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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성숙 : 미성숙한 사회에서 성숙한 어른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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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미성숙한 사회에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

    이 책은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보내 온 긴 편지와도 같다. 읽는 동안에는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펜과 노트를 가까이 두기도 했다. 맨 처음 노트에 옮겨 적은 선생의 글을 기억하고 있다. "이미 저지른 죄에 대해 인간이 충분한 보상을 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이토록 담담한 문장에 목구멍이 뜨거워져서 한참 동안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삼키며 앉아 있었다.
    아직은 한참 더 아이로 남고 싶은데, 어른이 되자고 생각했다. 보다 강하고 선한 마음으로 일어나 오늘을 살고 있을 당신에게도 이 책을 건네고 싶다.
    _유진목(시인)

    출판사 서평

    "세상에 간단한 성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성숙한 사회를 헤쳐 나가기 위한 우리의 고군분투


    [곤란한 성숙]은 책임과 용서, 노동과 경제활동, 교육과 연대를 토대로 삼아 '성숙한 어른'의 삶이 무엇인지 일궈 낸다. 일본의 대표 사상가인 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성숙한 어른'이란 곧 모두가 오기 전에 사무실을 청소하고 모두가 돌아간 다음 찻잔을 설거지해 두는 일, 즉 모두가 꺼려하는 '눈 치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일의 인간다운 면모를 무엇보다 중심에 두고서 성숙한 인간이 '중추'가 되어 움직이는 사회를 펼쳐 보이는 우치다 타츠루의 사상은 책의 전반에 걸쳐 묵직한 울림을 자아낸다.
    이 책은 우치다 타츠루의 오랜 담당 편집자였던 이노우에 다쓰야의 주재로 '야간비행(夜間飛行)'의 웹진에 연재한 수 년 간의 인생 상담 기록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노우에의 질문이 일상적인 업무나 가족 관계 속에서 스스로 절실하게 답을 찾고 있던 문제들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따라서 고도의 경쟁 사회에서 남을 죽이고 살아남는 방법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가장 가까운 '육친'의 마음으로 써 냈다고 말한다. 그는 성숙한 어른을 꿈꾸며 스스로 답을 찾고 있을 청소년에게 이 시대의 어른으로 한 걸음 다가간다.

    성숙해진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우치다 타츠루가 전하는 삶의 간곡한 당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노동'이란 무엇인가? '화폐'란 무엇인가? '회사'란 무엇인가? [곤란한 성숙]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우치다 타츠루의 대답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는 전혀 다른 삶에 도착하면서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 혹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를 조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놀이의 요소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단순한 '고역'이니 되도록 빨리 도망치라고 경고하는데, 눈 밝은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도무지 그렇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에 '고역'인 일을 참고 해내고 있지 않은가 반문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치다 타츠루는 '고역'으로부터 도망치기 전에 먼저 어떤 '일'을 선택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 풀어낸다. 머리글에서 앞으로 어른이 될 소년·소녀, 청년에게 저자 스스로 이 책을 권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 책임과 용서
    "이미 일어난 일을 '책임을 지는 일'은 불가능하다."


    '책임'은 [곤란한 성숙]을 시작하는 첫 번째 화두다. 책임을 지는 일의 불가능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루어야 할지 여러 가지 실례를 들어가며 풀어 나간다. 우치다 타츠루가 펼쳐 보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의 모습은 놀랍게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앞으로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는 잘 닦인 거울처럼 지금의 우리 모습을 비추고 있다. 여기서 책임은 수행의 개념으로 만들어졌으며,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끊임없이 궁리하면서 인간은 윤리적으로 성숙해 가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회적 개념은 인간이 행복하고 풍요롭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며, 책임도 그런 개념 중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일은 나의 이익이 남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고, 위협하지 않으며, 해를 가하지 않는 일이다.

