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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울 :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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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한겨레출판사
  • 발행 : 2013년 03월 11일
  • 쪽수 : 312
  • ISBN : 9788984316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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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들의 대법원’ 만들기!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기울어진 저울』. 법조팀 기자로 잔뼈가 굵은 두 저자 이춘재와 김남일이 쓴 취재기로, 지난 10년간 사법 개혁의 시도와 좌절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참여정부 초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등용된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개혁적 법관들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대법원 개혁의 흐름이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무색해지는 모습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대법원 구성 다양화와 사법부 과거사 청산 작업이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어떻게 흐지부지 되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사법이 정의와 진실 그리고 법치의 마지막 보루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국민의 신뢰를 담보할 만한 민주사법의 지향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생생한 법원 현장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출판사 서평

이 나라의 사법은 정의와 진실 그리고 법치의 마지막 보루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국민의 신뢰를 담보할 만한 민주사법의 지향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될 생생한 법원 현장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법원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의 시도와 굴절을 이처럼 가감 없이 총체적으로 밝혀놓은 기록은 매우 드물다. 성역이라는 사법부의 실상과 허상을 예리한 시각으로 파헤친 두 기자의 이 역작은 국민을 위한 사법, 국민에 의한 사법을 구현하는 데 소중한 백서이자 지침서가 될 것이다.
_한승헌(변호사, 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원칙의 천명이 아니라 구체적 판결로 나타나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집행유예로 빠져나가는 재벌과 생존권 투쟁을 하다가 중형을 선고받는 철거민의 모습이 겹치는 우리 법조를 공정하다고 보기는 참으로 어렵다. 『기울어진 저울』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과 과정을 우리 법원의 시스템과 연결하여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사법개혁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_금태섭(변호사, 『확신의 함정』 저자)

이 책은 법조팀 기자로 잔뼈가 굵은 두 저자가 발과 귀로 쓴 취재기로, 지난 10년간 사법개혁의 시도와 좌절을 정리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특히 참여정부 초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등용된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개혁적 법관들은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들은 독수리 5형제와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중심에 놓고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대법원 개혁의 흐름이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무색해지는 모습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시대에 뒤떨어진 판결,
대법원의 기울어진 저울


자유ㆍ평등ㆍ정의. 대법원 현관 벽을 장식하고 있는 세 단어다. 이는 법과 정의의 전당인 대법원을 상징하는 동시에, 대법원이 지향하는 바를 나타낸다. 법관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정당한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ㆍ평등ㆍ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하여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 대법원은 지금 어떤가?
최근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상실형으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되었던 안기부 X파일 사건은 우리 사법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의 핵심은 삼성이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대통령 선거와 검찰조직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 정황이 관계자들의 대화를 통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이 일부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하며 이들을 관리해왔는지에 대한 실체적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이를 보도한 기자들과 이른바 ‘떡값 검사’들의 이름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한 노회찬 의원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노 의원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의 논리는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을 통해 불법 녹음된 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관련 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한 행위는 그 방법의 상당성도 결여되었으며 공개행위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통신비밀유지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정당행위의 요건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좀 더 평범한 사람들의 편에 서 있는 대법관,
독수리 5형제의 등장과 활약


대법원 판결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과 통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그 가치,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갈등의 최종적 판단을 하는 대법원이 국민 전체를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 대법관들의 면면을 보면 서울대-법대-남성-고위 법관 출신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인적 구성에서부터 폐쇄적인 틀에 갇혀 있다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기울어진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과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분리할 수 없는 이유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보수 일색의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개혁 성향의 대법관들이 대거 대법원에 입성했다.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이 다섯 명의 대법관들은 인권, 소수자 보호 등을 지키기 위해 보수 대법관들에 맞서며 ‘독수리 5형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1980년대 유명 만화영화 ‘독수리 5형제’의 주인공에 빗댄 것이다. 송두율 사건, 강의석 사건 등의 판결은 독수리 5형제가 없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 독수리 5형제의 임명을 제청했을 뿐 아니라,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사법부 과거사 청산 작업을 추진하는 등 사법개혁의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갔다.

