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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라 : 고대와 중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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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철학 분야 1위!
출간 1년여 만에 독일에서만 15만 부 판매!
독일 철학의 슈퍼스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야심작

모두를 위한 철학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신작 [세상을 알라]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나는 누구인가]로 전 세계 40개국 번역 출간, 철학서 역사상 전례가 없는 280만 부 판매라는 기록을 세운 프레히트는 여러 권의 대중 철학서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일 공영 방송 ZDF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 [프레히트]를 진행하고 있는 독일 철학계의 슈퍼스타다. [철학하는 철학사] 3부작은 프레히트가 어떻게 하면 철학을 대중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지 고심한 끝에 내놓는 야심찬 철학사 시리즈다. [세상을 알라]는 그 첫 번째 책으로서 서양 철학의 기원, 즉 고대와 중세의 사상과 철학적 시대상을 다루고 있다. 출간 전부터 에곤 프리델의 방대한 문화사 저작들에 비교되며 이미 [철학의 고전]으로 평가받은 바 있는 이 책은, 출간 직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철학 분야 1위, 출간 1년여 만에 철학사 분야로는 매우 이례적 수치인 15만 부가 판매된 프레히트의 역작이다.
프레히트는 철학사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재밌으며 생동감 넘치는 분야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화석화된 철학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그는 독특하고 과감한 방식으로 이 책을 서술해 나간다. 이 책은 수많은 철학자들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별된 그들의 사상과 관념 사이를 당대의 정치, 사회, 경제와 관련된 수많은 논거와 일화들이 채우고 있다. 그렇다고 오래된 서양 철학의 숭고한 역사를 단지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만 끌고 가지도 않는다. 기원전의 논증을 현재의 그것과 대질시키고, 현대의 논증을 2,500년 전의 시의성과 결합시킴으로써 프레히트는 자신의 철학사를 이전 그 어떤 철학사들보다 더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은 독일 대중으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철학자 프레히트만의 독특한 시각과 글쓰기가 만들어 낸 기나긴 철학적 여정의 시작이다.

출판사 서평

철학의 매우 인간적인 기원

[세상을 알라]라는 제목이 내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는 인간 이해의 아주 오래된 주제다. 고대인들의 세상에 대한 인식은 현재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현대인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세상의 원리는 먼 과거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이거나 애초에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령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6세기까지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노동과 나날] 같은 문학 작품 속 신과 영웅들을 통해 삶을 이해했다.

이러한 고대 사회에 어느 순간 커다란 변화의 씨앗이 뿌려진다. 로고스, 즉 이성의 출현이 그것이다. 프레히트는 이것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성의 출현은 철학적으로 혁명적인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문헌은 당시 복잡해진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 가령, 시장에서 상품을 제대로 처리하는 문제, 욕구와 필요를 구분하는 방법, 떠돌이 일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또 임금을 얼마나 줘야 할지 등의 문제를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와 그리스의 장군 아킬레우스가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늪지에서 물을 빼내고 수로를 설치하는 방법이나 다른 문화를 대하는 태도, 식민지 건설의 방식, 상업을 체계화하고 도시의 빈곤을 퇴치하는 문제 또한 신과 영웅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로고스의 출현과 함께 신화적 사고에 합리성이 추가되고, 믿음에 앎이 더해졌으며, 의미 부여에 설명이 덧입혀지게 되면서 고대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계에서 신과 영웅들의 빈자리를 이른바 인간적인 것으로 대체한 장본인들은 누구였을까?

