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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 김탁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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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탁환
  • 출판사 : 난다
  • 발행 : 2017년 03월 03일
  • 쪽수 : 212
  • ISBN : 979119600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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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엄마가 쉰 살 때, 예순 살 때, 일흔 살 때, 왜 이렇게 마주앉지 못했을까.

작가 김탁환의 신작 에세이 『엄마의 골목』. 이 책은 김탁환 작가가 엄마와 함께 고향 진해 곳곳을 걸어본 나날들 가운데 그 진심만을 적어낸 진짜배기 보고이다. 때론 시처럼 때론 소설처럼, 이 책에 담긴 산문은 흩뿌려졌다 쏟아졌다가 엄마와의 진해 걷기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털어놓는다.

이 책의 마흔넷에 홀로된 엄마가 책장 제일 구석에 올려놓은 앨범을 다 태우는 일로 시작된다. 사별한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았을 앨범을 태운 이유에 “지나간 거니까. 사라진 건 곱게 보내야” 한다는 말씀의 엄마는 아들 김탁환이 제안한 진해 걷기에 흔쾌히 승낙 한다.

엄마와의 진해 걷기를 통해 김탁환 작가는 그간 다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사람의 존재를 계속 재발견하면서 걷는 행위와 쓰는 행위를 다시 한번 한데 놓고 볼 수 있게 된다. 엄마가 쉰 살 때, 예순 살 때, 일흔 살 때, 왜 이렇게 마주앉지 못했을까. 걸음에 걸음이 더해질수록 엄마의 기억도 차츰 더 선명해지고 깊어진다.

출판사 서평

난다의 >걸어본다<11 진해
김탁환 에세이 『엄마의 골목』

2015년 5월 5일부터 2017년 1월 24일까지
고향 진해를 홀로 지키는 엄마와 진해 곳곳을 함께 걸어본
김탁환 작가의 진해 이야기


언제나 걷고 또 뛰며 그렇게 보고 또 보이는 세상을 옮기기에 바쁜 장편작가 김탁환의 신작 에세이를 선보입니다. 그의 에세이『엄마의 골목』은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 줄 아는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난다의 걸어본다 열한번째 이야기로 ‘진해’를 그 목적지로 삼고 있다지요.

―오래전부터 엄마에 관해 쓰고 싶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엄마 외에, 마산과 진해에서 홀로 지낸 엄마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엄마는 단정한 문어(文語)에 비릿한 구어(口語)를 더하는 적극적인 독자였다.

제목에서 짐작들 하셨겠지만 『엄마의 골목』은 김탁환 작가가 엄마와 함께 고향 진해 곳곳을 걸어본 나날들 가운데 그 진심만을 적어낸 진짜배기 보고(寶庫)입니다. 이야기는 마흔넷에 홀로된 엄마가 책장 제일 구석에 올려놓은 앨범을 다 태우는 일로 시작됩니다. 사별한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았을 앨범을 엄마는 왜 태웠던 걸까요. “지나간 거니까. 사라진 건 곱게 보내야” 한다는 말씀의 엄마는 아들이 제안한 진해 걷기에 흔쾌히 승낙을 하십니다. “남편과 걷던 길을 아들과 걷겠네……”라며 말이지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사계절 진해를 함께 걷고 쓸 것.
―내 나이가 마흔네 살을 넘어 마흔여섯 살까지 건너가버리자, 마흔여섯 살에 죽은 남자와 마흔네 살에 홀로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30년이 지났다. 마흔네 살이던 여자는 일흔네 살이 되었다. 그 시간을 이 여자는 어떻게 살아낸 걸까.

1942년생으로 칠십을 훌쩍 넘은 엄마와 1968년생으로 이제 막 오십이 된 아들이 짬이 날 때마다 만나 고향 진해의 곳곳을 걸을 수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작가 김탁환의 큰 복이 아닐 수 없겠구나, 내 온갖 선망의 마음을 응원처럼 보탰던 건 이 한 줄의 고백을 미리 엿듣기도 해서였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서둘러도 늦어버린 일들이 있다”라는 말. 여기에 부모를 대입시키는 순간 누구나 고개를 숙이지 않고서는 못 배길 말. 우리들의 엄마는 왜 자꾸 우리 뒤로 밀렸던 걸까요. 우리들은 엄마를 왜 자꾸 뒤로 밀어놨던 걸까요.

