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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국제법 읽기 : 세계화 시대, 한국사회와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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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인섭
  • 출판사 : 일조각
  • 발행 : 2012년 10월 15일
  • 쪽수 : 348
  • ISBN : 9788933706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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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생활 속의 국제법 읽기
― 세계화 시대, 한국사회와 국제법 ―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자 8월 17일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여 사법적 판단을 받자는 구상서를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 물론 한국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2008년 8월 8일 한국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정부의 독도에 대한 기본입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분쟁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국가와의 외교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2012년 10월 10일 중국은 일본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시급한 것은 일본이 현실을 직시하고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센카쿠 영토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되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타협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일본이 잘못을 바로잡아 대화, 담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센카쿠 열도에 대해 중국, 타이완 등과 영유권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분쟁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센카쿠 열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일본이 두 사례에 대해 다른 주장을 하는 이면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국제법적으로 어떤 논리가 적용되는 것일까?

국제법, 더 이상 ‘타자의 질서’가 아닌 국제사회의 ’공통언어’
오늘날 국제법은 국가 간 권력질서를 통제하는 법질서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일반인들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제법이 우리 생활 속에 얼마큼 침투해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가를 다양한 사건과 일화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제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토대로 쉽고도 친절한 설명으로 올바른 국제법적 인식과 태도를 함양하는 글로 구성했다.

조선과 국제법의 첫 만남
국제법이란 국제사회의 법으로 주로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현대 국제법은 유럽 국가 간의 공법을 기원으로 한다. 근대 유럽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던 법질서가 유럽 세력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함께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게 된 것이다. 근대 유럽은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진출하며 비유럽지역을 식민지화했다. 그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은 이중적인 기준에서 자신들의 법을 강요했다. 유럽 국가 간의 국제법은 문명국가 간의 법으로 둔갑하여 그들 상호 간에만 대등하게 적용되었고, 비유럽 지역은 유럽 국가의 필요에 따라 불평등한 국제법의 적용을 강요당하는 객체일 뿐이었다.
서양 세력은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이들은 한 손에는 대포를, 다른 한 손에는 국제법을 들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했다. 전통적인 사대교린 외교만을 알던 조선에게 이들이 요구하는 교류방식은 생소한 것이었다. 세계 교류의 질서는 이미 변하고 있었으나, 조선은 이를 신속히 깨닫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서양 국제법 도래에 대한 조선과 일본의 반응은 크게 대비된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놀라운 호기심을 보이며 열심히 서양 국제법을 학습했고, 배운 지식을 곧바로 조선을 상대로 강제했다. 한편 서양 열강 역시 자신들의 요구를 국제법의 이름으로 강요했다. 그런 속에서도 국제법을 통해 조선의 자주와 독립을 보전하려는 희망을 가졌다. 이처럼 조선에 있어서 국제법은 희망과 좌절을 모두 의미했다.

한국이 내린 국제법적 결단
한국 외교에서 국제법은 어떠한 의미를 지녔는가?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국제법을 충분히 활용하는 외교를 해 왔는가? 아니면 국제법상 보장되는 권리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는 외교를 한 적이 더 많았을까? 외교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사항 외에 배후의 드러나지 않는 여러 이유와 더불어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견적 모습만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당장은 외교적 성과로 보이던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불리한 부담만을 가중시킬 수 있어서 단기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 과거 우리 정부가 내렸던 중요한 외교적 결정 중에는 ‘1952년의 평화선 선언’과 ‘1970년의 대륙붕 선언’과 같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두드러지게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결정 당시에는 쉽지 않은 판단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결단을 내린 사건들이었다. 단순히 국제법에 합당한 판단을 했기 때문에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국제법과의 갈등을 각오하고 내린 판단이었으나, 궁극적으로는 국제법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기에 의의가 있는 사건이었다. 한국의 미약한 국력으로 인해 세계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국으로서는 국제법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간파하고 이에 합치되는 판단을 함으로써 국익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결정들이다.

