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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코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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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조혜은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2년 12월 31일
  • 쪽수 : 2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0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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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사회라는 거대한 폭력에 노출된 여자와 아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다정한 애도의 손길

    “새로운 소재들을 진실하게 시 안에 담아낼 줄 안다. 서사성을 늘어지지 않게 시 안에서 단속하는 절제를 보여 준다.”
    -서동욱 / 시인, 문학평론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나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해 준다.”
    - 김기택 / 시인


    “우리 시의 새로운 징후를 몸으로 체득하는 안테나와 새로운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시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2008년 《현대시》로 등단한 조혜은의 첫 시집 [구두코]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조혜은이 등단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발표한 시들을 묶은 이번 시집은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시인이 보호자 없는 아기, 늙고 병든 할머니, 매 맞는 아내, 소통하기 힘든 장애우 등 이른바 ‘노약자’들과 함께한 체험을 문학화한 작품들이 두드러져 특징적이다. 화장품, 구두코, 스타킹 등 물적 수단을 통해서만 확보되는 조혜은식 소비적 여성성 역시 기존의 시들과 차별화되는 [구두코]만의 새로움이다. 3층 B동, 밀폐용기 속의 아이들, 은폐에 대하여, 2층 C동 플랫슈즈 등 총 네 개의 부로 구성돼 있는 [구두코]는 소외된 사회 곳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시인의 단단하고 따뜻한 애정과 그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리드미컬한 산문체 형식으로 담아낸 52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1인칭 고통뿐 아니라 지켜보는 고통에도 시가 필요하다. 특수교육, 사회복지라는 삶의 현장에서 한 땀 한 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직조해 낸 조혜은의 시는 지켜보는 고통에 대한 최초의 위로가 될 것이다.

    직접적 진술을 뼈대로 삼은 산문식 화법


    조혜은은 시라는 장르에 깃든 운문의 문법을 개의치 않는다. 그녀의 화자들은 산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긴 문장을 오래 늘어놓는다. 길 뿐 아니라 운율이나 은유에 기댄 묘사보다 직접적인 진술을 뼈대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전통적 관점에서라면 시적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조혜은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녀의 시가 겨냥하고 있는 대상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녀가 그리는 대상은 따라 발음할 수 없는 말만 하는 장애우, 보호자 없는 아기들, 말 상대 없는 늙고 병든 노인 등 사회의 최약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회적이고 공감도 높은 메시지는 개성적이고 전위적인 진술 방식과 결합해 시적 아름다움을 더한다. 아래 두 편의 시는 리듬감 살아 있는 산문식 화법과 어렵지 않게 소통되는 메시지의 결합을 보여 준다.

    선생님이 좋아요. 머리띠를 벗겨 달아나 냄새를 맡아요. 선생님이 좋아요. 손을 잡아요

    너, 담임 선생님 좋아하지? 매일 밤 선생님과 결혼하는 꿈을 꿔요. 그래, 너는 거짓말을 못 하지. 네 담임 선생님은 내일 결혼한단다


    선생님의 손바닥이 내 손바닥에 묻을 때 우리는 손을 잡고 나란히, 화장실에 가는 열두 가지 순서를 배워요. 착하구나. 선생님의 손끝이 내 머리 위에 남을 때 우리는 순서대로 나란히, 잡은 손을 놓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열네 가지 방법을 배워요. 참 잘했어요. 끝이 나요. 선생님이 쥐여 준 초콜릿을 꼭 잡은 채로 시장 놀이가 시작될 땐 선생님이 준 종이돈을 내밀고 우리는 모두 사라져야 해요. 언제나 순서대로. 멀어지는 법을 배워요. 선생님,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다신 주지 마세요. 손톰 밑에 낀 초콜릿들의 아우성
    (/ '손' 중에서)

    불쌍해. 나는 밀폐용기처럼 그 애들을 가두었을 학습된 무기력을 공산했고. 사기야! 그가 그 애의 식판 위에 무엇을 놓았고, 무엇을 빼앗았을지, 그 애와 나 사이에 존재했을 공백들을 노려봤다. 그 애들이 뭘 알아. 누군가는 그곳에서 잘 다져진 우월감을 소화하듯, 그 애들은 우리를 반가워해, 머릿속에 미리 그려 놓은 완벽한 설계들을 팽창시켰고. 나에게도 그들은 우리보다 착하고 우리와는 다른 명암의 옷을 입은 소외된 아이들
    그 애들도 모르는 실밥 풀린 상처를 세탁한 옷 속에서 찾아낼 때
    나 역시도 위안의 거짓말로 만족의 회전수를 늘려 가는, 이해할 수 없는 환상적 불행의 도취자였다
    (/ '밀폐용기 속의 아이들' 중에서)

