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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김원석 선생님이 다시 쓴 우리 고전!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우리 고전』시리즈 제7권《유충렬전》. 본 시리즈에 속한 우리 고전은 어린이들이 꼭 접해봐야 할 작품으로, 원전의 뜻과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즐겁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썼습니다. 읽는 독자는 우리 문화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7권《유충렬전》은 주인공 유충렬이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어려움을 이겨내고, 영웅처럼 싸워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해 그에 따른 부귀 영화를 통해 양반 계급의 권력을 회복하려는 꿈을 그린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영웅 소설입니다.

《유충렬전》은 전형적인 영웅 소설이다. 영웅의 출생에서부터 영웅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영웅 소설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간적 배경은 유심 일파와 정한담 일파가 각축을 벌이는 명나라 조정과 중국 대륙이다. 시간적 배경은 서술의 시간과 허구의 시간이 일치하는 영원한 시간이 설정되고 있다. 사상적 배경은 유충렬의 출생과 구출 그리고 무예의 연마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불교 사상이 짙게 나타나 있으며, 국가와 군주를 위해 전쟁에 나가 싸워 입신양명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유교 사상도 엿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영웅 소설이 그러하듯이 현실적인 인간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인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다. 《유충렬전》의 구조는 선과 악, 충신과 간신의 대립이다. 충신은 아버지에서 아들까지 이대에 걸쳐 나타나지만, 간신은 하나의 세력으로 일관되게 나타난다. 또한 주인공의 적대자는 주인공 개인의 적대자가 아니고 국가의 적대자로까지 확대됨으로써 주인공이 영웅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주인공은 영웅이기 때문에 그의 고난은 곧 국가의
고난으로 이어지며, 그의 승리는 국가의 승리로 끝을 맺게 된다.
우리 나라 조선 후기의 소설 중 《조웅전》과 함께 대표적인 영웅 소설로 꼽히는 작품이다. 영웅의 일생이라는 유형적 구조를 가장 충실히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웅 소설로서 ‘주몽 신화’에서 보이는 영웅의 일생과 같은 맥락에 서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형 구조는 신소설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
고전 소설의 대부분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듯 《유충렬전》도 그런데, 이는 현실감을 없애 과거의 시간과 독자가 익숙하지 않은 곳을 소설의 무대로 삼아 소설의 상상력과 사건 구성을 자유롭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유충렬이 어려움을 이겨 내고, 영웅처럼 싸워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해 그에 따른 부귀영화를 통해 양반 계급의 권력을 회복하려는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이 지어진 연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전하는 판본이 모두 19세기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정한담을 생포하는 과정과 유충렬이 강 낭자와 결연하는 과정이 중국 소설 《설인귀전》과 같다는 데서 18세기 후반기 이후에 쓰인 소설로 보인다.
복수 의식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악한 마음을 먹으면 끝내는 망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 준 충효 소설이라 하겠다.

* 군담 소설(軍談小說)이란?
주인공이 전쟁을 통해 영웅적 활약을 전개하는 이야기를 흥미의 중심으로 하는 고전소설. 작품의 소재를 어디에서 취했는가에 따라 창작 군담 소설, 역사 군담 소설, 번역 군담 소설로 나뉜다.
창작 군담 소설은 작중 인물이나 사건이 허구인 작품으로 《소대성전》《장풍운전》《장백전》《황운전》《유충렬전》《조웅전》《이대봉전》《현수문전》《남정팔난기》《정수정전》《홍계월전》《김진옥전》《곽해룡전》《유문성전》《권익중전》 등 수십 종이 있는데 작자와 연대가 밝혀져 있지 않다. 대체로 한글로 쓰여졌고 필사본, 방각본, 구활자본의 세 가지 형태로 유통되었다. 대개 작품의 배경은 중국이고 외적의 침입과 간신의 반란을 평정하는 가공적 전쟁이 등장하며, 주인공은 명문대가에서 기자치성을 드려 출생하며 어려서 많은 고난을 겪다가 도사를 만나 도술과 무예를 배우고, 국가 위기에 등장해서 적을 물리치고 왕권을 수호하는 영웅적 활약을 전개한다. 그 공로로 높은 벼슬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창작 군담 소설이 출현한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분분하나, 1794년에 쓰여진 야마다(山田士雲)의 《상서기문》에 《소대성전》《장풍운전》 등의 작품명이 등장하고 1736년 중국에서 간행된 《설인귀정동전전(薛仁貴征東全傳)》의 영향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18세기 중엽 이후에 창작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창작 시기는 작품에 따라 다르며 비교적 초기에 창작된 작품은 《소대성전》《장풍운전》 등이고, 다음으로 《조웅전》《유충렬전》 등이 나타났으며, 그 후 군담 소설이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자 소설의 상업적 출판이 성행하면서 20세기 초까지 많은 작품이 지어진 것으로 본다.
창작 군담 소설은 충신과 간신의 대결로 정쟁에서 몰락했던 가문이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으로 국가에 큰 공을 세우면서 부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비현실적인 도술전으로 전쟁의 양상이 기술되고 표면적으로는 전통적 유교 윤리가 강조되면서도 이면에는 충(忠)이나 열(烈)에 대한 전통 윤리로부터의 일탈이 심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변혁에 관심이 많았던 평민층이 향유하던 작품으로 추정된다. 특히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정수정전》《홍계월전》 등의 작품은 여성 주인공이 군담의 주역으로 등장하여 남성보다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군담 소설이 여성층에게까지 애독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 군담 소설로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쓰여진 《임진록》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쓰여진 《임경업전》《박씨전》이 있다. 《임진록》은 임진왜란의 체험을 통해 형성된 설화가 후대에 결집되어 이루어진 소설로서 이순신, 권율, 사명당, 김덕령, 곽재우 등 난중에 활약한 역사적 인물의 활동을 기술하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전개는 역사적 추이를 따르고 있으나 의병장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비현실적 도술에 의한 전쟁 양상을 기술하고 있다. 역사 군담 소설은 주로 외적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는 민족적 능력을 과시하여 전란을 겪으면서 피폐해진 민족적 자존심을 고취하려는 의식과 외침을 당해 무능을 드러낸 집권층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머리말
1. 쫓기는 큰 별
2. 간신의 모략
3. 사위가 되어 또 쫓기고
4. 은혜와 배반
5. 유충렬 싸움터로
6. 아버지 원수를 갚은 유충렬
7. 천자를 구하고
8. 연왕이 된 유심
9. 행복한 만남