프레히트는 우리가 뭉뚱그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로 이해하는 철학자들을 주목한다. 후대인들에게는 한데 묶여 위대한 사상가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서양 철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위대한] 사상가들이다. 이오니아의 세 명의 자연 철학자들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는 서양 철학의 출발점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피타고라스의 수학적 세계관과 헤라클레이토스가 처음으로 언급한 법률은 인간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실체와 의식이라는 개념은 고대인들에게는 얼마나 낯선 동시에 커다란 혁신이었는가? 이러한 철학자들이 공통으로 견지했던 로고스적 시각은 이후 서양 사상의 출발이자 전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화적 세계 한가운데에서 불쑥 등장한, 세상에 대한 이 자연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이해 체계를 수많은 철학자들은 공히 서양 철학의 시작점으로 동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500년의 역사를 가진 기나긴 서양 철학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플라톤의 주석

영국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유럽의 철학 전통이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는 과감한 평을 내놓은 바 있다. 철학이 무엇이고 철학자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플라톤 철학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레히트는 플라톤이라는 철학자가 가진 커다란 의미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생애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고도로 복잡하고 모순적이기까지 한 저서들의 의미에서부터 대화편이라는 저술 형태가 가진 독특함까지, 플라톤이 근본적으로 후대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플라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테네 태생의 플라톤은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철학자들의 몫이라고 믿었다. 제2차 아테네 해상 동맹 이후 아테네는 경제적으로 가장 번성한 폴리스가 되었고, 민주정이라는 체계 위에 정치 또한 안정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플라톤이 바라보는 그의 고향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그곳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곳, 근본적인 개조가 필요한 곳이었다. 왜일까?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전통적 귀족주의의 시각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은 역겹고 경멸의 시선을 받는 일이었다. 플라톤은 아테네 귀족 계급을 대변한 보수적인 인물로, 대담한 개혁가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유유자적하는 시민으로서 노예를 부리는 것을 자랑스러운 일로 여겼던 아테네의 고결한 귀족 출신 철학자였다. 그는 아테네의 화폐 경제가 가져온 온갖 부패와 선하고 정의로운 삶의 부재에 대해 과거의 전통적 귀족 윤리를 사회 개혁의 구원책으로 본 것이다. 보수주의자 플라톤이 견지한 이러한 윤리적 관점은 어떻게 철학적으로 규명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겨졌을까?

플라톤은 더없는 행복, 즉 영혼의 충만한 만족감을 장사꾼과 이기적 정치인, 피상적 행복의 대척점으로서 제시했다. 행복은 개인적인 선한 삶에서만 실현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으로서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 국가의 핵심이었다. 그곳에서 시장 형성, 임금 노동, 경쟁과 권력 다툼으로 이어지는 도덕적 타락 따위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라톤에게 이상 국가의 가장 명확한 적은 [오이코스]로 대변되는 사적인 이익이다. 이에 맞서기 위한 방안으로 그가 피력한 것은 국가 차원의 교육과 그를 통한 저급한 탐욕의 억제였는데, 주목할 점은 교육에 있어서의 양성평등이라는 매우 진보적인 그의 인식이다. 그는 여성도 국가에 의해 교육받고 각자의 재능에 맞는 직업 활동을 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배우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법 앞에서 남성과 동등하다. 이 얼마나 유토피아적이고 공상적이며 급진적인 생각인가? 이러한 국가 이성의 로고스로 오이코스를 깨부수고 정신적 귀족주의로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그가 그린 이상적인 세상이다. 귀족적 보수주의자 플라톤이 금융 시장 조절, 이자 철폐, 양성평등 보장, 아이들에 대한 완벽한 국가 교육, 오직 명예만을 위한 지도자의 통치 등, 급진적 국가 사회주의를 표방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왜 지금 다시 철학사인가

이 책에서 논의를 풀어 나가는 프레히트만의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중요한 것과 부수적인 것을 과감하게 분리하고 그 빈자리를 이야기와 과거로부터의 현장성으로 채운다. 마치 신화적 세계가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하게 된 인간 영역에 예의 로고스가 결합되고 불가분의 관계로 발전하듯 말이다. 야심차게 출발한 이 새로운 철학사가 가지는 의미는 서양 철학이 탄생한 그 순간만큼이나 눈부시다.