    노약자를 위한 시

    사회의 변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구두코]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편재해 있지만 한 번도 사회의 중심에 서 본 적 없는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시선은 연민이 아닌 연대라서 신뢰할 만하다. 시 곳곳에 등장하는 ‘나’는 이야기를 ‘그들’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만든다. 많은 시가 직접 아프기보다 아픈 사람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지만 그 안에 ‘나’의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모르는 사이 발생할 수도 있는 구분을 경계한다. 한편 조혜은 시인은 사회성에 반비례할 수 있는 미학적 성취 역시 놓치지 않았다. 관찰이 깊으면 이해가 높아지고 이해가 높으면 표현의 방식도 다양해진다는 걸 입증하듯, 조혜은 시에는 저널리즘적 소재들도 충분히 시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
    경비 아저씨는 주차장 컨테이너 박스에 살아. 선물 들어온 화분을 치우지 않았다고 아들 같은 가구 공장 사장에게 혼쭐이 날 땐 출근과 같은 퇴근을. 네 할머니가 생계를 책임지는 동안 죽은 나의 아버지는 입으로 생리를 하며 여자가 되어 갔지. 나도 여자가 되려나 보다. 아빠, 여기에선 철갑상어의 옷을 입은 모기가 영하 6도에서도 피를 빠는 군요. 겨울에 빨리니 더 기분 나빠요. 지구온난화를 기다리던 아저씨는 첫째 딸이 잘 지내고 있는지 종종 확인했다지

    두 번째 이야기
    경기 아저씨는 발이 땅에 닿는 오토바이 위에 살아. 어제 만난 동료가 극적인 총기 분실로 눈물을 쏙 뺄 때에는, 아저씨가 먼저 총알과도 같은 변명과 퇴근을. 젊어서는 두 개의 바퀴만으로도 세상을 구루기에 충분했다만 나이 들고 커지는 건 두 개의 가슴뿐이구나. 나도 여자가 되려나 보다. 아빠, 여기에선 가는 빗줄기조차 동공을 때리며 시력을 흐리는 군요. 지붕보다 못한 아버지라니, 더 슬퍼요. 세계 평화가 꿈인 아저씨는 자신의 둘째 딸이 같은 꿈을 꾸는지 항상 확인했다지
    (/ '실업의 조건-경비 아저씨 이야기' 중에서)

    80년대 생들의 소비적 여성성
    [구두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위로받고 싶을 때 미용실에 간다. 그곳에서 아픈 마음에 트리트먼트를 하고 꼬인 관계에 스트레이트 펌을 한다. 미용실로 부족하면 코디를 달리 한다. 이름이 긴 화장품을 밤낮으로 바르고 위험에도 아랑곳 않고 굽 높은 구두를 신는다. 이렇듯 조혜은의 시에 나타난 여성성은 소비를 통해 얻어지는 여성성이다. 소비재로서의 그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사회는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게 만들고 욕망하는 만큼 소유할 수 없는 여성들에겐 새로운 절망이 더해진다. 타고난 여성성이 구입 가능한 것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세속적이나마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출세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던 영역 하나가 사라진다. 조혜은의 시에 등장하는 여성성은 계층을 더욱 세분화하고 공고히 만드는 기제가 된다. 82년생 여성 시인의 세대적 체험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약속은 분주해야 해요

    폴리로 된 스커트를 입은 것처럼


    지긋지긋하게 달라붙는 일요일에는
    하이힐을 신고 비스킷 위에 서 있는 여자들처럼. 위태롭고, 경이롭게. 가느다란 7센티의 기본 굽부터 시작해요

    목요일에 맡긴 바바리 수선은 미뤄질 수 있지만
    가슴이 살짝 드러나는 슬리브리스를 입을 때에는, 매일 아침, 발자국이 찍힐 만큼만 뽀얗게 우러나는 쇄골을. 조심스럽게

    구름처럼 전주곡을 시작하는 화요일에는
    크리스털이라는 닉네임을 지닌 외국 소녀를 만날지도 모르죠. 생각해 봐요. 견갑골 대신 박아 넣고 싶은 귀걸이를 선물받을 땐 악센트를 어디에 둘지

    젊은 무용수처럼 뒷목을 드러낸 수요일에는
    불어처럼 풍부한 발음으로 된 스카프를 떠올려요. 당신은 밤새도록 스카프를 장식할 레이스를 뜨고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 목요일에는
    암포라처럼 오래된 당신의 바바리를 잊지 마요. 가끔씩 사회책에서 그리스의 양식을 발견하는 것도 나쁘진 않죠

    토요일에 당신은 약속이 없어요

    금요일은 얼음 가는 기계처럼 오직 아니면 단지, 한정된 것들을 향해서만 움직이고
    당신은 가방처럼 외로워지겠죠
    (/ '외로움의 코디법' 중에서)