1. 쫓기는 큰 별

명나라 영종 황제大明英宗皇帝가 황위에 올랐다. 그러나 황제가 어리고 황실이 약해, 황제의 명령이 잘 시행되지 않아 남북 오랑캐와 서역의 강한 족속들이 반기를 들려 했다. 그래서 천자는 지금 황성인 남경南京에 머물 뜻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다.
때마침 창해국 사신 임경천이 동지사로 왔다.
임경천은 천문·지리와 온갖 술법에 뛰어나 그와 견줄 사람이 없었다. 천자는 반가이 맞아 융숭한 대접을 하고 도읍을 옮길 일에 대해서 의논했다.
화려한 누각에 올라 온 나라의 산천을 자세히 살펴본 임경천이 엎드려 아뢰었다.
“원래 태종 황제께서 나라를 세우실 때, 개국 공신 유기가 천문·지리를 알았기에 남경은 만세나 누릴 땅이요, 금성은 하늘이 준 땅이라 해 서울을 여기 두게 되었사옵니다. 천하의 이름난 산 오악의 산천을 소신이 보니, 남악 형산南嶽衡山이 가장 신령한 산으로 여러 나라의 주산이 되고, 창오산蒼梧山 구리봉은 한없이 변화해 외청룡이 되었고, 소상강瀟湘江, 동정호洞庭湖는 물의 형세가 광활해서 고인 물고를 막았으니 제왕의 기업이 오래갈 것이옵니다. 또한 소신이 몇 해 전에 본국에서 천기를 보았더니, 북두칠성의 정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고, 삼태성 고운 빛깔이 황성에 비쳤으며 자미원 큰 별이 떨어졌사옵니다. 이는 머지않아 신기한 영웅이 날 징조이옵니다. 황상께옵서는 어찌해 조그만 도둑을 피해 하늘이 주신 땅 금성을 버리려 하시며, 선황제께서 세우신 뜻을 하루아침에 버리려 하시옵니까?”
“으음…….”
천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변해 황도 옮기는 생각을 바꾸고, 국사를 돌보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이로써 세월은 태평하고 백성은 평화를 누렸다.
조정에 유심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유심은 선조 황제 때, 개국 공신 유기의 13대 손이요, 병부 상서를 지낸 유현의 손자였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내려오는 명문가였다. 유심은 벼슬이 정언 주부에 이르고 사람됨이 정직하고 성품이 민첩하며 마음이 충성되어 국록은 점점 늘고 가산은 비길 데 없이 많아 잘살았다. 게다가 작법이 화평하고 세상 공명은 당대의 으뜸이었다. 그야말로 만인이 그를 칭송해 마지않았다.
다만 그는 슬하에 피붙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섭섭했다. 그래서 유심은 자나 깨나 한탄하고, 선조에게 제사를 드릴 때면 홀로 앉아 울며 한탄했다.
“나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국록을 먹으면서도 자식이 없을까. 세상이 좋다 한들 좋은 줄을 어찌 알며, 부귀와 영화가 좋다 한들 그 또한 영화로운 줄을 어찌 알까. 죽으면 백골을 누가 묻어 주며, 앞서 간 선조께 향불은 누가 켤 것인가. 세상에서 한으로 살다 옥황상제께 아뢰려고 황천에 들어간들, 무슨 면목으로 부모님을 뵈올 것인가? 또 이 세상에 산다 한들 남이 부끄러워 어찌 살까? 삼천 가지 죄 가운데 자손 없음이 가장 크다 하였는데, 내 더 살아 무엇 하겠는가. 먼저 죽어 내세에서 다시 나서 많은 아들 두어 볼까.”
이부 상서 장윤의 맏딸인 부인 장씨는 남편 옆에 앉았다가 정언 주부 유심이 우는 소리에 간장이 녹아내렸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부인은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흐느끼면서 말했다.
“상공께 자손이 없는 것은 소첩이 박복한 탓입니다. 옛글에 자손이 없음이 가장 큰 죄라 했으니, 소첩의 죄로 말하면 벌써 버림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넓으신 은덕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그 은혜 태산 같아 아뢰올 말씀이 없습니다. 듣자오니 뛰어난 명산이 남악 형산이라 하는데, 그 산에 가서 산신께 정성껏 소원을 빌면 어떠하올지요?”
유심이 무심하게 말했다.
“하늘이 안 주신 자식을 산신께 기도 올린다고 주겠소? 팔자에 없는 자식을 빌었다고 얻는다면, 세상에 누가 자식이 없겠소?”
“그 말씀이 당연합니다만, 노나라 숙량흘도 이구산尼丘山에서 빌어 옛 성현인 공자를 낳았고, 명나라 단정후도 우형산에 가 빌어서 정나라의 재상을 지낸 정자산鄭子産 공손교公孫僑를 낳았으니, 우리 부부도 남악 형산에 가서 정성을 다해 빌어 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