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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학사상사 : 플라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인류사를 움직인 탐구정신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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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과학 지식은 뛰어난 ‘천재들’이 우리 ‘보통사람들’의 사회에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숱한 사상가들의 사색과 사회문화적 요인이 함께 맞물리며 발전해가는 것!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법’의 역사, 과학자의 생애나 업적이 아닌 ‘과학사상’의 역사에 주목하다!


고대 그리스를 살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중세 유럽에서까지 오랫동안 연구된 것은 ‘완전한 지식은 과거에 속한다’는 중세 사상가들의 가정 때문이었다. 그들은 최초의 인간(아담)은 에덴동산에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금단의 열매를 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후에 지혜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앞선 시기의 사상가일수록 아담과 더 가깝기 때문에 아담의 지혜를 더 많이 기억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중세 대학에서 가장 유력한 학부였던 신학부와 법학부의 교수들은 고대 그리스의 텍스트를 연구했으며, 저마다 자신이 아리스토텔레스에 통달해 있음을 드러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대신할 학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 이론(지동설)이 등장했을 때 가톨릭교회의 반응은 어땠을까?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반하는 내용이기에 반대한다는 한 신학자의 글이 있었을 뿐, 교회는 이를 무시했다. 1616년 로마 가톨릭교회가 코페르니쿠스 이론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하기 전까지 코페르니쿠스 이론은 전문 천문학자들에 의해 계속 사용되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코페르니쿠스 이론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교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가장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답은 바로 ‘갈릴레오의 등장’이다. 갈릴레오는 지구의 운동에 대한 증거를 담은 책을 쓰도록 당시 교황 우르바노 8세에게 허락을 받았다. 단 코페르니쿠스 이론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논의하는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교회가 최종 결정권자임을 말미에 넣는 조건이었다. 갈릴레오는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논의를 담아내진 않았지만 교황이 요청한 결말로 책을 마무리하긴 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옹호하는 이의 이름을 ‘바보, 얼간이’라는 뜻을 은유한 ‘심플리치오’라고 붙인 것이다. 이는 교황의 분노를 샀고 곧 교회와의 충돌로 이어졌다.
기독교 세계를 뒤집어놓은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바로 다윈의 진화론이다.
17세기 전까지 지구 자체는 자연철학의 논의 주제로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지구의 모습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흡사하게 늘 존재해온 것이며 중요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모든 자연현상을 물질과 운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철학이 등장했고, 변화가 일어났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철학 체계가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 지구의 생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지구가 한 형태로 존재했다가 이후 변화를 겪었으며, 이 변화를 자연철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사고 덕분에 그 전까지 자연의 ‘술수’ 또는 ‘놀이’로 여겨지던 화석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려 대상에 올랐다.
프랑스의 뷔퐁 백작은 태양계가 생긴 까닭은 태양과 어떤 혜성의 충돌 때문이라고 가정하고 지구의 온도가 식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계산했다. 그의 결론은 최소 7만 4832년이었다. 물론 지금 우리가 믿는 수치(약 46억 년)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작은 값이다. 하지만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지구의 역사는 고작 6천 년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는 성경 속 인물들의 계보를 추적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뷔퐁 백작의 지구 나이에 대한 첫 계산, 화석 기록에 드러난 생물 형태들의 진보, 그리고 자연법칙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으며 과거나 지금이나 동일한 방식의 작용이 일어난다는 찰스 라이엘의 ‘동일 과정설’ 등. 지질학의 발달은 생명체의 진보에 대해 숱한 이론들로 이어졌고 마침내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게 된다. 생명 진화의 비밀이 풀리게 된 것이다.

