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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풍경

원제 : Diesse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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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헤세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사랑, 자연과의 소통

    이 세상의 어느 언어에서도 고향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함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너그러움과 푸근함 그리고 평화로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향하면 우선 어머니를 떠올린다. 향수는 우리가 그동안에 잊고 살아왔던 어머니의 품과 같이 넉넉하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의 번뇌를 훌훌 떨쳐버리고 추수를 끝낸 농부처럼 팔다리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이곳이 우리들의 고향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도 - 특히 초기작품의 경우 - 잃어버린 낙원, 잊힌 고향을 찾아 나서거나 그리워하는 마음, 즉 향수가 주요 모티프를 이룬다. 하지만 헤세의 작품은 밀턴의 작품처럼 인간의 타락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공포와 전율이 흐르는 유화가 아니라 맑은 하늘과 잔잔한 바다, 푸른 초원과 산들바람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을 노래한 수채화다. 그래서 어떤 이는 헤세의 작품이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헤세의 초기작품에서는 대체로, 성장하여 완숙단계에 이른 서사적 자아가 자신(내지 3인칭 주인공)의 입을 통해 유소년과 청년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헤세 연구가들은 헤세가 이 이야기들의 소재 대부분을 자신의 과거에서 끄집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초기작품 대부분이 - 그리고 후기작품의 일정 부분이 - 작가의 자전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1907년에 출간된 본 단편집 [이 세상 풍경]만 하더라도 총 8편 중 5편이 1인칭 소설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과 [늙은 태양 아래서]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작품들이 모두 과거의 어린 시절 내지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밖에도 본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양로원 노인들, 이른바 "태양족"의 황혼을 그린 작품과 유년시절을 회상한 [유년시절]을 제외하면 모두가 젊은이들의 사랑이 큰 주제를 이루는데, 이 사랑은 거의 예외 없이 첫사랑 내지 짝사랑, 즉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짝사랑에 실패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했던 헤세의 체험이 용해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헤세의 단편집 [이 세상 풍경]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의 짝사랑 내지 첫사랑도 대체로 이러한 추억의 편린들이다. [라틴어학교 학생]에서 주인공 카를 바우어는 하녀 티네의 청순함에 이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신분차이가 넘을 수 없는 장벽임을 알고 있는 그녀는 끝내 그의 구애를 뿌리치고 자기 신분에 맞는 남자와 결혼한다. [7월]에서는 열여섯 살 소년 파울이 여름 휴가철에 자기네 별장에 놀러온 아버지 친구의 장녀인 7,8세 연상의 "우아한 처녀" 투스넬데를 짝사랑하고, [청춘은 아름다워라]에서는 "오랜 방랑시기를 거쳐 장성해서 의젓한 신사가 되어 금의환향"한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짝사랑하던 여동생의 친구를 다시 짝사랑하다 실패한다. 그후 집에 놀러온 여동생의 다른 친구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 여자와의 사랑도 "좋은 친구"로 머물자는 그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끝을 맺는다. 그밖에 [가을의 도보여행]과 [대리석 공장]은 첫사랑의 추억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자는 첫사랑의 여인을 찾아 길고 고독한 도보여행길에 오르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후자는 첫사랑의 여자가 가부장적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 때문에 이루지 못할 사랑을 죽음으로 마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상 5편의 작품은 이루지 못한 사랑,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회상을 펼쳐놓은 풍경화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긴다. 헤세는 이들 작품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치환하고 있다. 헤세가 이들 작품에서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고향의 자연묘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리석 공장]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귀를 통해 생동하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침착하게 관찰할 수"있다고 착각한 24살의 주인공이 결국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이끌려 이루지 못할 사랑에 천착함으로써 사랑하는 여인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우를 범하지만, 그의 감성(어리석음)은 이렇듯 자연과 소통함으로써 그의 죄의식을 정화하고 보다 밝은 내일을 향한 징검다리를 놓는다. 헤세의 작품이 대체로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어둡지 않고 밝은 내일을 예비하고 있음은 주인공들의 바로 이러한 자연친화력 때문이다.
    헤세의 작품은 이러한 자연친화성뿐만 아니라 자연(고향)을 묘사하는 세심한 필치에 담긴 성실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그의 작품의 주인공 내지 서사적 자아들은 "어린아이의 눈으로"([유년시절]) 또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청춘은 아름다워라]) 자연을 살펴볼 때 비로소 "신의 선물이요 신의 창조물인 대지"([유년시절])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에서 헤세는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이유를 그의 자연묘사 필치의 성실성과 진정성에서 찾는다. 헤세는 자연묘사뿐 아니라 인간묘사에서도 성실성과 진정성을 보여준다. 헤세의 [이 세상 풍경]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대부분 전형적인 선인, 악인이 아니라 두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들이다. [늙은 태양 아래서]에 등장하는 말썽꾸러기 노인들은 물론이고, 기타 작품의 인물들도 인간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세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대리석 공장]의 주인공 이외에도 [청춘은 아름다워라]와 [회오리바람] 등의 주인공들도 인생의 ‘모범생’은 아니다. 심지어 [유년시절]의 주인공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속을 꽤나 썩이고, 자주 어머니를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어린 아이다. 이렇듯 헤세는 - 자신의 분신들이라고 할 수 있는 - 등장인물들의 치부도 적나라하게 까발림으로써 독자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본 단편집의 가장 마지막에 실린 작품 [늙은 태양 아래서]의 정서는 앞의 것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인공 카를 휘를린을 비롯해서 모두가 늙은이들 일색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생을 잘못 산 인생의 낙오자들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이상 자력으로 삶을 지탱할 수 없어 말년을 시립양로원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고향을 잃어버린, 아니 애초부터 고향이 없는 인간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본질을 파악"할 능력이 결여된 자들이다. 작가는 삶의 의미를 오로지 오늘의 안일에서만 찾는 황혼 속의 군상을 이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그만 일에 분노하고 질투하고 자존심을 내걸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주인공과 그의 상대역 루카스 헬러의 일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쓴)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헤세의 작품에서는 세상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양자의 공존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갈등이 없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음을 역설하는 데미안의 편지가 우리의 공감을 얻고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이 감성의 언어 때문일 것이다.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말을 이성의 언어로 읽으면 - 즉 논리로 풀면 - 영원한 신화神話일 수밖에 없다.