6:5의 아쉬운 패배,
삼성에버랜드 사건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가 있던 그날. 대법원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삼성에버랜드의 헐값 전환사채를 통해 그룹 경영권을 아들 이재용에게 물려주려 한 사건에 대한 공판이었다. 결국 이날 이 회장은 ‘무혐의’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렇다고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6 대 5, 단 한 표 차이로 다수의견의 주인이 갈렸던 것이다. 애초 이 사건은 대법원 소부(대법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는 단위)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해당 소부에 속했던 박시환 대법관이 강하게 요구하여 우여곡절 끝에 전원합의체에 이르게 되었다. 13인의 대법관(대법관은 14명이지만 이중 법원행정처장을 맡는 대법관은 재판을 맡지 않는다) 중, 삼성 측 변호사 경험이 있던 이용훈 대법원장과 삼성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안대희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의 대법관이 이 사건의 판결을 맡았다. 어렵게 얻어낸 전원합의체였지만 전망은 밝지 않았다. 독수리 5형제로 분류되던 김지형 대법관의 생각이 박시환 대법관과 달랐던 것이다. 김 대법관은 무죄추정의 대원칙에 따라 기소된 정황만으로는 이 회장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독수리 5형제 안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박 대법관은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이 명확한 사건을 고집을 부려 전원합의체에 끌고 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6 대 5. 박 대법관의 전원합의체 제안이 무색하지 않은 결과였다. 김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독수리 형제들은 모두 유죄 쪽에 섰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4표. 유죄 쪽에 선 나머지 한 표는 누구의 표였을까? 바로 김능환 대법관이었다. 기본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 스윙보터(한 정당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이슈에 따라 정당을 바꿔가며 투표하는 유권자) 역할을 해온 그였다. (김능환 대법관은 최근 퇴임 후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을 거드는 소박한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어 훈훈한 미담 기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였다.)
결국 이건희 회장에 대한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되기는 하였으나, 김능환 대법관의 유죄 의견은 대법원이 진영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로 남았고, 또한 이 판결은 전원합의체의 의미와 대법원 구성 다양화의 중요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사법개혁은 어떻게 좌절되었는가


안타깝게도 이런 신선한 변화들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용훈 대법원장의 개혁의지가 한풀 꺾이고 만 것이다. 변호사 시절 론스타로부터 받은 보수에 대해 제대로 소득 신고가 되지 않은 점이 드러났고, 이를 계기로 이 대법원장의 권위가 심하게 실추되었다. 이 사실이 드러난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이 대법원장이 직접 “대법원장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며 공세에 나섰지만, 세금 누락만은 사실이었다. 세무사의 실수였다고 적극 해명하고 누락된 세금을 뒤늦게 냈지만, 그동안 도덕성을 내세워 사법부 과거사 청산 등을 강하게 추진해온 이 대법원장의 개혁 동력은 소실될 수밖에 없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과거사 청산 작업이 흐지부지된 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관 인사에 있어서도 이명박 정부의 코드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촛불 재판 몰아주기로 문제를 일으켰던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대법관에 제청한 것이다. 이렇게 독수리 5형제가 임기를 마치고 대법원을 떠나면서 그 자리는 차례차례 다시 보수적인 법관들로 채워졌다.

‘그들만의 대법원’이 아닌,
‘우리들의 대법원’ 만들기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이명박 정부를 통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했다. 사법정의가 가장 처절하게 무너진 때가 유신시절임을 상기해볼 때, 또한 인혁당 사건 등 유신시절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볼 때, 사법부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자진사퇴로 마무리되긴 했으나, 기존 헌법재판관 중 보수적인 성향이 가장 심해 극단에 가까웠던 이동흡 전 재판관을 헌법재판소 소장에 임명하려 했던 것만 보더라도 사법부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대법원장을 포함 무려 8명의 대법관이 교체된다. 대법원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이 대법원과 대법관 인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을 계기로 ‘그들만의 대법원’이 아닌 ‘우리들의 대법원’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장별 내용 요약|

1장에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법개혁에 대해 다룬다. 보수 일색의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즈음 재야 변호사 출신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가 평소 갖고 있던 사법개혁에 대한 소신이 더해져 헌정사상 처음으로 진보ㆍ개혁 성향의 대법관들이 대거 대법원에 입성한다. 이들은 이른바 ‘독수리 5형제’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권, 소수자 보호 등을 지키기 위해 보수 대법관들에 맞서 활약한다.

