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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당 분야 전공자들을 위한 교재 겸 전문서이다.

현재 고려시대의 금석문 자료 중에서 묘지명은 320여 개가 전해진다. 금석문 중에는 어떤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도 있지만, 개인의 묘지명이나 승려의 비문은 대부분 그 사람이 죽은 직후 그의 행적을 추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한 인물의 가계, 이력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는 이 기록들은 그 인물이 생시에 활동했던 모습이나 당시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러한 점에서 금석문은 문헌 자료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동시에, 그들만의 독특한 사회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저자인 한림대학교 사학과 김용선 교수는 고려시대사를 연구하면서 묘지명 자료의 발굴과 정리에 남다른 열정과 관심을 쏟아왔다. 그동안 저자가 발굴한 묘지명은 320여 개다. 이렇듯 저자는 25년 동안 묘지명이 있는 박물관, 미술관, 개인 소장자까지 찾아다니며 개인의 묘지명뿐만 아니라 승려의 비문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결정체다. 한 분야에서 이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자는 오직 고려 금석문 연구에 매달려왔다.

책머리에

제1부＿고려 귀족의 문벌의식과 가계
제1장＿고려 문벌의 구성 요건과 가계
제2장＿고려시대의 가계기록과 족보
제3장＿고려 사회의 인맥과 김보당?한언국의 난

제2부＿고려 귀족의 사회사
제1장＿고려 귀족의 결혼?출산과 수명
제2장＿고려 지배층의 매장지에 대한 고찰
제3장＿고려시대 중앙문화와 지방문화의 차별성―묘지명을 중심으로

제3부＿새 자료에 보이는 고려의 사회상
제1장＿김중문 묘지명
제2장＿고영중과 그의 손녀 고씨 부인 묘지명

제4부＿고려 불교계와 금석문
제1장＿광종의 개혁과 귀법사
제2장＿고려 전기의 법안종과 지종
제3장＿고려 승려의 일대기

《연구 후기》 묘지명―짧은 연대기 속의 삶과 사회를 찾아
《부록》 고려 묘지명 일람

참고문헌
찾아보기

묘지명은 한 개인의 집에서 전해오는 가록家錄이나 세보世譜?보첩譜牒과 같은 가계기록을 참조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이력과 아울러 세계世系와 결혼 관계 등에 대하여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묘지명은 고인의 일생을 추념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미화나 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 왜냐하면 당시의 신분제 사회에서 귀족들의 ‘상호 감시’의 기능이 작용하는 가운데 허위의 사실이 개재될 여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1부》 p.19～20 비명은 묘 앞의 땅 위에 세워진 것이고, 묘지명은 땅 속에 묻힌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러나 그것을 만드는 목적이나 기능은 거의 같다. 즉,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묘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주고, 생시의 업적이나 덕행을 후세에 길이 남기기 위해 그 기록을 새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묘지명 자료는 개인의 삶에 대한 ‘충실한 연대기’이자, 그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를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연구 후기》 p.368