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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

원제 : Symphony for the City of the Dead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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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쇼스타코비치와 그가 사랑했던 도시 레닌그라드 이야기
    궁극적으로는 음악의 힘과 의미들에 대한 책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의 탄생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쇼스타코비치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그와 동시대인들이 헤쳐 나가야 했던 격랑의 역사를 박진감 넘치게 서술한다. 쇼스타코비치가 어떻게 레닌그라드에서 끔찍한 폭격과 싸우며 [교향곡 7번]을 작곡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피난지 쿠이비셰프에서 작곡을 끝냈는지, 악전고투 끝에 탄생한 이 곡이 한창 전투 중인 레닌그라드에서 어떻게 연주될 수 있었는지 매혹적으로 서술한다. 아울러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이 한 곡으로부터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고 다시 살아갈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는지, 나아가 세계인들이 이 곡으로 인해 러시아의 곤경에 얼마나 크게 공감했고 이후 얼마나 광범위한 원조의 손길을 내밀었는지 이야기한다.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저자 M. T. 앤더슨은 "세상에 음악을 선사한 모든 젊은 음악가들을 위하여"라는 헌사로 이 책을 연 뒤,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마이크로필름과 비밀경찰의 이야기, 공산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의 이야기, 패배한 전투와 승리를 거둔 전쟁의 이야기이다. 유토피아 꿈이 디스토피아 악몽으로 바뀐 이야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그가 사랑했던 도시 레닌그라드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음악의 힘과 의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은밀한 메시지들과 에두르는 말의 이야기, 암호로 작동하는 음악의 이야기,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견디도록 힘을 주고,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할 때 감옥 창살 사이로 속삭이게 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여 위안을 주는 음악의 이야기이다. "당신에게 어떤 일이 닥치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 pp.17~18)

    이렇듯 이 책은 ‘레닌그라드 전투’와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의 탄생에 초점을 맞춘 쇼스타코비치의 평전이자 역사서이며, 한편으로는 무너진 세상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는 음악의 힘을 예찬하는 예술서다. 소설가이자 고전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의 해박함과 치밀한 조사, 유려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 역작으로, 쇼스타코비치와 그 가족들, 당대의 일상,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계와 문화계, 참혹한 전장의 모습 등을 생생히 보여 주는 도판 130컷을 수록했다. 2015년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출판사 서평

    쇼스타코비치와 그의 시대

    이 책은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전 생애를 다룬다. 1906년 9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 미챠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안온한 삶과 작별하는 유소년기부터, 병석에 누워서도 작곡에 매진하다가 1975년 8월 9일(이날은 33년 전 [교향곡 7번]이 한창 전투 중이던 레닌그라드에서 초연된 바로 그날이다)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70년의 세월이 시간 순으로 펼쳐진다.

    마이크로필름에 담긴 [교향곡 7번]의 악보가 서방 세계의 에이전트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스파이소설처럼 속도감 있게 서술하는 프롤로그가 끝나면, 저자는 1906년 쇼스타코비치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을 당시 러시아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쇼스타코비치 가문이 간결하게 소개되고, 이후 쇼스타코비치가 작곡가로 성장하고, 스탈린 독재와 반목하면서 영광과 오욕을 맛보고, 나치와 싸우는 레닌그라드 시민과 세계인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흥미롭게 전달한다. 책에 담긴 쇼스타코비치의 모습은 감동과 숙연함, 때로는 예상치 못한 웃음마저 선사한다. 예민하고 섬약한 소년의 풍모를 가진 쇼스타코비치가 거대한 힘과 대결해 끝내 살아남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면모들까지 속속들이 소개된다.

    쇼스타코비치는 놀라울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6시 정각에 일어나 정장을 차려입고 서재로 가서 작곡을 시작했다. 그러나 놀 때는 확실하게 놀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보드카를 좋아했고, 한때 축구 심판이 되려고 마음먹었을 만큼 축구광이었다. 시즌권을 구입해서 모든 경기를 보았고, 축구 음악을 작곡하고 싶어서 애태웠으며, 말년에는 병상에 누워서도 텔레비전으로 축구 중계를 보았다. 그는 요즘 말로 하면 ‘자식 바보’였다. 한 친구가 "일종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사랑"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자식들에게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항상 시달리며 살았"다. 사람들은 그를 천성적으로 수줍음 많은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그는 소비에트가 "선전으로 자신의 삶을 부풀리고 영웅시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한 발짝 나서야 할 때는 나설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고초에 빠진 사람을 돕기 위해 수많은 편지를 쓰고 발이 닳도록 뛰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 결코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았"다. 모두가 굶주리던 시절, "가족을 위해 잼 통조림이라도 받으면 고마워서 거의 주저앉곤 했"다는 목격담이 전해질 정도다.

