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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정신 밑바닥까지 지배하고자 했던 일본제국주의의 치밀한 기획

[은뢰]는 조선신궁 건립 10주년을 기념하여 1937년 '조선신궁봉찬회'에서 편찬한 사진집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진집이 아니라 조선신궁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특히 정신적·문화적 지배의 양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은뢰 - 조선신궁에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풍경]은 1937년에 간행된 '원본'을 그대로 살리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아울러 문학, 역사, 조경, 사진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설을 게재함으로써 보다 심도 있게 이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은뢰》는 조선신궁 건립 10주년을 기념하여 1937년 ‘조선신궁봉찬회’에서 편찬한 사진집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진집이 아니라 조선신궁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특히 정신적·문화적 지배의 양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책『은뢰』는 1937년에 간행된 ‘원본’을 그대로 살리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아울러 문학, 역사, 조경, 사진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설을 게재함으로써 보다 심도 있게 이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1. [은뢰]와 조선신궁
[은뢰]는 조선신궁 건립 10주년을 기념하여 1937년 '조선신궁봉찬회'에서 편찬한 사진집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진집이 아니라 조선신궁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특히 정신적·문화적 지배의 양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은뢰(恩賴)', 즉 '대일본제국'을 보살피시는 신령의 은총으로 식민지 조선이 누리고 있는 행복과 번영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 제국주의의 '시각적 지배'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은뢰]에서는 조선신궁을 설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신기(神祇)를 받들고 효경(孝敬)을 다하는 것은 우리 국민도덕의 대본(大本)일 뿐만 아니라 건국 이래의 강상(綱常)이다. 이를 나라를 다스리는 방략으로 삼아 일찍이 추본경시(追本敬始), 달라질 수 없는 성경(誠敬)의 습속을 조선의 전토(全土)에 배양하고, 이곳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민초가 더욱 번창하는 행복을 지켜주고자 조선신궁 조영 준비에 착수한 것이 1913년(大正2)의 일이다. 그 중에서도 봉건지(奉建地) 선정에 대해 특히 신중하게 심의하여 우선 조선 전토의 중앙이자 근대 문화 교섭의 중추인 경성에 터를 정하기로 하고, 옛날부터 경승지로 널리 알려진 한양공원, 왜성대, 장충단 등 십수 개 곳의 후보지를 두고 수차례에 걸쳐 실지답사를 거듭한 끝에 한양공원을 신궁봉건지로 삼기에 이르렀다. (본문 31쪽)

