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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글]

유마경의 핵심은 불이법문입니다. 불이란 평등, 조화, 화합을 뜻합니다. 불이의 이치는 실참실구에서 체득되며 실참실구할 수 있는 불이좌선의 이치를 유마경공부로 체득합니다. 그래서 유마경공부는 선 수행을 돕는 공부이며, 유마경공부 그 자체가 바로 선 수행입니다.

경전 대부분이 대도(大道)의 세계와 성취방법을 주로 이치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비해《유마경》은 그러한 이치를 지금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이 삶 속에서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밝히고 있다.
《유마경》 불이선(不二禪)의 수행정신을 강조한 구마라즙대사는《유마경주석》에서󰡐모든 것이 인연화합(因緣和合)으로 만들어져 그 무엇 하나 실체(實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큰마음으로 깨어 있을 때 우리의 생활은 제약적인 외부환경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옛 선지식들이 몸의 작은 틀을 초월해서 우주와 벗 삼으며 생사에 초연한 것처럼 우리도 그와 같은 자재인생을 실현할 수 있다.

<유마경 요지>

《유마경》의 핵심은 불이법문(不二法門)입니다.
불이법문을 보살행의 실천인 정토(淨土)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세상사 모든 것이 불이법문 아닌 것이 없습니다.
불이법문을 보살도의 이치인 성공(性空)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사람들의 모든 생각이 불이법문 아닌 것이 없습니다.
《유마경》 제9품 <입불이법문품>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불이법문은 선 수행자에 따라 달리 표현되어집니다.
어떤 불이(不二)의 문(門)으로 대도(大道)와 계합(契合)되더라도 그 수행자에게는 본인이 체득한 그 문이 바로《유마경》의 요지(要旨)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서󰡐이것이 바로 유마경의 요지󰡑라고 밝힌다면 그것은 저의 선 수행 경지에서 체득하고 있는 유마경의 요지이며 이것이 진정한 유마경의 요지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누구나󰡐이것이 바로 유마경의 요지󰡑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왜냐하면 유마경 공부하시는 모든 선지식이 각기 유마경의 불이법문에서 성공(性空)을 초석으로 삼아 정토를 건립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에서󰡐이것이 유마경의 요지이다.󰡑고 단정하면 오히려 이 책으로 유마경 공부하시는 선지식(善知識)의 타고난 선근(善根)을 일깨우는데 방해될 수 있습니다.
마치 부루나존자의 가르침이 수승한 근기의 초심수행자가 대도(大道)로 들어가는데 방해되었던 것처럼!

목 차


● 선 수행을 돕는 유마경 공부 /11
● 유마경 공부의 필요성 /15
● 유마경 공부방법 /18
● 유마경 명칭 /22
● 유마경 요지 /26
● 유마경 14품 줄거리 /27

1. 불국품
1 모인 대중 /56
2 보적의 게송 /93
3 보살정토 /117
4 청정한 마음 /130

2. 방편품
5 유마의 방편수행 /140
6 색신과 법신 /150

3. 제자품
7 불이좌선 /166
8 여법한 가르침 /176
9 평등한 자비심 /183
10 언어의 환상 /196
11 근기설법 /206
12 실상 /212
13 불이천안 /218
14 죄무자성 /224
15 진정한 출가 /235
16 육신의 질병 /240

4. 보살품
17 과거 미래 현재 /252
18 직심도량 /262
19 무진등 /277
20 법보시 /291

5. 문수사리문질품
21 상이 없는 모습 /302
22 병의 원인과 성질 /308
23 병의 위로와 조복 /318
24 보살행 /330

6. 부사의품
25 불가사의 /342

7. 관중생품
26 관중생 /362
27 자비희사 /367
28 무주 /373
29 집착과 해탈 /380
30 남녀평등 /391

8. 불도품
31 깨달음의 성취 /400
32 진흙 속의 연꽃 /408
33 유마의 노래 /416

9. 입불이법문품
34 불이선경의 다양한 문 /436

10. 향적불품
35 향기의 밥 /466
36 향기설법과 언어설법 /479

11. 보살행품
37 불사 /492
38 무진법문 /506

12. 아축불품
39 관여래 /528
40 유마의 고향 /534

13. 법공양품
41 법공양의 공덕 /546

14. 촉루품
42 혜명 /560

부록 /569
불이양생교재편찬

1. 선 수행을 돕는 유마경 공부


경전공부

경전공부(經典工夫)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참선수행(參禪修行)을 돕는 경전공부입니다.
2. 철학탐구(哲學探究)를 돕는 경전공부입니다.
3. 수지독송(受持讀誦)을 돕는 경전공부입니다.