    이미 저지른 죄에 대해 인간이 충분한 보상을 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
    사람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거기에 상응하는 어떠한 폭력으로도, 아무리 많은 재화를 지불하는 배상으로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 p.23)

    # 노동과 경제활동
    "인간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소비하는 양이 자연이 주는 양보다 많기 때문."


    우치다 타츠루는 노동을 통한 경제활동에서 타자를 배제하고 쓰러뜨리는 경쟁이 아닌 유희와 희사를 함께 누리는 삶의 방식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의 본질을 똑바로 인식할 것을 당부한다. 노동과 소비의 선후 관계를 살피고, 노동이 생물로서 누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도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독자들을 안내하면서, 자신이 가진 신체, 지성, 상상력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꼼꼼하게 짚어 나간다. 바람직한 노동이란 부분적으로는 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일이 성공하면 연봉이 얼마나 오르는가', '얼마만큼 출세하는가'라는 기준으로 검증할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지혜와 힘이 얼마나 길러졌는가'라는 기준으로 그 성패를 판정하기를 권하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기 전에, 획일적인 취업 시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길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우치다 타츠루의 노동에 대한 간곡한 당부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노동을 하는 이상 도착적이라는 측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도착적인가, 살짝 도착적인가'는 오십보백보의 차이가 아닙니다.
    때로는 그 차이에 목숨이 걸려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되도록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노동할 것을 권합니다. 이때 '자연'은 산이나 바다나 숲속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자신의 신체라는 자연에 근접한 상태로 노동해 주세요.
    일을 하는 동안 살아갈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일을 해 주세요. '어쩐지 살아갈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느낌'은 자신이 직감적으로 판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직감이 탈 없이 길러지기를 바랍니다.
    (/ p.91)

    # 교육과 연대
    "성숙한 시민은 '타자를 수용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


    교육과 연대를 통해 성숙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일 또한 [곤란한 성숙]의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교육과 연대의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거짓말'을 화두로 삼는다. 근대 이전까지 사람은 수십 명, 수백 명의 동포와 더불어 집단적 자아를 형성해 '3세대, 어림잡아 100년'을 평균수명으로 삼는 생물이었다. 근대 이전에 비해 현대에 가장 변화한 점은 '주체'의 크기와 수명, 즉 일의 적절성 판단에 관여하는 도량형의 '기준' 자체가 달라졌음을 지적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공동체로서의 수행력'을 높이는 일이지 개인의 업적이나 성과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치다 타츠루의 견해는 언뜻 보면 고루한 사상처럼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우치다 타츠루는 '거짓말'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지닌 맹점을 짚어 내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수명 100년인 생물로서 행동한다면, '지금은 당장은 이득을 볼 수 있지만, 10년 후에는 통렬하게 되갚음을 당할 것이 확실한 일'은 하지 않습니다.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명 1년인 생물로서 행동한다면, '10년 후에 되돌아올 불이익'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해도 지금 이득을 보는 편이 '수지가 맞는' 것입니다. _224쪽 '금방 들통날 거짓말' 中

    '금방 들통날 거짓말'과 '여간해서는 들통나지 않을 거짓말'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없지만, 실천적으로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지닌 정치인이나 학자들의 거짓말로 인해 '금방 들통날 거짓말'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점점 없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교육이 담당해야 할 기본 덕목들을 살핀다. 땀 흘려 공부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식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아닌, '공동체를 살아남게 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면서, 앞으로 수백 년을 집단이 살아남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묻는다. 그리고 이것을 깨닫는 능력을 익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본뜻이며, 개인의 이익을 목표로 삼고 공부에 노력을 기울이게 하려는 시도는 본질적으로 실패의 숙명을 지녔음을 강조한다. 여기서 교육은 아이가 성장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숙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사고방식과 감정이 나와 다른 사람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타자를 수용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성숙한 시민이라고 말하고 있다. '곤란한 성숙'은 현대 사회의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을 거두고 지속 가능한 통합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혜와 힘을 얻다


    우치다 타츠루는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일임을 강조하면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들을 정립하고, 일그러진 개념을 바로잡고, 밑바탕에서부터 성숙한 인간의 삶을 새롭게 그려 나간다. 일을 하는 동안 살아갈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일을 해 달라고 당부하는 그의 간곡한 인생 상담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인생을 점검하며 다시금 바로 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천사

    이 책은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보내 온 긴 편지와도 같다. 읽는 동안에는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펜과 노트를 가까이 두기도 했다. 맨 처음 노트에 옮겨 적은 선생의 글을 기억하고 있다. "이미 저지른 죄에 대해 인간이 충분한 보상을 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이토록 담담한 문장에 목구멍이 뜨거워져서 한참 동안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삼키며 앉아 있었다.
    아직은 한참 더 아이로 남고 싶은데, 어른이 되자고 생각했다. 보다 강하고 선한 마음으로 일어나 오늘을 살고 있을 당신에게도 이 책을 건네고 싶다.
    - 유진목 / 시인