그리스 자연철학에서 20세기 양자론까지, 과학사상의 역사를 한 권에 담다
오늘날 과학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참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정치적 결정, 법, 심지어 대중 여론도 과학적 권위를 따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지난 세기의 후반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엇이 참인가라는 문제에 관한 최상의 권위는 종교에 있었다. 과학은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이토록 중요한 문화적 영향력을 갖게 되었을까?
세계를 합리적이고 자연주의적인(초자연적이 아닌) 방법으로 설명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 중세 유럽의 암흑기와 이슬람 문명의 발달, 사변적인 자연철학을 벗어나 근대 과학의 특징을 뚜렷이 보인 과학혁명과 르네상스, ‘계몽의 시대’이자 ‘이성의 시대’인 18세기를 거쳐 현재의 원자와 아원자의 세계까지. 현재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사회적·문화적·역사적 맥락에서 서술한 [서양과학사상사]는 세계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과학이 현대인들의 세계 인식과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생하고 흥미롭게 들려준다.
이 책의 첫 번째 특징은 자칫 고루하고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사상의 역사를 문화적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합리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사상체계가 생겨난 배경을 그 사회의 정치적 상황에서, 그런 정치적 상황이 생긴 근원을 고대 그리스의 지리적 요인에서 찾아낸다. 이외에도 아랍인들이 자연과학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된 문화적 요인들, 자연철학이 중세 기독교 신학의 긴밀한 동반자가 되었던 까닭, 베이컨의 귀납적 방법론이 등장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자연마법 전통과 칼뱅주의의 묵시론적 종교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방법적 회의가 등장하게 된 당대의 사회문화적 배경, 그리고 뉴턴의 과학사상이 근대인들에게 불러일으킨 보편적 지식에의 갈망과 그로 인한 당대의 풍경 등을 눈앞에 보이듯이 그려낸다.
두 번째 특징은 많은 과학사상들이 실제로 어떻게 응용되었는지 이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그 사상들의 역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왜 그리고 어떻게 제임스 클럭 맥스웰이 전파(라디오파)의 존재를 예측했는지, 하인리히 하이츠가 어떻게 자신의 실험실에서 전파를 발생시키고 이를 탐지하여 맥스웰의 주장이 참인지를 증명할 수 있었는지를 다루지만, 어떻게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그것을 이용하여 무선통신을 개발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원자폭탄 제조의 역사적 과정을 추적하지 않는 대신, 아인슈타인이 에너지와 질량이 본질적으로 동일하고 따라서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는 발상을 왜 그리고 어떻게 내놓았는지에 주목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과학을 잘 모르거나 심지어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해서 ‘서양과학사상사’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과학과 인문학, 인류 지성의 거대한 두 강이 만나다
저자 존 헨리는 과학적 발견뿐 아니라 과학적 전통과 권위를 확립하는 데 문화적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즉 과학 지식이란, 보통 사람들의 ‘사회’ 바깥에 서 있는 어떤 뛰어난 천재들이 우리 문화에 던져준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각 시대와 지역별로 문화적 관점에서 과학의 성공과 실패를 함께 다루며, 어떻게 한 시대의 과학 발전이 이전의 발전에서 비롯되고 이것이 다시 다음 시대의 발전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과학사상은 한 개인 과학자의 사색과 영감의 결과물만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과학사상들이 신화와 과학을 구별하고, 어디에서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자연계의 지식을 찾을지 분간하고, 실험의 시작과 사변의 끝을 가늠할 수 있게 만들었음을 설명한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으며 어떤 모습으로 지금 여기에 있는지를 ‘과학사상사’가 알려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연계에 대한 다양한 사고(사상)의 발전을 순차적으로 들려주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을 좋아하는 독자는 과학사상의 문화적 맥락을 짚어봄으로써 과학의 좀 더 깊은 근원을 더듬어보고, 인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역사 속 문화적 요인들이 과학사상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살피면서 과학사상이 지닌 인문학적 의미와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학도에게는 필독서, 인문과학도에게는 교양서로 일독을 권한다.

추천사

“엄선된 주제들과 깊이 있는 설명으로 광범위한 과학사상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폭넓고 심오한 지식에 근거한 서술이 돋보인다.”
- 데이비드 필립 밀러 /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 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과 교수

“균형 잡힌 개괄적 서술이 돋보이는 훌륭한 책이다. 특히 근대 과학의 발전에 자연마법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과학과 종교의 관계 및 문화에 기여하는 과학의 폭넓은 역할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 마이클 헌터 / 영국 런던 대학교 버크벡 칼리지 역사학과 교수