매일같이 하모니카를 부는 엄마. 그러나 그 하모니카를 밟고 넘어진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김탁환 작가는 누워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간 보지 못한 엄마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병실 안에서 침대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줄기차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말고는 별 얘깃거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쏟아놓던 사흘. 그때 작가는 알게 됩니다. 진해가 자신에겐 아직 멀고 엄마에겐 지나치게 가깝다는 사실을요. 그리하여 작가는 엄마 뒤에 섭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뒤를 밟습니다. 진해 곳곳에 새겨진 엄마의 70년 기억을 차곡차곡 따라붙습니다.

―“진해는 저때 이미 계획을 잡아 도로와 집을 배치했기 때문에, 100년 가까이 지났다고 해도 그 장소 그대로야.”
―“그이는…… 없구나. 이상한 일도 아니지.”
―“네 맘대로 하렴.” 엄마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렴. 엄마는 네 뒤에 서 있을 테니까. 그게 내 엄마였다.
―“진해에선 사람이 죽으면 모두 벚나무가 돼.” 평안도 영번에서 태어났지만 진해 사람임을 자처한 아버지는 벚나무가 되었으려나.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사실 엄마도 약하지요. 그걸 깨닫고 시작한 엄마와의 진해 걷기를 통해 김탁환 작가는 그간 다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사람의 존재를 계속 재발견하면서 걷는 행위와 쓰는 행위를 다시 한번 한데 놓고 볼 수 있게 됩니다. “문장을 거쳐 상상된 골목은 맨 처음 내가 걷던 골목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 그 유사점에서 우린 무엇을 얻고 잃으며, 그 차이점에서 우린 또 무엇을 잃고 얻는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와중에 작가는 기억의 물주머니가 터진 듯 이야기를 쏟아내는 엄마를 자꾸만 쳐다보게 됩니다. 엄마가 쉰 살 때, 예순 살 때, 일흔 살 때, 왜 이렇게 마주앉지 못했을까. 걸음에 걸음이 더해질수록 엄마의 기억도 차츰 더 선명해지고 깊어집니다. 걷기에 대한 엄마의 욕심도 더해집니다. 걷지 않는 날이면 종종 전화를 걸어와선 점찍어둔 골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고, 갔던 곳을 또 가보자는 재촉으로 아끼는 골목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시기도 합니다. 아들과 함께 걷는 일이 아니었대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셨을까. 엄마는 일전에 갔던 곳에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신기를 발휘합니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자리에서 멈추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골목이 있다.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과 엄마 마음의 골목. 두 골목이 모여 엄만의 동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동네의 이름도 진해일까.
―“70년을 한 도시에서 산다는 건, 3대를 아는 것과 비슷하단다.”

때론 시처럼 때론 소설처럼 이 산문은 흩뿌려졌다 쏟아졌다가 엄마와의 진해 걷기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털어놓습니다. 엄마는 말하고 아들은 옮겨 쓰고, 엄마는 추억하고 아들은 상상해가며 진해로부터 시작하고 진해로 돌아오고는 하지요. 진해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줄 알았는데 말하다보면 어느새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고, 진해의 거리를 함께 걷고 보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고, 미묘하게 교차되는 진해와 엄마의 속속들이 속에 이런 고백들은 참 아픕니다. 아들과 걸어 행복하고, 남편과 걷지 못해 불행한 여인. 엄마는 내가 모르는 무엇을 얼마나 더 지니고 있을까요.

-다시 육체. 아버지가 죽은 뒤 수영복을 입은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탁구 연습을 하다가, 농담처럼 내게 말하곤 했어. 피란길에, 또 부산에서 장사를 하는 동안, 너무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운이 좋아 보리쌀이라도 생기면, 이번엔 반찬이 없어서 소금을 씹으며 버텼다고. 그래서였을까. 혈압이 너무 높더라고. 가난이 그이를 병들게 한 게야.” 가난은 누군가를 만나게도 하고 누군가와 이별하게도 한다.
―이제 그만 걸어도 되겠다고 말해도, 엄마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골목을 꺼내고 또 꺼냈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아들이랑 걸을 땐 힘든 것도 종종 잊어.” 엄마가 사족처럼 덧붙였다. “네가 없으면, 걸어본다 진해, 그 책 들고 걸으면 돼. 아들과 같이 갔던 골목이니까.”

엄마와 함께 걷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울까마는 막상 하자고 들자면 도통 만만한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시간을 내어야 하고요, 보폭을 맞춰야 하고요, 무엇보다 서로의 입과 귀에 예민해져야 하는 선행이 앞서 준비되기도 하거니와 일단은 엄마가 살아서 우리 곁에 있지 않으면 절대로 행할 수 없기에 가능한 시간을 재촉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어려운 일을 김탁환 작가와 그의 엄마가 앞서 경험해주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김탁환 작가가 왜 이런 책을 썼을까요. 빤하지만 새겨볼 대목이라 여깁니다. 이렇게요. “독자들도 저마다의 골목을 엄마와 걷고, 이야기하고,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디!”

