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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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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폭풍우 치는 밤에]의 작가 아베 히로시 자전 에세이
"철부지 소년이 막막한 사춘기를 거쳐,
동물원 사육사로, 그림책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폭풍우 치는 밤에]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아베 히로시가 쓰고 그린 자전 에세이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뚜렷한 꿈은 없었던 저자가 철공소 노동자, 동물원 사육사를 거쳐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저자가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면서 느낀 즐거움과 고통, 생명의 경이로움과 존엄함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물들을 돌보며 겪었던 흥미진진한 일화들과 함께 교과서적인 생태 정보를 넘는 생명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천성이 명랑하고 익살스러운 수달, 눈싸움 놀이를 즐기는 코끼리, 겉보기와는 달리 예민한 고릴라의 성격 등 수년간 동물들과 지내 온 사람만이 파악할 수 있는 동물들의 습성과 삶을 생동감 넘치게 풀어낸다. 아울러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도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등을 성찰하게 한다.

뚜렷한 꿈이 없던 평범한 소년이 그림책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어린 시절 저자는 막연히 자연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아이였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외삼촌네 철공소에서 일하다가 사육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홋카이도에 세 번째로 생긴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운 좋게 취업하게 된다. 경고문이나 안내 표시판 등 동물원에 필요한 그림을 그리다가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사육사 겸 그림책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고,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삶의 길은 우연의 연속이다. '우연'이란 요소가 있기에 세상이 더 의미 있고 즐거운 게 아닐까.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것들을 말해 준다. 고단샤 출판문화상과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아베 히로시는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동물원 사육사로 지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육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또 그곳에서 우연히 그림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돌아보면 세상에는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진로를 만들어 가기보다 우연히 결정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베 히로시도 우연히 그리고 천천히 꿈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희망을 준다. 이 책에서 아베 히로시는 꾸밈없고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왜 꿈이 없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청소년 시기에는 누구나 이런 고민을 겪는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일찍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목표를 정해 꾸준히 달려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꿈이 없다고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아베 히로시의 경우처럼 인생의 길은 사람에 따라 조금 늦게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한 목표를 정하고 정진해 온 소수의 사례에 굳이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흥미의 안테나'를 펼쳐 두라고 힘주어 말한다. 끊임없이 흥미 있는 일을 발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안테나에 무언가 걸려들고, 그럼 그것에 열중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것에 대한 열정이 식는다면 또 다른 흥미를 찾아 열중하면 된다고 말한다. 아베 히로시는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찾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잘 내디뎌야 한다고 조바심 내는 젊은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베 히로시가 보고 느낀 생명과 죽음 이야기

1948년 홋카이도 출생. 올해로 예순여섯 살이 된 아베 히로시는 지난 삶을 돌아보며 살아오는 동안 만난 '생명과 죽음'에 대해 회고한다.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여치를 발견한 추억부터 사육사가 되어 경험한 동물의 탄생과 죽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 느낀 생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쥐를 먹는 구렁이 이야기, 우리를 탈출해 달아난 원숭이 이야기 등 동물원에 살지만 야생 본능을 숨길 수 없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붉은 저녁 해가 산기슭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릴라 이야기, 담당 사육사가 출장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눈을 감은 늑대의 이야기 등 사람보다도 사람다운 데가 있는 동물들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다.
사육사는 생명을 돌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동물의 죽음까지도 지켜보는 사람이다. 생명을 맡는 일을 하면서 아베 히로시는 동물의 다양한 '삶과 죽음'을 마주치고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예컨대, 살아 있는 먹잇감을 원하는 사자에게 팔팔한 토끼를 먹이로 주면서 처음에는 토끼의 생명을 가엾게 여기지만, 잡아먹은 사자의 생명 가운데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쓸데없는 죽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동물 이야기에서 나아가 저자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는 머리말에서 동물처럼 인간도 언젠가 죽지만 이를 피할 수 없음을 언급하며 주어진 생을 온 힘을 다해 살아가자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통해 '생명과 죽음'이란 추상적인 주제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명의 본질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도록 자연스레 유도한다.