    목차

    대리석 공장
    가을의 도보여행
    유년시절
    라틴어학교 학생
    청춘은 아름다워라
    회오리바람
    늙은 태양 아래서

    작가의 작품 해설
    헤르만 헤세 연보

    본문중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의 맑고 커다란 눈을 들여다 봤다. 그녀의 두 눈은 슬픈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눈이 내 눈 위로 다가오고, 그녀의 입술이 무겁게 내 입술을 누르는 동안 나는 그녀의 진지한 눈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왼쪽 눈가의 하얗고 생기 있는 피부에 연분홍 피가 가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감각이 온통 혼미해지는 가운데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나는 의지에 역행해서 광풍의 격정에 휘말려있는 자신을 건져내기 위해 절망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그녀는 내가 그녀를 동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 눈에서 읽어냈다.
    (/ '회오리바람' 중에서)

    저자소개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77.07.02~1962.08.09
    출생지 독일
    출간도서 345종
    판매수 127,412권

    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헤세는 명문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기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했다. 그 후 서점의 견습사원이 되면서부터 독서에 몰두하며 문학수업을 쌓았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릴케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문단에서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1904년에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는 그의 출세작이 되었다.
    그 후 1906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수레바퀴 아래서 ]를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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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수 0권

    임호일은 고려대학교 독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뮌헨과 마인츠 대학에서 수학,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 뷔히너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역서로 [변증법적 문예학](플로리안 파센 저),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이스터 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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