    “고양이들처럼 간단히 도둑이 되어 버릴 수 없었던 건/ 몇 가지 단어를 존중했기 때문이에요/ 자폐, 아동, 교육, 인지, 사회, 언어/ 발달하는 스티커 같은 것들”. [구두코]가 존중하는 “몇 가지 단어”들은 시력이 짧아 생경해 보이지만 실상 시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아픈 사람 곁에는 같이 아파 주지 못해 고통스러운 사람, 대신 아파 주지 못해 고통스러운 사람, 대신 아파 주고 싶은 마음까지는 안 들어 고통스러운 사람…… 이른바 지켜보며 아픈 사람이 항상 있었다. 자폐 옆에는 자폐를 바라봐야 하는 사람이 있고 말 못하는 사람 옆에는 말 못하는 자와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제 지켜보는 자들의 이야기를 노래할 때다.

    목차

    자서

    1부 3층 B동


    벌레-그녀
    3층 B동
    그녀의 인사
    스웨터의 여왕-404호 아기들에게
    제4호실
    미식가들

    식충 해바라기
    204호 미용실
    달려라, 물고기-사내에게 쓰는 편지
    선풍기
    무늬를 가진 것들
    비밀-은폐에 대하여
    해바라기로 가는 안내서 -해바라기, 안내서의 순서

    2부 밀폐용기 속의 아이들


    중국기계공
    시골 방문기
    밀폐용기 속의 아이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시골 방문기 2
    실업의 조건-경비 아저씨 이야기
    스트레칭
    각도기
    셋의 풍경-토요일
    다이빙
    입맞춤-오른쪽-퍼레이드
    구두코

    3부 은폐에 대하여


    손 2
    목욕탕-은폐에 대하여
    생방송-은폐에 대하여
    핸드백-은폐에 대하여
    모자-은폐에 대하여
    광화문 광장의 서커스-은폐에 대하여
    1학기 기말고사-발달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행동 수정 기법
    심해 사무실-겁쟁이 새우
    심해 사무실-심해 오징어
    이사
    발음되지 않는 엽서
    완전한 손바느질-어느 절름발이의 고백

    4부 2층 C동 플랫슈즈


    자매들
    모텔 오페라
    BL03
    구두-낡은 구두들을 위한 이야기
    악어 사냥
    메이크업
    외로움의 코디법
    용만이 아저씨의 하이힐
    파티
    움직이는 욕조
    4분의 4박자
    지우에게
    플랫슈즈
    89페이지

    작품해설/김나영
    단절의 소통

    본문중에서

    조혜은의 시에는 으레 여자와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손을 잡는 순간 가까워지고 그것을 놓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멀어진다. 사회라는 거대한 폭력에 노출되고야 만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판매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감정들” 때문에 또 한 번 어쩔 수 없어진다. 그녀는 “언젠가 내가 놓친 손들”을 찾아 다시 잡는 심정으로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 나간다. 그러므로 그 지도는 순전히 애도의 손길로 그려지는 것이다. “충분히 감춰진 세계”는 오래된 건물이 되어 힘겹게 솟아오르거나 벙어리장갑이 되어 입을 다물기도 한다. 이 세계를 응시하는 조혜은의 시선은 한없이 따듯해서 더 미덥다. 그것은 그들이 끝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마음으로 대신하는 일이리라. 지금, 여자와 아이들이 시 밖으로 걸어 나오기 직전이다. 이 소란과 이 법석을 기억하라. 예의 주시하라. “아빠, 우리는 더 큰 집을 가질 거예요.”라고 당차게 말하던 소녀는 마침내 자신의 단단한 첫 시집을 갖게 되었다.
    - 오은 / 시인

    어떤 시간을 잡아채는 방식은 항상 운명처럼, 낱낱으로 흩어진 기억들을 그곳으로 소급하는 한순간으로 나타난다. 그처럼 하나의 공간을 구획해서 어떤 구역들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전복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구역들이 무한하게 하나의 공간을 구획하듯, 어떤 시간이 전생(全生)에 새겨진 시간의 무늬를 수렴한다. 나눠진 장소들이 애초의 공간을 상상하게 하듯이, 단번에 생겨난 어떤 마음이 모든 어둠을 헤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손이 된다. 가령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지친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 안에서, 나는 너의 두껍고 친절한 손을 떠올리다가 그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몸들이 스쳐 갔을 손들을 예감하는 것이다. 이처럼 존재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논리, 그 형용모순의 기술이 조혜은의 시를 관통한다. 장담컨대, 이 시의 화자들이 들려주는 그 은밀하고도 역동적인 이야기는 우리의 삶 어딘가에 어느새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 김나영 /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강남대학교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했고
    2008년 [현대시]에 [89페이지] 외 2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구두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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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의 시 시리즈(총 214권 / 현재구매 가능도서 16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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