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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 사무실 인간, 칸막이에 둘러싸인 화이트칼라 분투기

원제 : Cubed, a Secret History of A Workplace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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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우리는 왜 칸막이 사무실에 갇히게 되었나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그토록 미워하는 사무 공간의 역사

    우리가 일주일에 5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 지긋지긋한 공간에 우리가 몰랐던 역사가 있다고? 제대로 된 일도 없이 멋이나 부리는 족속이라고 조소당하던 사무원 계층의 탄생부터 사무실에 여성이 진입하면서 생겨난 혁명적 변화, 사무용 고층 건물의 등장, 개인에게 자유를 보장하고 노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사무 공간이 개인을 소외시키는 역설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흥미롭고 우스우며 때로는 심란하기도 한 화이트칼라 세계의 해부도를 보여 준다. [필경사 바틀비]부터 피터 드러커, [오피스], [딜버트]까지 영화와 드라마, 만화, 사회학, 여성학, 경영 이론, 건축과 디자인의 역사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너무나 당연해 보여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이 세계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살펴본다.

    출판사 서평

    사무실 인간, 칸막이에 둘러싸인 화이트칼라 분투기

    현대 도시의 표준적 거주민인 사무직 노동자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이들은 때로는 지식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엘리트 계층,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되어 계층 상승이 얼마든지 가능한 집단으로 호명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몰개성의 넥타이 부대, 자발적 종속자로 폄하되는 등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이들의 일터인 사무실은 오늘날 누구라도 그 모형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근대 이후 산업 구조와 노동 시장의 변화, 그리고 그에 발맞추어 디자인과 건축 분야의 여러 실험과 시행착오가 숨어 있다. 미국의 촉망받는 젊은 작가인 니킬 서발Nikil Saval의 인상적인 데뷔작인[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Cubed, a Secret History of the Workplace]는 사무직 노동자와 사무실의 탄생과 그 연대기를 밀도 높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서술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방대한 자료를 동원하여 지금까지 연구의 배경으로만 머물렀던 사무 공간의 진화를 솜씨 좋게 직조해 낸다. 또한 이 책에는 개인용 컴퓨터와 책상, 파티션 등으로 이루어진 사무 공간에 갇혀 희망과 좌절로 환호하고 한숨짓는 사무직 노동자의 얼굴, 그리고 사무실에서 이루어져 온 차별과 불평등, 통제와 기만의 면면이 담겨 있다.

    천덕꾸러기 사무원 계층, 조직의 핵심이 되다

    19세기 중반 산업화의 진전으로 행정 업무가 늘어나면서 서류 작업을 주로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진짜 노동을 하는 진짜 남자”인 육체노동자에 기생하여 멋이나 부리고 단조로운 서류 업무만 반복한다고 폄하되었지만, 사무원의 비약적 증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사무원 계층은 점차 전문화, 분화되고 이들의 소득 상승률이 육체노동자의 그것을 능가하면서 이들은 마침내 일터 조직에서 핵심으로 부상했다. 사무원들은 업무에서 요구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계층이었고, 능력에 따라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과 자기 계발의 윤리에 의해 추동되었다(공장의 인간관계나 노동 운동의 핵심이 연대였던 것과는 대비된다). 노동자 자신의 자기 계발 윤리 외에도 사무실 노동자의 노동 효율과 인적 통제를 고도화하는 여러 경영 이론이 개발되었다.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Taylor는 노동자의 근무 태만과 낭비되는 시간과 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동작 연구, 시스템 합리화를 고안해 냈는데, 그의 이론은 점차 미국 기업에서 보편적으로 도입되었고 사후에도 추종자들을 다수 거느리게 되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사무직 노동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등에 의해) 창의적이고 고도로 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전문직에 의해 수행되는 ‘지식 노동’으로 격상된다. 그러나 사무실로 진입한 과다 교육된 노동자들의 진급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충족되지 못했고, 1980년대 이후 불황에 빠진 미국 기업의 대량 감원과 정리 해고로 인해 화이트칼라의 판타지는 깨지고 만다.