    목차

    한국어판 서문
    머리글

    1 사회와 나

    책임을 지는 일은 불가능하다
    정의가 성립하는 조건
    규칙과의 타협점을 찾다
    공평함?공정함fairness이란 무엇인가
    일본을 변화시키려면

    2 노동과 나

    노동이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조직의 최적 규모
    회사란 '전투 집단'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집착과 긍지를 가르는 것
    운과 노력 사이에서

    3 증여와 나

    147 격차론의 아포리아
    169 증여 사이클의 출발점
    183 증여의 훈련
    191 화폐 이야기
    201 어른이 된다는 것

    4 교육과 나

    금방 들통날 거짓말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청년'이 있었던 시대
    교육이란 '참견'과 '인내력'이다
    인생 길잡이로부터의 '졸업'
    육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5 나라와 나

    '애국자'란 누구인가
    트러블은 '문제'가 아니라 '답'이다
    상식의 공로

    후기
    추천의 글

    본문중에서

    '죄송합니다'로 끝날 이야기는 없습니다. 어떤 손해든 '없었던 일'로 원상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요.
    (/ p.22)

    '죗값을 치르는 일'은 상처 입은 사람의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한번 상실한 것은 가해자가 아무리 벌을 받아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할 수는 없습니다. 살인자를 사형에 처하든 무죄 방면하든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인자를 풀어 주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피해자와 그 주위 사람의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입니다. '치유'는 심신의 상처에 이름을 붙이고, 거기에 필요한 보살핌을 베풀고, 특별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어 '매듭을 짓는' 일입니다.
    (/ p.31)

    현장의 양심적인 기술자들이 오히려 '이런 상태라면 사고가 일어나버리는 편이 낫겠어' 하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요? 난 그런 상상을 해 봅니다. 비로소 윗사람들도 불에 덴 듯 깜짝 놀라 사리에 어두웠던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현장 사람들의 통찰에 경의를 표했겠지요. 사악한 의도가 있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일은 누구도 그만두게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짓을 하면 언젠가 큰일이 난다'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는데도 계속 무시한다면, 인간은 언젠가 '큰일'을 치르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어쩔 수 없지요. 무의식적으로 바라는 것이니 그만두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사람의 윤리성이나 사회적 입장과는 무관한 마음속의 과정입니다.
    (/ p.67)

    책임과 결정권은 맞바꾸기(barter) 관계입니다.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선언한 사람이 결정권을 얻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내 책임입니다'라고 자청한 사람이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할 권리를 부여 받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전부 너희 책임이다'라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맨 처음 선택한 사람은 (아마 깨닫지 못하겠지만) 그때 이미 '선수를 빼앗기는' 입장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마지막까지 '결정권'을 쥘 수 없습니다. 스스로 방기해 버렸으니까요.
    (/ p.73)

    노동의 기원은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안정적'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가끔은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가끔은 굶는 일도 생긴다면 곤란합니다. 자연의 증여는 인간의 형편에 따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혜택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자는 생각을 품게 되고, 거기서 노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말한 대목이 제일 중요하니까 대충 넘기며 읽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동의 본질은 자연의 혜택을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데 있습니다.
    노동의 본질은 '생산'이 아니라 '통제'입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자원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아주 중요한 점이니까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 p.84)

    인간은 생산하는 일에 지치는 것이 아니라 통제당하는 일에 지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는 점점 더 노동 강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 시간의 절대량이 증가했다기보다는 도리어 '생산에서 통제로' 이동한 효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생산에서 통제로'라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런 예를 떠올려 보지요. 여기 100엔이 있는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로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질질 끄는 동안 도시락 비용으로 100엔을 다 써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생산보다 통제를 우선시할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오늘날 회사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은 실로 '이런 일'입니다.
    인간이 노동을 시작한 것은 의식주에 필요한 자원을 '풍요롭게' 누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 p.86)