2장에서는 미국, 독일 대법원의 경우와 견주어 우리 대법원의 구조, 대법관 구성과 재판의 문제점 등을 분석한다.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에 맞서거나 노동권 보장, 소수자 권익 보호,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해온 미국이나 독일 대법원과 달리 우리 대법원은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주로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의 수가 너무 많고, 무엇보다 대법관들의 성향이 서로 지나치게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이런 관행에 변화를 가져온 이들이 바로 독수리 5형제였다. 3장에서는 이들의 활약으로 나온 의미 있는 소수의견에 대해 다룬다. 특히 대광고 종교 교육 사건(강의석 사건)은 독수리 5형제의 의견이 다수의견이 된 사건으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구현한 판결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의미 있는 소수의견도 많았지만 한편으로 소수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과정이기도 했다.

4장에서는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을 아들에게 편법적으로 승계한 사건을 다룬다. 이 사건은 박시환 대법관의 노력으로 어렵게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으나 한 표 차이로 이건희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수로 분류되는 김능환 대법관이 독수리 형제들과 함께 유죄 의견을 내면서 의미 있는 한 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5장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의지와 한계에 대해 다룬다.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사법부 과거사 청산에 나서며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변호사 시절 론스타로부터 수임료를 받고도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일이 드러나 사법개혁 추진에 지지기반이 되어 줄 소장 판사들과 국민들의 신임을 잃고 만다.

6장에서는 이명박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고자 이 대법원장이 발탁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다룬다.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이명박 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 촛불시위 관련 재판에 적극 개입했다. 이후 불거진 신 대법관의 사퇴 여부를 둘러싼 파동은 사법부 상층에 권위주의 정권에 순응했던 판사들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입증한 대표적 사건이 되었다.

7장에서는 독재정권의 폭압적인 통치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사법부의 치욕적인 과거와 결국 실패로 끝난 초라한 과거사 청산 작업에 대해 다룬다. 재심을 통한 과거사 청산 작업 자체가 가졌던 한계와, 부끄러운 사법부의 과거를 고백하는 것을 외면한 채 형식적 발간에만 그친 사법부 역사 편찬 작업을 비판한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야심차게 시작했던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독수리 5형제가 하나둘 퇴임하고 그들의 후임으로 보수적인 법관들이 채워지면서 그 본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8장에서는 다시 보수화되는 대법원의 모습을 다루면서, 사법개혁의 당위와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을 그려본다.

목차

들어가며 - 우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리지 않았을까

1 새로운 질서

두 건축가의 꿈 | 그들만의 대법원 | 대통령, 사법개혁에 나서다 |
누가 새 대법원장에 적임인가 | 독수리 5형제의 탄생
● 살펴보기 - ‘삼세판’ 좋아하는 한국인은 대법원을 좋아한다?

2 토론이 시작되다
오바마 케어와 브로콜리 논쟁 | 1분 안에 끝나는 심리, 1시간이 넘는 심리 |
4대강 사업에 맞서다
● 살펴보기 - 대법관, 그리고 그들의 그림자 재판연구관

3 소수의견
독수리 5형제의 활약, 강의석 사건 | 종교의 자유 vs 종교 교육의 자유 |
‘검찰 몫’의 대법관 | 소수의 한계,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 살펴보기 - 지난 10년간 누가 대법관이 되었나

4 삼성왕국과의 전쟁
삼성 공화국을 위한 면죄부 | 이건희 회장을 긴장시킨 유죄 선고 |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삼성 특검 |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대법관 |
사표로 얻어낸 전원합의체 | ‘스윙보터’ 김능환

5 대법원장 길들이기
‘초특급 변호사’라는 치명적인 과거 | 론스타, 검찰과 법원의 치킨게임 |
“대법원장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 | 보수 회귀로 마무리된 사법개혁 |
● 살펴보기 - 슈퍼파워 대법원장

6 촛불에 놀란 정권, 정권에 놀란 법원
촛불이 기회가 된 법원장 | 촛불 재판 몰아주기 |
대법원장은 몰랐던 ‘대법원장님 말씀’ | MB의 이상한 훈수 | 정치 판사의 승리

