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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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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장석주, 박연준
  • 출판사 : 난다
  • 발행 : 2017년 12월 30일
  • 쪽수 : 4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8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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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난다의 >읽어본다<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장석주 시인과 박연준 시인 부부의 책읽기에 대한 책일기


★매일 한 권의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하는’ 이야기 >읽어본다<
출판사 난다에서 새롭게 시리즈 하나를 론칭합니다. ‘읽어본다’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으셨겠지만 쉽게 말해 매일같이 써보는 독서일기라 하겠습니다. 이때 덜컥, 하고 걸리는 대목이 있으실 겁니다. 아마도 ‘매일’과 ‘독서’와 ‘일기’ 이 세 개의 키워드일 텐데요, 그리하여 어떻게 매일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그 리뷰를 쓸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 또한 크실 텐데요, 그러니까 이 시리즈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듯합니다. ‘매일’같이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자유자재’로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 것뿐이다, 라고 말이지요.
시리즈마다 공통된 구성은 이렇습니다. 커플일 경우 책의 좌우 페이지 중 한 방향을 정합니다. 그리고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같이 써나갑니다. 12월 31일까지 해서 그 1년을 다 담아낸다면 참도 좋으련만, 만약 그랬다가는 2017년 한 해의 독서 트렌드를 2018년에나 목도해야 하는 뒷북을 경험해야 하는데다 무엇보다 책이 무거워서 들 수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각각 365페이지만 해도 대략 800페이지에 육박하고 말 거였거든요. 커플일 경우 책의 권수로 따지고 보자면 것도 일인당 180권, 겹치는 책을 포함해서 대략 360권을 소개하는 것이 되기에 얼추 1년 치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7월 1일부터 책이 나오기 직전의 오늘까지는 이들이 ‘만져본’ 책의 리스트를 그대로 소개했습니다. ‘매일’이라는 기획자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지자 리스트의 개수는 들쑥날쑥해졌지만 이는 그 자체로 건강한 먹성 아닌 ‘책성’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책을 즐겨 읽고 또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귀한 책의 메뉴판이 될 거라 가늠했습니다.

★특별한 특정 사람들 말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생활화하는 독서일기를 꿈꾼다!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데는 아주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을 품기도 해서였습니다. 우리 어릴 적에 누구나 ‘독서일기’를 쓰며 자랐는데, 그것도 숙제로 선생님의 ‘참 잘했어요’ 마크가 찍힌 도장을 받아가며 책가방 속에 넣고 다니기도 하였는데, 어느 순간 그 노트가 어디로 다 사라져버렸는지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이들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싶었던 거지요. 물론 책읽기를 주업으로 하거나 책읽기의 달인이다 싶은 분들의 독서 리스트는 책으로 여전히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기획자로서의 저는 그랬답니다. ‘특별한 특정 사람들 말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생활화하는 독서일기가 대중화’되어야 책 시장이 보다 다양해지고 책 문화가 보다 풍요로워지며 책 인구가 보다 팽창할 거라고 말이지요. 그리하여 시작하게 된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 책이 내 생활 속에 어떻게 스미어 있는지, 책이 내 일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적어주면 좋겠다, 하는 기획자의 주문 속에 선보이게 된 다섯 권의 >읽어본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뮤지션이자 책방무사 운영자 요조의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의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남궁인의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시인 장석주 박연준 부부의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북카페이자 서점인 카페꼼마 장으뜸 대표와 문학동네 강윤정 편집자 부부의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예스24 김유리 MD와 매일경제 문화부 김슬기 기자 부부의[읽은 척하면 됩니다]. 한 권 한 권에 대한 소개는 아래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하겠습니다.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장석주 시인과 박연준 시인 부부의 책읽기에 대한 책일기

