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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외인종 잔혹사 - 2009년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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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웃겨서 더욱 잔혹한 소설

    제14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극우파 노인, 노숙자, 정규직을 꿈꾸는 비정규직, 백수 게임폐인 등 우리 사회 대표적인 '열외인간'의 일상을 하루동안 시간대별로 추적한다. 이들 주인공은 서로 스치고 얽히다 마침내 한날 한시에 자본주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코엑스몰에서 황당하고 놀라운 사건에 함께 휘말려 들게 된다.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의 천민자본주의의 끝에서 '열외인간'이라는 낙인을 서로에게 찍어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블랙코메디로 작품 속에 녹아 있어,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는 문체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웃을 수 만은 없는 작품이다.

    출판사 서평

    욕망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

    1996년 한국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4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 [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 [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 [무중력증후군](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상금 5천만 원 고료)은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이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에게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총체성을 빚어냈다”,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가 나타났다”는 평을 받으며, 210여 편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 동안,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 윤마리아,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 기무 네 주인공이 우연히 코엑스몰에 모여 양머리 탈을 쓴 집단들과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지독하게 웃긴, 그러나 슬픈 잔혹극.
    서울이라는 폐허에 대한 잔혹하고도 흥미로운 기록!


    [열외인종 잔혹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열외인간 넷을 통해 잘 형상화하고 있다. 무공 훈장을 단 군복을 입고, 탑골공원에서 왼쪽의 냄새만 풍겨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시국강연을 펼치는 노인 장영달, 코엑스몰에서 한 달간 88만 원을 받고 용역 회사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다가 해고당하고 점심 무료 급식 배급을 찾아다니며 서울역 역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김중혁, 명품 같은 짝퉁을 애용하며, 미국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은 다 땄으나, 아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인 윤마리아, 여자 친구와 거리낌 없이 걸쭉한(?) 대화를 나누고 학교를 중퇴하고는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17살 청소년 기무, 이들은 먼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국 한 장소(코엑스몰)로 모아지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네 명의 교차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촘촘히 구성해서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게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마주친다.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장영달과 기무, 용산역 피시 이용실에서의 김중혁과 윤마리아의 만남, 제약회사 인턴과 실험 아르바이트로 만나는 코엑스몰 푸드코트에서의 장영달과 윤마리아, 압구정역 맥도날드에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콜라와 햄버거를 나눠 먹는 기무와 윤마리아까지, 네 명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마주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시간적 구성과 코엑스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간적 구성, 그리고 인물들끼리 우연히 스치게 한 구성은 이 소설의 뛰어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코엑스몰이라는 욕망의 상징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처럼 느껴지는 현실 이야기를 통해,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 속에서 바로 우리들이 ‘열외인간’이며, 지독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조차 ‘열외인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열외인간’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신기루 같은 결말 또한 현실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구상했고, 노통 자신이 비주류이자 크게 보면 ‘열외 인간’ 아니었겠냐며, 이 소설에서는 열외인간들의 지도자로 떠받들어진 노숙자가 결국 희생되는 것으로 처리되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그 결말이 생각나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주요 내용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외 시국강연을 즐기는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윤마리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17살의 기무. 이 네 명은 11월 24일, 우연하게도 각각의 일로 인해 비슷한 시간에 코엑스몰에 모이게 된다. 장영달은 윤마리아와 약속한 건강 의약 헬스 식품 ‘헬스큐’의 임상 체험 고객 아르바이트를 위해, 김중혁은 광록이 벌인 용산역의 노숙자 집회 후에 도망치다가 삼성역 코엑스몰로 오게 된다. 기무는 게임 머니 2만 포인트가 걸린 리얼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에 참여하기 위해, 윤마리아는 정규직 인사권을 가진 데이비드교(다윗 말세 교회)의 본부장 론의 카니발을 쫓아서 코엑스몰에 온다. 오후 4시, 갑자기 코엑스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불이 꺼지면서 손에 총을 쥔, 검은 연미복 차림에 양머리 인형을 뒤집어쓴 복장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코엑스몰에 모여 있던 일반인들을 푸드코트 쪽으로 모두 몰아넣고 인질극을 벌인다. 그 상황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받아들인다. 장영달은 옥 선녀의 점괘를 떠올리며 좌익 빨갱이 집단의 출현으로, 김중혁은 노숙자 친구 광록이 말한 격암유록 외전(外傳)에 등장한 메시아로, 윤마리아는 인질극을 본부장 론이 속한 데이비드교의 ‘양머리 카니발’의 일종으로, 기무는 게임 업체에서 마련해놓은 실제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로. 그리고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시작된다.