목차

서문

1장 배경 지식 -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
2장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3장 로마 제국에서 이슬람 제국까지
4장 서양 중세
5장 르네상스
6장 코페르니쿠스와 신세계
7장 과학의 새로운 방법들
8장 수학과 자연철학의 결합 - 요하네스 케플러
9장 수학과 역학 - 갈릴레오 갈릴레이
10장 르네상스 의학의 실천과 이론 - 윌리엄 허비와 피의 순환
11장 체계의 정신 - 데카르트와 기계론적 철학
12장 왕립협회와 실험철학
13장 실험, 수학 그리고 마법 - 아이작 뉴턴
14장 뉴턴이 지핀 계몽의 불길
15장 화학 혁명 - 프리스틀리와 라부아지에 그리고 존 돌턴을 넘어서
16장 뉴턴주의적 낙관론 - 자연신학과 자연의 질서
17장 지질학의 탄생 - 제임스 호튼에서 찰스 라이엘까지
18장 동식물의 역사 - 연속적인 출현인가 아니면 진화인가
19장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종교와 진보 - 휴 밀러 vs 로버트 체임버스
20장 모든 것을 종합하다? - 다윈의 진화론
21장 다윈의 진화론이 몰고 온 여파 - 종교, 사회과학, 생물학
22장 뉴턴을 넘어서 - 에너지와 열역학
23장 뉴턴의 시대가 끝나다 - 아인슈타인과 상대성 이론
24장 수학이 물리적 모형을 대신하다 - 원자론에서 양자론까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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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이 물질세계를 낮게 보고 심지어 그 실재성을 부정한 데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온갖 변화 가능성으로 가득한 물질 세계를 끌어안았다. 그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자연철학자답게, 우리는 감각을 통해 얻은 감각적 정보를 이른바 ‘상식’에 비추어 해석함으로써 지식을 얻는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통의 남자나 여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철학이라면 일단 의심했으며, 그런 까닭에 원자론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플라톤의 이데아 세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따라서 당연히 그는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 이론을 지지했다. 이 사상은 본질적으로 물질세계의 구성(땅, 바다, 바람, 불)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믿음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2장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중에서/ p.50)

지금 나는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과학에 반대했고, 기독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는 신과 자연계의 관계를 자세히 고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종교 당국은 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굳이 지지하거나 장려해야 한다고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면서 인간으로 온 예수를 숭배하는 독특한 상황이기에 체계적인 신학을 발전시켜야 했으며, 그 결과 물질계의 속성이 신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여기게 되었다.
('4장 서양 중세' 중에서/ p.98)

프랜시스 베이컨은 근대 과학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상가다. 비록 근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단 한 건의 과학적 발견도 이루지 않았고 실질적인 과학 연구를 수행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는 당대의 과학에 대해 여러 차례 그릇된 판단을 하기도 했다. 가령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고, 동시대인인 윌리엄 길버트의 실험적 연구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배척했으며, 수학이 물질계의 작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관점도 거부했다.
그럼에도 그가 과학사에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까닭은 자연철학의 개혁 방법에 관한 야심찬 기획자이자 선동가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개혁에 관한 그의 전망은 후대 사상가들의 사고에 공명을 일으켰기에, 결과적으로 실험 방법뿐 아니라 지식은 실질적으로 유용해야 한다는 사상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7장 과학의 새로운 방법들' 중에서/ p.142)

길버트는 지구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연철학적 설명을 제시함으로써, 코페르니쿠스의 체계가 참된 세계관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이는 길버트의 물활론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에게조차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길버트의 사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두 사상가가 있는데, 이들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참이라고 당시 사람들을 설득했다. 바로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와 이탈리아의 수학자 겸 장차 자연철학자가 될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두 사람 모두 길버트의 자석에 대한 연구를 자신의 책에 소개했기에, 자연스레 길버트를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8장 수학과 자연철학의 결합' 중에서/ p.171)