이 책은 시인이자 다독가로 널리 알려진 장석주와 박연준 부부가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같이 써나간 책일기입니다. 이후인 7월 1일부터 12월의 오늘까지는 저자가 관심으로 읽고 만진 책들의 리스트를 덧붙였지요. 정해진 출퇴근이 없는 대신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삶으로 성실하게 많은 책을 출간해오고 있는 이들 부부는 특히나 책에 대한 애정을 부부의 금슬만큼 유명하게 퍼뜨려왔다지요. 좋은 걸 좋다고 할 때의 그 순정한 예쁨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아름답게 보아주는 일이겠지요. 그 좋은 게 나한테 해가 될 리 없으니까요. 함께 좋다고 할 때 합쳐진 그 함성은 분명 고운 메아리로 내게 돌아올 테니까요.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는 이들 부부가 함께 쓴 두번째 저작물입니다. 2015년 이들 부부가 결혼식을 책으로 대신하여 큰 이슈를 불러왔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두 사람이 각각 1부와 2부로 나누어 마주봄 없이 썼다면 이번 책은 매일이라는 나날을 마주보며 써나간 책이기도 합니다. 이들 부부에게 >읽어본다<를 제의한 것은 두 사람의 ‘직업’ 속에 ‘생활’ 속에 ‘삶’ 속에 ‘책’이 필수불가결한 오브제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읽고 쓰는 삶이 직업인 시인은 정작 어떤 책을 읽을까. 특히나 부부가 한 직업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 ‘같음’이라는 전제조건 아래 소소한 ‘다름’은 어떻게 펼쳐질까.
장석주 시인은 끊임없이 책을 이야기합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책에 미쳐 있을 수가 있을까 싶게 책의 볼륨에 상관없이 일단 다 읽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특히나 인문학 분야에 관련된 책들은 그의 눈에서 거의 매일 ‘아작’이 납니다.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책에 코를 박는 시인이 보입니다. 다만 아내가 부를 때는 고개를 들지요. 그 아내인 박연준 시인 역시 끊임없이 책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생활을 사는 가운데의 책을 말합니다. 그녀의 생활 한가운데에 남편이 있고 언제나 책을 읽는 남편과는 사뭇 다른 책을 읽는 아내로서의 시인 자신이 있습니다. 시인이지만 소설을 먼저 썼던 이력 탓인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너무나 재밌습니다. 생생합니다. 그렇지요. 책은 이렇게 작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 손에 잡혔을 때 읽게 되는 것이지요. 어떤 원초적인 면으로 보자면 자연발생적이라 할 박연준 시인의 독서 패턴.
장석주 시인이 냉수에 가까운 소감을 보여준다면 박연준 시인은 온수에 가까운 소감을 보여줍니다. 기질이 다르니까 책을 읽어내는 소회도 이렇듯 온도차가 있는 것이겠지요. 다만 이들이 책을 사랑하는 온도는 잴 수가 없을 듯합니다. 다독가를 꿈꾸는 분이라면 장석주 시인의 도서 목록을, 깊이 있는 문학 및 예술서적에 집중해서 책을 골라 읽고 싶은 분이라면 박연준 시인의 도서 목록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여러분들이 저마다의 일기장에 이 한 구절을 남기셨으면 하는 마음 큽니다. 그러니까 나도 책읽기에 대한 책일기를 써봐야지 하는 시도의 말이자 다짐의 말이요. 쓰다 보면 나란 사람이 보이게 됩니다. 내가 쓴 글들로 말미암아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 생활의 정수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세상살이에서 가장 어려운 게 나란 사람의 주제파악이 아니던가요. 책은 우리에게 그걸 알려주지요. “읽기라는 행위로 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또한 우리를 희망으로 살게 한다지요.
참고로 이 책의 제목은 장석주 시인이 박연준 시인에게 남긴 본문 속 편지에서 따왔습니다. 내 아침 인사 대신 내가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보다 더한 연서가 어디 있을까요. 페이지마다 사랑으로 채워본 것이 바로 이 책임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목차

