풍경 767 …19
산골풍경 768 …20
산골풍경 769 …21
산골풍경 770 …22
산골풍경 771 …23
산골풍경 772 …24
산골풍경 773 …26
산골풍경 774 …27
산골풍경 775 …28
산골풍경 776 …29
산골풍경 777 …31
산골풍경 778 …32
산골풍경 779 …34

제2부
시작(詩作) 메모 …35
산골풍경 780 …36
산골풍경 781 …37
산골풍경 782 …38
산골풍경 783 …39
산골풍경 784 …41
산골풍경 785 …42
산골풍경 786 …43
산골풍경 787 …44
산골풍경 788 …45
산골풍경 789 …47
산골풍경 790 …48
산골풍경 791 …49
산골풍경 792 …50
산골풍경 793 …52
산골풍경 794 …53
산골풍경 795 …54
산골풍경 796 …55
산골풍경 797 …57
산골풍경 798 …58
산골풍경 799 …60

제3부
시작(詩作) 메모 …61
산골풍경 800 …62
산골풍경 801 …63
산골풍경 802 …64
산골풍경 803 …65
산골풍경 804 …67
산골풍경 805 …68
산골풍경 806 …69
산골풍경 807 …70
산골풍경 808 …72
산골풍경 809 …73
산골풍경 810 …74
산골풍경 811 …76
산골풍경 812 …77
산골풍경 813 …78
산골풍경 814 …79
산골풍경 815 …80
산골풍경 816 …82
산골풍경 817 …83
산골풍경 818 …84
산골풍경 819 …86

제4부
시작(詩作) 메모 …87
산골풍경 820 …88
산골풍경 821 …89
산골풍경 822 …90
산골풍경 823 …91
산골풍경 824 …93
산골풍경 825 …94
산골풍경 826 …95
산골풍경 827 …97
산골풍경 828 …98
산골풍경 829 …99
산골풍경 830 …100
산골풍경 831 …101
산골풍경 832 …102
산골풍경 833 …103
산골풍경 834 …104
산골풍경 835 …106
산골풍경 836 …107
산골풍경 837 …108
산골풍경 838 …109
산골풍경 839 …110
산골풍경 840 …111

산골풍경 772

잠을 깬 구름이
산을 넘는 아침
이슬들이 초롱초롱
눈인사를 건네고
바위는 아직도
코를 골며 자고요
구절초는 입이 방긋
친정 부모에게 안부전화 걸고
햇살 한 움큼 숲을 뚫고 올라와
부챗살로 펼쳐지는
이 산골 아침입니다
- 24p

산골풍경 778

부끄러워 말 못 하던
내 맘속 언어 하나가
뒷산으로 도망가서
세월을 먹고 자라더니
소쩍새로 둔갑해서
밤이면 밤마다
이 산 저 산 옮겨가며
소쩍소쩍 토해내며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 32p

산골풍경 800

꽃구름 한 장 또옥 따왔으니
아이야
홍두깨를 가져와라
홍두깨에 꽃구름 감아
밀고 늘려
칼로 썰어서
아침이슬 끓인 물에
찔레 향기 넣고 삶은
내가 만든 구름국수
너 한 그릇
나 한 그릇
배불리 먹자
- 62p

산골풍경 815

바람도 올라오다가
숨이 차서 되돌아가는 산골
구름이 날아가다가
자리가 좋아 자고 가는 산골
여기에 나의 원두막이 있습니다
외로워 보이나요
아닙니다
삼라만상 모두가 모여드는데
죄송하지만 원두막이 좁아
어른들은 사절하고
아가들만 반깁니다
이승의 아가들은 오전에
저승의 아가들은 오후에
하늘 아가들은 밤에 반겨 맞습니다
나의 산골 원두막
이렇게 붐빕니다
- 1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