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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시집 『3천 원짜리 봄』은 「열린시학 시인선」시리즈 59번째 책으로,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앞을 못 보는 신성철 시인은 보지 못하면서도 보는 것보다 더 정확히 냄새와 촉감으로 사물의 내면을 잡아내고 있다.

2003년 실로암 복지관 문학상 대상 수상.
2004년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수상.
2005년 장애인 고용 안정협회 문학상 수상.
2009년 부산 점자도서관 문학상 대상 수상.
2010년 제23회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수상.

“앞을 보지 못하는 신성철 시인!”
“심안으로 그려내는 73편의 눈부신 상상력!!”

신성철 시인의 작품들을 보면 눈으로 어떤 것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아가의 웃음꽃”이나 “근심스런 표정”을 만질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뭉게구름 뒷자락”도 “파도 모습”도 그러합니다. 다들 얘기하는 “파란 하늘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꼭 한번 만지고 싶”지만 시인은 이를 볼 수도, 만질 수 없는 신성철 시인! 극도의 절제된 언어가 이윽고 독자의 눈물을 자아내게 합니다. 신성철 시인의 시인다운 면목은 바로 이점에 있습니다. 아무리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도 그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습니다. 밝고도 날렵하게 잡아냅니다. 시인은 눈물을 사랑하되 가장 아껴야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성철 시인은 앞을 보지 못합니다.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섬세한 시를 붓끝으로 그려냅니다. 보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보는 것보다 더 정확히 쓸 수 있을까요. 냄새와 촉감으로 그는 사물의 내면을 잡아내는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면서 놓치는 것을 그는 심안(心眼)으로 잡아냅니다. 『3천 원짜리 봄』은 그가 어떻게 시를 써나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시인의 작품에는 건강함과 신선함이 하나하나 살아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시인의 자세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각장애자로서 이만한 작품을 보여주는 시인을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유명한 시인의 시보다 감동이 있으며 생에 대한 건강한 성찰이 돋보입니다.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시집입니다. 많이 읽혀지고 알려져서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 이지엽(시인·경기대 교수)

신성철 씨의 『아버지와 쌀』 外의 작품에서는 시적 공간을 뛰어넘어 시적대상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존재로 일시에 바꾸는 힘과 의외성이 주목되었다. 『아버지와 쌀』에서는 내린 쌀값과 아버지의 생애를, 『전신주처럼』에서는 소시민들의 삶과 전신주를 『주왕산 여자』에서는 산과 아내의 상을 연첩하여 중의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심사평 중에

5 시인의 말

제1부
13 3천 원짜리 봄
15 꼭 한번 만지고 싶다
16 담쟁이덩굴
18 소리로 쓰는 편지
20 눈 감고 걷는 길
22 단풍 구경l
22 백치가 그리는 시계
24 아버지의 불
26 바퀴 위의 남자
28 백치가 그리는 시계
30 구구단을 외우는 할머니
32 격포에서
34 폭파공학을 배우자
36 괘종시계
38 성냥

제2부
41 먼지
43 강간당한 봄
44 씨앗
46 아버지와 쌀
48 까만 거울
49 잡초의 독백
50 우산을 쓰고
52 전신주처럼
54 어머니의 집
56 돌에 대하여
57 푸른 발자국
58 소나기에게 묻다
60 사랑하는 마음
61 벽과 벽 사이
62 책갈피 여자

제3부
65 못 박기
67 도토리
68 벌초를 하면서
70 꽃에게 다가가다
72 탁발승
74 잠 안 오는 밤
75 새벽에
76 까치밥
77 등신불
78 바람둥이
80 주왕산 여자
82 비누
83 앓고 싶은 병
84 특파원 김 기자
86 봉숭아

제4부
91 흔들리는 아침
93 입춘
94 나무들의 전쟁
96 오늘
98 폭발하는 봄
100 범띠 가시내야
102 네거리 소크라테스
104 척촉화
105 버들피리
106 장마
108 혼자 사는 집
110 밀감
112 목탁소리 들으며
114 도장

제5부
117 자궁 속을 엿보다
119 방화범의 진술서
120 백사장
121 파도
122 술래잡기
124 감옥
125 가을 속에 또 가을
127 불면증
128 지하철역에서
129 소나무
130 꽃도장
131 눈처럼 비처럼
132 예비 신부
134 라면을 끓이며

136 해설_시적 감동과 생에 대한 건강한 성찰/이지엽

영희는 갈색 안경 소녀입니다
오늘은 약속대로 3천 원을 주어야 합니다
조카 손목에서, 발꿈치에서 산 봄값 입니다
벚꽃 일곱 번 만지는데 칠백 원
진달래 세 번에 육백 원
목련 두 번에 천원
조카 나뭇가지에 찔린 것
언덕에서 미끄러진 것
모두 3천원

이모
여름엔 얼마야?
가을에는 5천원 줄 거야?

천 원짜리 세장이 얄미운 손바닥으로 건너갑니다
한 장은 땀에 젖어 눈물을 흘리며
또 한 장은 화가 난 모습으로 한숨을 쉬며
다른 한 장에서는 아이스크림 빠는 소리가 들립니다

영희는 금방 웃습니다
명지바람과 버들강아지
휘파람새와 방울새 소리
쑥 뜯던 기억까지 덤으로 얻었기 때문입니다

- 『3천 원짜리 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