폐원 위기에 내몰렸던 아사히야마 동물원, 일본 최고의 동물원이 되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인구 40만 명이 안 되는 일본 소도시의 시립 동물원이다. 이곳은 한때 적은 입장 수입과 투자 부족으로 폐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자리 잡았다. 혁신 경영의 사례로 세계 유수의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바로 이곳이 아베 히로시가 20년 이상 사육사로 몸담았던 동물원이다.
한때 폐원 위기까지 내몰렸던 이 동물원의 성공 이면에는 아베 히로시를 포함한 여러 사육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사육사가 각자 담당하는 동물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원 포인트 가이드'라는 것을 시도했다. 이는 도감해설 같은 설명이 아니라 담당 사육사가 동물을 돌보며 생긴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이라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고, 이러한 일이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몰리게 된다.
또, 아베 히로시의 스케치 실력도 큰 몫을 했다. 예산이 거의 없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그는 동물을 돌보는 일 외에 동물 생태 해설판을 직접 그렸고, 전문 업자에게 맡기기에는 돈이 많이 드는 안내 표지판이나 포스터 등도 직접 맡아 그렸다. 동물원에서 시작한 이런 그림 작업들을 통해 아베 히로시는 '그림 그리는 사육사'로 조금씩 주목받게 되고, 가끔 동물 그림을 그려 달라고 의뢰를 받는다. 아베 히로시는 작업비 대신 받은 종이로 동물원 홍보 기관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사육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예산이 제로임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되찾게 된다.
예산이 없지만 아베 히로시와 동료 사육사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낸다. 그들은 미래의 이상적인 동물원을 상상하며 생각을 모으고 보고서로 만든다. 그리고 아베 히로시는 이를 스케치로 그린다. 훗날 동물원장이 아사히카와 시 예산을 결정하는 공청회 때, 그 상상의 미래 동물원 보고서를 가지고 시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때 아베 히로시의 그림은 큰 힘을 발휘한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미래를 설명할 때 그의 그림이 이해를 도왔고 결정적으로 시장을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16년 만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큰 예산이 생기며 대개혁이 일어나게 된다.
그들이 만든 상상의 동물원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동물이 가장 동물답게 살면서 사람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었다. 이 책은 사육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도전으로 성공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이며 더 나아가 사육사의 역할,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투박한 듯 자유로운 아베 히로시의 그림

아베 히로시의 그림은 거친 듯 자유롭고,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책이나 영상에서 보거나 동물원 창살 너머에서 살펴보고 그린 동물 그림과는 다른 생동감이 넘친다. 저마다 다른 동물들의 개성이 표현되고 그림 하나하나에 익살스러운 묘사가 있다. 그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동물의 숨결을 느끼며 일해 왔기에 그의 그림에서는 동물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스토리가 느껴진다. 이것이 아베 히로시만이 가진 엄청난 강점일 것이다. 사육사로서의 오랜 경험과 풍부한 동물 지식이 그의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나는데, 아베 히로시의 동물원 이야기와 더불어 곳곳에 있는 그림들이 현장의 생생함과 더불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목차

머리말

제1장 초등학교 2학년 때 여치에게서 배웠다
개는 개, 고양이는 고양이 / 온 마을이 가족 / 내가 좋아한 장소 / 초등학교 2학년 때 깨달은 '비법' / 생물부도 좋았지만 생각하지도 않게 얻은 것

제2장 사육사를 꿈꾸다
점심은 훔친 사과 / 철공소에서 일하게 되다 / 화가를 꿈꾸다 / 그림 그리는 나날 / 자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 놀라운 동물원의 첫날

제3장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의 나날
똥 청소와 먹이 만들기, 그것만은 아니다 / 이웃하고 있는 '죽음' / 신참 사육사의 동경 / 누구나 모색 중 / 담당 동물 회의 / 선배를 따라잡기 위해

제4장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
동물과 깊은 교류 / 동물원의 동물이 죽으면 해부를 돕다 / 멋진 동물원이 아니라 좋은 동물원을 지역의 동물에 관여하다 / 사자의 위엄, 뱀의 불가사의 돈이 없으니 아이디어를 내다 / 동물원의 기관지를 만들다 / 미래의 동물원상을 상상하다 / 진다고 생각하면 진다! / 사육사의 기개 / 역시 맹수는 무섭다

제5장 죽음에 익숙해질까
좋은 실수와 나쁜 실수 / 살아 있는 진짜 모습 / 생명에게 생명을 주다 / 냠냠시간에 보여 주고 싶었던 것

제6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떠날 때 / 이상적인 동물원이 현실로 / 인간이 관여하지 않은 죽음은 모두 옳다 / 인간의 죽음, 장례식 / 애완동물과 야생동물의 차이 죽을 것은 죽는다