    나는 신체라는 자연을 향해 '이렇게 하면 괜찮겠지' 하고 끊임없이 자문하며 노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노동을 하는 이상 도착적이라는 측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도착적인가, 살짝 도착적인가'는 오십보백보의 차이가 아닙니다.
    때로는 그 차이에 목숨이 걸려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되도록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노동할 것을 권합니다. 이때 '자연'은 산이나 바다나 숲속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자신의 신체라는 자연에 근접한 상태로 노동해 주세요.
    일을 하는 동안 살아갈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일을 해 주세요. '어쩐지 살아갈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느낌'은 자신이 직감적으로 판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직감이 탈 없이 길러지기를 바랍니다.
    (/ p.91)

    기업의 인사(人事)와 취업 정보산업의 '술수'는 그 길을 마치 한정된 것처럼 제시합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사원을 뽑는 곳에 구직자가 쇄도할수록 '능력이 많은 젊은이를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젊은이들이 취업할 곳이 '널리 흩어져 있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면접 심사' 때 양복을 입은 학생들이 '갓 졸업한 신입사원 일괄 채용' 이외에는 구직 통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만들려는 겁니다.
    그럴 리 없잖아요? 젊은 일꾼을 구하는 직장은 무수하게 있습니다. 자격도 면허증도 필요 없습니다. 몸뚱이 하나만 있으면 좋다고 하는 곳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대한 적절한 취업 정보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샐러리맨이 되는 길 말고도 무수한 직업이 있다'는 정보를 젊은이에게 알려 주는 것은 기업의 인사에 지극히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보를 차단합니다. 이는 국책(國策)이기도 합니다.
    (/ p.118)

    교환의 목적은 교환으로 '무언가 가치 있는 것(메시지, 성적 배우자, 재화, 서비스 등)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핵심만 남긴 교환의 본질은 우리에게 '살아 있음에 근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 p.171)

    해양, 삼림, 하천, 대기 같은 자연 자원도, 철도, 통신, 전기, 가스, 수도 같은 사회적 인프라도, 학교, 병원, 사법제도, 행정기구 같은 제도 자본도 모조리 '당연히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아무런 감사도 하지 않고, 사회적 공통 자본을 유지하기 위해 자진해 힘을 기울일 마음이 하나도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을 '시민적으로 미성숙한 인간'이라고 부릅니다.
    증여의 사이클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시민적인 성숙함을 이룩하지 못한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만 넘쳐납니다. 겉모습은 노인이라 해도, 아무리 경륜이 있는 체해도, '아이'는 '아이'일 뿐입니다. 어른이 점점 줄어들고 아이만 늘었기 때문에 증여의 사이클이 정체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런 세상'이 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증여의 사이클을 움직여야 합니다.
    (/ p.181)

    지속 가능하고 통합 가능한 애국심의 기초는 '사고방식과 감정이 나와 다른 사람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타자를 수용하는 능력'입니다.
    '타자를 수용하는 능력'이라는 말은 좀 추상적이지만, 요컨대 잘 모르는 타인의 잘 모르는 언동에 대해서도 '뭐,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지. 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고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치관, 미의식, 윤리 등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타인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타인이라도, 그 사람이 어쩌다가 자기와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일단은 인사를 나누어야 합니다. 질문을 하면 아는 대로 가르쳐 주고, 부탁을 하면 가능한 범위에서 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자세가 '애국심'의 가장 공고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느슨한' 연대를 통해 구축된 공동체는 필요하다면 그 바탕 위에서 더욱 강력한 구심력과 조직력을 갖춘 '순도 높은 집단'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p.295)

    '사랑하는' 행위는 이해와 공감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사람'에 대해 관용을 베풀고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발동하는 위에서 이루어져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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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우치다 다쓰루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0~
    출생지 일본 도쿄
    출간도서 19종
    판매수 5,510권

    문학, 철학, 교육,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비판적 지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대표 사상가.
    도쿄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베여학원대학 문학부 종합문화학과를 2011년 3월에 퇴직한 뒤 동대학 명예교수가 되었다. 전공은 프랑스 현대사상, 영화론, 무도론, 교육론 등이다. 합기도 7단이기도 한 그는 고베시에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터 ‘가이후칸凱風館’을 열어 새로운 학습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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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원(KimKyoungwon)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4~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 인문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인하대학 한국학연구소와 한양대학 비교역사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동서문학상 평론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 옮긴 책으로는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문학가라는 병]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지의 실패] [죽도록 일하는 사회] [이 나날의 돌림노래]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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