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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 : 테마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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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은 젊은 여성 소설가 10인이 선사한 슬프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다. 김금희, 김혜진, 박민정, 백수린, 윤해서, 이주란, 조수경, 최정화, 최진영, 황현진은 저마다의 목소리와 생각으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단 하나의 계절만을 함께한다.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쓰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이란 물음에 대한 열 가지 대답
젊은 소설가 10인의 슬프고 아름다운 소설집


‘글을 쓴다는 것은?’이라는 물음에 대한 젊은 소설가 열 명의 각기 다른 열 가지 대답을 담은 테마 소설집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이 출간되었다. 한국 문학의 현재이자 미래인 소설가 김금희, 김혜진, 박민정, 백수린, 윤해서, 이주란, 조수경, 최정화, 최진영, 황현진이 참여했다. 어느 때보다 소설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계속되고 있는 지금, 열 명의 젊은 소설가는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주저 없이 소설을 쓸 채비를 한다. 여성이자, 소설가이자, 1980년대 전후에 출생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열망과 희망과 절망의 순간을 지나 ‘소설’의 근본을 용감하게 성찰한다. 소설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내려간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에 실린 소설들에서 90년대와 세기말, 그리고 2015년의 젊은 세대가 보고 느낀 시대적 징후를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가끔 교통비도 없어”([아름답고 착하게]) 난감하고, “외출을 하지 않”거나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몇 개의 선]) 채 살아가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어떤 곳”([와와의 문])에 서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열 명의 젊은 소설가들은 세대적 경험의 순간을 넘어 조금 더 나아간다. (작금의 자유주의 체제를 꼭 닮아가고 있는 매체로서의 ‘소설’이 아닌) 최초의 ‘소설’이 시동하고 있었던 지점을 붙잡는다.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것이 소설의 시작이란 걸 기억해내고, “그 거짓말에 나부터 속”아야 한다는 걸 이해하며, “모두를 속여야” 함을 “글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지금은 없다”([0])는 걸 인정한다. 불완전하지만 순수했던 소설의 ‘첫’ 정체성을 꺼내어, 결국 그 무엇도 아닌 소설로서 완성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을 읽으며 우리는, “세상이 조금씩 더러워지고 있다는 사실을”([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 알면서도 소설을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비틀거리면서도 악착같이 첫 걸음을 내딛는 열 명의 여성 소설가를 만날 수 있다. 삶의 사소한 이야기로 무장한, 슬프고 아름다운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소설을 읽고, 소설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소설을 읽고 쓰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멋진 일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책을 찾기 위해, 아니 자신의 손으로 쓰기 위해 소설가는 견고한 외로움의 골방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간다. (…) 문장이 사람들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첫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고 ‘있다’. _서희원, 해설 중에서

글 위에서, 길 위에서
언제나 사라지지 않고 살아 있을 것


최진영의 [0]에는 반 고흐의 일화가 나온다. “1882년,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화가의 의무는 자연에 몰두하고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된다.’ 고흐는 그것을 ‘의무’라고 했다.” 가까운 과거와 바로 지금, 그리고 이후에 소설을 둘러싸고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의무’라는 단어일 것이다. 소설에 몰두하고 있는가.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쏟아붓고 있는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가, 타인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의 소설들은 ([조중균의 세계]가 ‘조중균’을 바라봤듯이, [와와의 문]이 ‘와와’를 생각했듯이, [길 위의 친구들]이 ‘송’을 떠올렸듯이, [커서 블링크(Cursor Blink)]가 ‘문학수’라는 이름을 기억해냈듯이, [유리]가 ‘유리’와 마주했듯이) 무언가가 사라지는 걸 결코 가만히 지켜보지 않는다. 사건의 당사자들에 의해서 ‘이제 없어. 그건 거기 없어’([와와의 문])라고 말해지더라도, “흐릿하기만 해서 어디 팔 데도 없고 두들겨 팰 수도 없”([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을 지라도, 이미 지나가버린 “지나간 세계”([조중균의 세계])일지라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더 나쁜 쪽이든”([커서 블링크(Cursor Blink)]) 상관없이, 그것들을 “언제나 사라지지 않고 살아 있게”([와와의 문]) 하려고 애쓰고야 만다. 글 위에서든, 길 위에서든.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타인의 사라짐을 절대 외면하지 않으면서.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쓰고, 소설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단 한 번이라도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쓰고, 소설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다면 소설에 빚이 있는 것이다. 소설의 안과 밖에 있는 누군가의 “몸집을 불린 감정들”과 “어떤 자국과 얼룩”([와와의 문])의 세계에 빚을 진 것이다. 텅 빈 모니터를 계속해서 바라본 적이 있다면, 어떤 문장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한 문장과 이어서 또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깜빡깜빡 거리는 커서처럼 분명해졌다가도 희미해지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다가도 실패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삶이라는 걸,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소설이란 걸, “소설 같은 건 읽어본 적도 없”([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을 지라도 우리는 알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의지는 마치 컴퓨터의 커서처럼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향해 달리는, 영원한 추구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단되는 것이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롤랑 바르트의 표현처럼,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여기에 한마디 말을 첨언하자면, 문학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역사와는 달리 ‘실패’를 통해 삶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_서희원, 해설 중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이라는 질문은 ‘살아간다는 것은?’이란 물음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서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에 실린 소설들이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실패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이라는 물음이, ‘살아간다는 것은?’이라는 질문이 이 소설집을 읽는 우리에게 때늦은 물음이 아니라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추천사