>장석주<
2017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12월의 오늘
에필로그

>박연준<
2017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12월의 오늘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세상의 음악 중에서 고전음악만을 고집해 듣던 소년은 책을 좋아했다. 책읽기가 “눈이 하는 정신 나간 짓”이더라도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소년이 세상에 널린 책을 다 읽겠다는 욕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허나 책을 밥 먹듯이 읽으며 살게 되리라고, 그리고 책에 연관된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예감했다. 과연 나는 정치인도 기업가도 금융전문가도 아닌, 편집자로 전업 작가로 살았으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활자로 된 건 다 읽어 치우고 마는 게 운명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2016년 10월 14일 금요일 저녁, 시인 편집자와 몇 지인이 어울린 서울의 상수동 식당에서 이 책 기획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단박에 이것을 적는 일이 내 살아 있음을 증거하고, 책을 손에 쥐고 있던 그 찰나 스친 기분과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일임을 알았다. 이 책은 서평집이 아니다. 그간 서평집은 여럿 썼으나 책‘일기’는 처음이다. 읽은 책의 서지학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책이 도착한 경로, 날짜와 날씨를 깨알같이 찾아 적으며 책을 끼고 분투하며 산 계절의 뿌듯함과 수고의 기억이 스쳐갔다. 더러는 사사로운 감정의 결들, 이를테면 산 날의 슬픔과 분노, 보람과 덧없음도 얼핏얼핏 드러날 테다.

날마다 책일기를 적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떤 날은 건너뛰고, 또 어떤 날은 쓰지 못한 날의 일기를 실뭉치인 듯 뒤엉킨 기억을 풀고 펼쳐서 몰아서 썼다. 소년 시절 방학 끝 날 저녁 끼니마저 거른 채 괄약근을 조이며 방학 일기를 끙끙대며 몰아서 해치우듯이. 책일기를 적을 때 내 뇌의 편도체와 해마의 빈곤함에 얼마나 실망했던지! 어떤 책은 읽었건만 까마귀라도 잡아먹은 듯 내용은 커녕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책읽기의 동기는 다양하다. 살아 있음을 자축하는 책읽기, 생업 전선의 필요에 부응하는 책읽기, 취향에 따른 책읽기, 난관을 뚫기 위한 책읽기, 정신의 허기를 채우는 책읽기, 혼자 있음을 견디는 책읽기, 봄날의 벅찬 기쁨을 더하는 책읽기, 정신의 단련과 수행을 위한 책읽기, 침묵 삼매경에 들기 위한 책읽기…… 책일기를 적고 보니, 내 사람됨의 모호함이 보다 또렷해진 느낌이다.

이 일기는 사실에 바탕을 두되 더러 어렴풋한 기억에 픽션을 더해 쓴 것도 있다. 이로 인해 불미스러운 사태와 사회 혼란이 생긴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테다.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빚어진 나라의 어수선함이 내 집중력을 침해한 것도 사실이다. 가사 의무를 다하느라 일기 쓸 시간이 준 것도 사실이다. 한숨과 탄식을 내쉬며 몰아서 일기를 쓴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늠름한 남자가 취할 자세가 아닐 테다. 약간의 픽션은 픽션대로, 희떠운 소리와 언롱言弄은 그것대로 너그럽게 읽어주시기를! 더러 문장에서 마음의 깊이와 무늬가 아름다웠다면 그것은 책의 훌륭함 때문이고, 흉하게 불거진 사유의 꾀죄죄함과 앙바틈한 도량度量은 내 사람됨의 모자람 때문일 테다.

2017년 겨울
장석주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탐했다. 집에 오는 사람이면 누구든 붙잡고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던 ‘찐득이’가 나였다. 옛날과 이야기라니. 지나간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언제부터 알았을까?

구전口傳에서 책으로 옮겨가는 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도 이야기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3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를 거쳐간 책들이 얼마나 될까? 그 책들은 나를 통과해 나와 연루되었다. 내가 지금의 나일 수 있도록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확신이 든다.

