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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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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가치와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여백의 예술≫은 동서양의 근·현대 예술과 문화 전반의 전개 양상을 도식적인 기존의 시각에서 완전히 탈피해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현대 예술을 흥미롭게 우리 앞에 가져다놓고 있다. 이 책은 읽는 이에 따라 예술론, 미학에세이, 혹은 철학서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읽는 이의 입장과 인식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열리는 '열린' 책이다.

    그에게 있어서의 여백이란 '자기와 타자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앙양된 공간'이다. 즉, 그가 표현하고 있는 여백은 단순한 여백이 아닌 열린 세계, 우주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현장으로서의 '여백'이다. 또한 그는 '여백'의 표현을 '두뇌'에 절대적으로 맡기지 않는다. 그는 표현의 원천을 '몸'에서 찾는다고 밝히고 있다. '자기 신체를 경유하는 제작 이외에는 달리 좋은 방도'가 없기 때문이며, '신체를 통해 무한'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로 생각하지만 또한 손으로 그리고, 발로 걸으면서' 작품을 빚는다는 그의 말은 그대로가 그의 작품표현 방법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가공되지 않은 철과 돌 등의 재료에 관한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표현의 차원에 끌어들일 중요물로 발견하고 고른 것은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 불투명한 것, 외계적인 것으로서의 자연'물들을 선택한다고 밝히는데, 그것은 특정하게 '한정되지 않은 강한 외부성'과 그 무의미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완결되지 않은 것, 무특정한 것과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것과의 관계맺음, 또는 부조화의 조화가 그 스스로 내부와 외부를 환기시킨다는 그의 예술론에 합당한 재료의 '차용'이라 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일본 문화와 유럽 문화를 전체적으로 통시하고 그 한계 극복의 대안을 모색한다. 일본의 다카마쓰 지로 등 현재 활동중인 미술계의 주요인물은 물론 바쇼에서 오에 겐자부로에 이르는 문인들까지 깊이 있는 사유로 분석, 확장시키는 그는 문화라는 카테고리를 일정 범위로 한정시키지 않고 있다. 세잔, 마티스, 몬드리안을 비롯해 백남준까지 그의 미학에 영향을 끼쳤거나 인상 깊었던 예술가들에 대한 재해석을 하고 있는 부분 역시 생동감 가득한 문장들로 직조되어 있다. 세잔에 대해 '세잔의 사과 그림이 눈에 새겨진 뒤에는 부근에 있는 사과가 이상하리만큼 생생하게' 보였다고 한다거나, 마티스에 대해 '마티스에 이르러 풍경화가 소멸되고 모두 다 정물화로 수렴되었다'라거나, 백남준에 대해 '온전한 의미에서 비디오의 창시자인 동시에 비디오의 종말을 고한 자'라고 하였다. 이러한 평가 역시 그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세계 미학사 독해법들이다.

    '근대주의의 내면적인 자기완결형의 예술은 끝났다''문화의 개념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언하며 21세기 이후의 예술에 대한 전망을 그는 이렇게 하고 있다. '작품이 인식의 텍스트였던 시대는 지났다. 안과 밖을 자극하고 환기시킬 수 있는 매체로서의 표현은 그 방법이나 양식이 어떻든 간에, 역사나 무한정한 것들과 사귀는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자각이 있어야 '무한의 예술'이 탄생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본문중에서

    울릿히 륙크리엠은 거대한 채석장에서 장방형의 돌을 끊어와서는 다시 몇 등분인가를 잘라 맞추어 전람회장에 놓는다. 리처드 롱은 산에서 손쉬운 크기의 돌 조각을 잔뜩 모아와 화랑에 늘어놓는다. 나는 강가의 무수한 돌 가운데서 몇 개의 돌을 끌어내와서 미술관에서 철판과 짜맞춘다.
    어느 것이나 돌을 사용하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좀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닮았다. 그것은 작품이 대자연으로부터의 차용이고 인용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작품을 보게 되면 눈길의 파장이 곧장 눈앞에 있는 것에서 채석장으로, 산으로, 강가로 뻗고, 나아가 그 장소들을 넘어 무한으로 확대된다. 돌을 유닛화하거나, 뉴트럴하게 늘어놓거나, 철판과 어울려놓는 것은 거꾸로 그 무한성에의 암시인 것이다.
    무릇 돌을 사용하는 일이란 시대를 넘어선 영위라고 할 수도 있으나 그 인용하는 법, 늘어놓는 법, 짜맞추는 법에 있어서 작가들은 당연히 현대적 수속을 밟는다. 그리고 작품의 꾀함은 돌을 돌답게 하거나 어떤 이미지를 나타내거나, 조각답게 하는데 있지 않다. 돌을 통해, 돌을 뚫어 넘어서, 보는 이조차도 연이어 있는, 보다 열린 세계를 보이게 하는 데에 있다.

    (/ p.8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6~
    출생지 경남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36년 경남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니혼 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사물에서 존재로]라는 논문으로 일본 미술출판사 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파리 국립 미술학교 초빙 교수, 타마 미술대학교 객원 교수를 역임했다. 2001년 일본미술협회 주관 세계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2011년 백남준에 이어 한국 작가로는 두 번째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저서로 [여백의 예술][시간의 여울][Selected writings Lee ufan]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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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충북 괴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에서 석사학위를,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및 일본학연구센터장, 한국일본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일본번역원장을 맡고 있다. 가와카미 미에코의 [헤븐],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비롯해 [물의 가족][인간 실격][본격소설][열대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밖에 [Kujap 일본어 회화][21세기 일본문학 연구] 등 일본어 교재에서 일본문학 연구서에 이르기까지 집필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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