철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의미를 다루는 책들은 이미 여러 권 출간되어 있다. 프레히트가 또 다른 철학사를, 세 권에 걸친 장대한 여정을 시작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철학을 [단순히 지식 영역이나 특수 분과로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목적은 이루어진 것이라 말한다. 철학은 단순히 전문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00년까지 대다수 위대한 사상가들은 학자도, 철학 교수도 아니었다는 저자의 지적을 통해 우리는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철학의 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철학서를 통해 기대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 책은 진리의 습득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일상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체험하고 사고를 날카롭게 벼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철학자로서 저자의 목표다.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프레히트는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위한 것]이 목적이 될지라도 철학적 행위, 즉 철학하기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이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는 의미에서 [세상을 알라]이다. 중세 이후, 즉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인간은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려 한다. 프레히트는 르네상스, 바로크, 계몽주의, 그리고 독일 관념론이 중심이 되는 이러한 변화를 2권에서 이어 간다. 중세 이후 다가올 수백 년에 걸친 인간의 고뇌는 이전 철학자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치밀하고 맹렬할 것이다. 신의 존재는 증명될 것인가? 현실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나? 정의롭고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관철되었나? 이런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프레히트의 여정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이름으로 계속된다.

목차

들어가는 글
아테네 학당

고대 철학

옛날 옛날 이오니아에서는
- 서양의 일식
- 최초의 철학자?
- 옛 이야기들
- 우주로 향한 시선
- 신앙의 가내 수공업자들
- 신화의 힘

만물의 척도
- 죄와 빚
- 돈의 본질
- 피타고라스
- 권력 집단
- 헤라클레이토스
- 파르메니데스

인간의 본성
- 로고스의 소재지
- 떠도는 영혼
- 잃어버린 낙원
- 영혼의 질료
- 적절하게 조절된 영혼
- 모든 것은 물질이다!

한 방랑자와 그의 제자, 그리고 아테네의 공공질서
- 소크라테스 수수께끼
- 민주주의로 가는 길
- 유용한 철학
- 위협받는 질서
- 관찰자가 있었던 재판
- 플라톤
- 연출된 현실

가상과 실재
- 귀족이 세상을 개선하다
- 확실한 앎은 가능한가?
- 연회와 비둘기에 관하여
- 플라톤의 신화들
- 세계의 비본래성
- 동굴 벽의 가짜 영상

돈이냐 명예냐? 플라톤의 국가
- 사회에 대한 불만
- 영혼을 정돈하라!
- 칼리폴리스
- 결혼, 가족, 사유 재산에 대한 국가의 공격
- 마그네시아, 또는 그리로 가는 길

사물의 질서
- 세계영혼. 플라톤의 우주 속으로
- 드러나지 않은 적
- 천상의 식물
- 아리스토텔레스
-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 자연의 질서
- 우주, 원숭이, 인간
- 죽는 영혼, 죽지 않는 정신

종에 적합한 도덕
- 도덕의 동물학
- 미덕
- 성격의 일체성
- 철학적으로 사는 행복에 관하여
- 민주제와 과두제 사이
- 여성, 노예, 야만인
- 가정 경제 대 금융 경제

이단자와 회의론자
- 식민 통치의 시대
- 히피와 선동가들
- [그 이후]의 세대
- 회의와 의심
- 자의적인 것의 은밀한 매

잘못된 사회에서의 올바른 삶
- 무한한 세계들과 무심한 신들
- 쾌락의 윤리
- 자기 관리
- 스토아학파
- 프로그램화된 세계
- 너 자신을 최적화하라!
- 자연적 본능, 도덕적 요구

정당성과 매혹
- 새로운 정신의 징후
- 새로운 대도시들
- 로마의 비상, 아테네의 유산
- 스토아학파의 변신
- 섭리에 대한 의심
- 모든 철학자들의 스승, 모세!
- 신을 닮아라!
- 플라톤의 이상 국가에서 명상에 빠지다

아우구스티누스, 또는 신의 은총
- 예수, 파울루스, 기독교와 그 초기 신봉자들
- 새로운 종교의 생성
- 의심, 독서, 지어낸 체험
- 원죄와 은총
- 시간, 의식, 사랑, 계시
- 천상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
- 로마의 몰락과 위안