한국에서 국제법의 중요성
국제법이 강대국의 선도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국제법을 형성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강대국의 실행과 주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국제법이 강대국과 약소국에 공평할 리 없다. 국제법은 주권 평등의 논리 속에 포장되어 있으나, 그 속을 뜯어보면 강대국에 유리한 내용이 중심이 되고 있다. 19세기 후반 서양 국제법과 조우한 이래 근 100년 가까이 우리에게 국제법은 타자들의 질서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국제법은 가능하면 피하거나 도망치거나 무시하는 것이 상책일까?
이른바 중위권 국가에 속하는 한국은 지정학적 여건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반도는 세계 4강 세력에 둘러싸여 있으며, 냉전의 유산인 남북 분단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이 처한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남들보다 한층 더 국제법을 필요로 하게 만들고 있다.
비록 국제법이 강대국의 선도로 만들어졌어도, 일단 성립된 국제법은 강대국이라 해도 함부로 무시하기 어렵다. 국제법은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개별 주권 국가에게 대등한 지위를 부여한다. 국제법은 표면적으로는 힘에 의한 강제를 부정한다. 따라서 중위권 국가들이 강대국을 상대할 때 국제법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이 국제법을 특별히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세계의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특별히 더 국제법을 필요로 하고, 대외 관계의 운영에 있어서 국제법을 활용해야 하는 국가이다. 이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와 같은 유럽 강소국들의 생존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생활 속의 국제법
일반인에게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이 잘 준수되는 것 같으냐고 질문을 던지면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은 국제법과 아무 관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국제법이란 개인의 삶과는 관계없이 국가 간 권력 정치에만 관계된다거나, 외교에서 보조적·장식적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법은 우리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적지 않은 일들이 실은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그 배후에 국제법이 작동하기 때문에 실현되고 있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국제 사회에서 국제법은 원활히 작동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폭넓게 규율하고 있다. 이에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의 편리, 인권의 보호, 환경의 보호, 편안한 해외여행, 문화유산의 보호, 합리적 경제생활, 건강의 보호 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하여 일반인이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생활 곳곳에 국제법의 영향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 국제법은 꼭 대외적인 사건이나 외국인과 관련되는 사건에만 적용되는 법은 아니다. 국내에서 한국인끼리의 생활에도 국제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국제법을 모르는 이들은 일상의 사건들에 담겨진 국제법적 의미를 모르고 지날 뿐이다. 여기서는 우리가 신문을 통해 흔히 접했던 뉴스들 중 국제법적 함의를 지닌 사건이나 일화들을 추려 이에 포함된 국제법적 논점을 분석한다. 이 가운데는 독도나 간도와 같은 영토에 관한 문제도 있고, 외교관 차량의 음주 운전 단속이나 주차 위반 처리와 같이 일상적인 문제도 있다. 또 중등학교 무시험 진학 제도가 지닌 국제법적 문제점에 관한 내용도 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한국, 한국인과 국제법

I. 불행한 짝사랑―조선과 국제법의 첫 만남
1. 희망과 좌절의 국제법 / 2. 근대 일본에서의 국제법: 두 가지 일화 / 3. 한국인 최초의 국제법 박사 이승만

II. 우리 생활 속의 국제법
1. 녹둔도를 어떻게 상실하였는가 / 2. 간도 협약 100년 시효설 / 3. 주한 유엔군 사령부는 해체되었는가 / 4. 이중국적자는 박쥐요 카멜레온인가 / 5. 외국 귀화를 하여도 한국인으로 남을 수 있는가 / 6. 러시아 공관 터를 반환해야 하는가 / 7. 돈스코이호 보물찾기 / 8. 이근안·수지 김 사건은 인도에 반하는 죄에 해당하는가 / 9. 천안함 침몰 사건에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는가 / 10. 금양호 침몰 사건/ 11. 독도―문제인가 분쟁인가 / 12. 독도 유인도화 주장과 배타적 경제수역 / 13. 동해의 EEZ 경계는 독도-오끼도 중간선이 될 것인가 / 14. 독도 부근 해저탐사를 하는 일본 선박을 나포할 수 있나 / 15. 10만 원권 화폐와 독도지도 / 16. 대마도의 날 조례 / 17. 울산대첩 / 18. 이어도는 섬인가 / 19. 중국은 이어도 부근 해역을 순찰할 수 있는가 / 20. 서해 어민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 21. 한국 정부는 소말리아 해적을 불법 구금하였는가 / 22. 외교공관의 보호와 집회금지 / 23. 해외 외교공관은 법적으로 한국의 영토인가 / 24. 외교관 자녀의 뺑소니 사고 / 25. 외교관도 음주운전단속에 응해야 하나 / 26. 외교관 차량의 주차위반 / 27. 미국대사 차량에 대한 물병 투척 / 28. 조약은 누가 비준하는가 / 29. 무시험 진학제와 국제인권규약/ 30. 역사의식과 법률가의 고민