    일과 일터를 둘러싼 좌충우돌 실험은 계속된다

    19세기 중반 회계실countinghouse이라고 불린 사무 공간은 좁고 어둡고 눅눅한, 남자들만의 공간이었다. 사무실은 사무 작업의 효율성과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합리화’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철골 구조와 유리, 콘크리트의 사용, 조명, 환기 시설, 엘리베이터, 타자기, 통신 기기 등의 진보한 기술이었다. 20세기 사무직 노동의 일터의 주된 형태는 업무용 고층 건물과 칸막이 사무실(큐비클cubicle, 한 사람씩 들어갈 수 있도록 칸막이가 된 작은 사무 공간)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필립 존슨Philip Johnson 등 당대의 유명 건축가들은 공장이라는 위험한 세계보다 상위에 있는 고상한 영역으로서의 사무 공간을 강조하고 비즈니스의 기능을 한 공간에 집중시키는 진보적 디자인을 고안했다. ‘지식 노동’ 시대의 개막과 함께 사무실 내에서의 의사소통, 노동자 각자의 프라이버시, 노동자 간의 접촉 빈도와 간격 등을 고려한 디자인 설계(뷔로란트샤프트B rolandschaft, 액션 오피스Action Office 등)가 나왔다. 그러나 이처럼 심리학과 공학 등이 섬세하게 뒷받침된 대개의 사무실 디자인은 사무 노동 업무와 그 수행자의 현실과 무관한, 지나치게 이상화된 표준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거나 경영진의 무지와 몰이해로 인해 오히려 노동자들을 억압하거나 통제를 강화하고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0년대 실리콘 밸리의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사무실이나, 물리적인 공간 없이 집이나 카페를 사무 공간으로 이용하거나, 프리랜서와 소규모 기업이 사무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 작업 공간 등 대규모 칸막이 사무실에서 탈피하려는 다양한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사무실 좀비, 여성 노동자, 프리랜서... 누구를 위하여 사무실은 존재하는가

    사무직 노동자는 무수한 회의적인 시선과 비판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내내 증가했고 분화되었다. 사무실에 대한 투자와 진보적 시도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사무실 한편에서는 사내 정치와 아첨, 무능력한 잉여 인력이 판치고, 비서나 타자수 등 주로 보조 업무자로 사무실에 진입한 여성 노동자에게 사무실은 여전히 성적 폭력과 차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지식 노동의 최전선, 사무실의 유토피아를 구현하려 한 닷컴 기업 사무실은 ‘화이트칼라 노동 착취 공장’이라고 조롱당하고 있다. 통신 시스템의 발전으로 노동자에게 자유를 주고 보다 창조적인 노동을 가능케 하리라 기대되었던 프리랜서, 재택근무자의 삶은 재정 불안, 고립된 노동 환경, 경영진의 불신 등으로 인해 노동의 밝은 미래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그토록 미워하는 이 공간, 칸막이 사무실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칸막이 사무실에서 야근에 시달리는 노동자라면 이 책에서 우리의 노동과 노동 공간이 만들어진 역사를 통해 그 미래를 짐작해 보자.

    추천사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사무실과 사무직 노동자의 탄생과 연대기!

    드라마 [미생] 에서 원 인터내셔널의 오차장은 퇴사한 선배로부터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듣는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총성 없는 전쟁터의 변화상, 즉 사무직 노동과 그 공간 환경의 역사적 변천을 다루고 있다. 니킬 서발은 사회학, 경영학, 건축사, 디자인 이론, 소설과 영화 등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사무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거대 서사를 완성해 낸다. 아마도 장그래라면, 주저함 없이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까? 자신의 일터가 어떻게 변화했고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궁금할 테니 말이다.
    - 박해천 / 디자인 연구자,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수라장의 모더니티] 저자

    이렇게 꼭 필요한 책을 이제껏 왜 아무도 안 썼을까?...이 책은 당연히 나왔어야 할 책이면서 매우 놀라운 책이다.
    - 벤저민 쿤켈 Benjamin Kunkel / [Indecision] 저자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운 좋게도 사무실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 에드 박 Ed Park / [Personal Days] 저자

    니킬 서발은 슈퍼스타다! 감옥과 병원에 대해 미셸 푸코가 있다면 사무실에 대해서는 니킬 서발이 있다.
    - 엘리프 바투먼 Elif Batuman / [The Possessed] 저자

