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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로테의 엄마는 어느날부터인가 과중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정신적으로 장애를 일으키게 됩니다. 어른들은, 샤르로테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를꺼라고 이야기를 해주지도 않습니다. 혼자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샤르로테지만 친구인 롤레와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해주는 롤레의 엄마가 있어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고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게됩니다.

혼자 크는 아이, 샤르로테 　 ‘샤르로테’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이 아이에게, 아이를 때리거나 구박하는 부모, 아이의 개성은 안중에 없는 학교와 선생님은 없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정신병원에 있기 때문에 아이는 외롭고 힘이 듭니다. 엄마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정생활과 아이 뒷바라지, 남편과 남편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이끌어가기 힘들어 졌습니다. 결국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던 공부도, 엄마의 역할도, 아내의 역할도 모두 놓아버렸습니다. 또 엄마가 조금씩 아파가면서 엄마중심으로만 생활하자, 샤르로테는 그런 엄마를 미워하게 됩니다. 슬픈 것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일회용 통조림 음식을 먹고, 며칠째 같은 옷을 입는다는 사실을 감추려 애씁니다. 엄마의 병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학교의 아이들은 엄마의 병에 대해 험담하고 손가락질하며 귀엣말을 나눕니다. 이웃집 아줌마는 ‘죽고 싶은’ 엄마의 불쌍한 딸이라는 이유로 평소와 다르게 친절을 베풉니다. 아빠는 엄마의 병에 대해 샤르로테와는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습니다. 설명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샤르로테는 아직 어린아이니까요. 어느날 샤르로테는 소중한 말벗이었던 햄스터 루디를 잃게 됩니다. 주인공은 엄마에 대해, 가족과 엄마에 소흘했던 아빠에 대해 절망합니다. 　 여전히 커가는 아이, 샤르로테 　 샤르로테에게는 친구 룰레가 있습니다.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룰레 엄마는 샤르로테에게 엄마와 가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차근차근 보여주는 친절한 ‘교사’입니다. 또 늘 밝고 씩씩한 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이 곁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침대에 이불로 꾸민 천막 안에서 만나는 인디언추장이 있습니다. 그들 속에서 죽음의 의미에 대해, 엄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또 어떻게 자기 앞에 던져진 절망스런 일을 헤쳐나가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 소중한 사람의 ‘부재不在’,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터득하게 됩니다. 어느새인가 샤르로테는 엄마의 병을 비웃는 남자아이에게 ‘입 닥쳐, 이 녀석아!’ 하고 자신의 닫혔던 문을 열어재낍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엄마가 치료하고 있는 병실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나 병실 문 앞에서 샤르로테는 ‘크리스마스 공연 전이나 학부형 회의에서 시를 암송해야 할 때처럼’ 배가 아파옵니다. 샤르로테는 여전히 커가는 중이니까요. 샤르로테 스스로 알고 있듯이. 　 바뀐 가족관계 안에서 아이들의 위치 찾기 　 『아이들이 혼자 자란다고?』에서 비치는 가족관계는 ‘바깥어른, 안주인’으로 부모의 역할을 가르던 전통가족관계와는 다른 양상입니다. 이제는 ‘안주인’인 엄마도,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것이 직업을 갖는 방식으로든, 자기개발, 혹은 학제에 편입해 공부하는 방식으로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뀐 가족관계 안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갈등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갈까요? 『아이들이 혼자 자란다고?』는 주인공의 주변에서 그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그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엄마와 가족,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에는 룰레의 가족과 같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어리다고 한마디 상의 않는 아빠, 과잉친절한 이웃아줌마, 햄스터 루디의 죽음, 엄마의 병을 이야기거리 삼는 장난꾸러기 친구들과 같은 부정적인 역할도 있습니다. 　 ‘혼자’라는 말을 ‘함께’, ‘여럿이’로 바꾸어버리는 아이들의 힘 　 ‘아이들은 언제나 좋은 글과 그림을 보며, 좋은 이야기와 환경만을 가져야한다’는 생각과는 다른 견해입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혼자 자란다고?』 하는 제목에서 의문부호가 말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배려와 보호라는 울타리 바깥에서 혼자 자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경제적인 조력, 물리적인 보살핌만이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유일한 길일까요? 그것 말고 더 많은 것들이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책 안에서 주인공이 그 주변 사람들과 사이에서 빚어내는 세밀한 이야기와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 설명이 보입니다. 우리는 ‘혼자’라는 외롭고 서늘한 말을 어느새 ‘함께’, ‘여럿이’로 바꾸어버리는 아이들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늘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니까요.

나는 냅킨을 받아 코를 닦았습니다. “엄마가 죽고 싶어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요?” 나는 울먹이며 물었습니다. 룰레 엄마는 여전히 팔로 내 어깨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어.” 룰레 엄마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나도 벌써부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너네 엄마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아. 너네 엄마는 다만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살고 싶지 않았던 거야.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고 말고. 가끔 산다는 게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는 거야. 하지만 그건 달라질 수 있어.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를 용기만 있으면 되는 거지.” -- 본문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