    저자는 쇼스타코비치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소개하면서, 쇼스타코비치를 둘러싼 공기와 그와 교류했던 인물들, 당대 예술계의 풍경을 넓게 조명한다. 예컨대 책 초반부에서는 혁명 직후 새로운 세상을 맞은 벅찬 기쁨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들끓는 젊은 예술가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서술된다. "러시아의 새로운 현대성을 찬양"하는 미래파 예술가들의 역동하는 에너지가 행간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듯하다.

    그들은 혁명이 자신들을 필요로 한다고 믿었으며 이는 짜릿한 일이었다. "우리 안에는 젊음과 기쁨이 있었다. 우리는 예술에 목숨을 바쳤다. 희망과 환상의 시절이었다." 한 미래파의 말이다.
    (/ p.56)

    이처럼 시작은 창대하고 벅찼으나 끝은 처참했다. 혁명의 열광은 이내 피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미래파의 상징적인 인물이었으며 쇼스타코비치에게는 찬탄과 혐오의 대상이었던 ‘문제적 천재’ 마야콥스키는 권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쏘았다. "마야콥스키는 제 손으로 건설을 거든 세상에서 더는 참고 살 수 없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집단주의적, 공산주의적 사회를 위해 싸운 개인주의자였다."(97쪽) 쇼스타코비치의 중요한 동료였던 연극 연출가 메이예르홀트는 갖은 고문 후 처형당한 뒤 화장되었으며 시신은 무연고자로 분류되어 배수로에 던져졌다. 메이예르홀트의 부인이자 배우였던 지나이다 라이흐는 무단 침입한 괴한의 칼에 난자당하고 눈이 도려진 채 죽었다. 붉은 군대에서 가장 유능한 인물이자 음악 애호가였으며 쇼스타코비치에게는 후견인이나 다름없었던 투하쳅스키 원수는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국가 문서보관소에 지금도 남아 있는 투하쳅스키의 심문 기록에는 핏자국이 얼룩져 있다. 죽음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무고한 예술가와 지식인들과 농민들과 노동자들과 군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고, 처형당했다. 심지어 무고한 이들을 살해했던 이들도 결국 살해당했다. 훗날 쇼스타코비치는 이렇게 회고했다.

    "내 교향곡은 대부분이 묘비다." 쇼스타코비치가 죽기 직전에 남긴 말이라고 한다. "너무도 많은 우리 인민들이 죽었고 아무도, 심지어 친척들도 모르는 곳에 묻혔다. 내 친구들도 많이 그런 일을 당했다. 메이예르홀트나 투하쳅스키의 묘비를 어디에 세우겠는가? 오로지 음악만이 그들을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다."
    (/ p.485)

    레닌그라드 전투와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이 일대기의 핵심은 단연코 ‘레닌그라드 포위전’과 그 참혹한 현장 속에서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가 탄생하는 몇 해 동안의 이야기다. 1941년 9월,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국방군이 쇼스타코비치가 나고 자란 도시 레닌그라드를 포위했다. 서양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파괴적인 포위전의 시작이었다. 2년 반 동안 폭격과 굶주림과 추위로 100만 명 넘는 시민들이 죽었다. 생존자들은 죽은 자들을 파묻을 수단도 기력도 없어서 혹한의 거리에 시체들이 방치되어 있었다고 회고한다.

    당시 쇼스타코비치는 나치와 소비에트 독재로부터 이중의 압박을 받는 처지였다. 특히 1936년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스탈린으로부터 ‘음악은 없고 혼란뿐’이라는 혹평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국보급 작곡가의 자리에서 추락해, 사회주의 리얼리즘 논쟁의 희생양이 될 위기를 맞게 된다. 숙청의 공포 속에서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 5번≫을 작곡했고,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실제적이고 창조적인 응답’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가까스로 당의 신뢰를 회복한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에게 스탈린 독재는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을 짓누르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많은 예술가들이 망명을 선택하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쇼스타코비치는 끝내 조국을 떠나지 않았다.