    이 책은 읽는 즐거움을 준다. 잘 쓰였고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 오늘날 많은 미국인이 깨어 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탐구이다.
    - 리처드 세넷 Richard Sennett / [뉴욕타임스 북리뷰]

    미국 사무실의 역사에 대한 지적이고 매혹적인 안내서. 부분적으로 문화사이며 어떤 부분에서는 건축 분석이며 한편으로는 노동경제학과 젠더 연구, 대중문화가 가미된 경영 이론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매우 영리하게 보여 준다.
    - [워싱턴 포스트]

    4000만 명의 미국인이 칸막이 사무실에서 일한다. 우리는 행복한가? 저자의 인상적인 데뷔작인 이 책의 중심에는 우리가 그런 환경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 있다.
    - 줄리엣 라피도스 Juliet Lapidos / [뉴 리퍼블릭]

    이 책은 두 개의 주요 주제 사이를 매끄럽게 지나간다. 사무실의 물리적 구조와 지난 150년간 이루어진 화이트칼라 노동의 사회적 제도화가 그것이다. 이 책은 고층 빌딩의 출현으로부터 여성의 일터 진입, 20세기 중반 회색 플란넬 수트 차림의 노동자들에 대한 불안, 실리콘 밸리의 기숙사처럼 ‘재미난’ 일터에 이르기까지 두루 망라하고 있다.
    - 살롱닷컴

    목차

    머리말

    1 사무원 계급의 형성
    2 사무실의 탄생
    3 흰 블라우스 혁명
    4 고층 건물로
    5 회사남, 회사녀
    6 오픈 플랜
    7 공간 침입자들
    8 미래의 사무실
    9 누구를 위하여 사무실은 존재하는가

    감사의 글

    도판 출처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20세기 중반의 중간 관리자는 영혼을 회사에 저당 잡혀 정신적으로 덫에 걸려 버린 ‘조직인’이 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노동 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한 여성들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는 단순 행정직이나 비서직을 부여받았고 성폭력의 위험에도 노출되면서 이중의 예속에 직면했다. 사무실 자체도 무한히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시그램 빌딩 같은 우아한 건물이 하나 나올 때마다 열 개도 넘는 삭막한 모듈식 모조품이 들어섰다.... 미친 듯이 기발한 닷컴 사무실들도 유토피아적 건축물이 아닌 미친 듯이 긴 근무 시간을 연상시키게 되었고, 사람들은 닷컴 사무실을 ‘화이트칼라 노동 착취 공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편, 카페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의 삶은 많은 이에게 현실이 되긴 했으나, 재정적인 불안정, 부가 급부의 부재, 고립된 노동 환경을 늘 동반하는 현실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화이트칼라의 이야기는 자유와 희망에 대한 약속이 계속해서 배신당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p.15)

    도시 계획가, 건축가, 디자이너, 경영자 들이 좋은 의도로 내놓은 그 모든 시도는 왜 화이트칼라 직장인에게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을까? 드물게 성공한 사례들은 무엇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겉으로는 그렇게나 특권적으로 보이는 사무실의 유혹이 왜[필경사 바틀비]의 초창기 시절부터 [뛰는 백수 나는 건달]의 분노한 직장인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기만적이거나 실망스럽게 귀결되는 것일까? 사무실 안에서 이뤄진 타협과 변화는 사무실 밖의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타자기와 파일 캐비닛, 그들이 앉아 일하는 사무 가구들을 통해서 디자인과 역사를 살펴본다. 그와 더불어, 사무직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도에서, 그러나 대체로 의도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내놓곤 하면서, 사무 공간을 물리적?사회적으로 재구성하려 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룬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를 자신의 책상에서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본 역사다.
    (/ pp.15~16)

    미국의 활발한(그리고 무원칙한) 언론에는 사무원을 경멸하는 글이 실리곤 했다. “이 나라의 대도시들에서, 젠체하는 잡화점 사무원만큼 비열하고 의존적인 사람은 없다고 감히 주장하겠다.”[미국 휘그당 리뷰]의 사설이었다.[미 골상학회지]는 더 강한 어조로 사무원의 길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남자가 되라. 그래서 진정한 용기와 남자다움을 가지고, 도끼를 들고 황야로 내달려 눈부신 햇살과 독립적인 가정을 위한 길을 만들라.” 가장 강한 어조의 글은[배너티 페어]에서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따르면 사무원은 “허영심 많고, 비열하며, 이기적이고, 욕심 많고, 감각적이고, 교활하며, 말이 많고, 소심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도 않은 기운은 “진짜 노동을 하는 진짜 남자”보다 옷을 더 잘 입는 데에나 썼다. 희한하게도, 역시 사무실에서 종이와 펜으로 일하는 저널리즘을 “진짜 노동”이라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문제 제기된 적이 없다.
    (/ p.27)