[은뢰]의 편집 방향 역시 조선신궁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편집후기'를 통해 편집자들의 의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처음에는 조선신궁진좌10주년기념사업으로서 10년지(十年誌)를 편찬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그 후 몇 차례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즉, 단순히 지나간 10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진작부터 신궁에서 공표해온 연보를 종합한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신궁 진좌 10년 동안 거둔 놀라운 성과는 그저 신궁 그 자체의 연혁으로 시종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처럼 여실하고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한 발전상이야말로 진실한 신광(神光)의 현현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마침내 표제대로 '恩賴' 즉 '미타마노후유'라고 바꾸고, 신궁 자체 10년의 내력을 더듬으면서 동시에 조선 전역 곳곳에 부는 신풍(神風)을 모으는 한편 조선 시정(施政)의 일반도 기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종류의 서적은 대체로 자칫하면 예복을 입은 듯 딱딱한 편술(編述)이 되기 십상이어서 힘이 닿는 대로 사진 등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넣었고, 지면은 상당히 우려전아(優麗典雅)하게 하여 변화를 주고자 했다. 아울러 이 책 전체를 통해 우리 국체를 명징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신사의 특질을 표명하는 동시에 은밀하게 고대의 내선(內鮮) 신기(神祇) 관계의 일단을 보여줌으로써 적으나마 내선 동근(同根)의 사상을 배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사나 문장은 아주 간결하게 작성하되 보는 사람의 심정에 여운을 남김으로써 그 심상(心象) 가운데에서 유신(惟神)의 대도(大道)가 솟아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은뢰]를 편집한 코노 타쿠야(河野卓爾)와 야마자와 산조(山澤三造)는 특히 세 가지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단순히 '신궁 자체의 연혁'을 시간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조선의 '생생한 발전상'을 동시에 배치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야 '신광(神光)'이 식민지 지배에 미친 영향을 입체적이고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신궁 자체 10년의 내력을 더듬으면서 동시에 조선 전역 곳곳에 부는 신풍(神風)을 모으는 한편 조선 시정(施政)의 일반"을 함께 기록하려 했다는 것은 신성성(정신적 측면)과 세속성(물질적 측면)을 아우르면서 '대일본제국'에 의한 조선 지배의 '업적'을 기념하고 과시하려는 의도를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대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진을 배열하고 지면을 가능한 한 '우려전아'하게 구성하고자 했다. 텍스트의 물질성과 관련하여, 이는 '대일본제국'의 정신을 현현하고 있는 조선신궁과 그 '자애로운 품'에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조선의 현상을 '우려전아'한 지면을 통해 재현함으로써 [은뢰]라는 텍스트가 곧 일본의 지배 아래 있는 조선을 응축하고 있는 것이라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사진과 관련된 기술 즉 '캡션'의 경우, 단순히 사진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 방법을 동원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 "기사나 문장은 아주 간결하게 작성하되 보는 사람의 심정에 여운을 남김으로써 그 심상(心象) 가운데에서 유신(惟神)의 대도(大道)가 솟아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은뢰]는 딱딱한 사실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학적(시적) 표현을 동원하여 일종의 '시화집(詩畵集)'처럼 보이도록 편집 방향을 설정했다.
이처럼 [은뢰]의 편집자들은 틀에 박힌 '기념사진집'이 아니라 서사의 재구성, 우려전아한 지면 배치, 다양한 기사와 문장 등을 통해 천신(天神) 또는 천황(天皇)의 가호 아래 번영을 누리는 조선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식민지 지배의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그 정당성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선신궁이 있었다.

2. 충실한 원문 번역과 해설
[은뢰 - 조선신궁에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풍경]은 1937년에 간행된 '원본'을 그대로 살리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아울러 문학, 역사, 조경, 사진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설을 게재함으로써 보다 심도 있게 이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은뢰]는 조선신궁 설립 과정을 정리한 총설을 비롯해 제1편(1916~1927), 제2편(1928~1929), 제3편(1930~1931), 제4편(1932~1933), 제5편(1934~1935),외편(1936)으로 이어지는 순차적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신궁에서 열린 일련의 행사를 제외하면 시간적 순서를 따른 기술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각 편은 평안북도에서 전라남도에 이르기까지 지역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진다. 다시 말해 [은뢰]의 서사는 조선신궁 설립 준비기부터 진좌 10년인 1936년에 이르는 시간축과 경성에서 시작하여 평안북도에서 전라남도에 이르는 공간축이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조선신궁이 놓여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은뢰]를 통해 조선의 전체상을 재현하려 했던 편집자들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은뢰]는 사진과 함께 다양한 기사와 문장 등을 동원하여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념사진집'과 뚜렷이 구별된다. 신궁에서 거행된 각종 의례 및 행사에 대해서는 대부분 짤막하게 사실만을 기술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심도 있는 진술은 일본의 역사적 문헌들 예컨대 [일본서기(日本書紀)] [속일본서기(續日本書紀)] [고사기(古事記)] [만엽집(萬葉集)] [삼대실록(三代實錄)] [숭문록(崇文錄)] [태정관일지(太政官日誌)] 등에서 발췌하여 수록하고 있다. 또, 신화와 전설에서부터 신문 기사와 관보 기사에 이르기까지 각종 보고서와 자료들을 동원하여 사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기도 한다.