맺음말
화실에서 본 풍경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어느 날, 내가 여느 때처럼 호박밭에 누워 있자니, 누군가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눈만 움직여서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는 호박 이파리, 위로는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무엇인가가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일까.
"어!" 하고 바로 옆 풀숲을 보니, 여치가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여치가 서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여치를 발견하는 비법을 깨우쳤다. 여치는 찾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찾으면 찾을수록 잡을 수가 없다. 가만히 조용하게 자연 가운데 있으면, 여치란 놈이 만나러 오는 것이다. 나에게는 대발견이었다. 이 발견을 누구에게 가르쳐 줄까. 나는 호박밭에서 뛰어나왔다. 빨리 친구들이나 사촌들에게 '비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니까, 또 하나 걱정이 됐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여치를 발견하는 '비법'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다. '비법'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으면, 내 몸에서 끝나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점점 자라서 어른이 되고, 더불어 여러 가지 '언어'를 익혀서 내가 깨달은 '비법'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 p.23)

외삼촌이 전쟁 전부터 철공소를 하고 있었다. 아주 멋진 외삼촌으로, 일을 찾고 있던 내가 상담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래, 히로시, 여기로 와라."
나는 외삼촌의 철공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외삼촌은 내가 철공소에서 일하는 것을 아주 반겼다.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언젠가 내게 사업을 맡기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 철공소에서는 체육관이나 라이스 센터, 무도관 등 커다란 건물의 철골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단히 일을 잘해서 평판도 높고, 곧잘 작업을 의뢰받았다.
기술자가 서너 명 있었다. 무거운 물건을 지거나 커다란 망치를 휘두르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일을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서,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대단히 우람했다. 반면에 나는 어땠느냐하면, 2년간 재수생이었던 탓에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호리호리했다. 체중이 겨우 48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잠깐 '아르바이트' 하는 기분은 아니었다. '지금부터 기술자 수업이다.'라고 마음먹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
(/ p.35)

"자연과 관련된 일을 해 볼까."
하지만 아직은 '그것'이 어떤 일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산에서 일하는 임업도 좋겠지."
그저 막연하게 이런저런 생각만 떠올랐다.
변함없이 도서관에는 다녔다. 그즈음에는 화집이나 기법에 대한 책뿐 아니라, 논픽션에서부터 소설까지 폭넓은 장르의 책을 읽었다. 거기에서 여러 가지 것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체험과 인생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독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비로소 생각했다.
"뭐지, 이 책은......."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책 한 권을 손에 넣었다. 1930년 즈음 혼슈에서 태어나 홋카이도로 이주해 온 젊은 신문 기자 혼다 가쓰이치가 쓴 [북쪽 나라 동물들]이라는 책이었다.
사냥꾼에게서 듣고 쓴 그 책은 큰곰이나 우는토끼, 북방여우, 에조사슴 등 홋카이도에 옛날부터 살았던 동물들과 사람들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그중에 에조늑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뭐? 홋카이도에 늑대가 있었다고?"
[북쪽 나라 동물들]에 따르면, 홋카이도에 에조늑대가 살았는데, 소나 말 같은 가축을 습격했기 때문에, 메이지 시대 중엽 방목 정책과 함께 인간이 의도적으로 멸종시켰다는 것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책이 늘어서 있는 도서관에서 책꽂이에 조용히 꽂혀 있는 그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내 안에 자연 사물을 향한 안테나가 끊임없이 움직인 덕분에 몸이 반응해서 쓰윽 눈에 들어온 게 아닐까.
집에 돌아와 바로 읽기 시작했다. 자연에 대해 꽤 지식이 있다고 지금껏 생각했지만, 늑대가 홋카이도에 살았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읽는 사이에 왠지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래, 동물과 관련된 일도 있구나......."
'동물원 사육사다.'
나는 갑자기 그렇게 결정했다.
(/ pp.44~45)

인간은 예전부터 생김새 때문에 고릴라를 무척 무서운 동물이라고 일방적으로 단정하고, 오랜 세월 동안 박해했다. 고릴라는 분명히 몸집이 크고 풍모가 무섭다. 그런 겉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잘못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잘 보면, 오목눈에 아주 작고 귀여운 둥근 눈동자를 지닌, 다정스럽고 인상 좋은 얼굴이다. 암컷 고릴라의 얼굴은 온화하다. 사육사로서 깊이 접촉하면, 고릴라가 대단히 상냥한 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처음으로 암컷 고릴라 마리가 왔을 때, 나는 서른 살이었다. 마키타 선배가 고릴라를 담당했다. 나는 선배가 쉬는 날에 고릴라를 돌보았다. 다음 해 수컷 고릴라 곤타가 왔다. 곤타는 다섯 살 정도로 이제 막 아이에서 소년이 되려는 참이었다. 고릴라는 유난히 예민해서, 가까운 데 공사가 있거나 처음 보는 동물이 앞을 지나가면 그다음 날 설사를 했다. 염소가 산보하면서 고릴라 우리 앞을 지나가도 설사를 했다.
고릴라 우리에는 흙이 깔려 있고 풀이 나 있고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다. 어른으로 성장한 곤타는 그 바위에 걸터앉아, 멀리 아사히카와의 늘어선 집들이나 산을 보곤 했다. 곤타는 붉은 저녁 해가 산기슭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곤 했다. 이따금 나는 그러한 곤타를 보았다. 침팬지도 고릴라도, 저녁 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이 있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여러 의미로 고릴라에게 철학이나 사유 방법을 배웠다.
(/ pp.80~81)