    1941년 쇼스타코비치는 독일의 포위 공격으로 초토화된 레닌그라드 시민들을 고무하고 단결시키고 찬양하고 추모하는 ≪교향곡 7번≫ 작곡에 들어간다. 1942년 3월 5일, 쿠이비셰프에서 사무일 사모수트가 지휘하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 곡이 초연되자 소비에트 당국은 반反나치 투쟁의 찬가로 치켜세운다. 쇼스타코비치가 곡에 담은 것이 나치에 대항 저항인지,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독재자 스탈린에 대한 저항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가 고향 레닌그라드에, 그리고 먼저 떠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에게 이 곡을 헌정했다는 것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서방 연합국도 ≪교향곡 7번≫에 열광했다. 이 교향곡은 마이크로필름에 담겨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막을 넘어 미국에 전달되어 연주되었다. 그 결과 추축국에 맞선 연합군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놀라운 기여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1942년 8월 9일, 레닌그라드. 전쟁으로 절반 넘게 죽고 뿔뿔이 흩어졌던 레닌그라드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살아남은 단원들과 여러 연주자들이 모여서 카를 엘리아스베르크의 지휘로 시민들 앞에서 처음으로 이 곡을 연주한다. 이 실황은 확성기를 통해 도시 곳곳으로, 전선에 선 군인들에게로, 기세가 꺾인 독일군의 막사로 울려 퍼진다.

    1944년 1월 27일, 레닌그라드는 마침내 나치의 손아귀에서 해방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5년 5월 8일, 나치 독일은 연합군에게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이후 세계는 오랫동안 소비에트를 위시한 사회주의 진영과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 진영이 대결하는 냉전 체제에 들어간다.
    저자 M. T. 앤더슨은 ≪교향곡 7번≫이 탄생하는 과정을 충분한 지면을 할애해 공들여서 서술한다. 살벌한 역경과 직면해 용기와 저항정신으로 거둔 위대한 승리의 순간이 벅찬 감동을 안겨 준다.

    끝내 무릎 꿇지 않은 도시 레닌그라드

    이 책은 잔혹한 적들 앞에서 끝내 무릎 꿇지 않은 도시 레닌그라드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도시를 꽁꽁 봉쇄한 채 "인간 이하의 사람들"을 총이나 포도 쓰지 않고 굶겨 죽이려고 작정한 히틀러의 나치군에 저항해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불굴의 정신으로 끝내 살아남은, 처절하지만 숭고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인간임을, 그것도 음악과 예술과 문학을,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인간임을 기어이 증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시를 파괴한 인물은 히틀러 이전에 스탈린이었다. 자신을 3인칭 ‘스탈린 동지’로 지칭하길 즐겼던, 변덕스럽고 포악한 이 독재자는 무모한 5개년 계획과 숙청으로 러시아 전역에 피바람을 일으켰고, 나치의 침략을 방기했으며, 전쟁 초기 속절없이 무너지는 붉은 군대를 뒤로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저자는 솔로몬 볼코프의 [증언]에 실린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를 인용한다. ≪교향곡 7번≫은 "스탈린이 파괴했고 히틀러는 그저 마무리했을 뿐인 레닌그라드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두 적 스탈린과 히틀러의 범죄를 낱낱이 고발한다.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전장에 뛰어들고 후방을 지켰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모두가 하나였다. 전투가 이어진 900일 동안 100만 명 넘는 시민이 죽고, 거리마다 집집마다 매장도 못한 시체가 뒹굴고, 굶주리다 못해 집에서 기르던 동물을 잡아먹고, 식인 행위까지 은밀히 성행했지만, 끝내 그들은 살아남았다. 저자는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처절한 사투를 담담한 필치로 서술한다. 의미심장하게도 "부지런히 씻고 접시를 샅샅이 비우고 눈과 진눈깨비를 뚫고 일하러 간 사람들"이 살아남았다.

