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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의 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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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덧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가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하얀 메밀꽃이 만개하는 가을은 바야흐로 이효석의 계절이다.

    이효석을 다시 보다
    그동안 문학과사상연구회는 염상섭을 비롯하여 임화, 이태준, 이광수 등의 작가 및 근대계몽기 문학에 대한 쟁점들을 조명하고 현대 한국 문학의 뿌리를 찾는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이효석 문학의 재인식??(소명출판, 2012)은 문학과사상연구회의 여덟 번째 ‘재인식’ 시리즈다.
    사실 이효석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그의 감성적이고 시적인 단편 소설들은 교과서와 드라마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의 동이에게 업힌 허생원. 이 장면은 이젠 고전이다.

    최근 탈식민주의 문학연구의 흐름 속에서 허브로 주목받는 이효석

    그러나 문학과사상연구회는 “이효석 문학은 그것이 가진 세간의 명성에 비해서 실제 전문 연구가들의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 왔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평가가 어떠한 것이든 상관없이 이효석 문학은 연구자들의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고, 특히 최근 탈식민주의 문학연구의 흐름 속에서 좀 더 새로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 [이효석 문학의 재인식]은 이러한 새로운 학문적 동향을 반영하면서 우리 문학사에서 이효석 문학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적 성격을 다시 한 번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근대문학사에서 이효석의 위치는 여전히 문제적이다.

    이효석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작가이다. 이 책의 필자 이현식은 “이효석은 과거의 평가와 다르게 동반자 작가의 길을 걷다가 입장을 선회하여 순수문학 세계로 귀의한 작가가 아니”며 이효석의 작품에서는 “예술지상주의와 자유주의적 가치 지향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보편적 문화주의자의 면모가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과 절연한 폐쇄적 예술지상주의자나 민족적 정체성에는 관심이 없는 무국적 세계주의자는 아니며 대신 이효석의 문학은 식민지 현실에 토양을 둔 예술지상주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강박관념을 갖지 않는 자유로운 미학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뚜렷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냉전적 사고의 틀에 갇혀 이효석을 동반자 작가이거나 혹은 전향한 순수주의자로 치부해 버린 것. 이는 이효석의 다양한 작품들이 입증하고 있다. 때문에 이효석을 현실과 이상, 서구와 동양, 도시와 시골, 저항과 순응, 윤리와 본능, 식민과 탈식민 사이, 그 경계에 존재한 자유로운 문화주의자였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 다시 말해 이효석은 한국 근대 문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서구적 교양에 토대를 둔 자유주의적 예술 지상주의자로서의 성과를 거둔 작가였다는 것.

    “치열한 리얼리스트로서 우리 민족문학의 발전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 작가로 설정하기에는 여전히 주저되는 바가 있고 그렇다고 탁월한 모더니스트로서의 자의식을 갖는 작가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이효석이 정치와 절연한 순수주의자나 보수적 자연예찬론자라고 평가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말이다. 과거 냉전 체제의 틀에서 특정 진영의 영역으로 그를 끌어들이는 시도는 문제가 있었다. 다시 말해 그를 전향한 순수문학가로 예찬하거나, 반대로 그렇기에 비판하는 자세는 실사구시적 학문 태도가 아니다.”
    (/ p.69)

    [이효석 문학의 재인식]은 이효석 문학 연구사의 개관부터, 지금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이효석의 의의, 그리고 지금까지도 논의되는 이효석 문학의 쟁점인 이효석 작품에서 나타난 성性과 사회참여, 그리고 일제 말기 우회적 저항으로 선택한 향토성 등을 살핌으로써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갖고 이효석을 다시 논한다. 이는 근대문학의 연구를 선두하는 문학과사상연구회의 연구성과라 자부한다. 특히 [이효석 문학의 재인식]을 통한 ‘재인식’이 이효석과 당대의 한국학을 곱씹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 한국문학사 연구의 또 다른 진전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이효석 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이효석 문학사 연구사 개관 _ 양문규 /
    이효석을 다시 보자 _ 이현식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자유로운 예술지상주의자
    ‘구라파주의’의 형식으로서의 소설 _ 김재영
    이효석 작품에 나타난 서양문화의 인유에 대하여

    2부 이효석 문학의 쟁점들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성’의 특성 연구 _ 김재영
    정치적 인간과 성적(性的) 인간 _ 한수영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성(性)’의 재해석
    일제 말 이효석 문학의 우회적 저항과 오리엔탈리즘적 향토성 _ 김재용
    이효석의 국민문학론 _ 김양선
    저항과 공모의 착종 양상을 중심으로

    본문중에서

    장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서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길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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