시차를 간단히 이해하려면 밤하늘에 달이 보일 때 길거리를 걸으면서 무언가를 보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가로등을 볼 경우 여러분은 시선을 계속 바꾸어야 할 것이다. 가령 처음에는 가로등이 앞에 있다가 조금 후에는 측면에 있으며, 그다음에는 뒤돌아보아야 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하지만 달은 여러분이 걷기 시작할 때 측면에 있었다면 거리의 끝에 다다라도 여전히 측면에 있다. 마치 달이 여러분을 따라오는 듯하다. 가로등은 시차가 있지만 달은 그렇지 않다. 요약하자면 시차는 어떤 물체를 다른 장소에서 보았을 때 위치가 달라 보이는 현상이다. 만약 아주 멀리 있는 물체라면, 관찰자의 위치가 바뀌더라도 보기에는 매한가지일 터다.
튀코는 하늘의 새로운 빛은 시차가 없고, 아울러 만약 기상 현상이라면 달 아래에서 생겼겠지만 그것도 아니므로 틀림없이 천체 영역에 존재함을 밝혀냈다.
('8장 수학과 자연철학의 결합' 중에서/ p.178)

신자들에게 회의주의는 가장 큰 공공의 적이 되었다. 하지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그것과 싸울 수 있는가? 아무것도 확실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는 사상을 골자로 하는 철학의 추종자들에게 어떻게 어떤 주장이 유효하다거나 어떤 결론이 참이라고 설득시킬 수 있단 말인가? 회의주의 사상가는 여러분이 말하는 것은 모두 조롱거리로 만들 것이다. 따라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명백히 옳은 하나의 주장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런 주장을 내놓을 수 있다면 회의주의자들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테고, 그렇다면 이와 마찬가지로 부정할 수 없는 다른 주장들로 그들을 계속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11장 체계의 정신' 중에서/ p.228)

이런 것들을 포함하여 받아들일 수 없는 명백한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데카르트의 체계는 누가 보더라도 성공적이어서 유럽 전역의 자연철학자들에 의해 수용되었다. 그의 ‘기계론적 철학’은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제치고 자연계를 이해할 최상의 방법을 마련해주는 철학 체계로 인정되었다.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데카르트가 마침내 자신의 체계를 발표한 해인 1644년까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 체계가 유지될 수 없음을 알았지만, 새로운 대안이 될 종합적인 체계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체계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데카르트의 체계는 온갖 결점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전면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능성을 가진 최초의 사례였다.
('11장 체계의 정신' 중에서/ p.237)

뉴턴은 의심할 바 없이 뛰어난 수학자이자 주의 깊은 실험가이며 스스로 밝혔듯이 “줄기차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야 마는 강박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렇기는 해도 뉴턴의 사례는 천재라는 이유만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룬 한 명의 특출한 천재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 여느 다른 ‘천재’가 그렇듯이, 뉴턴의 경우에도 그가 발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 가능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왕립협회가 개발한 실험철학이라는 독특한 방법 덕분에 뉴턴은 자신의 사상을 펼쳐갈 수 있었다. 또한 기적의 해 동안 뉴턴은 더할 나위 없이 무르익은 자신의 수학 기법들을 사용하여 데카르트의 가설을 검증하여 이를 확인했을 것이다.
('13장 실험, 수학 그리고 마법' 중에서/ p.258)

뉴턴의 영향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지성계 일반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대단했다. 그가 미친 영향은 이전의 다른 어느 자연철학자들보다 훨씬 더 컸을 뿐 아니라 새로운 것이었다. 이전에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이 마침내 전문적인 천문학자들의 영역을 벗어나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옛 체계의 질서를 산산조각 내고 종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여긴 것이다. 형이상학적 시인인 존 던에 따르면, 코페르니쿠스 덕분에 “태양은 사라지고, 지구든 어떤 이의 지혜든 어디에서 그것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는 단지 천문학적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을 이루는 바탕이 “모두 조각 나고 일관성이 사라졌음”을 의미했다. 이런 태도는 르네상스 이후의 회의주의를 부채질했다.
('14장 뉴턴이 지핀 계몽의 불길' 중에서/ p.274)

