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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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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참된 학문과 교육은 내게 절실한 것을 붙들고 고민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나 자신을 위해, 나의 문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만 진리는 그 얼굴을 얼핏 보여준다. 모든 진지한 학문적 성찰에서는“이상하게도 자기자신을 위해 사색하고 탐구한 것만이 훗날 타인의 이익이 되는 것이며, 처음부터 타인을 위해서라고 정해진 것은 타인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이자 여성신학연구소장인 저자 박경미 교수 자신의 말대로, ‘참된 학문’은 자기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붙들고 고민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그렇다면 이 책에 실린 글들이야말로 비록 에세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한국사회의 한 기독교학자가 현실에 발 딛고 성실하게 고민한 결과, 진정한 학문적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진보냐, 보수냐’라는 판에 박힌 틀이나 이념이 아니라 현실 근저에서 맥박 치고‘살아있는 세계’에 입각해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함께 사는 사람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절박함만이 진정으로 새롭고 진실한 말과 글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간디, 톨스토이, 함석헌, 리영희, 웬델 베리, 리호이나키 등 저자가 마음에 가까이 두고 공부한 우리 시대의 양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비범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평범하고 진실하게 생각했으며,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즉 삶의 단순한 부름에로 돌아가 생각하고 실천했다. 그들은 민중의 자발성과 자치,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삶의 지혜를 신뢰하며 스스로‘거룩한 바보’가 되려고 했다.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수치가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근대와 근대적 정신이 지배하는 기계적이고 비인격적인 세계에서, 기독교의 탈을 쓴 마몬을 섬기고 있는 이 시대 기독교인들에게 저자는 예수와 예수운동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저자가 이해하는 예수가 벌였던 밥상공동체운동과 치유, 축귀 행위 등은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민중적 삶의 지혜를 부활시키는 행위였다. 그것은 무엇보다 바닥에서 솟아나온 자생적인 공동체운동으로서, 자발적인 삶의 회복 운동이었다. 국가, 경제, 학교, 교회 등의 제도와 세계화, 자본주의, 경제성장, 복지라는 추상적 개념에 갇혀, 인간 생존의 근거지는 땅(흙)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점점더 무력하고 노예적이며, ‘품위 없는’삶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하느님은, 교회는 무슨 의미를 갖는가.

    개인을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로, 사회를 저마다 이익을 좇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장으로 보는 근대 자본주의 경제학의 대전제를 저자는 근본적으로“불경(不敬)스럽다”고 정의한다. 저자는 경제문제를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보고,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해, 또 자신이 살아가는 자연의 터전에 대해 책임을 회복하는 일이 경제행위에서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말한다. 포도원 품꾼(마태2 0 : 1.16) 비유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경제의 치명적인 결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비유에서 포도원 주인의 행동은“공동체적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공정하며, 자비로운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원리는 경제성장인데, 그것은 즉 무한한 재화, 무한한 자원, 무한한 수요라는 가능하지 않은 전제에 근거해있다는 뜻이다. 지구라는 분명한 한계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제한된 물자와 재화, 자연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라는 인간 실존의 근본적 원리를 인정할 때, 더불어 살기 위해서 우리는 고르게 가난한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못난 꼴찌도 공동체에 필요한 인간으로서 불러주고, 그와 함께 살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가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이것이 포도원 품꾼 비유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내용이다.

    자본과 과학이 공모하여 만들어낸 발전이라는 이 시대의 신(神)은, 일체의 문제가 해결되고 괴로움도 없는 미래를 약속하지만, 그런 미래는 한번도 온 적이 없고,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객관적 한계와 윤리적 요구들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가설적으로 무엇이든 가능해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지향의 실현 가능성이나 윤리성은 차치하고라도 현대과학 . 과학과 기술이 떠받치고 있는 현대산업문명과 불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신비한 기적으로서의 삶’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은‘죽을 수밖에 없’고, 이 한계 의식이야말로 인간을 주체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경쟁과 발전이라는 이 시대의 정언명령에 사로잡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호소한다.
    현실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상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상상력을 포기했기 때문에 현실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 지금 이 사회는 다 같이 미친 듯이 한방향으로 달려가고 있고, 그 방향은 인간다움과 인간적 가치를 뿌리로부터 손상시키는 물신주의의
    방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인문학자들이 해야 할 말은“폭주를 멈추라!”라는 경고이다. …그리고 기존의 경쟁시스템을 바꾸어나갈 사람을 단련해내는 급진적 진지가 되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구체적인 사람 하나하나를 붙들고 작고 소박하게, 조용하면서도 확실하게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살아있음의 신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포도원 품꾼’의 비유와 도덕적 경제
    함석헌, 살아있는 의 이야기
    진리를 향한 순례자, 톨스토이
    ‘진보’와‘희망’에 대하여 . 리영희 선생에 대하여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 리 호이나키‘깊이읽기’
    ‘살아있음’의 신비, ‘알지 못함’의 인식론 . 웬델 베리와 에드워드 윌슨
    “네가 바로 그것이다” . 조셉 캠벨 해설

    2부 작가와 현실
    운명에 맞서서, 운명과 더불어 . 바흐만 고바디 영화론
    작가와 현실 . 조지 오웰과 전체주의
    갈릴리의 농민과 예수 .R. 호슬리의 예수 이해
    ‘경쟁’과‘품위’ . 박노자의[우승열패의 신화]를 읽고
    ‘죽음 수밖에 없음’의 의미 . 과학기술과 윤리
    살아있는 종교 . 종교의 틀과 인간 삶의 역동성에 대하여