책은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슬플 때 얼굴을 가릴 수 있다. 얼굴을 가리고 조금 울 수도 있다. 마음이 펄럭일 때 납작한 돌멩이처럼 배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잡생각이 가득할 때 같은 문장을 반복해 읽으며 생각의 둘레를 걷고, 걷고, 또 걸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생각의 둘레에서 벗어나 책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도 있다.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 펼치면 아늑해진다. 나는 운이 좋게도 다정한 목소리를 내는 작가를 여럿 알고 있다. 내 모습이 싫을 때 가장 먼 곳으로 재빨리 데려다주는 것은 책뿐이다. 어떤 비행기도 하지 못한다. 돌아오는 것도 쉽다. 음악이나 영화에서 빠져나오려면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책은 간단하다. 눈을 떼면 된다. 내 몸처럼 붙었다 다른 몸처럼 떨어진다. 혼자 행하지만 외롭지 않은 일이 독서다. 좋은 책을 읽고 난 뒤 책장을 덮는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심심할 땐 책이 좋다. 내가 책을 읽는 첫번째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모든 재미있는 일은 나를 변하게 하고, 삶을 변하게 하고, 세상을 변하게 만든다.

그러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무기를 사야 한다면, 책을 사야 한다. 둘러보니 우리집은 작고 가벼운 무기로 가득찬 무기고武器庫다. 든든하고 감사하다.

존 버거는 “침묵도 훌륭한 소통수단이 된다”고 했다. 존 버거는 다른 의미로 이야기를 했겠지만, 순간 독서가 떠올랐다. 독서야말로 침묵 안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는 소통이니까. ‘환희’를 동반한 놀람은 대부분 책 읽는 중에 일어났다. 현실에선 기가 막힌 일이나 더 나쁜 일들만 나를 놀라게 했다.

늙어 죽을 때까지 독서를 즐기고 끼적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은 타인과 소통을 끊지 않겠다는 결의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주고, 받는 것. 결국 책을 읽는 행위는 남의 말을 들으려는 행위다. 누군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이쪽에서 받아주는 행위다. 그 사람이 말을 끝낼 때까지 “그것과 동행하기 위해”(존 버거) 책을 읽는다.

스스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믿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꼰대가 된다. 책을 읽을 필요 없이 자신의 세계가 견고해져버리기 때문이다. 책을 열렬히 읽는 사람 중엔 꼰대가 드물다.

나는 독서도 좋아하고 일기 쓰는 일도 좋아한다. 하물며 책을 만지고 쓰는 일기라면! 이 책을 기획한 김민정 시인의 말을 ‘열심히’ 들은 나는 책 리뷰가 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책을 만지고, 책을 살고, 책 곁에서 ‘책과 같이 지낸 날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소소한 일상을 적는 중에 책을 조금 곁들였다. 일기란 기본적으로 ‘혼잣말’의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때로 뜬금없거나 무질서한 언어의 나열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일기라는 장르에 기대 부끄러움도 모르고 지껄였다. 그러나 일기는 얼마나 소중한지! 인생이 산이라면 일기는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다. 이 하찮은 나무들이 모여 극진함이 깃든 산을 이루기를!

부부가 함께 독서일기를 쓸 수 있도록 기획해준 김민정 시인과 책을 만드는 데 함께 애써주신 도한나, 김필균, 이기준 디자이너께 감사드린다.