3. 일본제국주의의 정신적 지배 방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
최근 성세(聖世)를 맞이하여 내선일여(內鮮一如)의 공을 성취하고 신정(新政) 아래 많은 치적을 쌓고 있다. 또, 청운의 뜻을 품고 조선으로 건너오는 내지의 신예 인사들이 날마다 많아지면서 참으로 내선일원(內鮮一元), 반도개명의 결실을 보기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문명의 건설도 크게 진전되었지만, 세상의 풍조가 걸핏하면 물질적 이익을 따르는 데 급급하여 진실로 황국 유신(惟神)의 대도에 입각한 국민 본래의 영혼의 원천을 망실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따라서 반도의 강산은 날마다 생기로 넘치고 농촌 역시 해마다 황금물결로 출렁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렇듯 찬연한 유형적인 것 아래쪽에 흐르는 영혼의 샘이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바가 있었다.
그때, 생각건대 지금과 같은 가을, 황모유원(皇謨悠遠)하신 폐하께서 반도 심령의 원천으로서 조선신궁창립의 성지를 내리셔서 반도 주민의 심령이 귀착할 터를 정해주셨다. 한양의 정역(淨域)으로

1. 『은뢰』와 조선신궁
『은뢰』는 조선신궁 건립 10주년을 기념하여 1937년 ‘조선신궁봉찬회’에서 편찬한 사진집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진집이 아니라 조선신궁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특히 정신적·문화적 지배의 양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은뢰(恩賴)’, 즉 ‘대일본제국’을 보살피시는 신령의 은총으로 식민지 조선이 누리고 있는 행복과 번영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 제국주의의 ‘시각적 지배’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은뢰』에서는 조선신궁을 설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신기(神祇)를 받들고 효경(孝敬)을 다하는 것은 우리 국민도덕의 대본(大本)일 뿐만 아니라 건국 이래의 강상(綱常)이다. 이를 나라를 다스리는 방략으로 삼아 일찍이 추본경시(追本敬始), 달라질 수 없는 성경(誠敬)의 습속을 조선의 전토(全土)에 배양하고, 이곳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민초가 더욱 번창하는 행복을 지켜주고자 조선신궁 조영 준비에 착수한 것이 1913년(大正2)의 일이다. 그 중에서도 봉건지(奉建地) 선정에 대해 특히 신중하게 심의하여 우선 조선 전토의 중앙이자 근대 문화 교섭의 중추인 경성에 터를 정하기로 하고, 옛날부터 경승지로 널리 알려진 한양공원, 왜성대, 장충단 등 십수 개 곳의 후보지를 두고 수차례에 걸쳐 실지답사를 거듭한 끝에 한양공원을 신궁봉건지로 삼기에 이르렀다. (본문 31쪽)

『은뢰』의 편집 방향 역시 조선신궁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편집후기?를 통해 편집자들의 의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처음에는 조선신궁진좌10주년기념사업으로서 10년지(十年誌)를 편찬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그 후 몇 차례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즉, 단순히 지나간 10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진작부터 신궁에서 공표해온 연보를 종합한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신궁 진좌 10년 동안 거둔 놀라운 성과는 그저 신궁 그 자체의 연혁으로 시종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처럼 여실하고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한 발전상이야말로 진실한 신광(神光)의 현현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마침내 표제대로 ‘恩賴’ 즉 ‘미타마노후유’라고 바꾸고, 신궁 자체 10년의 내력을 더듬으면서 동시에 조선 전역 곳곳에 부는 신풍(神風)을 모으는 한편 조선 시정(施政)의 일반도 기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종류의 서적은 대체로 자칫하면 예복을 입은 듯 딱딱한 편술(編述)이 되기 십상이어서 힘이 닿는 대로 사진 등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넣었고, 지면은 상당히 우려전아(優麗典雅)하게 하여 변화를 주고자 했다. 아울러 이 책 전체를 통해 우리 국체를 명징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신사의 특질을 표명하는 동시에 은밀하게 고대의 내선(內鮮) 신기(神祇) 관계의 일단을 보여줌으로써 적으나마 내선 동근(同根)의 사상을 배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사나 문장은 아주 간결하게 작성하되 보는 사람의 심정에 여운을 남김으로써 그 심상(心象) 가운데에서 유신(惟神)의 대도(大道)가 솟아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은뢰』를 편집한 코노 타쿠야(河野卓爾)와 야마자와 산조(山澤三造)는 특히 세 가지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단순히 ‘신궁 자체의 연혁’을 시간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조선의 ‘생생한 발전상’을 동시에 배치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야 ‘신광(神光)’이 식민지 지배에 미친 영향을 입체적이고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신궁 자체 10년의 내력을 더듬으면서 동시에 조선 전역 곳곳에 부는 신풍(神風)을 모으는 한편 조선 시정(施政)의 일반”을 함께 기록하려 했다는 것은 신성성(정신적 측면)과 세속성(물질적 측면)을 아우르면서 ‘대일본제국’에 의한 조선 지배의 ‘업적’을 기념하고 과시하려는 의도를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대상을 직관적으로 파악 녹음이 우거진 남산을 자리로 택해, 치기(千木)를 푸른 하늘 높이 걸고 궁주(宮柱)는 바위 위에 튼튼하게 받친 다음 신궁을 세웠다.