같은 경전이지만 무엇을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공부하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물론 이 셋 모두가 궁극에는 대도(大道)를 성취하여 생사를 초월한 자재인생(自在人生)을 실현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하는데 있어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그 중에서 대표적인 방법이 위에 제시한 세 가지입니다. 이것은 공부하는 마음가짐에 기준해서 구분한 것입니다.

화두(話頭), 관법(觀法), 명상(冥想) 등 현상을 초월하여 곧바로 자성(自性)을 일깨우는 선 수행하는 선지식(善知識)이 경전을 공부하면 그것은 참선수행을 돕는 경전공부가 됩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우주(宇宙)의 이치(理致)를 학문적으로 연구(硏究)하는 선지식(善知識)이 경전을 공부하면 그것은 철학탐구를 돕는 경전공부가 됩니다.
왕생극락(往生極樂) 또는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기도신앙(祈禱信仰)하는 선지식(善知識)이 경전을 공부하면 그것은 수지독송을 돕는 경전공부가 됩니다.

경전공부는 한 부의 경전을 선택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일부분 내용을 정성껏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수행입니다.
불교에는 많은 종류의 다양한 경전이 있습니다.
불교경전에는 경율론(經律論)이 모두 포함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경󰡑과󰡐율󰡑 이외에도 후대 선지식이 저술한󰡐논󰡑이 모두 경전에 해당됩니다.
경(經)과 율(律)과 논(論)을 합해서 삼장(三藏)이라 하며 이 셋을 모두 통달한 스님을 삼장법사라 부릅니다.
예부터 중국에서 스님의 존칭으로 법사(法師)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재가수행자 중 다른 사람을 능히 지도할 수 있는 수행력을 갖춘 선지식을 법사라 칭하여 스님과 동등하게 대우합니다. 법에 있어 승속이 평등하다는 이치를 잘 일깨우고 있는 실천수행입니다.

책이름 마지막에󰡐경(經)󰡑자가 있으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거나 또는 부처님께서 인정하신 내용을 담은 경전을 뜻합니다.
그러나 부처님 이외에도 후대 선지식이 하신 말씀 중 경이란 이름으로 되어 있는 책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혜능대사의 말씀을 모아 만든《육조단경》입니다. 이것은 비록 부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은 아니지만 부처님 말씀처럼 훌륭한 가르침이라고 후대 사람들이 인정한 것이죠.
저술한 책을 저자 자신이 직접 경이라 이름 붙인 경우는 극히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글을 부처님의 말씀과 동등하게 격상시켜 경이라 칭한다면 좀 그렇지요! 불교의 수행은 하심(下心)으로부터 입문하는데요.

문장의 구성내용에 기준해서 경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직접 집필한 경전과 그분의 말씀을 모아 후대 사람이 책으로 엮은 경전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경전은 모두 후대 사람이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 만든 경전은 모두 글 첫 부분에󰡐여시아문󰡑이란 문구가 있습니다.
여시아문(如是我聞)은󰡐제가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의 뜻입니다.
이때󰡐저󰡑는 아난존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난존자가 부처님을 가장 오래 모셨지요. 부처님이 입적하신 다음 대도를 성취한 대아라한들이 모여 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할 때 아난존자가 대표로 나와 부처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다시금 말했고 그것을 대아라한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후학이 정리해서 만든 책을󰡐어록(語錄)󰡑이라 합니다.
사실 부처님 말씀을 모아 엮은 책은 모두가 어록인 셈이죠. 물론 우리 함께 공부하는 유마경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중국에서 선(禪) 문화가 발전하면서 불립문자(不立文字) 즉󰡐문자를 내세우지 않는다.󰡑를 표방으로 삼은 선종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고승은 모두가 선종출신의 선사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선 문화가 발전하기 이전에도 훌륭한 선지식이 많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혜능선사의 선종이 탄생한 당나라 중엽 이후부터를 의미합니다.
불립문자를 강조한 선종에서는 후학을 지도할 때 글이 아닌 말 또는 단순한 행동을 주로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글에 비해 후학에게 본성을 일깨우기가 그만큼 용이했기 때문입니다. 후학이 그러한 말씀이나 행동으로 표현한 스승의 가르침을 모아 다시 책으로 엮었으며 그것을 어록이라 합니다. 그래서 선사의 가르침은 대부분 어록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