    과학적으로 경영된 사무실이 봉투에 내용물을 넣는 일에서 비용을 20퍼센트 절감했는데, 신체에 더 좋은 가구를 구매하고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해서 달성한 성과라고 한다. “동작 연구에 기반해 제작된 우편물 개봉 탁자는 산출을 20퍼센트 늘렸다.... “매우 빠르게 타자 치는 능력이 있는 어느 타자수는 내용을 읽기 위해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는 버릇이 있었다. 많게는 각 문장에 네다섯 번이나 고개를 돌렸다. 기억력 탓은 아니었으므로(한 번만 읽고도 그 문장을 다 기억해서 말할 수 있었으니 이 점은 확실하다), 이는 단순한 습관에 불과한 것이 틀림없었다. 1분에 머리를 여덟 번에서 열 번이나 돌린다고 말해 주었더니(한 시간이면 500번 이상이다) 그 버릇은 멈추었고 즉각적으로 속도가 올랐으며 피로도 줄었다.
    (/ p.84)

    이 모든 것들은 이제 막 사무실 세계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게 되었음을 보여 주는 신호였다. 자체의 규율과 분위기와 문화를 갖는 별도 세계로서의 사무실이라는 개념은 경영 언어로 정당화되고 있었다. 사무실은 더 이상 공장이나 논밭에서 벌어지는 “진짜 노동”에 기생하는 행정실이 아니라 진짜 노동이 수행되는 장소가 되었다.
    (/ p.86)

    1919년에 발간된 비서 지침서는 이렇게 주장했다. “비서는 상사의 열정적인 눈길을 모른 척하고, 손을 더듬거나 팔을 쓰다듬거나 허리를 감싸는 상사의 손을 느끼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도 “요령 있고 예의 바르게” 그래야 했다.... 1937년에 해고된 비서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어도 3분의 2가 당사자나 상사의 “성격 결함” 때문이었는데 “(비서가) 상사와 밤에 클럽에 가려고 하지 않은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든 사무직 노동자가 그렇듯이, 화이트칼라 여성도 프로답게 행동해야 했다. 즉 자신의 일과 성공에 대해 온전히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직장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공포는 남성 사무 직원들이 지위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도 관련이 있었다. 지위 불안은 남성 사무원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조롱받던 회계실 시절부터 존재했다. 사무실에 여성이 들어오면서 남성들, 특히 관리자들은 중산층적 우월함과 권력을 다시 가질 수 있었지만, 1900년대 들어 사무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고 임금이 줄면서 공장 노동자보다 높았던 경제적 이점을 잃게 되자 이들의 남성성은 다시금 의구심에 봉착했다.
    (/ pp.116~117)

    하지만 첫 번째 액션 오피스가 시장에서 실패한 궁극적인 원인은 경영진의 냉소였는지도 모른다. 경영진은 사무실 디자인에 대해 자금을 집행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경영진이 돈을 가장 쓰지 않을 법한 곳을 꼽으라면 평직원과 중간 관리자를 위해 좋은 의자와 책상을 사는 것이다. 평직원이 ‘지식 노동자’라는 개념은 아직 고위 경영진에게 닿지 않았다. 그리고 사무 공간의 개선을 생각하기에는 사무실이 너무나 빠르게 확장되고 있었다. 더 빠르고 더 쉽게 재생산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 p.279)

    로버트 프롭스트는 1960년대의 미국에서 노동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사무실에 대한 프롭스트의 서사는 굉장한 역사적 드라마로 가득하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미국 제조업의 기반이 화이트칼라 일자리로 점점 채워진다는 것이었다. 프롭스트는 언명했다. “우리는 사무 직원들의 나라다.” 자본주의의 얼굴이 달라졌다. 사무실은 ‘생각하는 장소’가 되었다. “사무실의 소비자는 ‘정신’이다.” 공장이나 타자실에서 수행되던 반복 작업은 사라지고 ‘지식 노동’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무실은 그것을 따라잡아야 했다.
    (/ pp.282~284)

