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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강아지 배씨의 일기], [나보다 작은 형]을 쓰신 동화 작가 임정진 선생님의 창작 동화집입니다. '누나 시집가지 마', '미안해 미안해', '낮에도 별은 우리 머리 위에 있습니다', '엄마, 엄마도 엄마가 있지?'등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동화 다섯 편을 모았습니다.

Ⅰ. 그리움이 있어 아름다운 이야기 이 책은 다섯 편의 동화로 짜여졌습니다. 옛 혼례 풍속을 배경으로 한 해학적인 이별 이야기 “누나 시집가지 마”에서부터 작가 특유의 발랄한 전개와 슬픈 결말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나디아를 만나거든 연락 주세요”에 이르기까지, 다섯 편의 글은 서로 다른 무늬와 향기를 갖습니다. 하지만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읽은 이의 가슴에 애틋한 여운을 남겨 줍니다. 작가는 이 책의 단편 하나하나마다에 “이별 이야기”를 담아 놓았습니다. 남의 집에 가서 누나가 어떻게 사냐며 이별을 투정하던 짱아의 깜찍한 배반을 그린 “누나 시집가지 마”,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던 아픈 이별 “미안해 미안해”, 아빠가 떠난 가정의 잔잔한 저녁 풍경 “밤에도 별은 우리 머리 위에 있습니다”, 엄마와 떠나 있는 동안 할머니와의 사랑을 깨우친 이야기, “엄마, 엄마도 엄마가 있지?” 치타의 눈물 자국에 얽힌 사연, 한번도 만나지 못한 나디아와의 이별 “나디아를 만나거든 연락 주세요” 이별은 아프고 후회스러운 것(미안해 미안해)입니다. 언제이건 다시 성날 수 있는 상처 같은 것(밤에도 별은 우리 머리 위에 있습니다)이기도 하고, 언제까지도 만날 날을 기다려야 하는 슬픈 숙제(나디아를 만나거든 연락 주세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별은 어린이를 훌쩍 크게도 하고(누나 시집가지 마), 잊고 있던 소중한 사랑을 깨우치게 하는 기회(엄마, 엄마도 엄마가 있지?)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어린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헤어지며 사는 것’이라고 그래서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바랐듯 이 책이 이별의 아픔을 가진 어린 친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너무도 빈번한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져 ‘깊은 정’을 줄지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요즘 어린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감성이 자리하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 Ⅱ. 〈미안해 미안해〉의 글과 그림 이야기 거리 두기의 미덕으로 써 내려간 다섯 빛깔 이야기 작가 임정진은 작품의 스토리나 주인공에 감정적 개입을 자제하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작가 자신이 몰입하기보다는 ‘거리를 둔 채 관찰하고 보여 줌’으로 해서 독자와 느낌을 나누고, 그 공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 잔잔함으로 , 건조함으로, 느닷없는 반전으로 나타나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 동화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안해 미안해〉에서도 작가는 “거리 두기”를 바탕으로 다섯 개의 이야기를 펼쳐 갑니다. “누나 시집가지 마”는 전통적인 단편 쓰기의 기법을 따르며 옛 혼례 풍속을 배경으로 어린 동생의 누이 사랑을 정감 있게 보여 줍니다. 결말의 깔끔한 반전은 어린이의 사고 특징을 재치 있게 보여 줍니다. 표제작 “미안해 미안해”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기승전결의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둔 화자 ‘나’의 호흡은 거칠어지지 않습니다. 담담한 서술과 건조한 말투, 미처 다 끝나지 않은 듯한 이야기의 결말은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를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김으로 해서 더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낮에도 별은 우리 머리 위에 있습니다”는 대화로만 이루어진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관찰자나 화자의 개입이 전혀 없이, 대화로만 진행되는 이 글은 어차피 개입을 자제하는 임정진 식의 보여 주기 전략이 다다름직한 작품 형식이기도 합니다. “엄마, 엄마도 엄마가 있지?”는 평이하게 쓰여진 작품입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쉽게 잊고 사는 단순한 이치를 생활 속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 주고 있습니다. “나디아를 만나거든 연락 주세요”는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 발랄한 재담과 슬픈 결말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유쾌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슬픈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갈 수 있는 작가의 독특한 장점이 잘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미안해 미안해〉를 통해 작가는 이별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섯 개의 빛깔, 다섯 개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습니다. 글과 어울리는 그림 전체 권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한 편, 한 편의 원고가 개성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 그림 작가의 의도였습니다. 색연필과 물감으로 정감 있는 시골 혼례 풍경을 그려낸 “누나 시집가지 마”, 곱고 거친 색연필 채색으로 느낌을 살린 “미안해 미안해”, 인물의 묘사를 가능한 줄이며 쓸쓸한 저녁 느낌을 장악해 간 “낮에도 별은 우리 머리 위에 있습니다”, 무난하고 평이한 느낌의 수채화 “엄마, 엄마도 엄마가 있지?”, 유쾌한 캐릭터와 활달한 색상, 역동적인 앵글의 “나디아를 만나거든 연락 주세요”- 모두가 글과 호흡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 권의 책을 이루는 것이 보기에 좋습니다.

누나, 시집가지 마
미안해 미안해
낮에도 별은 우리 머리 위에 있습니다
엄마, 엄마도 엄마가 있지?
나디아를 만나거든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