2017년 12월
박연준
('작가의 말' 중에서)

새벽 3시에 증평에서 출발해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들렀다가 다시 나와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 참석하러 대구행 케이티엑스를 탄다. 날씨가 귀때기가 떨어져나갈 듯 쌩하다. 열차 안에서 프리츠 게징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를 읽었다. 삶과 읽기와 글쓰기는 하나! 버지니아 울프의 “누구를 위해 쓰는지 아는 것은 바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안다는 뜻”,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열매를 빨리 맺으려고 재촉하지 않고, 봄날의 악천후 속에서도 여름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는 나무처럼 성숙해야 합니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글쓰기는 삶을 새롭게 빚는 일. 글쓰기에는 규칙이 있다. 재능, 상상력, 영감도 빠질 수 없는 요소지만 지켜야 할 글쓰기 규칙들이 있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기술과 규칙에 대한 설명보다 “페터 한트케는 연필로 글을 썼고, 마르틴 발저는 볼펜으로 글을 썼다” 같은 문장에 마음이 더 움직인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요, 하는 사람에게 건네주어도 좋겠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장에서 자그맣고 단아한 오정희 선생을 뵙고, 날 저문 뒤 복집에서 송재학, 장옥관, 엄원태, 김선굉 등 대구 시인들을 만나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며 웃었다.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프리츠 게징-이미옥 옮김-흐름출판-2016년 12월
('장석주의 1월 11일 수요일 책일기' 중에)

눈을 떴을 때는 새벽 4시였다. 창밖으로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제주 바다, 그것도 새벽에 잠긴 바다가 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커다란 침대에 혼자 누워 제주 바다를 바라보는 새벽이 내 삶에 있구나. 뭉클했다. 뭉클한 순간도 잠시, 화장실로 달려가 한차례 토했다. 어젯밤 한라산 소주를 붙들고 “한라산이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서울에 가져갈래!”라고 소리치며 줄기차게 들이켜던 생각이 났다. 부끄러워 숨고 싶은 기분. 몇 시간 더 자고 아침7시에 깼더니 창밖으로 더 기이한 풍경이 보였다. 엄지만하게 보이는 여자 셋이 바람 부는 들판에(나무가 휘청일 정도의 광풍) 서서 춤을 추고 있었다. 셋이 둥그렇게 모여 마주보고는 양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춤을, 정말 열심히, 추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헛것을 보는 거라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외계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외계인을 영접하려는 사람들로도 보였다. 분명히 여자 셋이었다. 춤을 추는 세 여자라니. 무슨 까닭일까, 미친 걸까, 궁금해하다 다시 잠들었다. 9시에 깨어보니 그들은 없었다. 저녁 비행기로 먼저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가는 길. 인사를 하는데 김정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가서 장석주에게 꼭 전해! 횡재한 거라고!”(선생님 말씀을 더 잘 전하기 위해 저는 여기, 이렇게, 남겨놓습니다!)
공항에 세 시간 일찍 도착해 김선재 시인이 준 신간 소설을 읽었다. 얇고 가볍고 단단한 책, [어디에도 어디서도]. 시끄러운 공항에서 헤드폰을 끼고 집중해서 읽었다. 시와 소설의 경계에서 태어나는 말들이 더듬더듬 흘러나오는 책. 가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나와 별개로, 공항 안을 떠돌고 있었다.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어디서도-김선재-문학실험실-2017년 2월
('박연준의 2월 20일 월요일 책일기'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01.08~
출생지 충남 논산
출간도서 98종
판매수 15,723권

시인, 산책자 겸 문장 노동자. 서재와 정원 그리고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며 햇빛과 의자를, 대숲과 바람을, 고전과 음악을, 침묵과 고요를 사랑한다. 스무 살에 문단에 나온 이후,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하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하며 평론을 겸업한다. 스물다섯 살부터 열다섯 해 동안 출판 편집자로 살았다. 안성의 ‘수졸재’에서 읽고 쓰는 삶을 꾸리다가, 지금은 파주로 거처를 옮겨 전업 작가로서 책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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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경기도 파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9년 5월 [아무튼, 비건]을 읽은 후 비건을 지향하는 인간이 되었다.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 사랑하면 믿는다. 분방하고 충동적이지만 (이상하게도) 수련과 수양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이 있고, 산문집으로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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