    사무실은 진급에 대한 기대치가 실제 가능성과 충돌하는 과다 교육된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인사 관리 패러다임은 그들을 달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있었다. 교육은 사무실 노동에 아우라를 부여했지만 사무실 노동이 실제로 충족하지 못하는 아우라였다. 하지만 사무직 노동자들은 좌절한 화이트칼라 프롤레타리아가 되어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학생 운동에서 말하는) ‘체제’를 비난하는 만큼이나 자기 자신을 비난했다. 한 다국적 기업의 매니저였던 하워드 카버는 그의 세계를 “무미건조하고, 하찮은 정치 논쟁과 무서운 권력 다툼이 있는 곳”이라고 묘사했다. “회사는, 관료제는, 인간 역량 중 아주 작은 부분밖에 못 쓰면서도 시간, 충성심, 사내 정치, 어리석은 짓을 너무 많이 요구한다.... 바보 천치, 시간만 때우는 사람, 기회주의자, 사내 정치에만 관심 있는 사람, 소심한 사람 등이 너무 많아서, 의욕이 없어지고, 중간 관리자를 넘어 승진하는 것은 깡패 같거나 교활한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p.302~303)

    필립 존슨은 AT&T 빌딩의 사무 공간을 유연성 있게 디자인했다. 천장에 홈이 파여 있어서 벽을 쉽게 끼워 넣었다가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AT&T가 수행하는 재조직화는 사무실들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아예 없애는 것을 의미했다. 한때 기업계에서 신성한 단어였던 ‘유연성’은 이제 섬뜩한 의미를 띠었다. 1980년대가 끝날 무렵이면 미국은 또 한 번의 불황을 겪는다. AT&T는 1500명 규모의 본사를 꼭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많은 직원이 옛 건물로 옮겨졌다. 더 많은 직원이 집에서 일하도록 권고받았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무직 노동자들이 들어 보지 못한 낯선 말이었다. 주인 없는 빈 큐비클들은 필요한 사람이 들어와 쓰거나, 아니면 계속 비어 있었다.
    (/ p.315)

    사무실이 노동자에게 갖는 영향력은 클라우드 환경이 등장하기 전에도 이미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임시직, 프리랜서, 계약직 노동은 ‘날씬하고 비정하던’ 1980년대에 미국 기업의 평생 고용이 서서히 깨진 것과 나란히 발생했다. 인수 합병과 정리 해고가 심해지고 일반화하면서 계약직 노동자의 비중이 늘었고, 이 중 많은 이들이 전에는 정규직이었다가 계약직이 된 경우였다. ...재택근무라는 말이 익숙해지기 한참 전부터도 이러한 노동력의 변화는 일을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균열을 일으켰다. ...초기의 임시직 사무실은 일과 젠더를 명시적으로 연결했다. 대부분의 임시직은 여성이었고, 진짜 일은 가정의 일이라는 전제하에 다만 돈이 필요해서 집 밖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임시직이 미국 경제의 본질적이고 특징적인 부분이 된 것은 기업들이 정규직 노동자를 두는 것에 덜 신경 쓰게 된 1980년대가 되어서였다. 파업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임시직이 고용됐고, 테크놀로지 기업에서는 영구 계약직(사실상 정규직이지만 부가 급부는 받지 않는 사람)이 일반 현상이 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유목민적인 사무실, 비영역 사무실, 유연 노동 정책 등은 기술 변화만큼이나 이러한 노동의 역사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
    (/ p.393)

    저자소개

    니킬 서발(Nikil Sava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문학과 문화, 정치를 다루는 잡지 n+1의 편집자. 컬럼비아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뉴욕타임스 매거진],[T 매거진],[월스트리트저널],[퍼시픽 스탠더드] 등에 디자인과 건축, 일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으며, 데뷔작인 이 책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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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글로벌 거버넌스, 물질세계와 사회 등을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물건 이야기』,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건강 격차』, 『계몽주의 2.0』, 『친절한 파시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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