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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르네상스』는 해스킨스 이래 축적되어 온 논쟁을 대담하게 정리하고 12세기의 변화상을 각 분야별로 개관한 개설서이다. 12세기에 문화적, 지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그 각각의 변화가 르네상스의 개념에 부합되는지를 검토하였다. 또한 흥미로운 동시에 혼란스러우며, 서유럽의 지적, 문화적 발전에 심오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현상에 대해 다양한 접근방식에 대한 이해와 평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영국 버밍엄 대학교 중세사학과 교수인 로버트 스완슨의 『The Twelfth-Century Renaissance』(맨체스터 대학 출판부, 1999)를 번역한 것이다. ‘12세기 르네상스’라는 주제는 영미권에서 1927년에 해스킨스의 『12세기 르네상스』가 출판된 이후 역사학에서 끊임없는 관심을 받아왔다. 스완슨의 『12세기 르네상스』는 해스킨스 이래 축적되어 온 논쟁을 대담하게 정리하고 12세기의 변화상을 각 분야별로 개관한 개설서이다. 스완슨 교수의 주 연구 영역은 중세 말 영국의 지성사와 종교사로서 12세기 르네상스를 둘러싼 논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인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그간의 논의를 정리하여 최신의 흐름과 결과물을 반영하는 작업에 더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이 책은 이미 영미권에서 중세사 과목이나 12세기 르네상스를 다루는 과목에서 권위 있는 필수교재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후기 중세 유럽을 생성해낸 중요한 요인들의 발아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유럽의 중세 말에 지적, 심리적 이정표를 제공하였다고 한다면, 거꾸로 이것은 역사적 발전의 산물로 12세기 말 이래 유럽이 구성해 왔던 방식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가 스콜라 철학에 대한 반동적 특성을 갖고 있고, 종교개혁이 교황 군주제 교회(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교회)에 대한 반항의 시작이라면, 12세기 르네상스는 후기 중세 유럽의 시기에 중요하게 위치될 수 있다. 12세기 르네상스는 후기 중세 유럽을 생성해낸 중요한 요인들의 발아임이 분명하다. 이것은 이어지는 세기의 지적,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심리적 진로를 형성해 주었다. 12세기 르네상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여러 변화는 13세기와 그다음 세기의 새로운 유럽을 탄생시키는 데 근본적인 사회, 정치, 경제적 변화와 동시에 이루어졌다.

12세기 유럽의 사회 경제적 변화
『12세기 르네상스』는 넓은 의미의 12세기(1050년경에서 1250년까지)의 유럽의 문화적, 지적 변화의 중요한 면모들을 개략적으로 관찰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필요에 대한 응답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기의 문화적, 지적 변화를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은 핵심적인 논쟁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대해서는 제1장에서 이 주제의 발전과정과 논쟁들(‘르네상스’ 자체에 관한 것을 포함하여)을 개괄적으로 다루었다. 도대체 ‘12세기 르네상스’란 무엇인가? 기본적인 질문인 12세기 르네상스의 내용, 기간, 장소의 문제, 즉 무엇이 언제 어디에서, 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기 전에 대강의 유럽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럽 상황에서 1050~1250년의 엄청난 경제적 변화는 가장 주요한 특징이다. 이 시기는 거의 멈춤 없이 지속된 확장의 시기였다. 인구 증가, 이주와 개간, 농업생산의 증대. 또한 상업화라는 말로 가장 적절하게 요약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 화폐 사용의 증가, 무역 공동체의 확대, 시장 확장 등. 그리고 점증적인 유럽의 도시화, 평화를 구가했던 시기와 이에 따른 이동의 자유, 정부와 행정의 발전, 관료와 문사 성직자의 수요 증가, 기술이 요구되는 고용의 기회, 속인에 대한 관심과 속인 계급의 종교적 역할, 다른 문화권인 아랍과의 접촉, 그리스 라틴문화의 영향을 이 시기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12세기 유럽의 문화적, 지적 변화
이러한 배경 속에서 12세기에 문화적, 지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그 각각의 변화가 르네상스의 개념에 부합되는지를 검토하였다. 제2장 교육 구조, 제3장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유산, 수입, 기억, 제4장 법, 정치, 정부, 제5장 지적 변화: 철학, 신학, 휴머니즘과 개인주의, 제6장 예술, 속어 문학, 음악, 제7장 여성들의 르네상스가 이에 해당된다. ‘12세기 르네상스’라는 개념의 수용과 지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독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장에서는 이 논쟁에서 저자의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교육 구조는 수도원의 필요에 예속된 구조에서 이제 성당 학교들(그리고 다른 비수도원 학교들)이 핵심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는 구조로 변화했다. 소수의 학교들이 독자적으로 학문의 중심지로서의 명성을 가지게 되고 13세기 초엽에 진화의 과정을 거쳐 대학으로 구체화되었다. / 과거에 대한 관심, 특히 그리스와 로마의 과거에 대한 관심은 고문서의 수집과 번역 운동 속에 반영되었다. 또한 ‘역사적’ 자료, 연대기, 연보, 전기(성인전), 최신의 사건 기록 등이 확산되었고,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이용하는 역사 서술 방식이 나타났다. / 로마법이 부흥하고 교회법이 강조되었다. 전반적으로 상당한 법률적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어떻게 평가할지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로마적인 특성과 깊이 연관되어 정치사상이 등장했다는 징후도 보인다. / 사고방식과 토론방식이 크게 진보하고 논쟁과 이성에 의존하여 철학이 발전하고 신학이 점차 사변적이고 교리적인 신학으로 변화했다. / 속어 문학에서의 시가와 로맨스 문학의 발전과 확산은 주된 문화적 성과의 전조였다. / 12세기의 문화적 변화에 여성들의 참여는 불가능했다. 개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여성으로 엘로이즈, 빙겐의 힐데가르트, 마리 드 프랑스를 들 수 있으나 당시로서는 예외적인 현상이다.

단일한 현상인가, 밀접하게 한정된 일련의 운동인가
결론적으로 12세기가 서유럽의 문화적, 지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다방면의 변화를 목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르네상스라는 명칭을 그러한 변화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그 현상을 아무런 특성이 없는 덩어리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반면 ‘르네상스’라는 명칭을 12세기에 사용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똑같이 부적절해 보인다. 만약 이 개념이 지적, 문화적 역동주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개념이라면 분명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유럽 전반에 걸쳐 존재했다고 가정되어 온 단일하고 포괄적인 12세기 르네상스의 개념은 버릴 때가 왔다. 단일한 현상이라는 개념은 이제 1927년 이래로 바뀌어 온 12세기 르네상스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아주 밀접하게 한정된 일련의 운동이라는 것으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 비록 12세기 르네상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는 없지만, 흥미로운 동시에 혼란스러우며, 서유럽의 지적, 문화적 발전에 심오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현상에 대해 다양한 접근방식에 대한 이해와 평가를 낳았다.

한국어판 서문
서문
제1장 논쟁과 상황
제2장 교육 구조
제3장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유산, 수입, 기억
제4장 법, 정치, 정부
제5장 지적 변화: 철학, 신학, 휴머니즘과 개인
제6장 예술, 속어 문학, 음악
제7장 여성들의 르네상스
제8장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