    3부 어떻게 살 것인가

    당신들의 법, 우리들의 정의
    이른바‘실용주의’의 내면성에 대하여
    예수의 교회, 마몬의 교회
    지식인과 염치
    어떻게 살 것인가
    희생 지율과 예수
    사람됨과 교육
    ‘국가의 마법’과 지식인의 상상력

    저자 소개

    본문중에서

    정의로운 사회, 도덕적인 경제
    예수가 추구했던 상호 호혜적인 민중적 삶의 원리는 더불어 살기 위해 고르게 가난한 삶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로 나타난다. 이것은 오늘날 성장주의 경제가 그동안 무시해온 평등과 실질적인 경제민주주의 원리의 실천으로 번역될 수 있다. 못난 이웃도 공동체에 필요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살기 위해 네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가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공정함은 허위의식일 뿐이며,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야수의 논리를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p.27)

    지금 경제성장주의, 개발지상주의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1 0 0여년 전 근대화를 명분 삼아 대포와 군함으로 조선을 위협했던 식민주의의 또다른 얼굴이다. 그때의 식민주의가 더욱 교묘하게 위장을 하고 나타났을 뿐이고, 경쟁력 강화의 신화는 1 0 0년 전보다 더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오늘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 p.194)

    이른바 세계 일류국가라는 것도 사실은 자연생태계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끔찍한 수탈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다. 오늘날 선진국들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안락 역시 이 시대의 세례 요한의 목을 필요로 한다. … 그것은 살아있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상실하고 시스템에 의해 유지, 관리되는 사회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회의 풍요와 안락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동경할만한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는 예수의 꿈, 즉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공생공락(共生共樂)의 가난, 고르게 가난한 사회의 이상과 더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 p.246)

    국가주의 또는 전체주의
    “결국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문도 교육도 정치에서 독립해야 합니다. …
    지금 이 나라 정책은 농민들을 종으로 부려먹는 정책이지요. 이제까지 뒤따라가려고 안간힘 써온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것은 인간을 인간 노릇 못하는 기계로 만드는 국가에 지나지 않아요.” “기계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생각은 더 천박해질 겁니다.”
    (함석헌/ p.44)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야만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고, 민초들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삶은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 그것은 전세계의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고통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부도덕하며, 산업자본주의의 끝없는 팽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진보의 무덤 위에 서있다. 이성에 대한 신뢰에 근거해서 정치와 사회의 진보를 말하는 것은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 지금 인류가 처한 위기는 전지구적이고 전인간적인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본성과 생명의 근본적인 위기이다.
    (/ pp.80~82)

    살아있음의 신비
    “내가 어디에 있는가, 내가 있는‘장소’가 어디인가”라는 물음은 모든 인간적 삶의 출발점이다. 이물음 앞에 자신을 세우고, 이 물음에 진지하게 답하는 것은 기술주의와 산업주의가 펼쳐보이는 편리함과 안락함의 세계를 낙원의 대용품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여하한 번드레한 장식물, 겉치레에도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짜를 찾는 것이다 근대의 제도화되고 프로그램화된 세계가 펼쳐보이는 음산하고 기괴한 풍요와 안전, 안락함에 맞서 심판과 구원, 선과 악이 교차하는 살아있는 인간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 p.99~100)

    장애와 아픔, 죽음의 사실을 품위있고 우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삶에 대한 관념은 불건전하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우리 삶을 둘러싼 신비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잘 죽을 수 있을 것이다.과학은 죽음에 저항하도록 우리를 부추기지만, 잘 죽을 수 있도록 우리를 가르치지는 못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동일한 질문이다.
    (/ p.288)

    종교
    믿음이란 단순히 죄와 악을 떠나서 선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이란 선과 악, 고통과 괴로움, 위험과 불안으로 가득 찬 살아있는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고, 배신과 은총, 용서의 세계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상처받을 각오가 되어있는 것이다.
    (/ p.94)

    이 어이없는 시대에 대학과 언론, 교회는 저항과 비판의 보루이기를 그쳤다. 어디든 제도에 속한 전문가들은 세상이 복잡하다는 점을 자꾸 강조한다. 그러나 정당성의 세계는 매우 단순한 세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세상이 이런 식으로 영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만큼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만일 우리가 도덕적 이상과 우리 자신의 부족한 실천 사이의 간격을 심리적으로 잘 감내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있다면 말이다. … 법이 불의가 되고, 정의가 불법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은 이런 단순성의 세계가 아닌가 싶다. 나는 그런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 pp.229~230)

    “하느님의 집을 장사꾼의 소굴로 만들었다”는 예수의 준엄한 질타는 오늘 우리사회 어디에나 해당한다. 돈귀신이 지배하는 시장전체주의는 비판적 지성을 무력하게 하며, 무엇보다 예수가 꿈꿨던 하느님의 나라, 우정의 나라를 이루지 못하게 한다. 지식인들, 심지어 예술가나 성직자들까지도 경쟁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집단적인 강박관념에 빠져있다. … 내가 살기 위해 기어이 너를 먹고야 말겠다고, 그렇게 사는 것이 선(善)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지성은 무엇이고 철학은 무엇이며 또 종교와 도덕은 무엇인가? 싸움에 이겨 먹이를 가진다는 것은 수치다. 그것은 인간의 세계가 아니라 야수의 세계다. 사랑하는 친구를 가지는 것이 명예다. 경쟁은 짐승들에게 맡기고 우리 인간들은 동무들의 나라, ‘예수의 교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 p.25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신학자. 1959년 출생.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대학원에서 성서신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약성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하다], [예수 없이, 예수와 함께],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 [서구 기독교의 주체적 수용](공저), [새하늘 새땅 새여성]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갈릴리], [삶은 기적이다], [생태학적 치유], [고린도전서], [요한복음], [사도행전], [서기관들의 반란])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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