[추천사]
맑은 날이면 히말라야의 설산이 호수로 내려앉는 네팔의 작은 마을에서 이 책을 읽었다. 아들과 엄마가 진해의 골목을 걸으며 나눈 대화는 다정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가슴에 차곡차곡 이야기가 쌓이는 거라고 속삭이고, 사람이 죽으면 모두 벚나무가 된다고 믿는,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여인을 따라 나도 진해의 골목을 가만가만 걸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엄마’라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자주 애틋했고, 가끔씩 쓸쓸했다. 이 글을 쓴 아들이“ 엄마가 강했기 때문에, 그런 엄마를 무게중심으로 삼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멀리 날아”갔던 것처럼 우리는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약하면서도 강인한 엄마라는 여인의 품에 기대어서. 봄이 오면 나도‘ 저물기 좋은 항구’ 도시로 내려가 그들이 걸었던 골목을 걷고 싶다. 흑백다방의 담벼락에 등을 기대어 햇볕을 쪼이고, 침목을 밟으며 기찻길을 거닐고, 속천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마주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어느 골목 끝자락에서쯤 그녀의 하모니카 소리와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김남희(여행가)

목차

작가의 말 … 7
엄마와 함께 진해를 걷다 … 8
엄마와 함께 진해를 보다 … 197

본문중에서

*
오래전부터 엄마에 관해 쓰고 싶었다.
내 나이 서른 살에도, 마흔 살에도, 엄마의 삶이 궁금했다.
그때는 써야 할 이야기가 넘쳤으므로, 엄마는 자꾸 밀렸다. 언제나 내 뒤에 서 계실 거니까. 이번이 아니라도, 곧 돌아와 쓰면 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한번 미루니 두서너 해가 휙휙 지나갔다. 그렇게 나는 장편작가가 되었고 등단 20년이 지났지만, 엄마의 삶을 오래 들여다보며 문장으로 옮기진 못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옮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너무 늦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이.

*
일흔 살을 넘기면서부터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었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친구가 뜨거운 물을 엎질러 손등에 화상을 입었대. 치료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낫질 않아 병원에 갔지. 의사 선생이 3도 화상인데 늦게 왔다며 야단치기에, 친구가 그랬대. ‘어차피 나중에 태워 없앨 몸, 연습한 셈 치지요.’”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연습하다가 건너갈 무엇이라는 걸까.

*
엄마가 말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하모니카 구멍 하나하나가 내가 다닌 진해의 골목 하나하나와 비슷한 것 같아. 이 작은 구멍에다가 얼마나 자주 날숨과 들숨을 불고 들이켰는지 넌 모를 거다. 하모니카란 악기는 참 묘해서, 숨의 세기와 빠르기가 조금만 차이가 나도 소리가 달라. 듣는 사람은 몰라도 부는 사람은 확실히 안단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백 번 불면 백 번 전부 다른 소리가 나. 이번에 너와 함께 다녀보니, 골목도 마찬가지더라. 적어도 백 번 아니 천 번은 오간 골목도 달라 보이고 또 달라 보였어. 골목을 넓히거나 새 건물이 들어선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낯선 구석이 눈에 띄는지. ‘하모니카는 골목이다.’ 이런 문장을 써도 괜찮을까? 하모니카가 어떻게 골목일 수 있느냔 항의를 듣진 않을까? 혹시 그런 독자가 있으면, 진해로 오십사 말씀드려. 그럼 내가 골목을 다니며 하모니카를 불어드릴 테니까. 솜씨는 변변하지 않지만, 하모니카의 구멍과 진해의 골목에 대해선 상세히 설명할 수 있어.”

*
진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네버엔딩 스토리다. 처음엔 반년이면 충분한 기획이라 여겼는데, 2015년에서 2016년을 거쳐 2017년으로 넘어가도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엄마의 골목』에서 마지막 문장이 무엇일지 모르지만, 그 문장도 단지 출판사와의 계약에 따라 편집자가 임의로 자르는 것일 뿐, 정말 거기가 이 골목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막다른 골목 너머에 다시 골목이 뻗어가듯이, 진해의 골목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모두 다닌다 해도, 거기에 스며든 엄마 이야기, 내 이야기, 또 엄마와 내가 함께 골목을 오가며 나눈 이야기를 빠짐없이 담는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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