III. 한국의 국제법적 결단
1. 평화선 선언 / 2. 제7광구 대륙붕 선언

IV. 한국에서 국제법의 중요성
1.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 2. 유럽의 강소국들 / 3. 네덜란드의 헌법 / 4. 한국에서 국제법의 의미 / 5. 한국의 대외전략

제2부 국제법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I. 일상생활의 편리
1. 1m의 길이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다 / 2. 지구 상 어느 곳이라도 현재 시간을 알 수 있다 / 3. 세계의 현재 날씨를 쉽게 알 수 있다 / 4. 세계 어디로도 편지를 보낼 수 있다 / 5. 세계 어디로나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6. 같은 열차에서 자면서도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 / 7. 동네 문방구에서 산 USB를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다 / 8. 당신의 성적증명서의 효력이 외국에서도 인정된다

II. 인권의 보호
9. 18세 미만의 아동은 사형을 선고받지 않는다 / 10. 사형 집행이 사라지고 있다 / 11. 국내법원에서 당신의 인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인권이사회에 호소할 수 있다 / 12. 이혼한 후에도 자녀가 친부모를 만날 권리가 있다 / 13. 한국인 어머니의 자녀도 한국 국적을 갖게 되었다 / 14. 구속영장 실질심사제가 정착되었다 / 15. 남녀 혼인가능 연령이 동일해졌다 / 16. 본국의 박해를 피하여 온 자는 난민으로 보호된다

III. 환경의 보호
17. 동해에서 고래 떼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 18. 코뿔소와 표범, 호랑이를 야생에서 만날 수 있다 / 19. 순천만 갯벌과 우포늪이 국제적 보호를 받는다 / 20. 겨울의 철새 축제를 즐길 수 있다 / 21. 오존층을 보존하여 자외선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한다 / 22. 바다를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 23. 유해 폐기물을 몰래 들여올 수 없다

IV. 편안한 해외여행
24. 여권이 규격화되어 신속한 입국심사가 가능하다 / 25. 비자 없이도 외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 26. 외국을 방문하여도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 / 27. 어디서나 같은 교통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 28. 젊은 시절 일하며 외국여행을 할 수 있다 / 29. 외국에서 체포되면 영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30. 망망대해에서 사고가 나도 구조될 것이라고 믿는다

V. 문화유산의 보호
31. 남사당놀이나 줄타기를 계속 즐길 수 있다 / 32.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다 잘 감상할 수 있다 / 33. 문화재의 불법 반출이 금지되었다

VI. 평화와 안전의 확보
34. 전쟁의 위협이 크게 줄었다 / 35.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좀더 보호되고 있다 / 36. 화학무기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 37. 심각한 국제범죄를 저지르면 국제형사재판에 회부된다 / 38. 외국으로 도망간 범죄인을 인도받을 수 있다

VII. 합리적 경제생활
39. 저작권이 국제적으로 보호된다 / 40. 상표권이 외국에서도 쉽게 보호받는다 / 41. 외국 기업의 덤핑 공세를 막아 준다 / 42. 동일한 소득에 대하여 국내외에서 이중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 43. 외국에서 근무할 때 연금을 이중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 44. 내가 먹는 식품재료가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것인지 알 수 있다 / 45. 태평양 수심 수천m 아래 한국의 독점광구가 확보되었다