조선신궁봉찬회 이사 니시오카 요시지로가 작성한 '발문'의 일부이다. "이웃 세력의 굴신(屈伸)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국정(國情) 역시 다단하여 분립투쟁(分立鬪爭)이 끊이지 않았"던 조선과 조선인, 그 결과 "백성들의 극도의 피폐를 초래하여 물심양면에서 안정을 결여하기에 이르렀"고, "근세에는 세계 산업 혁신의 영향을 받아 물질 편중의 폐풍(弊風)에 휩쓸려 심령을 기르고 넓히는 데 눈길을 줄 틈도 없는 상황"에 처한 조선과 조선인. 니시오카는 그런 조선과 조선인이 '대일본제국'의 통치 아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물질적인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형적인 것에만 치중하다 보면 무형적인 것, 즉 "영혼의 샘"이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여 "반도 심령의 원천"으로서 조선신궁이 창건되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만세일계(萬歲一系)의 천황이 다스리는 '신국(神國)' 일본의 정신을 조선인이 내면화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조선신궁 건립은 조선과 조선인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대일본제국'의 치밀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조선신궁진좌 10주년을 기념하여 간행된 [은뢰]는 조선신궁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조선 지배 과정의 실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시각적 자료이다.
사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헌과 기사 그리고 창작에 가까운 시가 형식을 동원하여 [은뢰]라는 텍스트의 서사를 '품격 있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문학적 성격이 강한 시편들을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심미적 효과를 제고함과 아울러 정치적 성격을 희석하려 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심미적이고 서정적인 시편들은 식민지 지배의 부정적인 측면을 위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은뢰]를 더욱 내실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구성, 지면 배치, 카메라 앵글 등과 아울러 시편들의 행간을 면밀하게 읽어낼 필요가 있다.

4. 광복/해방 70년, 우리는 '식민지'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은뢰]은 당시로서는 최고의 사진 기술과 편집 기법을 동원하여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기념사진집을 넘어선 사진집'이다. 다양한 이미지와 기사(캡션)를 통해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을 정신의 밑바닥까지 지배하고자 했던 일본제국주의의 치밀한 기획이 놀라울 정도이다.
식민지시대의 엽서나 사진들은 적잖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단편적인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은뢰]는 일본제국주의의 지배를 신앙의 차원으로까지 뿌리내리게 하려는 의도를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면서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단편적인 자료들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정신적 지배와 물질적 지배가 어떻게 '교차' 또는 '합일'하는지를 보여주는 뚜렷한 사례인 셈이다.
광복/해방 70년, 우리는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더욱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싸움이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식민지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또, 일본제국주의가 40년 가까이 이 땅에 남겨놓은 흔적들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은뢰 - 조선신궁에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풍경]은 이러한 물음들에 대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사진을 배열하고 지면을 가능한 한 ‘우려전아’하게 구성하고자 했다. 텍스트의 물질성과 관련하여, 이는 ‘대일본제국’의 정신을 현현하고 있는 조선신궁과 그 ‘자애로운 품’에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조선의 현상을 ‘우려전아’한 지면을 통해 재현함으로써 『은뢰』라는 텍스트가 곧 일본의 지배 아래 있는 조선을 응축하고 있는 것이라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사진과 관련된 기술 즉 ‘캡션’의 경우, 단순히 사진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 방법을 동원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 “기사나 문장은 아주 간결하게 작성하되 보는 사람의 심정에 여운을 남김으로써 그 심상(心象) 가운데에서 유신(惟神)의 대도(大道)가 솟아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은뢰』는 딱딱한 사실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학적(시적) 표현을 동원하여 일종의 ‘시화집(詩畵集)’처럼 보이도록 편집 방향을 설정했다.
이처럼 『은뢰』의 편집자들은 틀에 박힌 ‘기념사진집’이 아니라 서사의 재구성, 우려전아한 지면 배치, 다양한 기사와 문장 등을 통해 천신(天神) 또는 천황(天皇)의 가호 아래 번영을 누리는 조선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식민지 지배의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그 정당성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선신궁이 있었다.

