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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 아동문학과 고정욱 선생님이 다시 쓴 우리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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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나라라는 것은 백성들의 것이고, 명이라는 것은 하늘의 명이오.
    하늘의 명을 대신해서 왕이 내리는 것인데, 하늘의 명이 떠나 버리고 민심이 등지면
    왕은 아무리 몸을 보존한다고 해도 이미 왕이 아닌 것이오.


    천재들은 외롭다는 말이 있다. 그들의 뛰어난 능력이 세상에 받아들여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상에도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지만 김시습(金時習)만큼 불운한 천재도 없을 것이다. 얼마나 김시습이 유명했는지 5세에 당시 왕이었던 세종에게 불려가 그 재주를 칭찬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김시습이 어른이 되어 과거를 준비하던 무렵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김시습의 불운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공부를 그만두고 세상을 등진 뒤 방랑하면서 백성들의 삶을 보고 느끼며 체험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유교와 도교, 불교, 심지어는 토속 신앙인 무교에까지 관심을 두고 공부했다. 그의 이런 공부가 한 군데 모인 작품이 바로 [금오신화]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에는 그의 이런 삶이 잘 녹아 있다. 현실에 안주할 수도 없고, 이상을 좇아 신선의 세계에 살 수도 없는 방황하는 주인공들이 [금오신화]의 다섯 편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금오신화]는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
    부연록〉 등이 실린 작품집인데 원래 몇 편을 더 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전하는 것이 다섯 편으로 이것도 누군가가 보고 베낀 것이다. 공통적으로 이 작품들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만남, 이승과 저승, 현실과 이상의 대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는 중국의 신비한 이야기를 모은 소설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형식만 취했을 뿐, 그 내용은 우리의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우리 땅을 배경으로 우리의 역사적 토대에서 이야기를 끌어 나가고 있다.
    이 안에는 유교ㆍ불교ㆍ도교의 세 가지 사상이 고루 녹아 있어 당시 지식인들의 종합적인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우리 고전을 익히고 가슴 속에 담아 두는 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얼을 올곧게 세우는 길이다.

    목차

    머리말
    1. 만복사의 저포놀이
    2. 이생이 담 너머를 엿보다
    3. 취해 부벽정에서 놀다
    4. 낙염부주의 이야기
    5. 용궁 잔치에 초대받은 이야기

    본문중에서

    전라도 남원 지방에 서생(書生: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 또는 글만 읽어 세상일에 서투른 선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하나 살았는데 성은 양씨여서 사람들은 그를 양생이라 불렀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데다가 장가도 가지 못해서 만복사라는 절의 동쪽 방에서 혼자 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마침 때는 봄철이어서 창문 밖에는 배나무 한 그루가 꽃을 피웠는데 마치 눈 무더기가 활짝 핀 것 같았다. 양생은 달밤이면 쓸쓸한 마음에 그 나무 아래를 거닐며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을 뿐이었다.

    내 친구는 쓸쓸이 피어 있는 한 그루 배나무로다.
    이 밤 달빛 고운데 그냥 보내려 하니
    혼자 누워 자는 봄날의 들창가 앞
    아름다운 이 어디선가 퉁소를 부는구나.
    쌍을 이루어 날지 못하는 외로운 물총새
    맑은 물에 혼자 떠 있는 원앙은 짝을 잃었네.
    약속이 있다면서 바둑돌 먼저 내려놓으려는 사람이여
    등불 심지로 점을 치면서 깊은 밤 창 아래 슬픔에 젖어 드네.

    양생이 자신의 처지를 탓하는 듯한 시를 읊고 나자 갑자기 공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가 정녕으로 좋은 배필을 원한다면 걱정하지 마라.

    양생은 그 소리를 듣고 이것은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했다.
    ‘아, 나의 이 마음을 하늘이 알아주는구나!’
    비로소 기쁜 마음에 양생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바로 3월 24일이었다. 전통적으로 이 고을에서 만복사에 등을 달아 놓고 복을 비는 풍습이 있는 바로 그 날이었다.
    “오늘 내 운명을 한번 시험해 봐야지.”
    양생은 잔뜩 벼르면서 시간이 가기만 기다렸다.
    해가 질 무렵부터 많은 사람들이 만복사로 몰려와 제각각 소원을 빌었다. 한참 동안 행사가 이어지고 날이 저물자 법회도 끝나고 사람이 드물어졌다.
    양생은 저포(樗蒲: 백제 때에 있었던 놀이의 하나. 주사위 같은 것을 나무로 만들어 던져 그 끗수로 승부를 겨루는 것인데, 윷놀이와 비슷하다.) 하나를 소매 속에 넣고 법당으로 들어갔다. 어제 하늘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게 있었기에 자신만만하게 부처님 불상 앞에 앉아 저포를 내놓으며 말했다.
    “부처님, 오늘 저와 저포를 한번 노십시다. 만약에 제가 지면 법연(法筵: 불교의 가르침을 풀어 밝히거나, 불경을 소리내어 읽거나, 불경을 읽고 그 뜻을 밝히거나, 불법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 법석法席.)을 차려서 치성(致誠: 있는 정성을 다함.)을 올리겠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부처님이 지시면 아름다운 아가씨를 구해서 제 소원을 이루어 주십시오.”
    기도를 간절히 하고 난 양생이 저포를 던졌다. 처음 던진 것은 부처님 몫인데 숫자 4가 나왔다. 저포에서 나올 수 있는 두 번째로 높은 수였다.
    “아, 부처님이 이기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에게도 기회가 있으니 한번 던져 보겠습니다.”
    양생이 힘껏 저포를 굴리자 나온 숫자는 5였다.
    “으하하하!”
    양생이 이긴 것이다. 기쁜 마음에 양생은 부처님 앞에 꿇어앉은 뒤 말했다.
    “부처님, 업을 이미 정했습니다.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42종
    판매수 269,039권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지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 진흥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2012년 제7회 대한민국 장애 인문화예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저서 가운데 30권의 인세 나눔을 실천해 ‘이달의 나눔인 상’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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