중세 철학

교회의 그림자
- 수도사, 교황, 성자
- 남과 북에서의 국가 건설
- 에리우게나 또는 자유 의지
- 논리학과 신앙
- 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 아벨라르
- 장미의 이름

창조의 의미와 목적
- 아리스토텔레스가 돌아오다!
- 기독교적 시간, 물리학적 공간
-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 토마스 아퀴나스
- 새로운 신 증명

세계의 탈주술화
- 기술의 찬양
-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다
- 의지와 개성
- 오컴의 면도날
- 필연적인 것은 없다
- 우리 안에서 생각하는 질료

신들의 황혼
- 권력의 그늘
- 지배의 정당성
- 정체된 사회
- 피지배자들의 권리
- 인간 속의 신적인 것
- 새로운 좌표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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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아테네의 어느 아름다운 여름날, 구름도 없는 하늘은 지중해처럼 새파랗다. 둥근 소란 반자 천장 네 개로 이루어진 화려한 홀 안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 석조 학당의 계단 위에 그리스 남자 쉰여덟 명이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에 전념하고 있다.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테네 학당' 중에서/ p.23)

이날 초저녁 소아시아의 하늘에서는 개기 일식이 일어났다. 그 불가사의한 현상은 6분 뒤에 끝났지만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났다. 신들의 섭리에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낀 적대국 메디아와 리디아 병사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5년간의 전쟁을 끝낸 것이다. 단 한 사람만 이 모든 것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현자 밀레토스의 탈레스였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일식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예언했다고 한다.
('옛날 옛날 이오니아에서는' 중에서/ p.33)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큰 혁명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새로운 학문적 사고의 초기 흔적이나 그리스 문자가 아니라 우리가 [돈]이라고 부르는 음험한 욕망의 대상이었다. 돈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교류 방식, 권리와 지위, 도덕, 권력 관계, 지성과 사고까지 변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철학의 역사도 화폐 경제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물의 척도' 중에서/ p.69)

서양에서 영혼 불멸성의 관념이 탄생한 곳은 아름다운 세계였다. 1년 중 320일 동안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햇빛 찬란한 곳이었다. 야생의 자연은 2,000미터 높이의 아스프로몬테산까지 습곡을 이루었다. 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너도밤나무와 소나무 숲이 티레니아 해안과 이오니아 해안 양편에 늘어서 있었고,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암석 위에는 여우와 늑대, 들고양이가 살았으며, 붉은 석양이 하늘을 수놓을 무렵이면 레몬나무와 아가베나무 위로 보넬리 독수리가 선회했다.
('인간의 본성' 중에서/ p.103)

그림 속의 플라톤은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벽화에 그린 신처럼 엄중하게 하늘을 가리킨다. 방향을 가리키는 집게손가락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저길 보라, 만물은 항성들 너머 저 이데아의 제국으로부터 존재와 형태, 현상, 의미를 받는다. 이데아의 제국이 전부는 아닐 수 있지만 그 제국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무하다!] 반면에 나란히 서서 스승을 바라보는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팔을 뻗어 바닥을 가리킨다. 마치 [늘 조심하라!]고 말하는 듯이.
('사물의 질서' 중에서/ p.249)

한 철학자가 역사상 약탈 전쟁과 무절제, 잔인함, 파괴욕, 무수한 살인으로 적에게건 아군에게건 악명 높았던 한 왕자를 가르쳤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별로 좋은 이력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왕자 시절에 얼마간 스승 노릇을 했던 것이다. 그런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철학사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윤리학자로 간주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도의 지적 인식 때문이었다.
('종에 적합한 도덕' 중에서/ p.295)

철학의 상황과 관련해서 현재 우리 시대와 가장 비슷한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50년 동안의 시기가 좋은 후보로 꼽힌다. 이 시기는 어떤 면에선 철학적 전성기 중 하나에 속한다. 고대 이전에는 기원전 3세기 초의 아테네만큼 그렇게 좁은 공간에 그렇게 많은 철학자가 활동한 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단자와 회의론자' 중에서/ p.333)