동물원에 있을 때에는 '동물원이 왜 존재할까?'나 '동물을 어떻게 쾌적하게 살게 할까?'를 날마다 궁리하고, 동료들과 계속 의논했다. 결국 그것은 '생명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연결된다.
'생명'이라는 것, '살아간다'는 것, 그것에 대답하자면, 이제 나에게는 '그리는 것'이 되었다. 주위에 사는 지렁이나 하늘가재, 에조다람쥐나 올빼미 등의 생명에 대등하게 마주 설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내게 '그림 그리는 일'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 '신기해서 두근두근하는'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거기에 열중하는 게 좋다. 온 힘을 다해 열중하는 시간을 보내자. 그렇지만 언젠가 그것에 대한 열정이 식을 것이다. 그러면 그걸로 됐다. 시들해졌다면 이번엔 또 다른 '흥미'를 찾아 열중하면 된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과 몸에 '흥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흥미를 받아들일 준비'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다. 동서고금 앞서 간 사람들이 써서 남긴 책에는 많은 '답'이 가득 쌓여 있다. 반드시 우리 질문에 답이 되는 힌트가 있다. 나는 젊었을 때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그림 그리는 법에 관한 책, 자연에 관한 책, 늑대에 관한 책을 만났다. 그리고 동물원 사육사가 되고, 지금은 화가가 되었다. 책은 '길잡이'가 되었다. 다른 것도 있다. 스포츠, 음악, 여행, 영화, 만담, 미술관...... 많이많이 있다. 무엇이든 '흥미'를 발견해 열중하면서 마음속에서 따뜻하게 키운다.
그리고 어른이 될 무렵,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반드시 그 안에서 발견될 것이다.
늘 '흥미'의 안테나를 활짝 펼쳐 놓자. 어느 날 그 안테나에 무언가가 걸려든다. 그러면 "이거로구나!" 하고 알게 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그때에 바로 두근두근한다면 '기쁘다', 지금 '살아가고 있다'라고 느낄 것이다.
(/ pp.150~151)

아베 히로시의 그림책은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되 우리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동물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특색이다. 더불어 의성어며 의태어, 하이쿠를 풍성하게 쓰는 발랄한 언어 감각도 주목할 만한 특색이다. 여기에도 어렸을 때 백인일수 카드놀이에서 익혔던 언어 감각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림과 시가 하나인 백인일수 카드놀이가 그에게 뼛속 깊이 언어 감각을 심어 주었을 것이다.
너무나도 경쟁이 심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하는 요즘, 청소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베 히로시는 청소년들에게 원점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책을 폭넓게 읽어 관심사를 넓히고,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흥미의 안테나'를 활짝 열어 놓고, 그때마다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일을 잘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 보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또 다른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우선일 테고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것만큼은 그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베 히로시와의 만남은 나에게 이런 것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나는 내 생명과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용기 있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pp.158~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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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아베 히로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8년
출생지 일본 훗카이도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48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사육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 [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그린 책으로는 [폭풍우 치는 밤에] [나들이] [보름달 뜨는 밤에] 등이 있습니다.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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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독일 문학과 한국 문학을, 인하대학교와 일본 바이카여자대학교에서 그림책과 아동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책을 기획하고 쓰면서 외국의 좋은 어린이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혼자 집을 보았어요], [누가 똑똑 창문을 두드리지?],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에도 지지 않고], [파란 티셔츠의 여행] 등이 있습니다.

역자의 다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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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히로시 [그림]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8
출생지 일본 홋카이도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48년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시에서 태어났다. 1972년부터 25년간 아사히카와 시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사육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변두리 작은 동물원에 불과했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아베 히로시를 비롯한 직원들의 열정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아베 히로시는 동물들을 돌보며 그림을 그리다가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으며, 지금은 사육사 일을 그만두고 그림책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가부와 메이 이야기] 중 첫 책인 [폭풍우 치는 밤에]로 고단샤 출판문화상과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으며, [고슴도치 푸루푸루] 시리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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