    혼자서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서로가 일을 분담하고 음식과 온기를 나눌 수 있는 피난처를 만들어야 겨우겨우 버틸 수 있었다. "우리는 한방에 들어가 가족처럼 살았다. 저녁이면 체스를 하고 푸시킨을 큰 소리로 읽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회상했다. "살아남으려면 남들을 계속해서 도와야 했다." (......)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남들을 돕는 것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나눔이 삶의 방식이 되었고, 남들을 돕고 바쁘게 움직이고 일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
    (/ pp.384~385)

    독일의 포격으로 예르미타시 미술관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서른에서 마흔 명의 자원자들(대부분이 55세 이상의 여성들)이 모여 낮 동안에 대략 15킬로미터나 되는 미술관 복도를 돌며 1,000개가 넘는 방에서 이런 파편들을 치웠다.
    (/ p.391)

    그렇게 죽은 자들의 도시는 한계 상황에서 삶을 이어갔다. "낮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깜깜하고 고요하고 매섭게 추웠지만, 거기에도 자그마한 빛은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장 허기지고 가장 잔혹한 자아에 굴복했고, 누군가는 함께 손잡고 주위에 무더기로 쌓인 문명의 요소들을 상기하며 위기를 버텼다."
    (/ p.395)

    남겨진 의문.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혹자는 쇼스타코비치가 굴라크로 유배되거나 망명을 떠나지도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것을 놓고, 그를 타협과 순응으로 목숨을 부지한 겁쟁이로 폄하하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정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대신 쓴 선전 기사에 언제나 기꺼이 서명했다. 자신의 친구들을 수없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밀경찰 NKVD의 악단을 위해 활기찬 춤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과연 쇼스타코비치는 충성스러운 스탈린주의자였을까, 반체제 인사였을까? 기회주의자였을까, 소신 있는 사람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대답은 어느 쪽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살아남으려고 애썼다." (481쪽)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친구들을 도우려고 항상 애썼고, 대공포 시대에 감옥에 갇히거나 죽은 무고한 사람들의 누명을 벗기려고 최선을 다했으며, 전쟁 후 스탈린이 또 다른 숙청을 준비하는 기미가 보일 때 스탈린과 그 졸개들을 은밀히 조롱하는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이 목숨을 부지한 방식을 몹시 수치스러워했다고 전해진다.

    "나는 용기가 없는 비겁자였다." 그가 인정했다. "설령 그들이 내게 거꾸로 들고 보여줬어도 나는 무엇이든 서명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혼자 있게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 p.482)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평가 중 가장 보편타당한 것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그는 반항과 순응이 뒤섞인 인물이었다. 지휘자 쿠르트 잔덜링의 말을 들어보자. "그도 인간일 뿐이었어요. 자신의 문제일 때는 겁쟁이였지만 다른 사람이 관계되는 일에는 무척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NKVD가 그에게 접근하여 춤곡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을 때 아마도 그는 "거부하기에는 너무 무서웠으리라." 안전하게 지내는 우리가, 살해하려는 요원들의 감시를 받는 가족이 없는 우리가, 투옥된 친척들의 목숨이 우리 행동거지에 달려 있지 않은 우리가 그를 비난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다.
    (/ p.461)

    세상을 떠나기 전에 쇼스타코비치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돌아보면 내가 보는 것은 폐허, 산더미로 쌓인 시체들뿐이다...... 과장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산더미다...... 나는 슬프고 항상 비통하다."(484쪽) [더 클래식] 저자 문학수의 추천사를 그대로 빌려오자면, "이 책 자체가 한 편의 장송교향곡이다."

    추천사

    때로는 다큐처럼 또 때로는 소설처럼 읽힌다. 스탈린 시대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쳤던, 아니 펼칠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초상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묘파한다. 마이크로필름에 담긴 [교향곡 7번]의 악보에서 시작해 글의 제재를 확장해가는 저자의 솜씨가 능란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페트로그라드로, 다시 레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명멸했던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책 속에 녹아들면서 한 명의 예술가를 ‘당대적 모자이크화’로 그려내고 있다. 혁명의 붉은 리본을 호기롭게 팔뚝에 묶었던 ‘어린 미챠’가 시대의 격랑에 휘말려 겪었던 곡절과 분열은 쇼스타코비치의 내면이었던 동시에 러시아의 피투성이 맨얼굴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었으며, 반항과 순응의 곡예를 펼쳤던 예술가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묘비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에서 사라진 숱한 이들은 가깝게는 쇼스타코비치의 친척이거나 동료 예술가, 넓게는 러시아의 민중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15개의 교향곡 대부분이 죽은 이를 위로하는 ‘레퀴엠’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한 편의 장송교향곡이다.
    - 문학수 / 경향신문 선임기자, [더 클래식] 저자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이 쇼스타코비치가 된 것만 같았다. 공습경보가 울리고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처참한 전쟁의 현장에서도 오선지 가득 음표들을 채워 넣던 쇼스타코비치에게 음악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작가가 생생한 문장으로 되살려낸 러시아의 격동기를 함께 겪으면서 [교향곡 7번]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장면들이 달리 보이고 음악도 달리 들릴 것이다. 무엇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을 못 견디게 듣고 싶어질 것이다.
    - 최은규 / 음악평론가, [교향곡: 듣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 저자

