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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인가 : 100년후 독자에게 던지는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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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나혜석
  • 출판사 : 가갸날
  • 발행 : 2018년 04월 20일
  • 쪽수 : 18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7949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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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우리나라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 나혜석이 100년후 독자에게 묻는다. 한 세기 전의 자신의 주장이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과격한가고.

    정조는 취미다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 남의 정조를 유인하는 이상 그 정조를 고수하도록 애호해 주는 것도 보통 인정이 아닌가.”
    ('이혼 고백장' 중에서)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 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것과 같이 임의용지任意用志로 할 것이요, 결코 마음의 구속을 받을 것이 아니다.”
    ('신생활에 들면서' 중에서)

    ‘정조의 해방’을 주장한 글이다. 봉건질서에 쩔어 있던 시기였던 만큼, 세상이 뒤집어질 만한 사건이었다. [이혼 고백장]을 통해 여성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를 통렬히 비판한 데 이어 나혜석은 3·1만세운동 지도자의 한 사람이었던 최린에게 정조유린죄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혜석의 행동은 당시 사회에서는 금기였다. 세상은 그에게 손을 내밀기는커녕 손가락질하고 저주하였다. 욕을 하기는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거의 재기할 기분이 없을 만치 때리고 욕하고 저주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필경은 같은 운명의 줄에 엉키어 없어질지라도 필사의 쟁투에 끌리고 애태우고 괴로워하면서 재기하려 합니다.”
    ('이혼 고백장' 중에서)

    우리는 인형이 아니다

    나혜석은 동경에 유학하던 십대 후반부터 이미 선각자로서 여성해방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왔다.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기뻐하듯/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남편의 아내 인형으로/그들을 기쁘게 하는/위안물 되도다/노라를 놓아라/최후로 순수하게/엄밀히 막아놓은/장벽에서/견고히 닫혔던/문을 열고/노라를 놓아주게

    1921년 [매일신보]에 실린 나혜석의 시다. ‘노라’는 여성 해방의 상징이다.

    “여성을 보통 약자라 하나 결국 강자이며, 여성을 작다 하나 위대한 것은 여성이외다. 행복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있는 것이외다. 가정을 지배하고, 남편을 지배하고, 자식을 지배한 나머지에 사회까지 지배하소서. 최후 승리는 여성에게 있는 것 아닌가.”
    ('이혼 고백장' 중에서)

    이처럼 열정적으로 여성해방을 외치던 나혜석은 끝내 세상의 거대한 벽 앞에 좌절하고 만다.

    70년 만에 부활하는 나혜석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 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
    ('신생활에 들면서' 중에서)

    사회의 냉대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다친 나혜석은 차츰 세상에서 잊혀졌다. 1948년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생을 마감한 행려병자 하나가 용산 시립 자제원으로 이송되었다. 아무도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인 줄 몰랐다.
    그리고 70년이 흘렀다. 그가 땅 속에 누워 침묵을 이어간 다음에야 세상을 그를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페미니스트인가]는 나혜석이 발표한 글 가운데 페미니스트 입장의 산문만을 묶은 것이다. [이혼고백서] [모 된 감상기] 등 대표적인 글을 망라하고 있다. 가갸날은 올 초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최초로 세계를 일주한 나혜석의 여행기를 [조선여성 첫 세계일주기]라는 이름으로 펴낸 바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인가]는 [조선여성 첫 세계일주기]에 앞서 펴내려던 것이 가갸날이 새롭게 시도하는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시리즈로 확정되면서 출간이 지체되었다. 지난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일제강점기의 우리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리즈의 하나로 세상에 내놓는다.
    나혜석의 글 속에는 척박했던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의 모습과 시대를 앞서 살며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 선각자의 사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 1부는 이혼 전에 쓴 글이고, 2부는 이혼 후의 글이다. 이혼 전과 후의 그의 생각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를 살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묘미다.

