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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잠 속의 모래산 : 이장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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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장욱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1년 07월 08일
  • 쪽수 : 120
  • ISBN : 9788937407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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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장욱 시의 매력은 우선 몽롱함에서 온다. 시어의 각각은 구체적이고 명징하지만, 그것이 결합된 문장과 문장의 연결방식은 몽환적이다 ... 이런 연유로 그의 시는 실제와 상상 사이의 허공에 한 발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오형엽)
"눈을 뜨면, 문득 머나먼 나날을 지난 어느 날 같은. 눈을 뜨면, 그 어느 날의 어둠에 내 흰 몸 부드럽게 저며드는. 눈을 뜨면, 어느덧 나는 그 무심한 어둠 속 그대가 쓰는 물글씨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연

출판사 서평

이상한 날 이상한 나라의 시인
시인 이장욱의 첫 시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독특한 시세계를 보여온 시인이 등단 9년만에 첫 시집올 펴냈다는 것은 요즘 세태 에 흔치 않은 일이다. 요즘처럼 시인도 많고 작가도 많은 세상에, 그런 만큼 빨리 초심을 잃어버리고 스러져가는 마당에 바깥세상의 흐름에 동행하지도, 역행하지도 않으며 제 몫의 자리와 걸음을 지키는 시인은 분명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꿈을 꾸는 시인이다.

당신에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해 줄게. 이야기는 언제나 끝이어서야 시작하는 이상한 나라. 그 나라의 당신. 하지만 당신 속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 겨울의 길섶 어딘가 나는 이곳에 있고 당신은 그곳에 있으며 그곳과 이곳 사이가 자욱해서 두 그루 전신주 같던 이야기. 다시 두 그루 전신주는 아릅답고 밤눈은 내리지만 아, 문득 당신이 없어서야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이야기는 문득 끝이어서야 시작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 당신에게 이제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해 줄게. 정말로. --「이상한 나라」중에서

느림과 반복, 어느 산보자의 몽상
제목 없이 3개의 부로 이루어진 [내 잠 속의 모래산]은 언뜻 보면 왜 3부로 나누었는지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각 부분의 시들이 고른 수준의,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시인의 말을 빌리면 '주제나 발표연도에 따라 구분 지어지지 않기 위한 의도적인 배치'인데 그런 의도가 성공한 것인지, 몽롱하고 몽환적이며, 마치 꿈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유발하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각 부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시집 전체를 감싸고 있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 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파 동대문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에 --「결국,」중에서

시인에게 일상은 이상할 것 없는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 지 나〉 산책하는 행위의 반복이다. 산보자는 특정한 목적지를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인이 통과하는 그, 그녀, 그대, 빈 공터, 당구장, 동대문운동장, 심지어 흥겨운 술집도 아무 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걷는 행위 말고는 아무 것도 의도하지 않고 특정한 목적지도 없는 시인의 산책은 그 자체로 몽상적 행위이다. 시인은 이 몽상적 행위를 느림과 반복이라는 어법에 실어 시를 쓴다. 그렇게 석어진 시는 현실과 품의 경계지점,〈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경계지점〉(오형엽)올 인화한 희미한 풍경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허허로운 느낌을 준다.

객관적인 아침
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
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
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
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
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
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
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
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
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
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
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
희미한 풍경 같아서.
--「객관적인 아침」전분

시적 파격과 감동, 아름다운 모반
이장욱 시의 또 하나의 특정은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이미지 묘사를 통해 〈뜨내기 세상의 아름다움과 참혹함을, 그 덧없음과 살만함을〉드러내는 데 있다. 익숙한 서정, 익숙한 어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시인은 때로 관습 너머의, 〈산문의 영역이라고 부르는 곳까지 자신의 시를 과감히 밀고 나간다〉. 인용과 자기 독백의 혼재, 내적 유기성과 수미일관성의 파기 등 은 시집에 실린 대개의 시가 갖춘 파격이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점은 〈그의 시가 여전히 시적 위의와 감동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관습의 파격을 의도한 시가 자주 시적 공감마저 파괴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시는 읽는 이에게 절실함을 준다〉(권혁웅).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와 내 물의 기억마저 잊은 모두에게, 마음속에 무수히 피고 지는 꽃잎들이 서로 충돌하며 무수히 많은 몸의 가능성을 희구한다는 사실, 그〈아름다운 모반〉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무섭다 결국 그곳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섭다 마음이 무섭고 톰이 무섭고 싹 트고 잎 피고 언제나 저절로 흐드러지다가 바람 불어 지는 내 마음속 꽃잎 꽃잎, 그대가 무섭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하나의 고요한 세상을 지나고 있으니,

무섭다 그러나 나는 나를 이끄는 매혹에 최선을 다해 복종하였으므로 내 고요한 세상에 피고 지는 아름다운 모반을 주시하였다 그대가 처연히 휘날려 내 몸과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단 한번도 나는 봄 여름 가올 겨울 흘러가는 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기억을 만나면 기억을 죽이고 불안을 만나면 불안을 죽이고,

그러므로 이제 이 눈과 코와 입과 귀를 막아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시길 그대에게 익숙한 세상으로 나를 인도하여 그대 몸과 마음에 피고 지는 싹과 잎과 꽃이 되게 하시길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이 고요한 세상을 처연히 흩날리도록, 내 몸과 마음의 꽃잎 꽃잎 피고 지는 그곳에 기다리는 이 아무도 없을지라도
--「꽃잎, 꽃잎, 꽃잎」



저자 소개
시인 이장욱
1968년 서울 출생.
고려대 노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Tel:017 762 6297
e-mail: bolako@hanmail.net

목차

자서

1
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 13
결국, ... 14
금홍아 금홍아 ... 16
객관적인 아침 ... 19
...

2
킬러의 사랑 ... 49
이상한 나라 ... 52
...

3
정주역 ... 85
눈밭에 서 있는 남자 ... 88
...
호명 ... 11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8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4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등단했으며, 2005년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로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잠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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