    목차

    제1부 11월 24일
    제2부 최악의 도시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추천의 말

    본문중에서

    “말 그대로야. 우리 노숙자들, 열외인간들 중에서 왕이 나타난다는 얘기야. 그 왕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 도시를 완전히 뒤엎어버려서 우리에게 권력과 힘을 송두리째 넘겨준다 이 말이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왕이 곧 우리들의 메시아가 되는 거야. 왜, 성경 말씀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메시아는 세리와 창녀의 친구라고 말이야.”
    (/ p.29)

    기무가 총을 들고 이곳저곳 설레발 치고 다니거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지하철 안에서 노골적으로 총을 쥐고 있어도, 그들은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같이 피곤하고 잔인할 만큼 억눌린 얼굴을 하고서, 휴대폰을 유년 시절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거나 타블로이드판 무료 일간지를 뒤적거리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할 뿐이었다.
    (/ pp.71~72)

    총과 총알까지는 확보된 상태다. 그런데 보스는 어디 있으며, 제거해야 할 서바이벌 상대는 또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숨어 있단 말인가? 그런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재하자, 기무는 그러한 허탈함에 생리적으로 반응하듯 갑자기 밀려오는 조갈을 강하게 실감했다. 목이 마르다. 기무는 집에서 연양갱 열 개를 단숨에 섭취한 뒤 현재까지 닥치는 대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그 어떤 액상 음료도 마시지 못한 상태다. 녀석은 우선 뭔가를 마셔야겠다는 강한 충동만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p.73)

    11월 24일, 광록이 김중혁을 이곳 3호선 종로3가역 1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이상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마련된 무료 급식 센터까지 데리고 온 이유도, 바로 평소 자신의 주장을 동반자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은 의욕이 지나치게 앞선 탓이다. 김중혁은 그런 광록의 열의를 타박하고 싶진 않았지만, 결코 공감하진 못했다. 어차피 우리는 노숙자다. 이번 겨울에도 몇 명이 길바닥에서 얼어 죽어 일간지 하단 무연고자 사체 처리 공고에 포함될지 모르는 형편이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보온 효과 짱짱한 신문지의 다량 확보와 혹독한 냉기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알코올의 지속적인 공급뿐이다. 인간다운 식사라니……. 김중혁은 광록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과연 우리가 인간인가.
    (/ pp.74~75)

    무리들은 모두 통일된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노인이든 관계없이 죄다 흔히 웨딩홀에서나 봄 직한 길고 화려한 제비꼬리가 달린 검은 연미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 역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윤마리아가 반가워한 이유인 즉 그들 모두 얼굴에 동물 인형 머리 같은 것을 눌러썼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윤마리아가 반가워할 만한 그 동물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 바로 양이다. 굳이 랜턴 불빛을 비추지 않아도 야광 도료를 발랐는지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희디흰 양을 닮은 인형 머리를 눌러쓴 그들이, 곧 이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었다. 실제 사람의 머리보다 두 배는 더 크고 육중해 보이는, 영락없이 ‘모여라 꿈동산’ 녹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광경이란.
    (/ pp.166~167)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는 서로의 머리통과 얼굴이 양의 그것으로 변해가는 꼴을 목격하기 시작했어. 머리카락이 흰 털로 변하고 얼굴에서도 흰 털들이 자라 나오기 시작한 거야. 처음에 우리들 자신은 이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어. 상대의 머리통을 보면서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거지. 아, 이제 우리 모두 양이 되어버리는구나 하는 사실 말이야.”…… “그런데 우리들은 모두 양머리들뿐이야. 목자가 없어. 그래서 불안해지기 시작한 거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어. 그래서 우리는 목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지. 그런데 웬걸. 우리가 목자라고 믿고 싶던 대상들이 하나같이 우리의 기대를 배반했어. 또 어떤 얼어 죽을 사이비 목자들은 우리를 썩은 오물통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말이야.” …… “이봐.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말이야. 우린 선각자들이야. 당신들은 아직 스스로도, 아니면 상대를 통해서도 우리 모두가 양머리로 변해가는 것을 모르거나 자각하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상태에 빠져 있는 거고. 그래서 우린 결국 참다못해 당신들도 이제 곧 양머리로 변할 테니까 그때를 대비해 어떤 준비라도 해놓으라는 자각과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마련한 거란 말이야. 알아듣겠어?”
    (/ pp.264~26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4,868권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를 비롯해 장편소설 『반인간선언』 『크리스마스 캐럴』 『망루』 『너머의 세상』 『광신자들』, 청소년 소설 『아지트』 『주유천하 탐정기』, 에세이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평론집 『성역과 바벨』, 번역서 『원전으로 읽는 탈무드』 등이 있으며,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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