    목차

    프롤로그 9

    1부: 1. 어제의 죽음 21
    2. 내일의 탄생 46
    3. 삶은 더 즐거워지고 있다 100

    2부: 4. 우정 199
    5. 바르바로사 220
    6. 진격 233
    7. 첫 번째 악장 246
    8. 두 번째 악장 275
    9. 세 번째 악장 291
    10. 거짓과 진실 305
    11. 탈출 322
    12. 7호 열차 337
    13. 쿠이비셰프와 레닌그라드 344
    14. 낙관적인 쇼스타코비치 355
    15. 죽은 자들의 도시 369
    16. 나의 음악은 나의 무기 396
    17. 생명의 길 406
    18.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433

    3부: 19. 냉전과 해빙 457

    저자의 말 492
    옮긴이의 말 496
    주석 500
    참고 문헌 529
    사진 출처 536
    찾아보기 537

    본문중에서

    도서관의 열기는 이르게 바닥났다. 배관이 결국 얼어서 터졌다. 1월 말에 전기가 끊겼다. 그래도 사서들은 손전등을 들고 어둑한 서가를 돌았고, 기름이 떨어지면 나무에 불을 붙여 들고 다녔다. 여전히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들에게 봉사했고, 시 정부가 제기한 실질적 문제의 해답, 즉 성냥이나 양초를 만드는 대체 방법을 찾고자 했다. 건물이 점점 추워지고 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커지자 결국 독서실을 차례로 폐쇄했다. 결국에는 이용객들과 사서들이 모두 경유 램프와 부르주이카 난로가 아직 남아 있는 관리 사무실에 들어앉았다. 포위된 동안 사람들은 소설을 읽고 일기와 시를 썼다. 상황이 갈수록 암울했음을 생각한다면 놀랄 만큼 흔하게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활동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삶을 상기시켰고, 혼란의 와중에도 문명의 규범과 일상을 잊지 않도록 자극했다. 비록 갇혀 있지만 사람들은 소설을 통해 탈출을 꿈꾸었다.
    (/ p.386)

    나치가 슬라브족을 ‘인간 이하의 사람들’이라며 경멸하는 것에 맞서 러시아인들은 독일이 전쟁을 벌일 때 자신들은 예술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들은 결단코 인간으로 남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무슨 의미였을까? 포위되었을 때 인간이라는 동물은 어떤 존재였을까? 네발로 기며 더러운 풀을 뜯어 먹는 초식동물이었다. 혼자 또는 무리 지어 사냥하는 포식자였다. 고상한 예술을 논하고 죽은 양과 돼지 창자에서 바이올린 현을 감는 사회적 동물이었다. 음식을 찢는 송곳니와 말하는 혀, 삼키거나 노래할 수 있는 입을 가진 존재였다.
    (/ p.440)

    이 책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20세기 전반기 소비에트 사회와 예술을 다룬 역사서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이면서 쇼스타코비치의 간략한 전기이기도 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전쟁 한복판에서 이 교향곡이 만들어지고 전달되고 연주되고 사람들에게 힘을 준 이야기가 있다. 인간의 본성이 시험받는 최고로 혹독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현실을 견디고 서로를 위로하고 승리의 희망을 품은 이야기다. 상반된 체제의 사람들이 음악으로 서로 이해하고 연대를 맺는 이야기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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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M. T. 앤더슨(M. T. Anderso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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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지 -
    출간도서 4종
    판매수 947권

    196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보스턴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십대 시절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으며, 소설 쓰기, 만화 그리기, 컴퓨터 어드벤처 게임에 빠져 청소년기를 보냈다. 영국 기숙학교에서 1년간 공부한 뒤 하버드대학에 진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미국으로 돌아와 [보스턴 리뷰] 인턴, 캔들위크 출판사 편집자,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시러큐스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버몬트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7년에 데뷔작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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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대중음악을 공부했다.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뮤지코필리아][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콜럼바인][스타워즈로 본 세상]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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