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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보수화되고 있는 미국 학교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비판한다. 보수파 운동의 부리와 보수파들이 교육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급격한 변화를 파헤치고, 보수파들이 연합하여 꾀하고 있는 계획을 해부하고, 그들이 주도하는 교육개혁이 공교육의 민주성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보여준다. 특히 바우처체도와 학교선택제와 국가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미국 교육계가 직면한 중요한 쟁점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구체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교육의 극우화를 막고 교육을 모든 미국 아이들의 필요에 맞게 더 민주적으로 개혁할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한동안 철도 안든 어린아이들마저 조기유학을 보내는 일이 붐을 이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려 하거나 홈 스쿨링을 하려는 학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자립형 사립학교, 고교 평준화 해제, 자율학교, 수준별 교육과정, 선택 중심 교육과정 등의 정책을 통해 교육개혁을 하려 한다.

학부모들이 공교육에서 느끼는 위기감에서 벗어나려는 이러한 시도들과, 교육부의 교육개혁 실태를 잘 살펴보면 우리가 상당히 많이 미국 교육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교육의 바탕을 이루는 미국 문화를 읽지 못하면 시행착오까지 수입하게 된다.

《미국 교육개혁, 옳은 길로 가고 있나》는 미국 교육개혁 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이념적 힘을 분석하고, 미국 교육개혁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마이클 W. 애플(이하 애플)은, 1989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전교조지지 발언으로 안기부에 연행된 적이 있는, 한국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세계적 교육석학이다. (연구실 문에 우리말로 삐뚤빼뚤하게 자기 이름까지 써두었다고 한다.) 애플이 1979년에 쓴 《이데올로기와 교육과정(Ideology and Curriculum)》(한국어판 제목은 《교육과 이데올로기》)은 교육학계에서 '지난 100년 동안 교육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책 20권'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후 진보적 교육 영역에서 꼭 찾아보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애플은 오랫동안 교육과정의 정치적 성격 분석에 헌신하였으며, 위스콘신대학 대학원에서 교육과정개발론과 초등학교 교육과정 수업을 담당하면서 “기존의 교육과정을 비판적인 통찰력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앞선 저작들인 《학교지식의 정치학(Official Knowledge)》(우리교육, 2001)과 《문화정치학과 교육(Cultural Politics and Education)》(우리교육 출간예정)에 이어 미국 교육과정과 교육정책의 보수화 문제에 대한 논의의 정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애플은 《학교지식의 정치학》에서 교육제도가 권력유지의 중요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교육과정, 즉 ‘공식적 지식(Official Knowledge)’의 내용이 기득권 집단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바우처제도, 차터 스쿨, 홈 스쿨링, 국가 교육과정, 국가 학력평가, 국가 성취기준, 고부담 평가 등 미국 교육정책의 중요한 문제들을 살피면서, 미국 교육개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보수적 네 집단―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 권위주의적 대중주의(기독교 근본주의자와 보수 복음주의자를 통칭하여 일컬음), 전문경영자급 신중간계층―의 이념을 분석하고, 그들이 어떻게 연합하여 미국 교육의 시장화와 보수화에 힘을 쏟고 있는지 드러낸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가 공교육에 개입하여 학교를 상품화하고, 교사들을 경쟁시키며, 학생과 학부모가 소비자로서 학교를 선택하도록 만들 것을 요구하고, 바우처제도(‘바우처’란 국가가 학부모에게 주는 전표 형식의 공교육비로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여 해당학교에 바우처를 주면 학교는 이것을 현금으로 바꾼다)와 학교선택제 등을 통해 학교교육을 “시장화(Markets)”할 것을 요구한다.

신보수주의자들은 현재 미국이 심각한 사회적.도덕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유색인종 탓으로 돌리고,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서구 전통을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즉, 학교교육을 전통적인 교육으로 “표준화(Standards)”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백인중심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내재한 서구 전통의 부활, 애국주의 강조, 반여권주의와 같은 보수적인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정책을 뜻한다.

권위주의적인 대중주의자들(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미국이 맞고 있는 사회적, 도덕적 위기를 신정분리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초기 미국의 신정국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공교육에서 “종교교육(God)”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바우처제도나 홈 스쿨링, 차터 스쿨 제도를 이용하여 종교교육을 시키지 않는 공교육을 이탈하면서 종교교육을 하는 데 공교육비를 타내고 있다.

전문경영자급 신중간계층은 시장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자들과 교육과정의 엄격한 중앙통제를 추구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이 요구하는 전문적 기술을 보유한 집단으로 효율성, 경영관리, 테스트, 책임성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전통적인 교과목과 전통적 교수방법으로 학문적인 성취기준을 높일 것을 추구한다.

이들 보수 연합 세력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결국 “교육의 불평등(Inequality)”을 가속화한다. 시장화 전략에 이용되는 바우처제도는 백인들이 악용하면서 사립학교나 종교계 사립학교로 흘러 들어가고, 사립학교에 공부 잘 하고 모범적인 학생들이 몰리면서 공교육 환경과 질은 더욱 열악해진다. 이렇듯 교육에서 의사(疑似)시장이 발전하면 기존의 계층과 인종을 둘러싼 사회적 차이가 더욱 악화된다. 한편 신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서구 전통에 따른 표준화는 교육적 인종차별을 낳는다. 표준화는 높은 성취기준으로 연결되는데, 성취기준은 경제수준과 밀접하기 때문에 가난한 집의 자녀들은 성취기준이 낮기 마련이며, 성취기준을 높이게 되면 가난한 집의 자녀들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애플은 교육의 재구조화를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지, 교육개혁을 통해 어떤 문제들이 야기되는지를 밝히는 한편, 그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다. 보수 연합에 대항하는 헤게모니로 계급?인종?성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적극적인 교육자, 학부모, 지역 공동체, 의식 있는 시민들이 연대하여 교육을 더 민주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비판적(진보적) 교육학자들은 낭만적 이상주의를 극복하고, 물질적?현실적 조건을 바탕으로 하는 교수방법, 평가방법 등 본질적이고 실제적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나의 의식 맨 위에는 내가 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지속적인 정치적, 문화적 변화는 우리가 건설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불가능하다.52) 나의 희망은, 이 책이 교육에서 지난 세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에 의해 훼손된 누추한 현실과 얄팍한 민주주의에 대항해 온 사람들에게 기여했으면 하는 것이다.”(본문 379쪽, 희망, 7장 틀린 것을 바로잡기)
52) Leo Panitch and Colin Leys, "Preface" in Leo Panitch and Colin Leys, eds. Necessary and Unnecessary Utopias (Neww York; Monthly Review Press, 1999), p.vii.

위 인용 구절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지식인은 비관적이며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희망적”(본문 122쪽, 보수로 방향 전환, 3장 불평등 생산하기―교육정책의 보수적 근대화)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의 진보적 교육 영역에서도 음미해 볼 말이다.

한국어판 서문...6

1장 시장, 성취기준, 종교, 불평등...11
2장 누구의 시장, 누구의 지식인가?...67
3장 불평등 생산하기-교육 정책의 보수적 근대화...117
4장 위기에 처한 기독교...185
5장 종교, 도덕, 시장...231
6장 학교를 떠나며-홈 스쿨링의 문화정치학...295
7장 틀린 것을 바로 잡기...331

참고문헌...387
옮긴이 후기...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