VIII. 건강의 보호
46. 담배가 상점의 일반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 47. 마약류는 개인이 마음대로 살 수 없다 / 48. 부정한 약물이 운동선수를 망치지 못하게 막는다 / 49. 원하지 않는 의학 실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50. 전염병의 국제 확산을 막아 준다

본문중에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조선에 있어서 국제법은 희망과 좌절을 모두 의미하였다. 우선 국제법은 타율과 속박의 상징이었다. 열강은 자신들의 요구를 국제법의 이름으로 강요하였다. 당시 조선이 체결한 모든 수호조약에서는 조선에 주재하는 외국 영사의 영사재판권이 인정되었다. 영사재판제도는 서구 열강이 해외로 진출하며 현지국의 재판관할권을 부인하는 제도로서 주권평등원칙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불평등조항이었다. 또한 관세 자주권도 억제당하였다.
그런 속에서도 선각자들은 국제법을 통하여 조선의 자주와 독립을 보전하려는 희망을 품었다. 임오군란(1882년) 이후 서울에 청국군이 주둔하며 조선의 정치에 관여하게 되자 당시 개화파는 청과의 조공관계를 청산해야만 조선이 자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갑신정변이 성공하면 만국공법에 따라 청에 대한 조공을 폐지하고 전권대사를 파견하는 등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기대하기도 하였다.
(/ p.24)

국민 간에는 간도가 원래 우리 땅이라는 생각이 상식처럼 퍼져 있지만, 역사적으로 정계비상의 토문강이 과연 두만강이 아닌 쑹화 강의 지류인 토문강을 가리키는지는 사실 확실하지 않다. 정계비 협상 시 조선과 청 모두 두만강을 국경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기록상 분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역시 두만강과 토문강을 서로 같은 강으로 생각하여 혼용하여 사용하였던 기록이 적지 않다. 조청 국경이 ‘동위토문’이 된 이후에도, 조선 정부가 간도지역에 행정구역을 설치하거나 관아를 설립하여 이를 실제 지배하였던 사실도 없다. 다만 거의 비어 있던 땅에 조선 말 생계를 위하여 민간인들이 대거 건너가 살았던 것뿐이다. 그러나 분쟁지역에서의 민간활동만으로 국제법상 영유권이 결정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피력하면 인기도 없고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인신공격을 받기 쉽다. 여하튼 간도는 우리 조상이 땀 흘려 일군 땅이며 간도협약 체결 당시 주민의 대다수가 조선인이었음을 강조하며 회복의 당위성을 주장하여야 박수를 받는다. 물론 무슨 이유에서든 중국이 대가 없이 선선히 양보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럴 가능성이 과연 1퍼센트라도 있을까? 우리끼리의 역사의식에 충실하기 위하여 국제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주장에 마냥 박수를 칠 수는 없다. 결국 국제법학자가 할 일의 하나는 양국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아 국제법정으로까지 간다면 어느 정도의 승산이 있는가를 정확히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교전략도 이를 바탕으로 짜야 한다.
(/ pp.55~56)

독도와 관련하여 한국이 보다 유의하여야 할 사항은 ‘문제’냐 ‘분쟁’이냐 하는 국내적 용어 사용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독도에 대한 관심을 가질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사회는 개별국가 간의 영토분쟁에 잘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당사국들 간의 문제로만 생각하고 알아서 해결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독도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나 국민 간의 마찰이 자주 발생하고 혹시라도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한다면 국제사회는 점차 독도문제를 심각한 분쟁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 한일 양국에게 무언가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압력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만약 독도문제에 관한 한일 양국의 대립이 심각한 충돌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유엔 헌장 제33조 및 제36조 제3항 참조). 이는 한국 정부가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된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독도문제가 가급적 외부로 표출되지 않도록 조용히 관리하여 현재의 평화적 지배상태를 지속시키는 한편, 배후에서 필요한 연구를 착실히 진척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 p.90)

