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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문학의 재인식』는 문학과사상연구회가 그 동안 펴낸 '재인식'시리즈 중 소설가 이광수를 다룬 편이다. 이광수는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또는 근대정신사에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작가로 이 책에서는 이광수의 문학품을 다시 재해석 하고 있다.

춘원 이광수만큼 영광과 오욕의 너울을 동시에 뒤집고 쓰고 있는 작가는 근대문학사에서 드물다.

근대문학의 효시이자 친일문학의 괴수로 각인된 탓에, 그는 늘 텍스트 이전에 문제적 인간으로 먼저 해석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필요한 것은 텍스트와 문제적 개인의 갸우뚱한 균형이다. 그 속에서야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경합과 갈등, 혹은 상호부조가 가능할 것이다. 그간 염상섭, 채만식, 한설야, 이태준 등과 근대계몽기의 문학 지형을 새롭게 읽어온 문학과사상연구회가 펴낸 『이광수 문학의 재인식』은 무엇보다 이 균형감각의 실현에 충실한 듯 보인다. 근대계몽기부터 일제 말까지를 아우르면서, 이광수가 밟아나간 텍스트와 사상의 중요한 길목과 고비들을 7명의 연구자가 8편의 논문에 담아내고 있다.
김영민 교수는 새로 발굴된 『학지광』에 실린 거울 작 ｢크리스마슷밤｣이 춘원의 작품임을 꼼꼼한 서지 작업 및 다른 작품과의 연관성에 대한 입증을 바탕으로 밝혀냈으며, 그 과정에서 춘원의 계몽주의가 식민지 현실과 어떻게 타협해 가는지를 흥미롭게 고찰한다.
양문규 교수는 근대 언문일치체의 확립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춘원의 소설 문체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고 있다. 이광수 단편소설의 문체는 지식인 지향의 문체로 언문일치의 문장이라 할 수 없고, 장편소설의 문체는 조선 후기 국문소설의 국문체를 따르되, 그것이 지녔던 평민문학의 요소들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최현식 교수는 이광수가 의식적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식민지 시기 내내 추구해왔던 ‘국민’ 또는 ‘국민문학’의 내용들이 일제 말의 ‘국민시’ 이른바 ‘고쿠민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묻고 있다. 그것을 일본 와카(和歌)의 창작과 개인의 실존을 무시한 집단 윤리의 광폭한 강제에서 읽어내었다.
김재영 교수는 이광수 문학론의 모태가 되는 초기문학론을 쓰보우치 소요와 시마무라 호게츠 등 와세다 미사학을 주도했던 자들의 문학론 등과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하정일 교수는 1910년대의 이광수를 같은 시기 신채호와 비교하는 방식을 빌려 그의 문학론과 사회사상의 특색을 규명한다. 한일합방을 바라보는 양자의 시각의 차이가, 문학에 대한 견해에서부터 시작하여 근대적 주체에 대한 입장 그리고 엘리트와 민중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차이를 드러내는가를 분석한다.
한수영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시의적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자유주의를 주제로 삼아, 초기 이광수 소설에서 그것의 내면화가 어떠한 수준에서 실현되는지를 검토하는 글이다. 19세기 말 들어온 자유주의는 이광수시기에 변형과 굴절의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광수의 자유주의를 검토하는 것은 이후 식민지 시기 김동인을 거쳐 프로문학에서 추구한 자유주의 문제를 살펴보는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본다.
김재용 교수는 서구에서 온 내셔널리즘을 식민지 근대의 경우 ‘국민주의’와 ‘민족주의’로 나눠 살펴보아야 한다는 전제아래 국민주의자로서의 이광수를 살펴보았다. 이 글은 이광수의 국민주의가 신채호의 민족주의는 물론이요, 실력양성론의 민족주의와도 구분된다고 본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광수에게 영향을 준 자로 흔히 안창호를 거론하는데, 상해에서 귀국한 이후 이광수는 좀 더 윤치호의 영향아래 국민주의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는 주장이다.
간략한 요약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간의 이광수 연구와는 사뭇 다른 방향과 내용들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의 춘원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독물로서 손색이 없는 저작이다.

책머리에

제1부 이광수 문학의 새로운 지평
제2부 이광수의 문학론과 사상의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