2. 충실한 원문 번역과 해설
『은뢰―조선신궁에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풍경』은 1937년에 간행된 ‘원본’을 그대로 살리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아울러 문학, 역사, 조경, 사진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설을 게재함으로써 보다 심도 있게 이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은뢰』는 조선신궁 설립 과정을 정리한 총설을 비롯해 제1편(1916~1927), 제2편(1928~1929), 제3편(1930~1931), 제4편(1932~1933), 제5편(1934~1935),외편(1936)으로 이어지는 순차적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신궁에서 열린 일련의 행사를 제외하면 시간적 순서를 따른 기술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각 편은 평안북도에서 전라남도에 이르기까지 지역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진다. 다시 말해 『은뢰』의 서사는 조선신궁 설립 준비기부터 진좌 10년인 1936년에 이르는 시간축과 경성에서 시작하여 평안북도에서 전라남도에 이르는 공간축이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조선신궁이 놓여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은뢰』를 통해 조선의 전체상을 재현하려 했던 편집자들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은뢰』는 사진과 함께 다양한 기사와 문장 등을 동원하여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념사진집’과 뚜렷이 구별된다. 신궁에서 거행된 각종 의례 및 행사에 대해서는 대부분 짤막하게 사실만을 기술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심도 있는 진술은 일본의 역사적 문헌들 예컨대 『일본서기(日本書紀)』 『속일본서기(續日本書紀)』 『고사기(古事記)』 『만엽집(萬葉集)』 『삼대실록(三代實錄)』 『숭문록(崇文錄)』 『태정관일지(太政官日誌)』 등에서 발췌하여 수록하고 있다. 또, 신화와 전설에서부터 신문 기사와 관보 기사에 이르기까지 각종 보고서와 자료들을 동원하여 사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기도 한다.

3. 일본제국주의의 정신적 지배 방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
최근 성세(聖世)를 맞이하여 내선일여(內鮮一如)의 공을 성취하고 신정(新政) 아래 많은 치적을 쌓고 있다. 또, 청운의 뜻을 품고 조선으로 건너오는 내지의 신예 인사들이 날마다 많아지면서 참으로 내선일원(內鮮一元), 반도개명의 결실을 보기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문명의 건설도 크게 진전되었지만, 세상의 풍조가 걸핏하면 물질적 이익을 따르는 데 급급하여 진실로 황국 유신(惟神)의 대도에 입각한 국민 본래의 영혼의
원천을 망실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따라서 반도의 강산은 날마다 생기로 넘치고 농촌 역시 해마다 황금물결로 출렁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렇듯 찬연한 유형적인 것 아래쪽에 흐르는 영혼의 샘이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바가 있었다.
그때, 생각건대 지금과 같은 가을, 황모유원(皇謨悠遠)하신 폐하께서 반도 심령의 원천으로서 조선신궁창립의 성지를 내리셔서 반도 주민의 심령이 귀착할 터를 정해주셨다. 한양의 정역(淨域)으로 녹음이 우거진 남산을 자리로 택해, 치기(千木)를 푸른 하늘 높이 걸고 궁주(宮柱)는 바위 위에 튼튼하게 받친 다음 신궁을 세웠다.