    목차

    1부
    잡감-K언니에게 드림
    모(어머니) 된 감상기
    나를 잊지 않는 행복
    생활 개량에 대한 여자의 부르짐음

    2부
    아아, 자유의 파리가 그리워
    이혼 고백장
    신생활에 들면서
    조선 여성에게

    본문중에서

    100년후 독자에게

    사람들은 믿어줄까? 내가 하루아침에 남의 집 건넌방 구석을 굴러다니는 신세가 되고, 끼니를 때우기 위해 전당포를 들락거려야 했다는 것을. 생활의 곤고함은 육신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병들게 하노니, 나는 끝내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거리에서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했소.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자존이었소. 그대들은 모르리. 세상과 불화하고 방종한 대가라고 손가락질하던 당대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거의 한 세기 뒤를 사는 오늘의 여러분들도. 우리 시대에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시밭길이었는지.
    나는 사람이 되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소. 그러나 세상은 여성의 삶을 옥죄는 거대한 벽이었으니, 식민지체제와 봉건 질서, 남성중심주의는 숨쉬기에도 버거웠소. 생각이 제법 틔었다는 사람들도 우리더러 인형이 되라는 것이었소. 여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오. 나는 인형이 되기를 거부하였소. 그리고 글로, 몸으로 실천하였소.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오지 않는 법 아니오? 나는 내가 내딛는 한 걸음이 조선 여성 전체의 미래와 결부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소.
    [이혼 고백장]을 발표했을 때 ‘미치광이 짓 같은 노출증’라고 공격한 여성도 있었소. 남성들이야 얼마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겠소. 자신들은 방탕한 생활을 즐기면서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는 조선 남성의 심사는 이상하지 않소? 이혼하면 친권을 박탈당하고 돈 한 푼 없이 내쫓기는 게 정당한 것이오?
    나는 결혼후 한순간도 허투루 허비한 적이 없소.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도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했소. 하지만 예술가의 길과 주부의 길이 행복하게 양립하기는 지금도 쉽지 않을 것이오. 결국 나의 결혼은 파탄이 나고 말았소.
    과연 결혼이란 무엇일까? 정조란 무엇일까? 모성이란 무엇일까? 내 주장이 지금 세상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과격하다는데,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오.

    나혜석
    ('머리말' 중에서)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요,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 자손들을 무엇을 주어 살리자는 말이오?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않으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자는 말이오?
    (/ p.22)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기뻐하듯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 되도다
    (/ p.25)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몇 달간 계속되더니 심신의 피곤은 이젠 극도에 달하여 정신엔 광증狂症이 생기고, 몸에는 종기가 끊일 새가 없었다. 내 눈은 항상 체 쓴 눈이었고, 몸은 마치 독갑이같아 해골만 남았었다. 그렇게 내가 전에 희망하고 소원하던 모든 것보다 오직 아침부터 저녁까지 똑 하루만, 아니 그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꼭 한 시간만이라도 마음을 턱 놓고 잠 좀 실컷 자보았으면 당장 죽어도 원이 없을 것 같았다. … 진실로 잠은 보물이요, 귀물이다. 그러한 것을 탈취해 가는 자식이 생겼다 하면, 이에 더한 원수는 다시없을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는 ‘자식이란 모체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고 정의를 발명하여 재삼 숙고하여 볼 때마다 이런 걸작이 없을 듯이 생각했다.
    (/ p.52)

    조선 사람의 살림살이를 불러 야명조夜明鳥의 살림과 같다고 하고 싶습니다. 인도 설산 히말라야 산중에 야명조라는 새가 있답니다. 이 새는 웬일인지 일평생을 두고 결코 보금자리를 짓는 일이 없답니다. 그리하여 밤이 되면 높은 산 추위는 우모羽毛를 찌르고, 고원지구 넓은 뜰을 넘어드는 찬바람은 늙은 나무 가지를 흔들어, 겨우 부접하여 있는 새들을 쫒아냅니다. 캄캄한 바람과 찌르는 찬 바람에 싸여 갈 길을 방황할 때, 새들은 일제히 ‘밤이 밝거든 보금자리를 짓자夜明造巢’라고 운답니다.
    그러한 무섭고 괴로웠던 끔찍한 밤이 다 가고 붉은 아침 해가 솟아오를 때, 비로소 활기와 빛을 얻어 휘황한 우모에 두 날개를 펴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동서남북으로 흩어지나니, 이 오천 광야에는 예부터 곡물과 곤충이 많이 있으므로, 밤새도록 ‘야명조소’ ‘야명조소’ 하고 울고 있던 새들도 눈앞에 널려 있는 밤나무, 무화과며, 포도 잎새 그늘에 숨어 있는 모충에만 마음이 쏠려, 그만 보금자리 지을 생각은 멀리 잊어버려 두고, 그와 같이 종일 실컷 놀고 마음껏 먹고 나서 설산 산림 중에 돌아와서는, 밤이 되면 또 ‘야명조소’ ‘야명조소’라고 운답니다. 이렇게 하기를 일생을 두고 하다가 죽는답니다.
    (/ p.67)

    여성을 보통 약자라 하나 결국 강자이며, 여성을 작다 하나 위대한 것은 여성이외다. 행복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있는 것이외다. 가정을 지배하고, 남편을 지배하고, 자식을 지배한 나머지에 사회까지 지배하소서. 최후 승리는 여성에게 있는 것 아닌가.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 p.150)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 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것과 같이 임의용지任意用志로 할 것이요, 결코 마음의 구속을 받을 것이 아니다.
    (/ p.162)

    저자소개

    생년월일 1896~1948
    출생지 -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1,162권

    일본 유학을 다녀온 한국 미술 사상 최초의 서양화가. 조선 최초로 서구 여행을 다녀온 여성. 사랑과 자유, 예술과 혁명으로 고군분투했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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