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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시집 『해에게 물어보았다』.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예지의 빛’, ‘보름달 닮은 얼굴’, ‘그냥 바람이었나’, ‘속삭이는 아침 햇살’, ‘햄프셔의 작은 호숫가’, ‘아비의 혼’, ‘해에게 물어보았다’, ‘알을 품고’, ‘그림을 그려라’, ‘길 잃은 이정표’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어떤 아픔도 어떤 고독도 엷은 꽃잎의 잔잔한 숨결

시인의 시집 한 권에 구조되어진 언어가 묻혀 놓은 감성의 면면에 가슴을 맞대어 보면 미세한 떨림이 이입되어진다. 손끝으로 감지하는 바람결 같은 감촉에 젖게 되는데 아마도 언어에 내장되어진 감동의 크기일 것이다. 장정자 시인의 첫 시집 「해에게 물어보았다」의 시 편을 받아들고 감상하며 느낄 수 있었던 총체적인 느낌이다. 깊은 우물물 같은 연배를 감지할 수 있는 시인의 시선들이 여유롭게 혹은 자유롭게 손짓하는 유혹을 저버릴 수 없었다.
한 시인의 시집 한 권은 시인의 분신이며 시인의 역사이다. 한 권 분량의 시 편편이 담아내고 있는 시인의 감성의 세계는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창적 음성이 들린다. 때로는 처절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분노의 화신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장정자 시인의 시집의 육성은 봄날 화창한 뜰을 휘감고 스쳐가는 감미로운 바람결 같다. 무엇보다 늦깎이의 시력詩歷이 일구어낸 단단한 수확의 결실에 고마움의 박수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한 편의 한 편의 시 모두 산고의 통증으로 생산되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 빛나는 언어로 시의 영역을 넓혀갈 시인의 내일을 기대한다.

지연희(시인, 수필가)

1부 앉아 있는 여자
촛불
예지의 빛
먼동
인생
어미새
보름달 닮은 얼굴
동그란 벽
자화상
별똥별
나는 여기에
백자의 노래
해바라기야
비움
낮잠
앉아 있는 여자
울음
그, 내 곁에 있으면
당신은 누구시길래
소낙비
시인의 가을

2부 그냥 바람이었나
그냥 바람이었나
꽃샘추위
샛노랗게
개나리 덤불
봄을 그리다
봄날
그래도 봄은
여정
초여름
연꽃
속삭이는 아침 햇살
금강을 지나다가
아름다워라
가을인가 봐
들꽃
그 가을
겨울 장미
한겨울의 밤섬
하이얀 겨울
바람

3부 기막힌 해후
분화구
햄프셔의 작은 호숫가
그리움
슬픈 연시
구름바위
기막힌 해후
초심
무념으로
아비의 혼
청조
술
사랑니
벽
연민
미련
우울한 저녁
고독
눈물
모란
지팡이

4부 목련구름
해에게 물어보았다
덕행
폭포
안식
보람
명화 속의 너
술래잡기
목련구름
달 같은 해
태몽
알을 품고
빗방울
바람이
달무리
기억 속에서
함께
달
관악산 자락에
슬픈 눈동자
바람 소리

5부 단 한순간도
그림을 그려라
걸음마
새해
까치밥
단 한순간도
무제
욕망
환희
길 잃은 이정표
어제와 오늘
질곡의 세월
동족애
고향길
옛날에
골목길
사랑방의 오후
송편
시집가는 길
혀 찬 말씀
시정

작품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