7 용두사미가 된 사법부 과거사 청산
그들은 어떻게 독재를 도왔나 | 사법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재판 |
높기만 한 재심의 문턱 | 풀과 가위로 쓴 사법부의 역사 |
과거사 청산의 초라한 성적표
● 살펴보기 - 헌법재판소는 괜찮은가

8 다시 과거로
보수 본색의 그림자 | 최악의 대법관 인사 | 표 싸움과 시간 끌기 |
진심어린 사과가 그리 어려운가 | 소수의 목소리를 위하여

나오며 - 유신 체제는 부활할 것인가
ㆍ후주
ㆍ감사의 말
ㆍ부록_주요 소수의견 목록

본문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은 것은 그(이용훈)의 조직 관리 능력이었다. 과거사 정리 작업을 포함한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법원 내 기득권층, 즉 주류 법관들의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는 대법원장이 필요했다. 이 대법원장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 보였다. 그가 1993년 서울지법 서부지원장을 지낼 때 젊은 판사들이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집단행동을 시도했다. 이 대법원장은 직권으로 서부지원 전체 법관회의를 열어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법원장 회의에 참석해 이를 전달했다. 자칫 더 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판사들의 집단행동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 사법부 수뇌부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후배 판사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말이 통하는 선배로, 동료 고위 법관들한테는 후배들을 잘 다룰 줄 아는 판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_35~36쪽

소수의견은 해당 재판 결과에는 당장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하급심 판사들에게 보다 폭넓은 법리 해석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선 법원의 판사들이 대법원 판례에서 벗어나 새로운 법리 해석을 시도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대법원 다수의견으로 구성된 판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판례 변경을 시도해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법원이 될 수 있다. 소수의견은 바로 이런 판례 변경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판결이 내려질 당시에는 소수의견이었던 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다수의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 시절인 1997년 11월 20일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낸 소수의견이 대표적이다. _61쪽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광고가 헌법적 기본권인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8대 5로 2심 판결을 깨고 강의석의 손을 들어줬다. 비기독교 학생들을 위한 대체 과목을 편성하는 등의 조처도 없이 종교 교육을 강요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었다. 다수의견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홍훈,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김능환, 민일영 대법관이 가담했다. 다수의견은 김영란 대법관이 주도한 것으로 자유와 인권 수호의 보루로서 최고 법원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었다. 따라서 독수리 형제들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도 흔쾌히 동의할 만했다. _86~87쪽

박시환 대법관은 전원합의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만약 자기 혼자서만 유죄를 주장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결국 소부합의 때 쓸데없는 고집을 부렸던 셈이 되기 때문이다. (……) 그러나 막상 전원합의체가 열리자 박 대법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무려 4명의 대법관이 유죄 의견에 가담한 것이다. ‘6대 5’, 단 한 표 차이로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내용적으로는 유ㆍ무죄 의견이 막상막하였다. 박 대법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독수리 형제들 가운데 김지형 대법관을 제외한 이홍훈, 김영란, 전수안 대법관이 지지해준 덕분이었지만, 박 대법관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나머지 한 표였다. 그는 다름 아닌 이 사건의 주심 김능환 대법관이었다. 박 대법관의 기억에 그는 분명히 소부합의 때 무죄 취지의 의견을 냈다. 박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회부를 주장했을 대도 그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랬던 그가 전원합의체에서 독수리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유죄 의견에 가담한 것이다. _149~151쪽

검찰의 의도가 정말 대법원장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었다면 그 효과는 제대로 본 셈이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탈세 고발 사건은 결국 무혐의로 처리되었지만, 그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취임 초기만 해도 강력한 사법개혁 의지를 보이며 대법원 구성 다양화와 사법부 과거사 정리 등을 추진해, “참여정부에서 단행한 인사 가운데 가장 잘된 인사”라는 말을 들었던 이 대법원장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대법원장은 무한대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자리”라며 론스타 사태에 따른 모든 짐을 혼자서 떠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여론은 더 이상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_181쪽

이처럼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비롯한 산적한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이용훈 대법원장으로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집회 재판 개입으로 이명박 정부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신 법원장을 발탁하는 것은 청와대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대법원장이 쓸 수 있는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었다. _212~213쪽

대법원은 “이들 사건을 대법원이 재심 대상 사건으로 선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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