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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넘어선 학교, 메트스쿨』은 미국의 메트스쿨 사례를 통해 대안학교의 미래상을 제시한 책이다. 제도의 틀 안에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고, 바깥의 현실세계로 과감하게 눈을 돌린 인턴쉽 학습으로 학습 내용의 혁신을 기했다. 또한 자족적인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보편적인 확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 낯선 교실 풍경: 한 번에 한 아이씩 가르치기
이런 학교가 있다면? 학생들 개개인의 관심에서 출발하여 맞춤학습이 이루어지고 자기주도형으로 아이들이 공부한다. 저마다 아이들 스스로 학습의 계획을 짜고 길잡이 교사는 그 각각의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배움은 학교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바깥으로 과감하게 눈을 돌려 고정된 교과목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의 곳곳의 현장에 뛰어들어 경험하는 학습이 이루어진다. 공교육에 이런 학교가 진짜 있냐고?
매트스쿨이라는 학교가 바로 이런 신나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교육 학교이다.

▶ ‘학교를 넘어선 학교’ 매트스쿨 이야기
1996년 문을 열어 미국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꼽히는 메트스쿨은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 있다. ‘학교를 넘어선 학교’ 메트스쿨은 ‘대도시 지역 기술직업센터(The Metropolitan Regional Technical and Career Center)’라는 긴 이름을 가진 공립학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교들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메트스쿨 학생들은 14명이 하나의 그룹이 되는 학급 개념의 ‘어드바이저리advisory’에 속해, 고등학교 4년 동안 ‘어드바이저advisor’라 불리는 담임 교사의 지도로 배우게 된다. 이렇게 규모가 작은 것은 메트스쿨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열네 명의 학생과 교사 한 명.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 대해 잘 알게 되며,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서로 다른 학습 방식을 적용시킬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그야말로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메트스쿨의 교육철학은 ‘한 번에 한 아이씩’이다. 흔히 말하는 ‘눈높이 교육’, ‘맞춤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출발선은 같지만,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1996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2백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메트스쿨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명문고’이다. 첫 졸업생부터 ‘전원 대학 합격’이라는 돌풍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메트스쿨이 대학 입시를 위한 ‘특목고’는 아니지만, 이런 성과를 통해 새로운 교육 방식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충분히 입증한 것이다.
메트스쿨은 정해진 교과가 없다. 대신에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바탕을 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턴쉽 학습(LTI, Learning through Internship)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학교 밖 현실세계에서 자극을 받아 학문적인 능력이나 개인적인 기술을 익히도록 이끈다. 이런 학습 성과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인 인턴쉽 멘토로 이루어진 학습계획팀과 그 밖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열어 무엇을 학습하고 소화해냈는지 발표하여 그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관심’와 ‘흥미’를 바탕으로 시작하지만 학습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일정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상급 학년 진급과 졸업을 할 수 없다.

메트스쿨이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학생들을 평생 동안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열망으로 끊임없이 탐구하는 ‘평생 학습자’로 기르는 것이다. 획일화된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하여 줄 세우고 탐구욕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여느 학교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마디로 ‘배우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학교 밖 배움은 단순한 방문 답사나 외부 인사 초청부터 방과후 학습, 지역 프로젝트 참여, 심층적인 인턴쉽, 자원활동부터 파트타임까지 유급/무급의 일, 전환기(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입학 사이) 휴식, 대학강의 수강, 온라인 교육, 개인 프로젝트 등 실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진로교육이라면 무조건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국내와는 달리 지역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연계되어 자원을 두루 공유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이 개념은 대학까지 확산되어 컬리지 언바운드(College Unbound)라는 대안대학 시스템을 론칭해 대학 중퇴자가 많은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메트스쿨은 1996년 설립 이후 이 학교가 거둔 성과에 주목한 빌게이츠 재단 등 각계의 후원으로 미국에 10곳의 대안 공립학교가 만들어졌고, 7년 후에는 52개로 확대되었다. 메트스쿨의 경험은 매뉴얼 등으로 체계화되고, 교장 교육 및 인증 과정이 만들어져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도 25개, 네덜란드에도 25개 학교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2만 6천명의 학생들이 있다.

▶ 우리도 이런 학교를 만들자
『학교를 넘어선 학교, 메트스쿨』은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그리고 있지만 정작 실행하기는 어려웠던 교육개혁을 ‘공립(公立)’이라는 제도의 틀 안에서 학교에 대한 통념을 깬 메트스쿨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학교가 필요하고, 크고 작은 학교가 필요하다. 공포심을 버리고 새 실험을 하게 하자. 아이들과 나, 우리 자신을 위해.”_조한혜정

이 학교를 소개한 조한혜정 교수의 말처럼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이분법을 넘어서 다양한 시도들을 배우고 찾는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에게 메트스쿨 이야기를 주목하시길. 최근 혁신학교 등 학교교육이 변화하고 있는 흐름속에서 『학교를 넘어선 학교, 메트스쿨』은 한국의 공교육이 변화하는 데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로운 학교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 목차
머리글 | 새로운 학교가 오고 있다.

1장 세 명의 학생 이야기
2장 아이들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맞춤 학습
3장 아이들의 관심사에 기초한 학습
4장 인턴쉽을 통해 배운다
5장 모든 것은 배움으로 통한다
6장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는가?
7장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8장 메트스쿨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9장 메트스쿨은 과연 효과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가
10장 생존과 확장에 따르는 과제
11장 둥지를 떠나며

후기 | “자, 출발!”
부록 | 탐방기-우리가 메트스쿨과 빅펴쳐 검퍼니에 주목하는 까닭_조한혜정

‘맞춤 학습’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기준(Standards)

아이들 하나 하나를 위한 ‘맞춤형’ 학습을 하는 학교에도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달성하도록 기대되는 기준은 있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데니스 교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좋은 학교라면 아이들이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 가에 대한 명확한 리스트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과연 그 ‘명확하다’는 개념이 뭐냐 하는 것입니다. 메트 스쿨의 경우 학생의 학습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다는 측면에서 기대하는 ‘단기적’ 결과에 대해서는 아주 명확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장기 목표에 대해서는 매우 유동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 학기 학습계획을 다시 돌아보고 만약 학생이 새로운 주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일 경우에는 그 쪽으로 방향 전환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학습결과에 대해 얘기할 때에도 ‘한 번에 한 아이씩’ 합니다. 왜냐하면 학습 목표에 대해서는 높은 기준을 설정하지만 학생에 따라 이를 아주 유연하게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마약 중독으로 인해 재활 치료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학생이 있었는데 이 학생에 대해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정해주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그 곳에 가서 아이가 뭘 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 애가 이렇게 나아질 거라고 당시에 누가 상상인들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제 이 아이는 ‘잘 나가는’ 비영리 자선단체를 꾸리고 있거든요. 만약 우리가 이 아이에게 장기 목표를 아주 구체적으로 정했더라면, 잠재되어 있던 그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 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이 아이는 자신의 새로운 삶에 대해 꿈조차 꾸어보지 못했을 거구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학교는 대부분의 다른 학교에 비해 실제적인 삶에 더 가까이 다가서 있습니다. 성인들의 경우에도 자기가 삶에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대강의 그림은 그리고 있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들 역시 자기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을 만나 최고의 기회를 찾아가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어요? 바로 그런 일이 여기 메트 스쿨에서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좋은 환경에 데려다 놓으면 각자에게 맞는 가장 최선의 길을 찾게 된다고 봅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한 번에 한 사람 씩에 매달리는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