기원전 3세기 초의 아테네는 18~19세기 전환기 무렵의 바이마르와 약간 비슷해 보인다. 작은 도시지만 문화적 중심지였던 바이마르는 당시의 정신적 영웅들, 즉 빌란트와 헤르더, 괴테, 실러가 1제곱킬로미터라는 아주 좁은 공간에 이웃하면서 불화와 우의, 협력과 경쟁 속에서 긴밀하게 교류하며 각자의 작품과 자기 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
('잘못된 사회에서의 올바른 삶' 중에서/ p.357)

기원전 250년 무렵 헬레니즘 세계에서 어떤 동시대인도 그 엄청난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지진이 일어났다. 80년 전만 해도 황야였다가 그사이 유례없는 비약적 발전으로 당시 세계 최대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탄생시킨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었다.
('정당성과 매혹' 중에서/ p.399)

537년 12월 27일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세상에서 가장 큰 교회 안으로 들어선다. 동로마 제국의 이 권력자에 의해 단 5년 만에 콘스탄티노플에 지어진 성 소피아 대성당이다. 성당에 들어선 그는 예루살렘의 전설적인 솔로몬 성전을 훨씬 능가하는 이 거대한 건축물을 짓게 허락해 주신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본당 위에 지름 30미터의 둥근 천장이 완전히 얹히기 전의 일이다.
('교회의 그림자' 중에서/ p.495)

꼬박 2년 뒤에 돌아온 요하네스는 모든 영역에서 우월한 아랍의 문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목조 건물 대신 현대적인 석조 건축물, 획기적인 운하 시스템과 관개 기술, 고도로 발달한 수학, 당시의 기독교 세계와 비교하면 학문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의학 등 그들의 문명은 눈부셨다. 요하네스는 코르도바의 칼리프 왕국에서 이슬람과 유대교, 기독교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을 만났다.
('창조의 의미와 목적' 중에서/ p.539)

파리나 쾰른과는 달리 옥스퍼드는 왕실 직속의 조그마한 지방 행정 도시일 뿐이었다. 그런데 헨리 2세가 1167년 영국인들에게 파리 유학을 일시적으로 금지하자 옥스퍼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의 법률가를 꿈꾸는 각지의 사람들이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종교 재판소가 있는 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더구나 옥스퍼드 대학교는 1214년부터 파리에 비견될 만한 자유도 누리고 있었다.
('세계의 탈주술화' 중에서/ p.569)

1309년 미남왕 필리프 4세가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긴 이후 기독교 세계의 지배자였던 교황은 프랑스 왕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필리프 4세는 자신이 템플 기사단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에 교황이 간섭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템플 기사단은 십자군 전쟁의 최대 수혜자였다. 엄정한 조직의 권력 기구를 갖추고 막대한 부까지 손에 넣은 그들은 어떤 세속의 통치자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신들의 황혼' 중에서/ p.607쪽

저자소개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Richard David PRECH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4~
출생지 독일 졸링겐
출간도서 8종
판매수 1,338권

1964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중산층 가정에서 유년을 보냈다. 산업 디자이너였던 프레히트의 부친은 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사람으로서 상당한 규모의 개인 도서관을 운영했다. 가정주부였던 모친은 아동 권익 보호를 위한 구호 단체인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 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프레히트를 포함한 다섯 형제들 중 두 명은 각각 1969년과 1972년에 베트남에서 입양되었는데, 이는 프레히트의 부모가 베트남 전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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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사람이건 사건이건 표층보다 이면에 관심이 많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자기를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는 제대로 된 이기주의자가 꿈이다. 지금껏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9990개의 치즈』, 『군인』,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나폴레옹 놀이』, 『유랑극단』, 『목매달린 여우의 숲』, 『늦여름』, 『토마스 만 단편선』, 『위대한 패배자』, 『주말』, 『귀향』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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