돌턴이 자신을 철저한 뉴턴주의자로 여겼음에도 뉴턴식 원자론에서 이탈한 사람으로 비난받았음은 분명 역설적이다. 물론 한 측면에서 보자면 데이비가 옳았다. 뉴턴은 결코 돌턴의 정량적으로 상이한 원자들을 꿈꾼 적이 없지만, 돌턴은 입자들 간의 인력과 척력에 관한 뉴턴의 개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데이비만큼이나 뉴턴주의자였다. 물론 프리스틀리와 라부아지에도 서로 다르긴 했지만 둘 다 나름의 방식으로 뉴턴주의자였다. 뉴턴주의는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사상가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것은 모두 연금술사인 뉴턴, 이성의 시대의 구현자이자 계몽의 상징인 뉴턴의 사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과정의 일부였다.
('15장 화학 혁명' 중에서/ p.314)

지금 우리에게는 낯선 경험일 테지만 냉장고가 없던 당시에, 그리고 루이 파스퇴르가 세균의 존재를 경고하기 전까지는 썩고 있는 음식물에서 구더기가 저절로 생겨나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파리가 음식물에 낳은 알이 부화한 것이 구더기임을 알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기에, 부정할 수 없는 경험적 증거로 볼 때 생명은 저절로 생기는 듯했다.
라마르크는 은사인 뷔퐁이 언급한 상이한 종류의 생명체들의 미묘한 단계적 변화를 확장시켜 무생물과 가장 기초적인 생명 형태 사이에 매우 미묘한 연관성이 있다고 믿었다. 생명체의 가장 낮은 형태들을 관찰하고 나서 그 생명들이 젤리 같은 물질에서 저절로 생길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18장 동식물의 역사' 중에서/ p.370)

라마르크주의는 체제 전복적인 집단에 의해 그들의 사회정치적 견해를 자연주의적으로 지지하는 도구로 이용되었기에 빅토리아 시대의 생물학자들은 모든 지질학자들이 그랬듯이 라마르크의 사상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유일한 예외라면 정치적 급진주의에 동조했던 이들뿐이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사람은 로버트 그랜트다. 1827년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동물학 교수가 된 그는 얼마 전에 에든버러 대학에서 학생으로 있던 찰스 다윈에게 라마르크 사상을 비공식적으로 가르친 적도 있었다.
('19장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종교와 진보' 중에서/ p.381)

월터 배젓을 살펴보자. 그는 [물리학과 정치학 또는 ‘자연선택’과 ‘유전’의 원리를 정치사회에 적용하는 것에 관한 고찰]이란 제목의 책을 1872년에 출간했다. 배젓의 지적에 따르면, 강한 나라가 언제나 약한 이웃 나라를 지배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문명의 진보에 기여했다고 한다. 열등한 나라는 멸망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지배한 나라의 우월한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다윈주의는 제국의 식민주의를 ‘과학적으로’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때는 대영제국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큰 위세를 떨치던 시기였다.
('21장 다윈의 진화론이 몰고 온 여파' 중에서/ p.426)

19세기 후반의 물리학자들이 스스로 뉴턴보다 앞선다고 여겼다 한들 뉴턴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20세기의 물리학자들은 뉴턴과 다른 길을 갔고,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을 내놓았다. 양자론의 창시자인 막스 플랑크는 1931년 한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20세기 초에 자신과 동료들은 옛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여겼다면서 이렇게 썼다. “고전 물리학은 충분하지 않았네. 내가 보기엔 분명 그랬다네.” ‘고전 물리학’이라고 명명함으로써 플랑크는 이전의 물리학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치부했다.
20세기에는 세계를 이해하는 완전히 새로운 두 가지 방식이 등장했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 그것이다.
('23장 뉴턴의 시대가 끝나다' 중에서/ p.455)

저자소개

존 헨리(John Henr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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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즈 대학교에서 과학역사가가 되기 위한 과학과 철학의 기초를 공부했다. 1986년부터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과학사 강의를 맡았고, 현재는 이 대학에서 과학사 교수 겸 과학연구 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 16세기부터 19세기의 과학사에 관해 폭넓은 저술을 해왔다. 저서로 [왜 하필이면 코페르니쿠스였을까(Moving Heaven and Earth)], [과학적 혁명과 현대 과학의 기원(The Scientific Revolution and the Origins of Modern Scienc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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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환경과 생명 운동 관련 시민단체에서 해외 교류 업무를 맡던 중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과학과 인문의 경계에서 즐겁게 노니는 책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마음의 그림자], [뉴턴의 시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2], [부정 본능],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등이 있다. 저글링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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