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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통사]의 저자 조동일 교수가 동서고금의 명시(韓·漢·日·英·佛·中·獨의 7개 언어)를 엮어 빼어나게 해석한 연작 시집이 출간된다. 엮은이는 국문학과 세계문학 탐구로 얻은 식견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시들을 한 단계 깊이 통찰하여 연주한다. 그는 세계의 시들을 한자리에 모아, 원문을 번역하고, 시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작자, 시대 등의 지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작품 자체로서 이해하려 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세계의 명시들을 한자리에서 주제별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1권 [실향의 노래]에서 엮은이는 시인들이 결핍의 하나로서 실향을 노래했다고 했지만,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물리적 또는 심리적인 것이든 고향을 잃은 상실감을 공통되게 느낄 것이다. 특히 망국과 분단의 아픔까지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이 노래가 이중, 삼중으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1권 13, 14장에 나오는 아프리카, 인도, 월남 등 약자의 외침이 잔향처럼 들리는 듯하다. 2권 [이별의 노래]에서 이별의 대상은 애인만이 아니라 벗, 부모, 자식, 전사자, 부부까지 포함된다. 가누기 힘든 이별의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까? 17장, 18장, 19장에서 능동적으로 이별을 선택하거나 미적으로 수용하는 방식(타고르, 한용운)을 그 대안으로 제시해준다.
3권 [유랑의 노래]는 떠남과 머무름(회귀)의 변주로서, 나그네의 노래만이 아니라 바다를 향한 시인의 열망과 의지에 찬 외침도 들을 수 있다.
상징시를 연구하였고, 연륜이 풍부하며, 논리가 정연한 엮은이의 시 해석은 상징주의 시와 선시 등이 수록된 4권 [위안의 노래]에서 돋보인다. 그 가운데 제10장의 월산대군의 시 해제나 제11장 이현보, 말라르메의 시 해제는 특히 빼어나다.
5권의 [자성의 노래]에서는 자아의 객관화에 주력한 시인들의 목소리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힘없는 서민들의 고통스런 비명이라고 할 수 있는 6권 [항변의 노래]는 현 시국과 맞물려 더욱 큰 메시지로 다가온다.

[1권 실향의 노래]
머리말
무엇을 하려는가?
제1장 실향시 들머리
제2장 실향의 슬픔 갖가지
제3장 동경하는 그곳
제4장 떠오르는 모습
제5장 기대와 실망
제6장 고향이 아니다
제7장 고향을 찾지 말아라
제8장 고향에 관한 시비
제9장 떠나야 하는 사유
제10장 전란 탓에 실향하고
제11장 나라를 떠나서
제12장 난민의 소망
제13장 나라를 잃고
제14장 조국 찬가

[2권 이별의 노래]
제1장 이별해야 하는가
제2장 이별이 닥쳐와
제3장 이별의 슬픔
제4장 강요된 이별
제5장 가까운 사람 송별시
제6장 두고 떠난 어머니 그리워
제7장 저승의 어머니 못 잊어
제8장 사랑을 잃게 되어
제9장 잊기 어려운 기억
제10장 사랑 없는 괴로움
제11장 소중한 사람 사별시
제12장 전사자를 위한 추도
제13장 아내 애도, 차분하게
제14장 아내 애도, 격렬하게
제15장 남편 애도
제16장 자식이 죽어서
제17장 괴롭지 않으려면
제18장 이별을 받아들이자
제19장 이별을 넘어서는 자세

[3권 유랑의 노래]
제1장 떠나고 싶어
제2장 먼 곳으로
제3장 즐겁게 떠나
제4장 방랑자의 행적
제5장 고난을 겪으며
제6장 바다를 바라보면서
제7장 바다의 모습
제8장 바다로 가자
제9장 내면의 바다
제10장 인생의 길을 가면서
제11장 탐구의 여로
제12장 길이 있는가
제13장 길을 여는 투쟁

[4권 위안의 노래]
제1장 꽃에 매혹되어
제2장 초목을 벗삼아
제3장 계절의 순환
제4장 봄의 노래
제5장 여름의 노래
제6장 가을의 노래
제7장 겨울의 노래
제8장 산수에 묻혀
제9장 대자연과의 교감
제10장 형상 만들기
제11장 절묘한 짜임새
제12장 간절한 희구
제13장 순수시를 찾아서
제14장 선시, 맑고 깨끗한 마음
제15장 선시, 말과 이치를 넘어서서
제16장 선시를 넘어서서
제17장 시간이 흐른다
제18장 시간에 휘둘리어
제19장 시간 다스리기
제20장 종말의 번민
제21장 시간을 넘어설 것인가

[5권 자성의 노래]
제1장 노래를 부르자
제2장 시란 무엇인가
제3장 시를 지어야 하는 숙명
제4장 시인의 처지
제5장 시인이 살아갈 길
제6장 시인의 소망
제7장 시인의 자화상: 외모
제8장 시인의 자화상: 생애
제9장 시인의 자화상: 내심
제10장 시인의 자화상: 분신
제11장 저 너머로
제12장 죽음 맞이
제13장 장례를 위한 당부
제14장 죽은 뒤의 소망
제15장 죽음은 나쁘지 않아
제16장 갈 길을 찾아간다
제17장 죽음을 넘어설 것인가
제18장 묘비명: 단형
제19장 묘비명: 장형

[6권 항변의 노래]
제1장 세상보고 마음 열기
제2장 고민을 떠안고
제3장 힘들게 사는 사람들
제4장 농민의 수난
제5장 노동자의 참상
제6장 그릇된 세상
제7장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제8장 정치 풍자
제9장 견디지 못하고
제10장 노예의 신음
제11장 투쟁의 길
제12장 그날이 온다
시인 찾아보기

서정시는 세계 어느 곳 누구나 동경하는 마음의 고향이다.
서정시는 소설과 달리,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같은 양상을 반복해 보여주는 단일체이다. 화엄철학의 용어를 빌리면 소설이 '하나가 전부이고(一卽多)', 서정시가 '전부가 하나(多卽一)'이라고 할 수 있다. 생극론으로 말하자면 자아와 세계의 대결인 소설은 '상생이 상극'임을 보여주고, 세계의 자아화인 서정시는 '상극이 상생'임을 말해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첫째, 세계의 뛰어난 서정시들을 모아 크게 여섯 주제로 나누고, 둘째, 작품 자체로 이해하되, 셋째, 그 주제를 노래한 동서고금의 여러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이해를 심화시켜 나간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