이 책에 수록된 소설가들의 단편이 이별이라는 방식을 통해 만남을 사후적으로 기록하고 있거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한 회상이나 이를 어떻게 해서든 붙잡으려는 욕망을 담아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글쓰기에 대한 의지는 마치 컴퓨터의 커서처럼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향해 달리는, 영원한 추구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단되는 것이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롤랑 바르트의 표현처럼,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여기에 한마디 말을 첨언하자면, 문학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역사와는 달리 ‘실패’를 통해 삶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차

조중균의 세계 김금희
와와의 문 김혜진
아름답고 착하게 박민정
길 위의 친구들 백수린
커서 블링크(Cusor Blink) 윤해서
몇 개의 선 이주란
유리 조수경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 최정화
0 최진영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 황현진

본문중에서

조중균 씨는 아무것도 적지 않아도 되는 시험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얻는 점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여름이 가까운 교정에서 다당다당다당 하는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조중균 씨 귀에는 왠지 그것이 나 가 나 가 나 가 하는 소리로 들렸다. (…)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이름만 적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형태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조중균 씨는 부끄러웠다. 여기에 이름을 적고 가만히 기다리라는 교수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조중균 씨는 이름을 쓰지 않고 빈 종이에다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30쪽)
_김금희, [조중균의 세계] 중에서

고요한 풍경을 찢고 가르고 튀어나온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일상을 뒤바꿔놓는지, 무너지는 어느 오후의 길 위에서 무엇을 놓치고 잃어버렸는지, 순식간에 몸집을 불린 감정들이 어떤 자국과 얼룩을 남기고 지나갔는지 나는 알고 싶었다. 그런 것들이 내 예상과 짐작에서 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고 그런 순간엔 뭔가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다큐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는데 내가 끌어안고 있는 어떤 시간들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그 잠깐 동안은 모든 게 괜찮아졌다. (54쪽)
_김혜진, [와와의 문] 중에서

나는 재이와 나를 여기에 보낸 허 교수의 저의를 다소 의심한다. 더불어 오래전 글을 쓰면서 꿨던 꿈을 생각한다. 명품 카탈로그만큼이나 화려하고 말도 안 되는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패션지를 보는 여자들을 비웃으며 그녀들이 아무리 명품을 욕망한들 소용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래전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쓸 때의 이야기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세상의 모든 글쓰기를 감당하는 일이다. 내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 역시 글쓰기라는 행위다. (89~90쪽)
_박민정, [아름답고 착하게] 중에서
어쩌면 삶은 돌이킬 수 없는 것, 지나가버린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일지도. 이번 여행이 끝나면 우리 또한 완벽한 타인이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처럼, 인생의 어느 한 점 교차한 적 없는 사람들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그렇게 서로에게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119쪽)
_백수린, [길 위의 친구들] 중에서

나는 벽에 적힌 낙서들을 보았다. 낙서들의 골목을 통과하는 동안, 마당에 나와 머리 빗는 여자들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는데. 결국 바람결, 숨결, 물결. 글쎄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극과 극. 안녕과 안녕의 간극. 흰 벽에서 흰 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문장들만 남은 것 같았다.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순식간에 내가 살았던 모든 시간을 동시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것들은 단번에 수많은 이미지들로 되돌아왔다. 내 피부는 희고 부드러웠다. 내 피부는 뜨거운 빛에 검게 그을렸고, 빈틈없이 쭈글쭈글했다. 나는 그저 어떤 한 골목을 통과하고 있었는데. (165쪽)
_윤해서, [커서 블링크] 중에서

그는 25년을 살았고, 나는 25년을 다 살고 난 다음부터의 시간에 대해 자주 생각해왔다. 내가 최근 2년간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바로 그 시간에 관해서였다. 그가 살지 않은 시간을 내가 사는 것이 나는 이상하게 생각되었고 이 세상에 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없어야 할 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 생각은 내가 한 것이지만 마치 누군가 대신한 다음 내게 주사한 것과 같이 느껴졌다. 우리는 단 하나의 계절만을 함께했고 그것은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라 거의 모든 기억이 흐릿했다. 나는 2년 전부터 시간을 들여 그 봄의 기억들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생각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정작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쓰는 데 쓴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노트의 메모를 보면 그와 내가 얼마나 달랐는지 알 수 있다. 나는 그를 조금 싫어했던 것 같다. (176쪽)
_이주란, [몇 개의 선] 중에서

그렇게 너는 특별한 아이였다. 키나 몸집은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풍기는 분위기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확연히 달랐다.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아이답게 너에 관한 소문 역시 끊이지 않았다. 교문 앞에 멈춰 선 고급 승용차에서 네가 내리는 걸 목격한 아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때문에 네가 유명 여배우의 딸이고 곧 너 역시 아역 배우로 데뷔할 거라는 말이 돌았다. 네가 H제과의 손녀라는 말도 있었는데, 당시 학교 근처에 H제과 회장이 살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였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비밀스러운 말들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부터가 가짜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너를 둘러싼 소문들이 너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202~203쪽)
_조수경, [유리] 중에서

감자를 포대에 담아주며 승재 어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감자 썩는 건 ?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91010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자 김금희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 있다.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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