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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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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다면,
    내 가슴에 상처로 남은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과거를,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과거로 돌아가 나를 괴롭히는 문제의 싹을 없앨 수 있다면, 그래서 현재를 또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상상입니다. 그런데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네 아이에게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그 일이 벌어집니다.
    호랑이 형사였던 아빠가 이빨 빠진 호랑이로 변해 가는 게 싫은 준표, 병약한 엄마가 지긋지긋한 희주, 축구 유망주였던 형을 불구로 만든 죄책감에 시달리는 기영이, 단짝이었던 아라에게 왕따를 당하는 세은이……. 네 아이를 과거로 데려다 줄 타임머신은 고양이가 그려진 흔해 빠진 손목시계입니다. 치르르 치르르 난데없이 울리는 알람을 멈추려고 시계 옆에 달린 단추를 누르는 순간, 아이들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이는 빛과 함께 과거로 이끌려 가지요.
    준표는 아빠가 유괴범을 잡으려다 큰 상처를 입은 날로, 희주는 엄마가 예정일보다 한 달 먼저 자신을 낳은 날로 돌아갑니다. 기영이는 형이 자신을 구하려 교통사고를 당했던 날로, 세은이는 아라와 처음 싸웠던 날로 돌아가지요. 아이들은 아빠에게, 엄마에게, 형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큰 상처가 되었던 사건들을 주어진 시간 안에 죽을힘을 다해 막아 보려 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또다시 치르르 치르르 알람이 울립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단 한 가지
    현재로 돌아온 아이들은 자신들을 괴롭혔던 문제가 양상만 조금 달라진 채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토록 안간힘을 썼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문제가 예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 가운데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문제라는 것이 대부분 아이들을 둘러싼 상황이나 환경에서 비롯된 까닭입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든 남의 마음이든 그러한 상황이나 환경으로 인해 상처 받은 마음을 알아주고 안아주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알아주고 안아 주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마음이지요.
    ‘누구도 과거-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만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동 문학과 장르 문학의 행복한 만남
    작가 고재현은 꿈과 호기심을 통제하는 사회를 다룬 SF 동화 [꿈꾸는 행성]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뒤이어 뜻하지 않게 탐정 노릇을 하게 된 5학년 남자아이 강마루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 동화 [귀신 잡는 방구 탐정]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책읽기를 죽어라 싫어하는 남자아이들마저도 말입니다. 7명의 작가가 함께 펴낸 호러 동화[하얀 얼굴]에 이르기까지, 작가 고재현이 그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온 것은 아동 문학과 장르 문학의 만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만남에 아이들의 마음을 책으로 되돌릴 무엇이 있다고 믿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가 아이들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단단한 주제 의식과 짜임새 있는 구조, 안정된 문장으로 일구어 낸 문학적 성취가 뒷받침 된 까닭일 테지요.
    작가 고재현은 이 책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에서도 어김없이 ‘시간 여행’이라는 고전적인 판타지의 틀을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하지만 그 틀에 담긴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아빠가 시시해지고, 엄마가 지긋지긋해지고, 형제자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친구에게 집착하면서 또 질투하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스스로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 마음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가감 없이 담고 있지요. 그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그로부터 놓여나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익숙한 판타지의 틀은 책 속의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제 마음과 마주하게 만드는 데도, 책 밖의 아이들을 서둘러 무장 해제시키는 데도 더없이 유효한 장치입니다. 여기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사건 전개와 속도감 있는 문장까지 더해져 책 밖의 아이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지요.
    일러스트레이터 한지선의 그림은 그런 아이들을 잠시 멈춰 세우는 쉼표 노릇을 합니다. 간결한 선과 절제된 색이 오히려 풍성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아름다운 쉼표는 책 밖의 아이들이 책 속의 아이들 마음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목차

    준표 이야기
    희주 이야기
    기영이 이야기
    세은이 이야기

    본문중에서

    예전의 아빠는 호랑이 같았다. 나는 그런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사람들이 아빠를 무서워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걸 보면 어쩐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래서 나도 커서 경찰이 되고 싶었다. 경찰차도 몰고, 총도 쏘고, 나쁜 놈들을 한주먹에 해치우는, 아빠처럼 멋진 경찰. 하지만 내 꿈은 변했다.
    ([준표 이야기] 중에서/ pp.13~14)

    사실 요즘은 모든 게 불만이다. 기분도 금방 좋았다가 금방 나빠진다. 누가 잔소리를 하면, 그게 옳은 줄 알면서도 괜히 심술이 난다. 엄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미운 건 아니다. 그래도 번번이 내가 엄마를 더 이해하고 더 참아야 하는 건 진짜 짜증난다. 나도 아직 애다. 남들은 사춘기라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증세는 애정 결핍 같다. 아니면 주부 스트레스든가!
    ([희주 이야기] 중에서/ pp.31~32)

    나는 지난 4년 내내 형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처럼 형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하지만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못하는 만큼 형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말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과거의 한 장면이 바뀌면서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도 달라졌다.
    그렇다고 해도 내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과도, 진실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오직 나 하나라는 게 죄책감의 무게를 더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영이 이야기중에서/ pp.133~134)

    대체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내가 얼마나 많은 걸까. 좋아하면서 질투하고, 아끼면서 상처 주고, 갖고 싶으면서 밀어내고. 스스로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나쁜 아이이고. 내 마음은 왜 이런 걸까.
    ([세은이 이야기중에서/ p.166)

    불쑥 콧등이 시큰거리고 눈시울이 울렁거렸다. 많이 외롭고, 괴롭고, 아팠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과거의 내가 그걸 알아준 것만으로도 잔뜩 웅크리고 뭉쳐 있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세은이 이야기중에서/ pp.171~17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에서 태어나, 한강 곁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십여 년 동안 방송 구성작가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 상담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장편동화 [꿈꾸는 행성], [귀신 잡는 방구 탐정],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괴물 쫓는 방구 탐정]을 냈습니다.

    생년월일 1971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턴대학교 일러스트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노을이 아름다운 섬 강화도에 살면서 어린이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나랑 같이 놀래?], 그린 책으로 [엉덩이가 들썩들썩] [기호 3번 안석뽕]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컵 고양이 후루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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