조선신궁봉찬회 이사 니시오카 요시지로가 작성한 ?발문?의 일부이다. “이웃 세력의 굴신(屈伸)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국정(國情) 역시 다단하여 분립투쟁(分立鬪爭)이 끊이지 않았”던 조선과 조선인, 그 결과 “백성들의 극도의 피폐를 초래하여 물심양면에서 안정을 결여하기에 이르렀”고, “근세에는 세계 산업 혁신의 영향을 받아 물질 편중의 폐풍(弊風)에 휩쓸려 심령을 기르고 넓히는 데 눈길을 줄 틈도 없는 상황”에 처한 조선과 조선인. 니시오카는 그런 조선과 조선인이 ‘대일본제국’의 통치 아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물질적인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형적인 것에만 치중하다 보면 무형적인 것, 즉 “영혼의 샘”이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여 “반도 심령의 원천”으로서 조선신궁이 창건되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만세일계(萬歲一系)의 천황이 다스리는 ‘신국(神國)’ 일본의 정신을 조선인이 내면화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조선신궁 건립은 조선과 조선인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대일본제국’의 치밀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조선신궁진좌 10주년을 기념하여 간행된 『은뢰』는 조선신궁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조선 지배 과정의 실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시각적 자료이다.
사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헌과 기사 그리고 창작에 가까운 시가 형식을 동원하여 『은뢰』라는 텍스트의 서사를 ‘품격 있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문학적 성격이 강한 시편들을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심미적 효과를 제고함과 아울러 정치적 성격을 희석하려 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심미적이고 서정적인 시편들은 식민지 지배의 부정적인 측면을 위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은뢰』를 더욱 내실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구성, 지면 배치, 카메라 앵글 등과 아울러 시편들의 행간을 면밀하게 읽어낼 필요가 있다.

4. 광복/해방 70년, 우리는 ‘식민지’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은뢰』은 당시로서는 최고의 사진 기술과 편집 기법을 동원하여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기념사진집을 넘어선 사진집’이다. 다양한 이미지와 기사(캡션)를 통해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을 정신의 밑바닥까지 지배하고자 했던 일본제국주의의 치밀한 기획이 놀라울 정도이다.
식민지시대의 엽서나 사진들은 적잖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단편적인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은뢰』는 일본제국주의의 지배를 신앙의 차원으로까지 뿌리내리게 하려는 의도를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면서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단편적인 자료들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정신적 지배와 물질적 지배가 어떻게 ‘교차’ 또는 ‘합일’하는지를 보여주는 뚜렷한 사례인 셈이다.
광복/해방 70년, 우리는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더욱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싸움이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식민지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또, 일본제국주의가 40년 가까이 이 땅에 남겨놓은 흔적들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은뢰―조선신궁에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풍경』은 이러한 물음들에 대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간행사 - 진경환
해제 - 사진과 시가의 만남 또는 [은뢰]의 수사학 / 정선태
뒤엉킨 [은뢰]의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 찾기 / 김대호
[은뢰恩賴]의 이미지를 통해 본 식민권력이 의도한 경관 해석 / 김해경
[은뢰恩賴] 사진과 야마자와 산조山澤三造 / 박주석
[은뢰恩賴]에서 활용된 일제강점기 도시와 건축의 이미지 / 이경아
[은뢰恩賴]를 통해 본 조선신궁朝鮮神宮의 식민지 지배적 역할의 변화 / 최석영
부록 [조선신궁실경도]
사진판 복각본 및 번역

간행사__진경환

해제__ 사진과 시가의 만남 또는 『은뢰』의 수사학 __ 정선태

뒤엉킨 『은뢰』의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 찾기 __ 김대호
『은뢰恩賴』의 이미지를 통해 본 식민권력이 의도한 경관 해석 __ 김해경
『은뢰恩賴』 사진과 야마자와 산조山澤三造 __ 박주석
『은뢰恩賴』에서 활용된 일제강점기 도시와 건축의 이미지 __ 이경아
『은뢰恩賴』를 통해 본 조선신궁朝鮮神宮의 식민지 지배적 역할의 변화 __ 최석영
부록__<조선신궁실경도>

사진판 복각본 및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