역사학자들은 일제가 조선을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병합하고 35년간 식민지배를 한 것이 적법하였느냐를 가지고 아직도 논란을 벌이는 사실에 답답해할 것이다. 과거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주의가 역사적 잘못이었다는 점에 누구도 이의가 없는 오늘날, 누가 병합조약이 당시에는 합법적으로 성립되었다고 강변하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과거의 행위를 법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법학자를 과거의 시대로 보내 판단하도록 요구한다. 역사가가 과거를 오늘로 소환하여 오늘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과 정반대이다. 그렇다면 1910년 강제합병조약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에 있어서 ‘위법부당론’과 ‘적법부당론’은 어느 쪽도 상대방을 설복하지 못하고 계속적인 주장의 평행선을 그릴 것이다.
이쯤 되면 국제법 전공자들 중에는 상념에 잠기는 이가 생긴다. 법률운영에 있어서 소급효 금지원칙의 필요성에는 물론 공감하나, 이것이 한편으로는 과거의 부정의(不正義)를 과거의 시대 속으로 봉인해 버림으로써 오늘의 정당한 평가로부터의 도피를 방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10년도 타임캡슐 속에 봉인된 병합조약이 체결 시의 국제법상으로도 위법무효였다는 주장을 과연 제3국 학자들이 얼마나 흔쾌히 동의해 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여 무작정 법에 대한 시간의 봉인을 풀 수도 없다. 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법이 역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는 늘 어려운 문제이다.
(/ pp.166~167)

인접 강국의 틈바귀 속에서 공존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바로 위와 같은 유럽의 강소국들의 생존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즉 인접국가와의 관계를 힘의 논리로 풀어 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한국이, 주변국들을 상대로 외교를 하고 국익을 보전하고 국가의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보편적 규범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여야 한다. 국제사회의 공통언어(Common Language of International Society)라고 할 수 있는 국제법이 바로 그런 보편규범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한국이 남달리 국제법의 중요성에 주목하여야 할 이유가 있다. 국제법이 강대국의 선도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물론 부인할 수 없으나, 중위권 국가가 강대국을 상대로 할 때는 이보다 더 유용한 틀이 없기 때문이다.
(/ p.222)

외국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 그곳 날씨를 미리 알아보고 옷차림을 준비한다.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 포털에서 세계날씨 같은 항목을 통하여 전 세계 주요 도시의 현재 날씨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서 여행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 앞으로 며칠 후의 세계 각지의 일기예보도 손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누가 돈도 받지 않고 이런 정보를 모아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가? 이 역시 배후에 국제법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p.240)

무심결에 넘어갈 수 있는 여권의 모양과 규격에도 이와 같이 국제합의가 담겨 있다. 이러한 국제합의가 없어서 여권의 크기나 모양이 각국별로 다양하고 통일되지 않았다면 입국 심사관은 국가별로 형태가 다른 여권의 진위 확인과 업무처리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각국 여권의 규격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면 입국심사 업무의 전산화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외국에 입국할 때마다 심사를 거치게 위하여 지금보다 훨씬 더 긴 줄에서 더욱 장시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국제합의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 p.290)

저작권이 국내법으로만 보호된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인기물은 출간된 다음 곧 해외에서 무단으로 복제되거나 번역될 것이고, 그렇다면 작가인 롤링은 수입의 대부분을 상실할 것이다. 원저작자보다 해외의 해적판 출판업자가 더 많은 돈을 벌지도 모른다. 이는 분명히 불공정한 일이다. 오늘날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국제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예술가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될 수 없는 것이다.
(/ pp.323~32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법학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2004-2007)
대한국제법학회 회장(2009)
인권법학회 회장(2015.3-2017.3)
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서 및 편서]
재일교포의 법적지위(서울대학교출판부, 1996)
국제법의 이해(홍문사, 1996)
한국판례국제법(홍문사, 1998 및 2005 개정판)
국제인권규약과 개인통보제도(사람생각, 2000)
재외동포법(사람생각, 2002)
고교평준화(사람생각, 2002)(공편저)
집회 및 시위의 자유(사람생각, 2003)(공편저)
이중국적(사람생각, 2004)
사회적 차별과 법의 지배(박영사, 2004)
국가인권위원회법 해설집(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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